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시장에 승부 건다”
“중국 ·일본 시장에 승부 건다”
NHN에게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나 코스닥 황제란 말은 이미 옛 말이다. 김범수 대표는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다.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첨단 빌딩으로 강남 지역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자랑한다. 필립모리스 ·다임크라이슬러 ·유니버설 픽처스 ·엡손 등. 입주 여부에 따라 그 회사의 자금 사정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플레너스는 넷마블과 합병하면서 스타타워 27층에 둥지를 틀었다.
반면 음반협회와의 소송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벅스뮤직은 올해 초 월세를 내지 못해 스타타워를 나와야 했다. NHN은 2002년 5월 입주해 처음에는 스타타워 7 ·8층의 절반과 34층을 사용했다. 직원 수가 계속 불어나면서 지금은 34 ·35 ·36 ·37층 로열층 4개를 전부 사용하고 있다.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 지방 이전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회사 자금 사정도 좋은 편이고, 직원들에게 물어봐야 되고…. ”
김범수(38) NHN 대표가 지방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현재 NHN은 매년 매출과 순이익 모두 두 배 이상으로 뛰면서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주가 역시 고공행진이다. 코스닥 등록 6개월 만에 시가 총액 기준 14위에서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잡았다. 포털 순방문자 수에서도 다음과 순위다툼을 벌였지만, 지난 3월 다음을 제친 후 지금은 그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SK(네이트) ·CJ(넷마블) ·KT(한미르) 등 대기업들의 포털 시장 진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물러난 걸 감안하면 이번 대결은 2라운드인 셈”이라며 “긴장감은 늦추지 않겠지만 포털은 진화속도가 매우 빨라 대기업에서 그 스피드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는 CEO로 평가받는다. 이는 그의 이력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그는 애초 삼성의 PC통신 서비스 ‘유니텔’ 개발에 참여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1998년엔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세워 바둑 ·장기 ·지뢰찾기 ·테트리스 ·고스톱 ·포커 등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했다.
이후 네이버와 합병 ·한게임의 유료화 성공으로 NHN은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지난 2월엔 그동안 지켜왔던 이해진 부사장과의 공동CEO 체제에서 김 대표의 단독 체제로 바뀌었다. 그는 “단독 CEO가 된 후 모임 ·인터뷰 ·출장 등 외부행사에 정신이 없다”며 “의사 결정에서도 이 부사장이 도와주긴 하지만 결국 혼자 책임을 져야 해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홀로서기 성공 여부는 해외 시장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NHN은 지난 4월 중국 최대의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운영하는 해홍사(SeaRainbow Holding Corp.)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합작법인인 ‘아워게임에셋’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밝혔다. 1억 달러는 지난해 NHN 매출액 1,663억원의 70%에 달한다. 보유 현금이 700억여 원 정도인 NHN에게 1억 달러의 중국 투자 결정은 회사 운명을 건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중국 진출은 NHN 설립 초부터 계속 타진해왔다”며 “중국 현지 기업설명회(IR)도 가졌고, 중국 메이저 포털과 꾸준히 접촉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긍정론이 다소 우세하다. 교보증권의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직접 투자에 비해 초기 마케팅이나 시설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호재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워게임에서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NHN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결국 국내 수익모델을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지가 숙제인 셈이다.
이에 비해 2000년 9월 일찌감치 진출한 일본 시장에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 초 한게임재팬이 일본 내 최대 게임 사이트인 야후재팬 게임을 제쳤다. 3월 말 현재 한게임재팬의 동시 접속자 수는 6만 명에 이르고 지난 4월 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 매출 40억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25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현재 NHN은 일본에서 마작 ·슬롯머신 (파친코) 등 60여 가지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인 고스톱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6월부터는 게임 아이템을 유료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일본인들은 온라인이라도 벌거벗고 있는 자신의 아바타에 대해 부끄러워해 아바타를 사는 것을 당연시한다”며 “일본에서 초고속 통신이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 역시 호재”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게임 사업에 몸담아온 만큼 게임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이지만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회장 자리를 맡았다. 협회에는 NHN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넥슨 · 액토즈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 20여 개사가 참여했다. 그는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의 70%가 국내 업체들”이라며 “이번 협회 출범으로 해외 진출에 있어 게임업계가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해선 업계가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문제지만 긍정적으로 활용할 소지가 더 많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서 쌓는 친밀감이 10 ·20대엔 매우 중요하다”며 “세대 간 단절을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 역시 12세 아이의 학부모”라며 “최근 단독 CEO를 맡으면서 많이 바빠졌지만 게임을 통해 아이와 유대관계가 더 친밀해졌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목표는 거창하다. 앞으로 NHN을 세계 10대 인터넷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포털도 이미 세계 시장을 선도할 정도의 기술력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일본 등지의 닷컴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은 좁은 내수시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년 내에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의 비율을 50대 50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성공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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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첨단 빌딩으로 강남 지역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자랑한다. 필립모리스 ·다임크라이슬러 ·유니버설 픽처스 ·엡손 등. 입주 여부에 따라 그 회사의 자금 사정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플레너스는 넷마블과 합병하면서 스타타워 27층에 둥지를 틀었다.
