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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차질없이 집행해 탄핵 정국 불안감 해소”

“투자 차질없이 집행해 탄핵 정국 불안감 해소”

‘재계 총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탄핵 정국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 회장에게 위기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을 비롯한 각 경제단체의 회원사들은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대선자금 수사로 재계는 아직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자금 제공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것도 강 회장의 책임 가운데 하나다. 참여정부와의 협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틀도 다시 손질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전경련 간부회의를 끝내고 나온 강 회장의 얼굴에 긴장이 감돈다.

-탄핵 정국에다 검찰 수사까지 겹쳐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검찰에) 3번 찾아가서 선처를 호소했죠. (검찰 수사가) 한 5개월 됐죠. 조사를 5개월씩 하고, 날마다 톱 뉴스로 나오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국가에 뭐가 도움이 됩니까. 빨리 끝내야죠. 조사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의) 책임자 아닙니까.”

-검찰 쪽에서 CEO 수사는 국가적 견지에서 조심스레 접근을 하는 것 같습니까.

“검찰총장에게 바쁘신데 자꾸 찾아와서 미안하지만 짧게, 경(輕)하게 해주십시오 라고 부탁드렸어요. 자꾸 가서 얘기하니까 총장도 검사들에게 너무 엄하게 하지 말고, 사정을 잘 따져서 될 수 있으면 선처하는 방향으로 하라고 말을 했대요. 국민이 판단할 때 이만하면 공정하구나, 검찰이 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선에서 말이죠.”

-경제계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하도 혼이 났고, 정치자금법도 개정됐지요. 앞으로 많이 나아질 겁니다. 또 이제는 합법적인 돈 아니면 ‘톱’도 이렇게 저렇게 쓰자고 함부로 말을 못할 겁니다. 법이 없다면 또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될 수 있잖아요. 정치자금법이 개정됐으니 그 테두리 안에서 대응해야죠. 자기가 자꾸 불려가는데 귀찮아서라도 불법을 저지르진 않을 겁니다. 회사도 범죄집단처럼 비칠텐데 말이에요.”



일본 재계의 정치자금 제공 방식 참고할 만

강 회장은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한겴?재계회의 때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의 정치자금 관리에 대해 알아보았다고 말했다.
“일본 재계는 주요 정당에서 (경제 정책 등) 하는 일을 심사한대요. (정책추진을) 잘하는 당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정치자금을 갖다줍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당을 평가해서 (정치자금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꼭 필요한 정치자금은 내겠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검찰 수사가 매듭지어 가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일 텐데.

“맞습니다.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 됐어요. 무엇보다 장래를 알 수 없다는 거죠. 내일 누구와 약속을 하는 것도, 경제도 그렇고…. 그래서 불안한 겁니다.”

-탄핵 정국 아래에서 재계가 대(對)정부 관계를 원활히 꾸려가고 재계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해 경제를 안정시켜 불안감을 조기에 해소하는 데 노력할 겁니다. 이를 위해 전경련 사무국에 경제상황점검반을 구성, 실물경제 동향을 점검하고 있어요. 또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올해 투자계획을 차질없이 집행하고, 수출과 고용 안정에도 적극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헌재 부총리 취임 후 재계와 정부 사이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까.

“회장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만, 재정경제부 ·과학기술부 등과 아주 가까워졌어요. 앞으로 손 잡고 나가자고 합의도 봤는데. 가령 이헌재 부총리는 정부 쪽 연구원을 전경련 쪽에 보내 경제사정을 파악한 뒤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말할 정도입니다. 큰 프로젝트죠. 예를 들어 무역회사도 포함하고 해외 자본도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적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는 거죠. 관광단지도 조그만 게 아니라 큰 것 하자는 식으로 말이죠.”

-강 회장께서 관심이 많으신 기업도시(Company Town) 건설도 정부와 함께 고민할 문제일 텐데요.

“삼성 쪽에서 관심이 많고 또 만든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현명관 부회장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클러스터(Cluster ·산업 간 집적거점)라는 말이 있지요. 독일의 경우 주방용 칼 등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조그마한 도시가 있어요. 아주 오래된 도시인데 그런 것이 하나의 클러스터로 커진 사례이지요. 얼마 전에 올해 무역수출회의를 경북 구미에서 가졌어요. 구미에 가보니 도시로도 꽤 크고 구미 시장이 해외 자본도 많이 유치하고, 연구소는 없지만 대학도 있고, 클러스터로는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일본에서도 인구 5만~1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가 해외 자본을 유치해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도시와 제품 모두 명성을 날리는 제도를 생각하고 있더군요. 중국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요.”

-우리도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습니까.

“이미 기업도시추진위원회가 발족됐어요. 거기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죠. LG전자가 파주에서 필립스와 손잡고 전자타운을 만들죠. 그게 완성되면 2만5,000명의 신규 고용이 생깁니다. 그런 걸 키워나가면 기업도시가 될 수 있겠죠.”

-일본 등에서는 지역에 기업 이름까지 붙여주는데.

“일본의 도요타(豊田)시가 대표적인 사례죠. 도시 전체가 자동차를 만드는 데 집중돼 있어요. 은행 등도 도요타가 놀면 놀고, 도요타가 일하면 일요일에도 문을 엽니다. 그야말로 기업도시죠. 쇼핑 ·오락 ·의료 시설 등은 당연히 갖춰져 있고. 심지어 공항도 만든다죠.”

