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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서비스 얼음 같은 경영

포근한 서비스 얼음 같은 경영

9 ·11테러 이후 호텔업계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매리어트는 되레 높은
실적을 올렸다. 비결은 무엇일까.

매리어트 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고 싶다면 매리어트가 운영하는 호텔에 투숙하라. 호화 호텔인 리츠 칼튼 라구나 니겔(Ritz-Carlton Laguna Niguel)의 고집 센 소유주 로렌스 겔러(Laurence Geller)가 우여곡절 끝에 깨달은 진리다. 그는 매리어트에 대한 불만이 많다. 매리어트는 리츠 브랜드명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연간 400만 달러에 겔러의 호텔까지 운영해준다. 하지만 겔러는 매리어트의 비싼 수수료, 베일에 가려진 재정, 굼뜬 혁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에 대해 매리어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매리어트는 겔러의 호텔에서 캘리포니아주 해안을 따라 불과 5km 떨어진 곳에 똑같은 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겔러는 객실 262개를 갖춘 똑같은 호텔이 자신의 호텔과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가 난 그는 2년 전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매출 감소와 부당 사업 관행이 제소 이유다. 소송은 현재 계류 중이다. 겔러는 매리어트와 체결한 16년 계약에 묶여 있는 상태다.

매리어트의 두 호화 호텔은 가깝게 붙어 있다. 제 살 깎기일 것 같지만 매리어트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매리어트의 주요 수익원은 수수료다. 태평양 연안의 같은 금싸라기 땅에서 두 호텔을 경영해도 매리어트에는 득이지만 호텔 부동산의 소유주들은 다르다. 그것이 매리어트 같은 호텔 프랜차이즈 업체의 이점이다.
머리가 하얀 매리어트의 회장 빌 매리어트 2세(Bill Marriott Jr. ·72)는 겉보기에 온화한 인물이다. 그는 겔러의 제소를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는 신축 라구나 호텔이 자영업자에게 팔려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굴하지 않고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집불통 임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매리어트는 호텔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직원뿐 아니라 호텔 소유주까지 거침없이 최전선으로 내몰아 단골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경쟁업체로부터 손님도 빼앗아온다. 호텔업계의 공룡인 매리어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월마트(WalMart) 못지않게 큰 몸집을 마구 활용해 왔다. 그 덕에 지난 3년 동안 호텔업계 전체가 침체로 허덕일 때 멋지게 회생할 수 있었다.

매리어트 깃발이 내걸린 호텔 소유주들은 업계에서 가장 비싼 수수료를 낸다. 참아야 할 일도 많다. 매리어트는 영업비용을 밝히지 않는다. 호텔 소유주를 제외하고 매리어트가 장악하고 있는 공급업체들로부터 구매 리베이트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호텔 인근에 버젓이 또 다른 호텔을 세우기도 한다. 호텔 소유주들 대다수는 다른 브랜드보다 매리어트 우산 아래 있으면 더높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는다.
계약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해봐야 소용없다. 매리어트 브랜드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된 호텔 소유주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불만에 가득 찬 호텔 소유주들은 평정됐다. 지난 4년 사이 호텔 소유주가 제기한 소송 10건 가운데 6건이 해결 혹은 기각됐다. 매리어트는 다른 소유주들에게도 찍소리 못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빌 매리어트는 “지금까지 소송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매리어트 호텔 세 곳을 보유하고 있는 겔러와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자 정자쉰(鄭家純)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정은 호텔 65개를 보유하고 있다. 거의 모두 매리어트의 르네상스(Renaissance) 간판을 내걸고 있다. 겔러와 정은 각자 제출한 소장에서 주식중개인처럼 매리어트에게도 ‘피신탁인의 의무(fiduciary duty)’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매리어트는 호텔 재정도 소유주가 공개시장에서 가장 유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셰라턴(Sheraton) ·레지스(St. Regis) ·웨스턴(Westin)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스타우드 호텔스 앤 리조츠(Starwood Hotels & Resorts)는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 소송에서 패했다. 힐튼(Hilton) ·더블트리(Double-tree) ·엠버시 슈츠(Embassy Suites) 브랜드를 갖고 있는 힐튼 호텔스(Hilton Hotels)와 매리어트는 아직까지 패소한 적이 없다.

