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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 ·청중 ·협찬 ‘3박자’갖추면 대박

연사 ·청중 ·협찬 ‘3박자’갖추면 대박

컨퍼런스는 ‘사람 장사’다. 유력 인사를 초청하고 참가자를 많이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주목도를 높이면 유 ·무형의 협찬이 들어온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컨퍼런스는 다보스포럼. 단 닷새 만에 420여 억원을 번다. 국내에서도 경제단체와 언론사들이 활발히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주최 측의 브랜드가 확실해야 사람이 모인다는 점에서 ‘브랜드 장사’이기도 하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가 줄줄이 열리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첫 테이프를 끊은 데 이어 한국능률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신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경총은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서울 호텔신라에서 ‘신부국강병론-2만불 시대를 향한 전략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한국능률협회는 1월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그랜드호텔에서 신년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는 ‘세계를 향해 미래를 향해 다시 뛰는 한국 기업’ 이다. 능률협회는 이에 앞서 1월 22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東京)의 데이고쿠(帝國)호텔에서 열리는 일본 신춘경영자대회에 한국대표단을 보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세계 초일류국가 도약을 위한 도전과 기업경영’을 주제로 내건 신춘포럼을 2월 4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갖는다.

컨퍼런스는 제품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시회와 다르다. 교육 과정과 달리 어떤 ‘콘텐츠’를 받는지 명시하거나 측정하기 어렵다. 또한 회의시설을 갖춰놓고 대규모 회의를 유치하는 컨벤션 산업과도 구별된다. 컨벤션은 행사와 직접 관련된 매출 외에 항공 ·숙박 ·관광 등 산업으로의 유발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제주도가 지난해 3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를 개관했고, 부산 ·광주 ·울산 등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컨벤션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언론계에서는 SBS가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한 신문사의 간부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일이 화제가 됐다. 컨퍼런스도 컨벤션처럼 사업으로 유망할까. 수익을 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다보스포럼을 들여다보면 컨퍼런스 산업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1월 말에 여는 국제회의. 정식 명칭은 ‘WEF 연차총회’인데, 스위스의 관광도시 다보스에서 개최된다고 해서 다보스포럼으로 불리고 있다. WEF의 2004년 연차총회는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94개국에서 2,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 총회의 주제는 ‘안전과 번영을 위한 공조’. WEF 측은 다보스포럼을 ‘정상회담 중의 정상회담’이라고 강조한다. 허사가 아니다. 올해도 세계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가 원수로는 폴 마틴(Paul Martin) 캐나다 총리, 네스토르 키르히네(Nestor Kirchner)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Pervez Musharraf) 파키스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미국 대통령도 왔다. 국제기구에서는 코피 아난(Kofi Annan) UN 사무총장과 패트 콕스(Pat Cox) 유럽의회 의장 등이, 정부 각료에는 도널드 에반스(Donald Evans) 미국 상무장관, 토미 톰슨(Tommy Thomson) 미국 보건장관, 프란시스 메르(Francis Mer) 프랑스 재무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는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이 갔다.



국내 컨퍼런스, 참가자 수가 제약

참석자의 절반 이상은 기업인이 차지하고 있다. 재계 유력 인사로는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휼렛패커드 회장,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닛산자동차 사장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용경 KT 사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이용태 TG삼보컴퓨터 명예회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이병훈 남양알로에 사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이덕훈 우리은행장,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 김한섭 KTB네트워크 부사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세계 각국에서 이렇게 많은 기업인들이 모이는 유인은 뭘까. WEF 한국자문역을 맡고 있는 여현덕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한 자리에서 세계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난다면 시간과 돈이 더 들 겁니다. 약속을 잡기도 어렵지만요. 또 하나의 유인은 이들 리더가 생각하는 향후 경제 동향과 비즈니스 추세를 접할 수 있다는 겁니다.”

WEF의 연 수입은 5,000만 스위스프랑(약 48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인사의 강연료에서부터 170여 명인 사무국 인건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출을 제하면 얼마나 남을까. WEF는 웹사이트에서 매년 수입의 5~10%를 신규 사업을 위한 예비비로 남겨둔다고 밝혔다. 비영리법인이긴 하지만, 매출의 최대 10%를 순이익으로 거두는 셈이다.

WEF에 비하면 국내에서 개최되는 컨퍼런스는 규모도 작고 수지도 맞지 않는다. 능률협회 문정진 경영자교육팀장은 “컨퍼런스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하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능률협회가 지난해 처음 연 신년 포럼에는 120명밖에 참가하지 않아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행사장 사용료를 비롯한 고정 경비는 참가자 수에 무관하게 나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경련에서 컨퍼런스를 주관하는 국제경영원(IMI)의 김송식 회원사업팀장은 “돈을 남기려는 취지가 아닌 행사를 놓고 수익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회원사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입만큼만 지출하고 비용만큼만 참가 경비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경제단체에서 여는 컨퍼런스 가운데에는 매년 여름 제주도에서 3박4일로 개최되는 행사의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전경련과 능률협회의 하계 세미나에는 각각 4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비는 두 행사 모두 회원 130만원, 비회원은 150만원을 받았다. 참가비 외에 다른 수입이 없어 ‘매출’은 5억여원을 기록했다. 5억여원은 행사장 사용료와 초청 연사 20여 명의 항공 ·숙박 ·강연료, 그리고 자료 제작비 등으로 다 나갔다.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연사를 초청하면 참가자를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문 팀장은 “올 사람은 한정돼 있고 매년 여름에 비슷한 행사가 10건 가까이 열리는 상황에서 초청 경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보스포럼 하루 84억원 ‘매출’

