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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쟁 격전의 현장

전자전쟁 격전의 현장

삼성SDI 천안공장.
PDP TV 시연 모습.
SKC 천안공장 2차전지 연구실.


“전선 넓혀라, 전면전 벌인다”
디스플레이·반도체·2차전지 등 日 압박… 무역적자 증가, 낮은 국산화율은 과제
한국과 일본 간 전자산업의 전선이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열쇠로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운 지 오래다. 한국도 디지털산업에 미래를 걸었다.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양국이 맞부딪히는 분야도 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승부. 그래서 한·일 전자전은 양국의 미래가 걸린 숙명의 대결로 비춰진다. 주요 전자산업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는 일본의 파이를 갉아먹고 들어간 성격이 강하다. 더욱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황금 시장에서의 연속된 참패가 일본에는 쓰라릴 수밖에 없다. 현재 주요 첨단산업의 양국 좌표만 보자면 일본이 공한증(恐韓症)에 휩싸였다는 분석이 그리 성급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기기 등에서 일본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것은 대기업 위주로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LG 등의 전자업체들이 일본의 거대 메이커들을 상대로 맞싸우면서 이룬 실적에 대해 선진 각국에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양국 전자업계의 치열한 전투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늘어나는 대일 무역적자가 문제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190억 달러. 이 중 부품·소재 분야만 136억 달러, IT 부문은 45억2,000만 달러가 적자다. 반도체 분야만 놓고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의 대일 반도체 무역적자폭은 지난해 21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 전자산업의 핵심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이 매년 기술무역 부문에서 2조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반면 일본은 지난 2002년에만 6조8,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심 부품의 높은 수출의존도로 부가가치 창출이 미약하다”며 “원천기술과 표준화의 국제기반이 취약해 기술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 간 전자산업 기술력 격차도 아직은 적지 않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백색가전 등의 기술은 대등한 수준까지 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반적으로는 일본이 앞서 있다. 일본이 국제경쟁력 상실에 대한 반성과 고민을 마치고 핵심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세계 전자산업의 밑그림은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술력 외에 고급 인적자원 보유·R&D 투자·마케팅 능력·기업 브랜드 등에서도 일본이 한국보다 한수 위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추격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10년 후 먹을거리로 150여개 차세대 동력상품을 육성한다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말했다. “줄이고 줄여 정말 잘할 수 있는 신수종 산업을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일본은 이미 나노·바이오·환경·로봇·디지털기술 분야에 상당한 기술개발 진척이 있고 선진 기술국도 마찬가지”라면서 “정부나 전자업계가 차세대 산업의 키워드를 경쟁이 아닌 선진국과의 협업과 분업으로 방향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CD 이어 PDP도 일본 누른다
디스플레이… OLED까지 앞서면 전 분야 세계 1위
한국과 일본 전자업계의 최대 격전장은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향후 몇 년간 고성장이 예상되는 핵심산업으로 올해 세계 시장은 지난해보다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LCD·PDP·유기EL과 디지털TV 완제품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LCD만큼은 한국이 확실한 우위다. 2003년 세계 LCD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약 45%, 일본은 20% 남짓이다. 특히 TFT-LCD의 경우 올해 한국이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LCD 시장은 규모 면에서 올해 460억 달러를 넘어서 메모리 반도체(450억 달러) 시장을 추월할 것이 예상되는 ‘노른자위 산업’이다. 한국은 지난해 LCD로만 91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반면 일본에게 LCD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0년 37.1%대 51.9%였던 한국과 일본의 LCD 시장점유율은 2001년을 기점으로 역전되면서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특허분쟁이 한·일 간 통상마찰로 비화된 PDP 분야에서도 한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디스플레이뱅크 자료에 따르면 PDP 생산능력에서도 올해 한국은 일본을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시간이 가면서 일본과의 격차를 점차 늘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메릴린치가 전망한 올해 PDP 시장 점유율 예측은 일본의 위기감을 잘 설명해 준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와 LG전자가 각각 24%, 23%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본은 마츠시타(17%)·FHP(14%)·NEC(10%)·파이오니어(6%)가 한국을 추격하는 양상이 될 전망이다. 결국 지난해 61%를 차지한 일본의 PDP 시장 점유율은 올해 47%로 떨어지고 한국은 지난해 32%에서 올해 48%로 일본을 제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02년 1억 달러 규모에서 2006년 20억 달러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OLED(유기EL)에서도 한일 양국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OLE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이 시장은 삼성SDI와 일본 NEC가 SNMD라는 합작사를 지난 2001년 설립, 공동보조를 맞춰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삼성SDI가 SNMD의 NEC 지분 49%를 전량 인수한 후 삼성OLED라는 이름으로 독립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돌입했다. 삼성SDI 측은 319억원에 NEC 측의 특허기술까지 매입했다. 지난해 OLED 시장에서는 일본 파이오니아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했고, 삼성OLED는 33%를 점유했다. 일본이 주도해 왔던 디지털TV 시장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시장 규모가 161억 달러로 2002년 48억 달러 대비 300%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소니·마츠시타·샤프 등 일본 전자메이커들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이 선전하면서 일본 전자업계가 경고등을 켠 상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 국내 디지털TV 수출액은 3억6,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0.7% 증가했다. 정부와 업계는 국외 현지생산량까지 포함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년 늦었지만 대등한 경쟁
2차전지…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미흡
한·일 양국은 2차전지 시장에서도 치열한 ‘전자대전’을 벌이고 있다. 2차전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함께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핵심전략 산업으로, 한·일 양국 모두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자금으로 ‘융단폭격’ 중이다. 2차전지 시장은 2002년 기준 일본이 전 세계의 약 70%를 차지했다. “핵심기술뿐 아니라 공정과 양산기술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일본은 1991년부터 리튬이온계 2차전지를 상용화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반면 한국은 9년이나 늦게 뛰어들어 기술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하지만 삼성SDI·LG화학 등이 분전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가는 추세다. 때문에 2차전지 시장도 한·일 양국만 비교한다면 일본 약세·한국 강세의 그래프가 그려질 전망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2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9.4%포인트 끌어올린 28.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54.5%로 반타작 조금 넘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협정 끝내고 시장 뺏기 돌입
반도체… 삼성 등 비메모리 분야 본격 진출
반도체 전선(戰線)도 심상치 않다. 그 동안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일본은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식으로 ‘평화협정’을 지켜왔지만 서서히 상대방의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5.3%, 1.7%였다. 메모리반도체 분야만 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 3분의 1(삼성전자 25%, 하이닉스 8%)을 커버한다. 특히 D램은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45%에 이른다. 일본은 5% 수준이다. 일본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전통적 강국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분야는 80%를 차지한다. 그만큼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장악력이 높다. 올해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반도체 공급국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업체로는 히타치와 미츠비시가 합작 설립한 르네사스 테크놀로지가 지난해 79억 달러로 삼성전자에 이어 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도시바는 73억 달러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일본 D램 시장의 자존심인 엘피다메모리는 세계 D램 시장에서 4%를 점유하며 선전했다.