명성만큼이나 비싼 수수료 징수

든든한 재력과 분노에 찬 결의로 무장한 겔러와 정은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괴물 매리어트를 제소한 한 호텔 소유주의 법정 대리인인 뉴욕 소재 법률회사 캐튼 머친 재비스 로즌맨(Katten Muchin Zavis Rosenman) 소속 변호사 KC 맥대니얼은 정이나 겔러가 승소할 경우 ‘소송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호텔 소유주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매리어트에 일침이 가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매리어트는 거친 접근방식에 대해 굳이 변명할 생각이 없다. 빌 매리어트는 “그런 접근방식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다”며 “아버지도 매우 거친 사업가였다”고 전했다.

느긋하고 정중하게 악수하는 빌 매리어트는 부드러운 벨벳 장갑 속에 철권을 감추고 있다. 전제적인 모습과 거리가 먼 빌 매리어트는 아버지처럼 끝까지 완벽을 추구하되 훼방꾼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자세다. 빌 매리어트의 아버지 윌러드 매리어트(Willard Marriott)는 1927년 워싱턴 DC에서 청량음료 장사를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꼼꼼한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기질은 오늘날 매리어트 곳곳에 배어 있다. 빌 매리어트는 까다로운 성격의 아버지가 85년 사망하던 날 밤 마지막 남긴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날 저녁 식탁에 오른 옥수수 맛이 형편없었다며 “더 나은 옥수수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매리어트가 호텔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풀 서비스 호텔 경영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매리어트는 레스토랑 ·룸 서비스 ·로비의 매장 ·벨 보이를 갖춘 대규모 숙박시설이다. 고급스러운 실내장식을 갖춘 소규모 부티크 호텔이나 미국의 고속도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텔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변에서 온갖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매리어트는 호텔 소유주들과 계약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

매리어트는 세계 전역에서 객실 49만 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매리어트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것은 0.3%에 불과하다. 나머지 가운데 절반을 프랜차이즈로 운영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 사용료로 매출의 5~6%를 받고 예약 시스템으로 추가 수익도 얻는다. 또 다른 절반은 매리어트가 운영한다. 매리어트는 매출의 65%를 직원들 임금 ·시설 ·보험 ·물품 ·건강보험 등에 쓴다. 브랜드 사용료로 6%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다. 나머지 29%가 호텔 소유주에게 돌아가 자본지출을 제한 나머지 이익을 챙긴다.

미국에서 호텔이 하나뿐인 브랜드를 제외할 경우 기존 브랜드로 운영되는 풀 서비스 호텔 객실 210만 개 가운데 17%가 매리어트와 관련이 있다. 매리어트의 미국 내 객실 37만4,000개는 힐튼의 32만9,000개보다 많다. 스타우드의 15만2,000개와는 비교도 안 된다.

풀 서비스 호텔 경영에 최고의 노하우

독실한 모르몬 교도인 빌 매리어트 일가는 매리어트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아들 존 매리어트 3세(John W. Marriott III ·42)가 마케팅과 미국 내 호텔 운영을 담당한다. 매리어트에는 리츠칼튼 사업부를 이끄는 사이먼 쿠퍼(Simon Cooper?8)처럼 추진력 강한 고용 경영인이 많다.

쿠퍼가 리츠의 지휘봉을 잡은 2001년 이래 리츠호텔 수는 50% 증가해 60개로 늘었다. 상류층이 많이 사는 네이플스에 2개, 마이애미에 3개 등 플로리다주에만 모두 7개다. 쿠퍼는 호텔 소유주들로부터 호텔이 한 지역에 너무 밀집돼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듣곤 한다. 하지만 싫으면 그만두라고 정중히 대꾸한다. 매리어트의 브랜드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매리어트의 프랜차이즈 수수료율은 힐튼과 스타우드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

호텔 소유주가 수수료를 깎으려 들어봐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매리어트의 신개발 책임자 제임스 설리번(James Sullivan)은 “수수료를 깎으려 들 경우 두 말 없이 협상장에서 나가버린다”고 귀띔했다.
호텔 소유주와 가장 첨예한 갈등을 빚는 부분이 비용처리 문제다. 겔러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불만 많은 호텔 소유주들은 매리어트가 공급업체로부터 대량 구매하면서 얻게 되는 리베이트를 넘겨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협력업체 가운데는 매리어트가 지분 50%를 보유한 아벤드라(Avendra)도 있다. 아벤드라는 타월에서 완두콩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품을 공급한다. 호텔 소유주들은 매리어트가 마케팅과 레스토랑 컨셉트 조사 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것도 불만이다.