반면 음반협회와의 소송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벅스뮤직은 올해 초 월세를 내지 못해 스타타워를 나와야 했다. NHN은 2002년 5월 입주해 처음에는 스타타워 7 ·8층의 절반과 34층을 사용했다. 직원 수가 계속 불어나면서 지금은 34 ·35 ·36 ·37층 로열층 4개를 전부 사용하고 있다.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 지방 이전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회사 자금 사정도 좋은 편이고, 직원들에게 물어봐야 되고…. ”
김범수(38) NHN 대표가 지방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현재 NHN은 매년 매출과 순이익 모두 두 배 이상으로 뛰면서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주가 역시 고공행진이다. 코스닥 등록 6개월 만에 시가 총액 기준 14위에서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잡았다. 포털 순방문자 수에서도 다음과 순위다툼을 벌였지만, 지난 3월 다음을 제친 후 지금은 그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SK(네이트) ·CJ(넷마블) ·KT(한미르) 등 대기업들의 포털 시장 진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물러난 걸 감안하면 이번 대결은 2라운드인 셈”이라며 “긴장감은 늦추지 않겠지만 포털은 진화속도가 매우 빨라 대기업에서 그 스피드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는 CEO로 평가받는다. 이는 그의 이력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그는 애초 삼성의 PC통신 서비스 ‘유니텔’ 개발에 참여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1998년엔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세워 바둑 ·장기 ·지뢰찾기 ·테트리스 ·고스톱 ·포커 등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했다.
이후 네이버와 합병 ·한게임의 유료화 성공으로 NHN은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지난 2월엔 그동안 지켜왔던 이해진 부사장과의 공동CEO 체제에서 김 대표의 단독 체제로 바뀌었다. 그는 “단독 CEO가 된 후 모임 ·인터뷰 ·출장 등 외부행사에 정신이 없다”며 “의사 결정에서도 이 부사장이 도와주긴 하지만 결국 혼자 책임을 져야 해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홀로서기 성공 여부는 해외 시장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NHN은 지난 4월 중국 최대의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운영하는 해홍사(SeaRainbow Holding Corp.)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합작법인인 ‘아워게임에셋’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밝혔다. 1억 달러는 지난해 NHN 매출액 1,663억원의 70%에 달한다. 보유 현금이 700억여 원 정도인 NHN에게 1억 달러의 중국 투자 결정은 회사 운명을 건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중국 진출은 NHN 설립 초부터 계속 타진해왔다”며 “중국 현지 기업설명회(IR)도 가졌고, 중국 메이저 포털과 꾸준히 접촉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긍정론이 다소 우세하다. 교보증권의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직접 투자에 비해 초기 마케팅이나 시설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호재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워게임에서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NHN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결국 국내 수익모델을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지가 숙제인 셈이다.
이에 비해 2000년 9월 일찌감치 진출한 일본 시장에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 초 한게임재팬이 일본 내 최대 게임 사이트인 야후재팬 게임을 제쳤다. 3월 말 현재 한게임재팬의 동시 접속자 수는 6만 명에 이르고 지난 4월 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 매출 40억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25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현재 NHN은 일본에서 마작 ·슬롯머신 (파친코) 등 60여 가지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인 고스톱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6월부터는 게임 아이템을 유료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일본인들은 온라인이라도 벌거벗고 있는 자신의 아바타에 대해 부끄러워해 아바타를 사는 것을 당연시한다”며 “일본에서 초고속 통신이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 역시 호재”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게임 사업에 몸담아온 만큼 게임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이지만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회장 자리를 맡았다. 협회에는 NHN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넥슨 · 액토즈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 20여 개사가 참여했다. 그는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의 70%가 국내 업체들”이라며 “이번 협회 출범으로 해외 진출에 있어 게임업계가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해선 업계가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문제지만 긍정적으로 활용할 소지가 더 많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서 쌓는 친밀감이 10 ·20대엔 매우 중요하다”며 “세대 간 단절을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 역시 12세 아이의 학부모”라며 “최근 단독 CEO를 맡으면서 많이 바빠졌지만 게임을 통해 아이와 유대관계가 더 친밀해졌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목표는 거창하다. 앞으로 NHN을 세계 10대 인터넷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구글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포털도 이미 세계 시장을 선도할 정도의 기술력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일본 등지의 닷컴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은 좁은 내수시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년 내에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의 비율을 50대 50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성공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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