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자연미 살린 환상의 퓨전 코스

자연미 살린 환상의 퓨전 코스

치앙마이는 미남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태국 최고의 피서지다. 이 아름다운 곳에 있는 로열 치앙마이 골프 리조트는 잘 정돈된 미국식 코스와 억센 링크스 코스의 묘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송씨 성을 가진 한국 청년이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태국인이 경영하는 인력송출회사에 취직했다. 청년 송씨는 열심히 일했다. 사장인 태국인 부호는 성실한 송씨를 눈여겨보다가 그를 사위로 삼았다.
한국 남자와 태국 여자 사이에 1남2녀가 태어났다.

외할아버지인 태국인 부호는 외손자들을 끔찍이 귀여워해 어디를 가든 그들을 데리고 다녔다. 골프를 할 때도 데리고 가 그들은 자연스럽게 골프 클럽을 잡게 된다.
외할아버지가 라운딩할 때 연습장에서 장난삼아 클럽을 휘두르던 어린 3남매에게서 클럽 프로가 범상치 않은 재능을 발견한다. 그들은 체계적으로 프로의 레슨을 받으며 실력이 쑥쑥 는다. 그들은 치앙마이 골프장을 돌며 땀을 쏟는다. 탁월한 재능과 함께 골프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외할아버지가 깜짝 놀라 외손자들을 세계적 골프선수로 키우겠다고 마음먹는다. 가족회의 끝에 엄마 아빠는 3남매를 데리고 아예 골프의 본고장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그들이 재목감이라는 걸 알아보고 스윙을 뜯어 고쳤다. 3남매는 일취월장해 미국 주니어 골프대회를 휩쓴다.
그들의 이름은 송아리, 송나리, 그리고 송찬이다. 특히 송아리는 2003년 8월 15일 미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커미셔너 타이 보타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LPGA 최연소 프로가 됐다. 53년 LPGA 역사상 18세 이전에 프로 전향을 허가 받은 선수는 송아리가 처음이다. 지난 9월 송아리는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다.

송아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골프의 재능을 발견한 치앙마이는 어떤 곳일까.
우리나라가 남남북녀라면 태국은 북남북녀다. 남자고 여자고 북쪽 사람이 남쪽 사람들보다 체구도 훤칠하고 이목구비도 뚜렷하며 피부도 희다. 북쪽 태국의 중심은 치앙마이다.
태국 남자들은 치앙마이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이는 게 소원이다. 수많은 늘씬한 팔등신 치앙마이 처녀들은 가무잡잡한 방콕 남자들에게 선뜻 시집가지 않고 만인의 연인이 된다. 술집 앞에 있는 ‘치앙마이 출신 웨이트리스’라는 입간판은 미녀가 시중든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재주는 치앙마이가 부리고 돈은 방콕이 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왜 보통 태국인들과 모습이 다를까. 그들의 조상들을 찾아가 보자.
기원 전 7세기 양쯔(揚子)강 남쪽에 터를 잡고 조상 대대로 쌀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던 샴족과 여러 소수 종족이 한(漢)족에게 쫓겨나 남서쪽으로 내려오다 지금의 윈난(雲南)성에 터를 잡는다.
늪을 개간해 논을 만들고 산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궈 놓자 13세기 칭기즈칸(Chingiz Khan)의 말발굽에 밟혀 또다시 남서쪽으로 쫓겨난 곳이 지금의 태국 북부 치앙마이 분지다. 핑강이 퇴적한 기름진 땅에서 여러 종족이 올망졸망한 소왕국을 이루며 사이좋게 뿌리내리고 살아가는데 이번엔 서쪽에서 버마족이 쳐들어오자 소왕국들의 왕들이 모여 버마에 대항할 힘을 모으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내 라나타이(Lanna Thai)라는 왕국을 세우고 핑강가 잡초 밭을 수도로 정했다. 사방 1.5㎞의 벽돌성을 쌓고 성 밖으로 깊은 수로를 파 외적의 침입을 막았다. 치앙마이는 그렇게 태어났다. 치앙은 ‘성(城)’이라는 뜻이요, 마이는 ‘새로운’이라는 뜻이다. 그 후에도 버마의 공세는 끊이지 않아 한때 치앙마이는 버마 왕국에 함락되기도 했다.
이후 태국과 버마 사이의 치앙마이 쟁탈전은 19세기 말엽 버마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후에야 끝이 나 치앙마이는 태국 땅이 됐다.

같은 샴족이지만 남쪽 사람들이 남방계 골격과 피부색을 가진 반면 북부 치앙마이 사람들은 중국인과 몽골리안에 가깝다. 분분한 설이 있지만 치앙마이 사람들의 몸 속엔 중국인 ·미얀마 ·라오스인들의 피가 많이 섞여 있다는 게 설득력이 있다. 산이 없는 태국에서 해발 2,000여m의 산에 둘러싸여 있어 인구 30만 명의 태국 북단 산악지대 거점도시가 된 치앙마이는 악명 높은 트라이앵글로 진입하는 길목이자 태국 여행의 종착점이다.치앙마이는 방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바퀴 도는 데 걸어도 몇 시간 걸리지 않을 한적하고 정감어린 작은 도시다. 이 지역은 해발 고도가 높아 찌는 듯한 방콕에 비해 훨씬 시원하다.