정은 2002년 매리어트를 제소하기 전 매리어트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매리어트가 자신의 호텔 영업비용 480만 달러를 부풀려 차액을 챙긴다고 비난했다. 논란의 핵심은 97년 르네상스 호텔 체인이 매리어트로 넘어가기 전 그가 지급한 액수와 이후 계속 늘기만 한 청구액 차이다. 정에 따르면 매리어트는 레스토랑 컨셉트 연구 ·개발 프로그램 비용으로 2000년 13만7,000달러, 2001년 39만4,000달러를 챙겼다.

몰로이(Molloy)라는 협력업체의 오디오 ·비디오 서비스 비용으로 매리어트가 260만 달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것은 200% 증가한 액수다. 몰로이는 매리어트에 170만 달러를 깎아줬다. 매리어트가 아벤드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특혜는 ‘로빈슨 ·패트먼 법(Robinson-Patman Act)’ 위반이다. 36년 제정된 독점금지법인 로빈슨 ·패트먼 법에 따르면 도매상이 물품을 할인해 특정 소매업체로 넘기는 것은 불법이다.

매리어트가 교활한 상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누구보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객실 464개짜리 호텔 소유주인 존 플래틀리가 잘 알고 있다. 그는 2002년 호텔 지배인에게 쓰지 않는 층만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배인은 플래틀리의 요구를 거부했다. 매리어트가 떠넘기는 엄청난 영업비용도 짜증났다. 그는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버거운 협상 상대로 잘 알려진 설리번과 만났다.

비용처리 문제로 호텔소유주와 갈등

설리번은 플래틀리의 말을 다 듣고 나서 2주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2차 회동 전날 매리어트는 플래틀리에게 예상치 못한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가 계약을 파기하려 들었다며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것이다. 플래틀리는 계약 파기란 당치도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매리어트와 비공개 화해에 이르기까지 법정 비용으로 100만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설리번은 당시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는 하지만 “20년 계약을 덜렁 맺어놓고 나중에 가서 ‘그건 그때 얘기’라고 틀어버리면 호텔 소유주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매리어트의 변호사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컨설턴트 로버트 패터슨은 플로리다주의 한 호텔 소유주를 위해 증언한 적이 있다. 매리어트는 패터슨을 제소했다. 패터슨이 특정 사건에 대해 기밀을 준수키로 합의서에 서명해놓고 그 정보를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패터슨은 매리어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매리어트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정과 겔러가 매리어트를 ‘드라큘라’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매리어트 호텔 소유주들 가운데 55%가 현재 매입을 추진 중이거나 짓고 있는 호텔도 매리어트에서 관리해주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매리어트 브랜드나 예약 시스템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부동산투자신탁업체(REITs ·리츠) CNL 호스피탤러티(CNL Hospitality)가 보유하고 있는 136개 부동산 가운데는 매리어트가 관리하는 호텔 70개도 포함돼 있다. CNL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객실 487개짜리 르 메리디앙(Le Meridien)을 고급 매리어트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JW매리어트로 바꿨다. 브랜드명을 바꾼 지 수주 뒤 투숙객 수가 2배로 늘었다.

호텔업계 컨설팅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스미스 트래블 리서치(Smith Travel Research)는 대형 풀 서비스 호텔 입구에 매리어트 깃발만 내걸면 더블트리(Doubletree) 같은 경쟁 브랜드를 내걸 때보다 평균 매출이 13% 증가한다고 밝혔다. 호화 리츠칼튼이든 경제적 부담이 없는 레지던스 인(Residence Inn)이든 매리어트 브랜드 대부분의 가용 객실당 매출이 경쟁업체보다 10~30% 높다.
매리어트는 ‘고객 창출’이라는 명성 덕에 객실 수를 연평균 3만 개씩 늘릴 수 있었다. 힐튼과 스타우드를 모두 합해봐야 연간 1만 개다. 지난해 매리어트가 새로 확보한 객실 가운데 3분의 1이 다른 브랜드에서 옮겨온 것이다.

