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I’ 딥시크 금지령 확산 움직임…충격파는 ‘여전’
삼성‧LG전자 등 국내 기업, 정부 부처‧금융권도 차단
고비용·고성능→저비용·고성능…AI 패러다임 변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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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는 딥시크를 사용할 수 없다. LS그룹은 전사에 지침을 내려 딥시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상태다. 나아가 정부 부처와 정보기술(IT)업계, 금융권 등도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딥시크를 제한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이탈리아, 대만 등에서도 딥시크 사용을 일부 차단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딥시크 사용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당분간 전 세계 반도체·전력 업계에 일으킨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딥시크 등장으로 인공지능(AI) 모델 산업 패러다임이 ‘고비용·고성능’에서 ‘저비용·고성능’으로 변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딥시크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AI 모델 ‘R1’은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출시 직후 화제가 됐다. 딥시크가 오픈AI ‘챗GPT’ 개발비용의 5.6%인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로 R1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다. R1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됐다. H800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H100’의 구형 버전이다.
딥시크가 대규모 투자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높은 성능의 AI 구현을 현실화하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업계에서 통용되던 ‘많이 투자할수록 고성능’이라는 공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최첨단 GPU를 고집한 이유도 컴퓨팅 파워(연산력)와 데이터, 매개변수 등이 클수록 AI 모델 성능이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구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납품하고 있는데, 최첨단 GPU 수요가 줄면 고성능 HBM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식 고비용·고성능 AI 모델 투자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일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감축도 점쳐진다. 저비용은 곧 전력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데, 향후 전력과 전선 등 AI 인프라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딥시크는 ‘R1이 GPT 대비 전력 소모량을 50~75%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저성능·고비용으로 가면 타격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보가 제한적이라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적은 칩으로도 AI 모델 구현이 가능하다면 ‘투자 비용을 얼마나 많이 쓰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출하는지’가 향후 빅테크의 투자 방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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