-기업도시 정책이 추진되도록 회장께서 어떤 역할을 하실 계획입니까.

“전경련 자체는 실무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 해당 기업이 그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 도시에 맞는 산업이나 상품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진행할지, 그리고 어떤 기업이 적임자인지 등을 파악해 키워나갈 겁니다.”

-지금도 전경련이 국가정책 과제를 설정하고 제안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연구하는 내용을 정부에 많이 제안하고, 그것이 좋다면 정부에서도 받아 줄 겁니다. 서로 윈-윈이 되도록 해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무드가 아주 좋습니다. 뭐든지 다 얘기하자는 분위기예요.”

-전경련에서 싱크탱크 기능을 더욱 강화해 나갑니까.

“기업이 실무자죠. 정부는 구상하는 기획자이고요. 같이 해야 되겠죠. 이 부총리가 구상이 참 많으시더군요. 그 양반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자는 말을 많이 해요.”



강신호 회장은 누구인가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1932년에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서 문을 연 조그마한 약가게인 ‘강중희 상점’을 국내 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키워낸 인물이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나온 그는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동아제약이 도산 위기에 놓이자 경영자로 방향을 틀었다. 선친인 강중희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뒤 75년에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제품 개발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그는 자신이 직접 작명까지 할 정도로 애정을 쏟은 박카스의 성공으로 도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이른바 ‘박카스 신화’의 주역이다.

81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동아제약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초에 차남인 문석 씨에게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면서 동아제약의 3세 경영체제를 열었다.
강 회장은 92년에 한국산업진흥협회 회장에 취임, 민간연구소 설립사업을 벌여 취임 당시 1,000여 개에 불과했던 기업연구소를 10여 년 만에 1만 개로 늘리는 데 기여했다.


총선 뒤 정부와 구체적 협력방안 논의

-전경련을 재단법인으로 바꿔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와 같은 기능을 갖도록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요.

“현재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총리도 해외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오니까 우리도 대항마로 재단을 하나 만들어야 되지 않느냐고 제안하더군요. 이런 얘기까지 오갈 정도로 정부와 전경련이 가까워졌습니다. 선거만 끝나면 우리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논의가 있을 겁니다. 중국에서 싸고 좋은 물건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제 재래제품 갖고 경쟁하기는 어려워요. 과학기술 등을 활용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죠. 노벨상을 받는 사람도 나오고, 우리들의 연구 결과로 10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물건이 나오도록 정부와 재계가 나서보자는 거죠.”

-경제계도 힘을 모아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단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을 갖고 계십니까.

“글쎄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상공회의소는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통합이 어렵지요. 경총은 노사 문제를, 무역협회는 무역을 다루는 단체입니다. 그런 기능을 모두 전경련에 흡수해 다룬다는 게 좋겠는지. 현재 (통합에 대한) 말은 있지만 구체적인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상태에서 힘을 모아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각자 역할을 해나간다는 뜻입니까.

“단결만 된다면 그대로 가도 좋지 않을까요. 하나로 묶어 거기서 모두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특색을 잘 살려나간다면 현재 상태로 괜찮지 않을까요. 예컨대 내과에 심장내과가, 외과에도 흉부외과가 있듯이 5개 단체 정도면 의견만 잘 맞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단체들끼리 협력도 중요하지만 전경련 회원 간 단합이 급선무일 텐데요.

“회장단 회의 ·상임위원회 ·분과위원회 등 여러 기구와 행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큰 기업끼리 오순도순 자주 만나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 걱정입니다. 삼성·LG ·현대차가 문제죠. 서로 개성이 강해서인지…. 경쟁은 경쟁이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건 다른 차원인데 말이죠.”

-그래서 회장께서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건희 삼성 ·구본뮤 LG ·정몽구 현대차 회장 세 분만 뭉치면 됩니다. 서로 취미라도 같으면 좋겠는데. 구 회장은 술을 잘 드시지만, 이 회장은 그렇게 즐기지는 않으시고…. 또 정 회장은 잘 어울리지 않으시죠. 어떻게 하면 세 분이 단합되도록 할까 고민 중입니다. 골프 모임을 자주 가질까. 아무튼 연구 중입니다.”

-일본 게이단렌의 경우 사업에서는 경쟁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적극 협조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잘하죠. 그런 문화를 조성해야죠. 예를 들어 약업계의 경우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석에서 모이면 그렇게 잘 지낼 수 없습니다.”



“경제정책 1순위는 소비 회복에”

-탄핵안 가결로 노 대통령이 한편으론 여유를 가지고 지내게 됐습니다. 대통령이 좀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대통령께서 말씀을 지금의 10분의 1로 줄이면 인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듣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한두 가지 정도만 말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경제와 관련해 따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만 너무 처져 있어요. 다른 나라 경제는 회복 기미가 뚜렷한데 말이죠. 특히 소비가 문제입니다. 중국에서도 소비가 굉장히 활발해요. 소비를 진작시킬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또 투자를 늘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당장은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도 늘려야죠. 정책 목표를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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