카메라폰 시장 경쟁 본격화


휴대폰… 기술력·마케팅력 대등
한국의 수출 효자품목인 휴대전화기 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기술력에서는 대등하다는 평가다.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에 따르면 2003년 휴대폰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0.8%, 5.3%를 차지해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매출액 기준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본 휴대폰 업체들은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첨단 휴대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카메라폰 분야에서 일본은 NEC가 15.5%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모두 7개 업체가 10위권 내에 들었다. 비록 한국의 삼성전자가 3위(11.8%)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LG전자(1.4%)와 팬택앤큐리텔(0.8%)은 각각 14, 15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본의 산요·교세라 등이 한국이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는 CDMA 시장에 가세하면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추세다.

용어설명

■TFT-LCD(초박막액정디스플레이):컴퓨터·TV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평판 디스플레이의 일종. 동작 전압이 낮아 소비 전력이 적고 휴대용으로 쓰일 수 있다. 올해 시장 규모가 3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대화면·박형·고화질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소자. 50인치 정도의 대형화면에 선명한 화질을 내기 때문에 디지털TV나 PC용 디스플레이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말 삼성SDI·LG전자·오리온PDP·UPD 등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유기발광 재료에 전류를 가하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성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로 유기EL이라고도 한다. 자체 발광으로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얇고 가벼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2차전지:종이처럼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어떠한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는 안전한 전지다. 리튬이온전지와 리튬이온폴리머전지 등이 현재 개발된 2차전지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휴대전화·PDA·노트북 PC 등에 두루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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