치앙마이 시내 남쪽엔 수텝산이 구름 띠를 두르고 우뚝 솟았다. 산허리를 도는 나선형 길을 따라 울울창창한 정글 속을 오르면 기온은 점점 떨어져 정상이 가까워지면 서늘한 냉기에 땀이 쑥 들어가 버린다.
이 수텝산 8부 능선계곡에 몽족 마을 도이푸이가 위치해 있다. 8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전기도 들어와 문명의 단물(?)을 단단히 빨아먹고 산다.
동구 밖부터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겠다고 온갖 수단을 다 부린다. 이제는 사라져간 그들의 전통 옷을 입고 동전 몇닢에 관광객과 사진을 찍고 치앙마이에서 떼온 기념품을 자기 마을에서 만든양 팔고 있다. 집들도 대부분 함석으로 갈아치워 도시 변두리의 달동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마을을 살짝 벗어나면 아직도 그들의 선조가 살던 흔적들을 간직한 몽족의 집이 있다. 두 손바닥만한 나뭇잎 너와집이나 억새풀 초가지붕에 흙벽이나 판자벽 집이 옛 정취를 살리지만 원룸 스타일인 집 내부 한복판 벽엔 번듯한 TV가 앉아 있다.
치앙마이 태국인들은 몽족을 ‘메오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업신여김이 짙게 배 있어 이 말을 들은 몽족들은 분을 삭이지 못한다.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북부 산악이 맞닿은 트라이앵글이 세계적인 양귀비 생산지로 악명을 떨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몽족이다.
그 옛날 중국의 윈난성에서 이주해온 몽족이 양귀비 씨와 재배기술을 가져와 오늘날의 마약왕, 쿤샤의 터를 잡아주었다. 몽족의 양귀비 재배 기술은 세계 최고다. 아직도 검은 조직과 끈을 연결하고 있는 몽족이 깊은 산속에 숨어 살고 있어 양귀비 재배에서 손을 뗀 몽족에게 멍에로 남아 있다.

뽕나무를 길러 비단을 생산하고 담배 재배와 양봉을 하는 도이푸이 마을 몽족들에게 화전을 일구는 것은 필연인데 태국정부는 산림훼손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어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치앙마이엔 골프코스가 4개나 있다. 이 작은 도시에 이렇게 많은 골프코스가 있는 것은 이곳이 산악지역이고, 시원해서 방콕 부자들의 피서지가 되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산자락 호숫가의 번듯한 집들은 모두가 방콕 부호들의 별장이다.

치앙마이 최고의 골프코스는 단연코 로열 치앙마이 골프 리조트(Royal Chiangmai Golf Resort)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시원한 들판을 지나는 찻길 30분 거리에 있는 로열 치앙마이는 골퍼들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태국 전통 건축 양식에 현대적 기능성을 조화시킨 클럽 하우스가 웅장하고 멋스럽다.
우선 이 골프코스의 디자이너가 누군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 타이틀인 브리티시오픈을 다섯 번이나 제패한 호주 골프의 아버지 피터 톰슨(Peter Thompson)이 이 멋진 골프코스를 디자인했다.

눈치 빠른 골퍼는 이 골프코스의 생김새를 대충 짐작할 수 있으리라. 피터 톰슨은 링크스 코스를 좋아한다. 바람이 몰아치는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바닷가 풀밭에 홀과 홀 사이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은 평탄하나 언듈레이션이 심한 페어웨이와 그린, 그리고 항아리 벙커!
그러나 치앙마이 지형은 스코틀랜드와 다르다. 피터 톰슨은 나무 사이로 가지런한 페어웨이가 지나고 워터해저드를 가로지르는 미국식 코스에 언듈레이션과 팟 벙커를 집어넣어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를 가미시킨 아름다운 퓨전 골프코스를 설계했다.

이 지역은 원래가 물이 흔한 곳이다. 구덩이를 파서 인공 호수를 만든 것이 아니라 호수와 수로를 따라 페어웨이를 앉혀 어느 홀이나 자연미가 넘친다.
1번 홀 우측에서 만난 워터해저드는 8 ·9번 홀, 16 ·17 ·18번 홀까지 이어진다. 카펫처럼 잘 다듬어 놓은 버뮤다그래스 챔피언코스로 블루티 6,969야드, 화이트티 6,389야드.
치앙마이의 이맘 때는 아침저녁으로 긴소매를 입어야 할 정도로 시원해 골프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LG전자, 3분기 영업이익 7519억원...분기 비교 역대 네 번째

2손병두 前 한국거래소 이사장, 토스인사이트 신임 대표 선임

3이재명 妻 김혜경, '법카 유용' 벌금 300만원 재구형

4유일 '통신 3사' 우승 반지 보유…허도환, LG 떠난다

5"참사 반복해선 안돼" 경찰, 핼러윈 대비 안전인원 집중 배치

6SM그룹 경남기업, ‘광주태전 경남아너스빌 리미티드 공급

7엔젤로보틱스,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 위한 웨어러블 로봇 공개

8KB금융, ‘국제수영연맹 경영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참여

9국민은행, 경기도 포천시에 ‘KB작은도서관’ 개관

실시간 뉴스

1LG전자, 3분기 영업이익 7519억원...분기 비교 역대 네 번째

2손병두 前 한국거래소 이사장, 토스인사이트 신임 대표 선임

3이재명 妻 김혜경, '법카 유용' 벌금 300만원 재구형

4유일 '통신 3사' 우승 반지 보유…허도환, LG 떠난다

5"참사 반복해선 안돼" 경찰, 핼러윈 대비 안전인원 집중 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