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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아줌마 근무 현장

中企 아줌마 근무 현장

이레전자 휴대폰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주부사원들.


이레전자, 조립공정 절반 아줌마가 담당… “잔업·특근 마다 않고 이직률 낮아” 서울 구로3공단 한국전자협동 4층에 위치한 이레전자. LCD 모니터와 휴대폰을 생산하는 이 회사에는 정규직원 3백80명 중 60명 정도가 주부사원이다. 관리직을 빼고 생산직 사원만 보면 2백70명 중 55명이 ‘아줌마’다. 무거운 제품을 다뤄야 하는 공정을 제외하고, 비교적 단순한 조립공정만 놓고 보면 아줌마의 비중은 더 높다. 1백여명 중 절반 정도가 아줌마다. LCD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임영숙(43)씨는 3년째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던 다른 아줌마의 소개로 취업했다”며 “회사에서 조립 업무는 여성들이 더 잘한다고 봐서 그런지 주부 근로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LCD패널 조립 업무는 작은 실수만 해도 2백만원짜리 부품을 버려야 하는 등 정교한 조립 절차가 필요한데, 주부들이 공정상의 작은 흠 등을 더 잘 찾아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도 아줌마 직원의 생산성에 만족하고 있다. 이 회사 정문식 사장은 “아줌마들이 맡은 라인의 불량률은 다른 라인보다 20∼30% 낮다”고 설명했다. 안계훈 디스플레이사업부 부장도 “단순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불량률이 높아지기 십상이지만, 아줌마 직원들의 경우 특유의 끈질김과 세심함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줌마 직원이 많다 보니 회사의 근무 분위기가 더 좋아지기도 한다. 조립팀을 비롯해 소속팀의 분위기를 자연스레 이끌어가는 것도 아줌마 직원들의 또 다른 역할이다. 이곳 조립팀에서 젊은 직원들은 임씨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임씨와 함께 근무하는 남자직원 최재형(25)씨는 “임씨가 마치 집안의 어머니처럼 전체적인 작업 진행을 잘 리드한다”면서 “공동 조립의 필수 요소인 팀워크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어린 동료 직원들에게 야단치는 것도, 칭찬하는 것도 친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며 “젊은 직원들도 이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사원들은 주말과 여가시간을 중요시하는 젊은 직원들에 비해 잔업·특근 참여율도 높다. 출고 마감에 쫓기는 회사 입장에서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안부장은 “급한 특근이 생겨도 자기 스케줄을 중시해 특근을 꺼리는 젊은이들과 달리 아줌마 직원들은 사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직원들보다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직률도 젊은 직원들에 비해 월등 낮은 편이다. 김방영 마케팅 담당 이사는 “이곳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아줌마들의 비중이 80% 이상”이라면서 “90년 회사가 설립된 뒤부터 줄곧 근무해 온 이들도 꽤 된다”고 덧붙였다. 아줌마 직원이기에 남자사원에 비해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상식도 이미 깨지고 있다. 김이사는 “같은 일을 할 경우 생산성이 높은 아줌마 직원들에게 임금을 낮게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문식 사장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이레전자 측은 아줌마 직원들을 배려한 행사도 자주 연다. 예를 들어 매년 겨울이면 김장김치 50㎏씩을 아줌마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직장생활 때문에 고단해진 아줌마 직원들이 해야 하는 가사활동 부담을 일부나마 덜어주자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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