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세호 철도청장 미래경제포럼 강연… “막힌 경제 우리가 뚫는다”
[포럼]김세호 철도청장 미래경제포럼 강연… “막힌 경제 우리가 뚫는다”
“물류 중심국, 조건보다는 의지” 하지만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자신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객관적인 조건은 탁월하다. 그러나 비관론에 빠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물류 중심국이 될 수 없다. 상황을 보자. 우리의 지리적 조건을 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럽과 미주지역을 펼쳐놓고 그 중심을 찾아보는 것이다. 바로 우리나라다. 남들은 ‘아시아’라 부르지만 따져보면 동남아시아도 아니고 서남아시아도 아니다. 동북아시아, 그중에서도 우리나라가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인천공항이 허브공항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말이 안 된다. 인천공항은 이미 세계 굴지의 공항으로 인정받고 있다. 누구도 동북아 허브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상한 얘기지만 우리는 우리 것을 자꾸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 면에서 세계 3, 4위를 다투는 세계적 항구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2위권인 것에 비춰보면 상당한 수치다. 클레인이 무너지고 파업으로 제 기능를 다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항구 전체가 망가지지는 않는다. 물류도 경제도 쉽게 잃거나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고속철도다. 서울-부산이 2시간40분, 서울-목포가 2시간58분 걸린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서해안 고속도로로 가면 목포까지 3시간 걸리는데 고속철도가 뭐가 빠르냐”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성’ 면에서는 다르다. 자동차로 가면 목숨 걸고 가야 3시간이고 시내까지는 3시간40분을 잡아야 한다. 부산이나 목포의 경우 고속철도는 지금보다 시간은 1시간 이상, 비용은 60% 이상 절감된다. 고속철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이 안전 문제다. 처음 운전을 하게 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와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것이 아니다. 고속철은 하루 1백20∼1백40회 운항될 것이다. 하지만 개통 전부터 하루 1백회 이상 뛰었다. 실제 상황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모두가 ‘안전’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 정도 얘기해도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안전’과 관련해 몇 가지를 더 얘기하고 싶다. 차와 관련해서는 검증된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스에서 이미 1980년대부터 운영을 하고 있던 것이니 검증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 경험은 일천하다. 그러나 철저히 훈련을 쌓았다. 프랑스 기관사도 놀랄 정도다. 고속철 운전기사는 기관사 경력만 5년 이상으로 부기관사 경력까지 합하면 15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몇몇은 프랑스에서 5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 비행기 운항에 쓰는 것만큼 두꺼운 매뉴얼을 달달 외웠다. 또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관사 교육도 한다. 시뮬레이션이 비행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음과 진동까지 똑같은 시뮬레이션이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프랑스에서 사람을 데려와 검증까지 받았다. 기관사 전원이 합격점을 받았다. 게다가 열차는 위험 상황에서 자동으로 멈춘다. 바퀴도 망치로 때려가며 사람이 검사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열차는 스스로 멈춘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또 하나가 경제 효과다. 경제 편익을 추계해 보니 물류비와 교통혼잡비를 포함해 연간 1조8천억이 절감된다. 불황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속철은 빠르다. 지금까지 전국이 1일 생활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려웠다. 고속철도를 운용하면 명실상부한 1일 생활권이 된다. 하루 세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서 목포 앞 홍도나 흑산도를 관광한 뒤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수도권 분산 효과 커 고속철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문제도 말씀드리고 싶다. 고속철도의 효과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인데, 이는 곧 수도권 집중과 관련된다. 즉, 고속철도 때문에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수도권 집중을, 다른 한편에서는 수도권 분산을 말해 혼란을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속철은 수도권 집중과 분산 모든 부분에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집중보다는 분산 효과가 더 크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수도권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수도권 집중 효과가 있다 해도 일시적일 뿐이다. 이를테면 쇼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 고객이 명품을 사기 위해 서울로 올 수는 있다. 물론 이 경우 일시적 집중 현상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거주는 오히려 지방에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 집중, 항구적 분산 효과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고속철의 효과를 알아보겠다. 우선 생각할 것이 일반 철도의 활용이다. 고속철은 주로 여객을 위한 것이어서 일반 기차는 화물용으로 대체될 것이다. 대부분의 효과는 2008년쯤 나오겠지만 지금 당장도 화물 운송능력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화물운송 능력의 제고는 인천항이나 부산항 등 국내 항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먼 미래를 봐야 한다. 이를테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중요하다. 시베리아 철도의 가장 큰 외국 고객은 바로 한국이다. 러시아가 한국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몇 년 전 채무 상환 관계로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 철도는 주요 의제가 아니었는데, 러시아 부총리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철도였다. 남북한 연결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를 연결하자는 것이었다. 유럽까지 7∼10일 단축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수송만 잘하면 배로 유럽에 가는 것보다 시베리아철도가 훨씬 싸고 빠르기 때문이다. 부산항에서 유럽 노테르담만까지 가는데 19일에서 25일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면 9일에서 15일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산항에서 블라디보스톡항을 거쳐 시베리아철도를 이용하면 열흘에서 1주일이 단축된다. 시베리아 철도와 우리 철도의 폭이 달라 문제라고 하지만 화물을 한 번 내렸다 다시 실으면 그만이다. 또 경의선 철도는 거의 완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동해선까지 한번에 개통하자는 바람에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북한 기차가 늦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역시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다. 객관적인 조건은 이미 모두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예로 일본 규슈 지방을 보자. 규슈 지방에서는 한국에 고속철이 생겼다고 기대가 크다. 각 역마다 안내판을 써붙였을 정도다. 왜 그렇겠는가. 그들은 후쿠오카항과 부산항의 페리호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 여객선을 이용한 고객은 30만명에 이른다. 고속철도가 생긴 올해, 고객은 5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물류기업도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남북철도가 연결될 것에 대비해 한국에서 들여올 자동차용 특수 열차를 제작하고 있다. 또 벌써부터 폴란드 물류기업들은 남북철도 시대를 대비해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사의 물류기지를 이용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과연 물류 중심국이 될까” 하며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이상한 일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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