컨퍼런스가 비즈니스로 갖춰야 할 조건은 단순하다. 사람이 사람을 부른다. 유력 인사가 오면 자연히 참가자도 늘어난다. 협찬사도 많이 붙는다. 규모가 커지면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기획한다. 언론매체의 관심을 끌고 일반인에게도 알려진다. 선순환이 이뤄진다.
다보스포럼은 바로 이런 과정을 밟아 성장했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회장은 1971년에 포럼을 출범시킨 뒤 몇년 동안 유명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온종일 전화통에 매달렸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140여㎞ 떨어진 인구 1만3,000명의 소도시 다보스가 국제회의 도시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보스포럼은 80년대부터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로 발전했다.
다보스포럼의 주요 수입원은 기업 ·단체 회비와 참가비. 기업과 단체 회원 1,000여 곳에서 각각 연간 3만 스위스프랑(약 2,880만원)을 받는다.

한국의 기업회원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SK(주) ·효성 ·한솔 ·대성 ·이수화학 ·TG컴퓨터 ·우리은행 ·KTB ·무역협회 ·매경 등 14개. 참가비는 소속 기업이나 단체가 회원이면 1인당 1만4,000스위스프랑(약 1,344만원), 회원이 아니면 3만 스위스프랑이다. 숙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초청한 정부나 국제기구 관계자에게서는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기자도 참가비가 면제되지만 제한적으로만 세션에 참여할 수 있다.

참석자 가운데 기업인 1,000여 명은 대부분 회원사 경영자들이다. 연간 회비와 참가비는 모두 4,400만 스위스프랑(약 422억원)에 이른다. 하루로 치면 약 84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WEF는 연차총회 외에 매년 지역별 컨퍼런스를 연다. 올해엔 4월 말에 유럽 경제정상회의를 열고 5월에는 요르단에서 포럼을 개최한다. 지역별 컨퍼런스를 합하면 수입 규모는 더 커진다.
WEF는 협찬사들에게서 도움을 받아 경비를 절감한다. 다보스포럼 협찬사는 70여 개. 협찬사는 행사 기간에 전화 ·컴퓨터 ·팩시밀리 ·폐쇄회로 TV ·멀티비전 ·음료 등을 지원한다. 전략적 협찬사로는 코카콜라 ·ABB ·아우디 ·보잉 ·시스코 시스템스 ·DHL ·나이키 등이 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매거진 포브스(Forbes)가 주최하는 CEO컨퍼런스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매년 아시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포브스 글로벌 CEO컨퍼런스는 연사와 참석자, 후원사 등 ‘3박자’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 경제에서의 중국 요인’이라는 주제로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포브스 컨퍼런스에는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인도 ·한국 등에서 400여 명의 CEO들이 참석해 다양한 주제의 강연과 토론, 여흥 프로그램을 즐겼다. 참가비는 5,000달러를 받았지만 최고급 호텔(그랜드 하얏트 상하이 호텔) 숙식에 협찬사로부터 BMW 리무진이 제공되는 등 고급스런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05년에는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컨퍼런스는 매경의 지식포럼. 매경 지식포럼은 매년 10월 셋째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지난해 지식포럼에는 연사 117명을 포함해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매경 성철환 지식부장은 “이전에 국제컨퍼런스가 열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규모와 격을 갖추기는 지식포럼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전의 다른 행사들은 각각의 강연을 연관성 없이 나열하는 방식이었다고 성 부장은 덧붙였다.
매경은 “지식포럼은 수입과 지출이 각각 20억원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은 참가비와 협찬이 비슷한 비율로 한 사람당 참가비는 250만원.

지난해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KT&G ·국민은행 ·IBM ·포스코 ·서울시 ·대한항공 등이 협찬했다. 부대사업으로 행사를 담은 CD를 참가비의 70%에 판매하고 있지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주요 지출 항목은 행사장 ·설비 임대 비용과 강연료. 행사장 ·설비 임대 비용을 6이라고 할 때 강연료는 4가 들어간다. 지식포럼도 다보스포럼처럼 컨설팅회사와 제휴해 세부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포브스 ·파이낸셜 타임스 ·CNBC 등 제휴 언론매체는 무료 광고 등을 통해 지식포럼을 지원한다. 성 부장은 “자비 부담 참가자를 1,000명 이상으로 늘리려면 외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오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축적해 ‘스타 리더’를 많이 초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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