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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크림 절묘한 배합 디저트로 여성에게 각광

위스키 ·크림 절묘한 배합 디저트로 여성에게 각광

리큐르(Liqueur)는 증류주 가운데 가장 토속적인 전통이 남아 있는 술이다. 약초나 향초의 열매 ·뿌리 ·잎 ·꽃잎 등을 증류주에 담아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만든다. 수많은 약초가 있듯이 리큐르도 술 가운데에서 가장 종류가 많다. 실제로 리큐르는 향과 맛, 입 속에서의 촉감이 복합적이며 쪽빛부터 짙은 빨간색에 이르기까지 색깔도 다양하다.

이탈리아의 아마레토(Amaretto)는 살구 씨로 만든 리큐르이며, 중국의 죽엽청주(竹葉靑酒)는 약초와 대나무 잎으로 만든다. 오렌지 껍질과 브랜디로 만든 그랑 마니에르(Grand Marnier)는 프랑스의 명품이며, 계피와 금박을 넣은 골드쉴라거(Goldschlager)는 스위스의 명품이다. 이들 술은 대개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애음되던 민속주가 제품화한 것이다.

이런 리큐르의 세계에 이변을 일으킨 술이 바로 아일랜드의 베일리스(Baileys)다. 1970년대 아이리시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에 밀려 숙성된 원액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돌았다. 또한 아일랜드 농가에 부담이 된 것은 과잉 생산된 우유였다. 아일랜드 주류업체 길비스(Gilbeys)는 이런 배경에서 우유의 크림과 아이리시 위스키를 섞은 베일리스를 개발했다. 워낙 위스키에 우유를 곁들이는 음주방식이 있었지만 위스키와 크림은 잘 섞이지 않는다. 혼합공정 기술은 4년 연구 끝에 완성됐고, 베일리스는 마침내 74년에 첫선을 보였다. 베일리스는 현재 길비스에서 독립한 R&A 베일리(R&A Bailey) 에서 생산되고 있다.

기존의 리큐르가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데 비하여 크림 리큐르는 혁신적 제품이었다. 베일리스는 연간 판매량 600만 상자로서 리큐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일랜드 젖소의 절반 가량인 4만 마리로부터 생산된 우유가 베일리스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베일리스는 옅은 베이지 색의 현탁액으로 얼핏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해 보인다. 베일리스를 마시노라면 먼저 단맛이 느껴지면서 위스키의 향이 짙게 퍼지고 목에서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입 속에는 고소한 맛이 한참 동안 훈훈한 여운을 남긴다. 이런 향과 맛의 특성으로 인해 베일리스는 식후 디저트로 많이 음용되며 특히 열광적인 여성 고객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베일리스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개발된 술 중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로 평가되고 있다.

베일리스의 성공 사례를 본떠 많은 크림 리큐르가 개발되었고, 베일리스의 크림은 커피나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려 새로운 스타일의 음주법을 낳았다. 베일리스의 부드러운 맛은 같이 마시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한다. 베일리스를 주원료로 한 대표적 칵테일로는 B52가 있다. 작은 잔에 베일리스를 3분의 2 정도 붓고 그 위에 3분의 1 정도의 위스키를 따른 후 불을 붙이면 옅은 청색의 불꽃 고리가 생긴다. 이 재미있는 칵테일은 딱 한 잔만 마신다는 불문율이 있다.

리큐르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생소한 술이나, 이웃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전체 양주류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다양한 향과 맛 그리고 색깔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리큐르 시장에는 해마다 신제품이 선보인다. 현대의 모든 산업을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주류 산업에도 적용된 사례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글로벌 경제 논리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베일리스와 같은 술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많은 농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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