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가 : 비즈니스]자동차 산업에 몰려드는 ‘불나방’
[중국기업가 : 비즈니스]자동차 산업에 몰려드는 ‘불나방’
“가격경쟁이라면 자신 있다” 이 영역에 뛰어든 신참들은 승용차 제조를 선호한다. 부가가치가 트럭 등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액수는 상대적으로 승용차가 크다. 오커스가 인수한 선양(瀋陽)의 솽마(雙馬)자동차에는 승용차 생산라인이 없다. 오커스 측은 그러나 “2005년에 우리는 승용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곡절 끝에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미래를 낙관한다. 오커스그룹 기획팀장 황장웨이(黃江偉)는 “요즘 민영기업의 상황은 과거와 너무 다르다. 오랫동안 가전제품 제조에 종사했지만 우리 그룹의 현 상황이 요즘의 자동차 회사에 비해 과연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들 ‘비전문가’들에 대한 우려는 자금 부분이 아니라 기술 영역에서 비롯된다. 전혀 생소한 업종에 엄청난 액수를 투자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하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런 우려를 비웃는다. “원래 우리도 자동차를 만든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편다. 예컨대 칭녠(靑年)그룹은 버스를 제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리에 승용차를 생산한다는 논리이고, 충칭 리판그룹도 본래 업종이었던 오토바이 제조가 자동차 제조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오커스는 완벽한 부품 조립 경험이 있다든가, 비야디는 전지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전동차 제조에 나설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신참들이 자동차 산업 자체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동차 산업의 이윤 전망과 기술의 난이도·시장 등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커넬사 상하이(上海)지사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회사의 2002년 평균 이익률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이 지사의 쑨젠(孫健) 부사장은 “자동차 수입 쿼터가 취소되고 관세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이 숫자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새로 자동차 제조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중·고급 승용차의 이윤율이 30%, 저가 승용차의 이윤은 10%에 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환상이 이들 신참 자동차 회사들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브랜드보다는 생존이 중요 예를 들면 오커스의 경우 2003년 선양 솽마를 인수한 이후 한 달 뒤 SUV 차량을 생산했다. 인수 조인서에 사인도 마치기 전에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개발도 아니었다. ‘앞을 조금 고치고 내부 장식을 일부 바꾸는’식이었다. 커넬사 쑨젠 부사장은 이에 대해 “연구개발을 크게 줄이는 것은 제품의 안전에 상당히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도 이들 기업들은 ‘자신 있다’는 태도다. “에어컨에서도 후발주자였지만 우리는 가격을 파괴하면서 결국 우세를 지키지 않았느냐”(오커스), “가격 경쟁에 자신 있다. 세계 어느 업체와도 이 부분에서 겨룰 자신이 있다. 해외시장도 결국 우리가 빼앗을 것”(비야디), “WTO 가입 이후 다국적 기업이 늑대와 호랑이로 변해 들어올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거꾸로 늑대와 호랑이가 될 수 있지 않느냐”(저장 진화그룹) 등이다. “소비자의 요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브랜드에 대한 춘란그룹 쑨칭 부총재의 단언이다. “생존이 중요하지 브랜드가 왜 먼저냐? 브랜드는 한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커스 판매회사 판청웨이(樊成偉) 부사장은 “어차피 기술에선 열세다. 따라서 브랜드 운운할 때가 아니다. 단지 서비스에서 한몫하는 게 급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중국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 수준은 매우 열악하며, 오커스는 이를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에어컨 부분의 서비스를 대폭 확충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기획팀장 황장웨이는 “브랜드는 나중이다. 성능이 벤츠에 버금가면서 가격도 저렴하다면 브랜드를 굳이 따질까?”라고 반문한다. 그는 또 “우주선이 하늘로 올라가는데 지금 우리가 비행기의 동력 원리를 연구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대부분은 현재 저가 승용차 제조에 먼저 착수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사전에 약속한 의무사항을 이행할 때가 되기 전에 저가 자동차 판매로 자금력을 확보한 뒤 가격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2개 업체만 살아남는다” 이들의 제조가격 우위는 일단 인건비와 법률 미비로 인한 연구개발 시간 단축 등에서 나온다. 하지만 인건비는 자동차 제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으며,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로 그나마 폭이 좁아지고 있다. 연구개발 단축과 신속한 생산 등의 우위도 기술적인 진보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마냥 지속되기 힘든 부분이다. 커넬사 쑨젠은 이 세 가지 요인 때문에 과거 중국 기업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 문턱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나라 회사들이 36개월 걸려 만드는 자동차를 6개월 만에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문제는 브랜드 하나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투자가 들어가야 이름 값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본격적인 브랜드 경쟁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래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공급과잉이다. 올해 중국 승용차 생산량은 260만대다. 기존 재고가 더욱 늘어날 것은 뻔하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자신감은 대단하다. 비야디 판매사의 샤즈빙(夏治氷) 부사장은 “외국 컨설팅 회사들의 전망은 상당히 오버할 때가 많다. 실제 상황에 부딪치면서 생존하는 기업이 사실상 강하다. 투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외국 회사들이 정확할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계속 몰려들고 있지 않느냐. 결국 중국의 시장이 신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자동차가 규모산업이면서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이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비야디는 에너지 절감형 자동차로 승부를 걸어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이라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경쟁 가열화에 대해서도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은 합자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시장 상황이 좋아 합자 쌍방간에 의견충돌이 없지만,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경쟁이 가열화하면 합자 쌍방간에 다툼이 이어지고 따라서 정책 결정에서 순수 민영이자 단독투자 상태인 우리에게 속도에서 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세운다. 커넬사의 쑨젠은 “이들 가운데 한두개 업체가 미래에 다국적 거대사와 경쟁을 벌이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딘가 자신감이 결여돼 있는 어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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