매리어트에 대해 진정 감탄을 금치 못할 점이 한 가지 있다. 경기 침체와 2001년 9 ·11테러 이후 여행객 급감 속에서도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2001년 모든 호텔 체인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매리어트는 난관을 멋지게 극복했다. 힐튼과 스타우드의 매출이 계속 떨어졌지만 매리어트는 2001년 이래 해마다 늘었다. 지금은 2000년 정점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매리어트의 가용 객실당 하루 매출은 69달러다.

호텔업계 평균 49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힐튼과 스타우드의 주당 순익은 2000년 대비 최소 45% 감소했다. 그러나 매리어트는 자산매각에 따른 자본이득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3% 떨어졌을 뿐이다. 증권사 스미스바니(Smith Barney)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리트브록은 올해 1분기 매리어트 순익이 11% 증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주당 순익도 12% 증가해 2.12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고객 취향 반영한 맞춤 서비스 실시

매리어트가 호텔 부동산 가운데 극히 일부만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수익 증가에 한몫하는 요소다. 매리어트는 소유하고 있던 빌딩들과 부채 대부분을 93년 호스트 매리어트(Host Marriott)에 매각했다. 호스트 매리어트는 빌 매리어트의 동생 리처드 매리어트가 경영하는 리츠다. 반면 힐튼과 스타우드는 자사 깃발 아래 풀 서비스 객실의 3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매리어트의 주요 수익원은 수수료다. 따라서 객실이 비어 있어도 부동산 담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호텔 소유주보다 타격은 덜하다. 호스트 매리어트는 2001년 배당금 지급을 미루는 등 현재 실적이 좋지 않다.

매리어트의 부흥에 불을 댕긴 두 번째 혁신안이 83년 출범한 단골 우대 프로그램이다. 항공여행이 잦은 손님들에게 숙박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많은 업체가 모방해 왔다. 하지만 매리어트의 프로그램이 가장 뛰어나다. 할인율이 가장 크고 투숙할 때마다 더 호화로운 객실을 제공한다. 매리어트는 미국에서 광고를 거의 내보내지 않는다. 단골 우대에 따른 비용부담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단골 우대 프로그램 회원이 호텔비 244달러를 썼다면 그 가운데 11달러는 프로그램 기금으로 적립된다. 지금까지 적립된 기금은 7억8,400만 달러다. 매리어트는 이를 부채로 계상한다. 하지만 이자가 2.5%다. 호텔 소유주들이 부담하는 대출이자 10%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매리어트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레이 크록(Ray Kroc)에 대해 자세히 관찰했다는 점이다. 크록은 맥도널드를 인수해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로 키운 인물이다. 매리어트는 객실 하나를 갖추는 데 66개 항목이나 체크한다. 매리어트는 지난해 ‘고객 편의 서비스(At Your Service)’ 시스템을 출범시켰다. 고객의 자잘한 요구까지 모두 기록해 놓는 제도다. 고객이 형상 기억 기능성 베개를 원하거나 거리 소음에 시달렸다면 컴퓨터로 기록해 놓는다. 이후 손님이 다시 투숙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컴퓨터 기록은 호텔 체인 전체로 곧 전달된다.

엘리엇만(灣)이 내려다보이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새로 개장한 358개 객실짜리 매리어트 호텔의 지배인 대니얼 반추는 바텐더들에게 특별 교육을 시킨다. 손님들에게 머무는 동안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묻게 하는 것이다. 매리어트를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신규 사업에 대한 열정이다. 사업 확대는 빌 매리어트가 직접 관여하곤 한다. 그는 지난 겨울 영업팀이 젯블루 항공(JetBlue Airways)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보고를 접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신축 터미널 인근에 있는 힐튼 호텔 대신 근처 매리어트 호텔을 이용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연간 100만 달러가 걸린 계약이었다. 빌 매리어트는 출장 중인 젯블루의 CEO 데이비드 닐먼(David Neeleman)에게 전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응답이 없었다. 빌 매리어트는 2주 동안 그에게 계속 전화했다. 이윽고 자신보다 한참 어린 닐먼과 통화할 수 있었다. 현재 젯블루의 조종사?승무원들은 공항 인근 객실 140개짜리 코트야드 바이 매리어트(Courtyard by Marriott) 호텔을 이용한다.
휴가와 ‘나홀로’ 출장 여행의 회복 속도는 아직 더디지만 회의 유치는 다소 나은 편이다. 1,500개 객실을 갖춘 샌프란시스코 매리어트의 지배인 크리스틴 갈리아디(Kristine Gagliardi?8)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다. ‘신약 시판 발표회’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월트 디즈니와 힐튼에서 회의 기획자로 일한 바 있는 갈리아디는 실리콘밸리 붕괴가 남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신약 출범 발표회에 의존했다. 이는 당시 힐튼이 택한 전술이다. 지난 1월 갈리아디는 신약 시판 발표회를 세 건이나 유치했다. 그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세로퀄(Seroquel) 시판 설명회도 있었다. 갈리아디는 제약업체에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다이닝룸 개조까지 제안했다. 갈리아디는 그 결과 “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남의 밥그릇을 빼앗든 MS처럼 큰 몸집으로 완력을 사용하든 매리어트는 침체에 허덕이는 호텔업계에서 굳건히 자리잡았다. 호텔 경기가 회복되면 매리어트의 수익도 크게 늘 것이다.



