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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거미줄 영업망… 지역밀착경영”

[대구은행]“거미줄 영업망… 지역밀착경영”

대구은행은 대구·경북지역에 기업영업점 60여곳, 일반 지점수는 1백90여개 그리고 365일 코너 3백20여개를 설치해 거미줄 같은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본점.
김극년 대구은행장
대구 지역의 대표 은행은 대구은행이다. 국민·신한 등 전국 단위의 시중은행들은 대구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대구은행의 대구 지역 시장점유율(수신 기준)은 무려 40%. ‘싹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수는 더 하다. ‘고객’으로 분류되는 3백20만명은 5백만명으로 추산되는 대구·경북지역 상주인구의 60%에 이른다. 이같은 상황이니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천3백1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배에 이른다. 이는 1967년 대구은행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김극년 행장은 “올해도 3분기까지 이미 7백9억원을 기록했고 연말까지는 목표액 1천3백5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해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장보다 바쁜 지점장 “한 다리 건너면 은행원을 다 알아예∼. 우째 다른 은행으로 바꿉니꺼. 그냥 쓰는 거지예.” 대구은행을 왜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대구시민들의 답은 한결같다. “다른 은행과의 거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같은 대구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지금은 많이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은행은 대구은행, 신문은 매일신문, 백화점은 대구백화점’이라는 말이 거의 공식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김행장은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에 오랜 기간 정권을 배출해 낸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더해져 나온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토착 기업에 대한 지역주민의 애정이 대구은행이 커온 터전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시민의 보수적인 성향만으로 대구은행의 성장세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구은행의 저력은 대구 시내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대구은행은 기업영업점 60여곳, 일반 지점수는 1백90여개, 그리고 3백20여개의 365일 코너를 설치해 거미줄 같은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목좋은 현금지급기 자리는 모조리 대구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대구 중심가인 대구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20여대의 대구은행 현금지급기는 평일 저녁·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빽빽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365일 코너에서 만난 한 시민은 “급여는 다른 은행 계좌로 받고 있지만 급여를 받자마자 모두 대구은행으로 이체하고 있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민의 보수성과 편리가 맞물려 대구은행만 사용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대출 고객을 위해 김행장은 ‘풀뿌리식 지역밀착경영’을 주창했다. 그는 영업점 직원을 최소 3년 이상 근무하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사정을 제대로 알아야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행장은 반상회나 상가번영회, 각종 동호회에 모든 은행원이 참가하는 ‘K 프로젝트’나 ‘DGB 봉사단’ 활동 등을 실시해 대구은행에 대한 지역민의 호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구·경북만을 위한 은행 대구은행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무리하게 여신을 제공해 줬던 건설업체의 부도와 섬유업계의 위기로 인해 대구은행의 주가는 한때 1천1백원까지(현재가 5천7백50원, 11월27일 기준) 폭락했다. 30년간 탄탄하게 쌓아올린 이익을 모두 날리며 한때 자본까지 잠식될 뻔한 상황에 몰렸다. 이화언 수석부행장은 “당시는 지역은행의 본분을 잊고 시중은행처럼 대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서울에 10개의 지점, 해외에 3개의 지점을 낼 만큼 과도한 확장을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98년부터 대구은행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 이외의 지점은 대폭 줄였다. 해외 영업지점은 아예 폐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달라진 점은 기업대출과 관련된 대구은행의 자세다. 이부행장은 “한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산업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정교하게 나눠 대출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보다는 대구·경북지역에 위치한 우량한 중소기업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한 푼의 공적자금 도움 없이 회생했다.

[인터뷰]김극년 대구은행장 “애향심 자극 않고 서비스로 승부” 올 한해 실적은 어떻습니까? “3분기까지 7백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초 목표치보다는 낮을 것 같습니다. 올 들어서는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연체 감축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연체율도 국내 은행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등 내실이 많이 튼튼해진 한 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무엇보다 대구은행이니까 무조건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향심을 자극하기보다는 지역민들에게 편하고 좋은 조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한 마을의 동장이 마을 전체의 사정을 알고 발로 뛰듯 영업점장들이 활동하는 풀뿌리식 지역밀착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시중은행과 외국은행들도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시중은행·외국계은행이) 진출한다고 해도 지역은행만의 고유 영역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대형은행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면 지역은행들은 해당 지역 내에서 네트워크의 경제를 추구합니다. 지역은행은 조밀한 점포망과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은행만으로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대구·경북 지역의 시장점유율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구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50%까지, 경북 지역에서는 3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면 대구·경북에서만 2010년까지 자산총액 50조원, 당기순이익 6천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분권화를 주장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내버려 둔다면 수도권은 과밀화되고 지방이나 농촌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금고자금을 비롯해 법원 보관금과 공탁금, 교육청 금고자금과 같은 지역의 공공자금만이라도 지역 은행의 창구를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행장을 두고 대구은행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들 말하는데요. “은행 설립 6개월 뒤 입행해서 지금까지 35년간 대구은행에서 일했어요. 노조위원장·기획부장·인사부장·서울지점장을 두루 거쳤지요. 은행장이 돼서도 하위직 행원까지 다독거릴 수 있는 원천이 된 것 같습니다.”

김극년 대구은행장 1940년 경북 의성 生
경북고, 고려대 법학과 卒
68년 대구은행 입행
99년 대구은행 부행장
2000년 대구은행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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