선두주자에 투자하기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처럼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하지만 업계 선두주자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를 장악한 힘 있는 기업은 자만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제너럴 모터스(GM)와 70년대 제록스(Xerox)가 대표적인 예다. 구닥다리 사업방식에 지나치게 투자하다 보면 새로운 방식이 등장할 경우 흔들리곤 한다. 80년대 메인프레임에 의존한 IBM이나 90년대 기존 필름을 고집한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이 좋은 예다. 그런 기업은 결국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과 AT&T처럼 독점금지법에 저촉돼 소송에서 지거나 MS 같이 공격성을 좀 누그러뜨리게 마련이다.

몇몇 시장 선두주자의 주식은 매입해도 좋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라는 말이 있다. 홈데포(Home Depot) 등 거대 기업은 공급업체에 철권을 휘두를 수 있다.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처럼 시장을 낚아채기도 쉽다. 휼렛패커드(HP)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경쟁사보다 연구개발에, 코카콜라처럼 광고에, 아마존닷컴(Amazon.com)처럼 웹 페이지 디자인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다. 포드(Ford) 자동차처럼 제조업에서, 월마트처럼 유통업에서 큰 덩치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도 한다.

아래 5개 시장 선두주자를 소개한다. 선두주자의 주식 매입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을 입증해준 고수익 업체들이다. 하지만 반대되는 사례도 숱하다. 일례로 수십 년 전의 K마트 ·코닥 ·인터내셔널 하비스터(International Harvester)를 꼽을 수 있다. 포브스는 각 기업이 업계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기록한 연평균 주식 수익률과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월마트 90년대 시어스 로벅(Sears, Roebuck)과 K마트가 진출하지 않은 소도시에 할인매장을 열어 앞서 나아갔다. 이후 계속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공급업체 ·유통업체에 가격인하 압력까지 가했다. 수익률 : 18% S&P : 9%

MS MS 도스(DOS)와 윈도(Windows)의 수익을 엑셀(Exel)에 쏟아부어 87년 PC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로터스(Lotus)보다 앞섰다. 로터스 스프레드시트 1-2-3은 결국 골동품이 되고 말았다. MS는 데스크톱 부문의 우위 덕에 인터넷 브라우저 부문에서 네스케이프(Netscape)를, e메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노벨(Novell)을 압도할 수 있었다. 수익률 : 32% S&P : 8%

홈데포 저비용 창고형 매장 도입으로 로우스(Lowe’s)를 따라잡고 90년 대표적인 건자재 업체가 됐다. 현재 카펫 설치 같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로우스의 재기로 시장을 다소 잃었다. 수익률 : 23% S&P : 9%

필립 모리스 남성적 이미지의 말보로와 10대에게 먹혀든 광고로 83년 RJ 레이놀즈(R.J. Reynolds)를 앞질렀다. 레이놀즈는 필립 모리스가 부당한 영향력으로 자사 시장을 빼앗았다며 제소해 결국 이겼다. 필립 모리스는 지난해 알트리아(Altria)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매출은 레이놀즈의 2배에 이른다. 수익률 : 16% S&P : 10%

나이키 90년 아디다스(Adidas) ·리복(Reebok)을 제압해 세계 최대 운동화 제조업체로 우뚝 섰다. 대폭 할인으로 신발 체인들 사이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에어 조던처럼 유명인 이름까지 활용한 제품이 마케팅에 먹혀들고 있다. 수익률 : 19% S&P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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