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브랜드로 술시장 평정”
“멀티브랜드로 술시장 평정”
두산주류BG의 행보가 빨라졌다. 얼어붙은 내수 경기에도 잇따른 제품 리뉴얼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주 수출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30년 주류영업통인 조승길 사장이 맥주 없이도 주류 종가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 OB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일 때였다. 당시 맥주 업계에선 ‘조승길 시장 점유율’이라는 게 있었다. 이는 OB맥주 지역본부장이었던 조승길(56) 두산주류BG 사장이 영업소를 옮길 때마다 따라다니는 시장점유율을 말한다. OB맥주 관계자는 “조 사장은 업계에서 의리파로 통했다”며 “그가 영업 지역을 옮기면 5%포인트 정도의 시장점유율도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지금도 1주일에 2, 3번씩 지방 영업점을 찾아다니는 조 사장에겐 ‘30년 주류 영업통’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73년 동양맥주에 입사해 줄곧 주류 영업 한 우물을 팠기 때문이다. 이런 조 사장이 두산주류BG를 맡은 지 2년이 지났다. 현재 두산주류BG는 아이러니하게도 주류 가운데 맥주를 빼고 전부 갖춘 회사다.
산(소주) ·청하(과실주) ·설중매(매실주) ·군주(전통주) ·마주앙(와인) ·피어스클럽(위스키) ·설화(청주) ·리믹스(혼합주) ·청주 한큰술(요리주) 등. 조 사장은 “과거 맥주 영업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의 욕구와 유통채널이 다양해졌다”며 “친분을 강조해 ‘팔아달라’던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욕구를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 자료로 브랜드마다 타깃층과 마케팅을 달리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며 “올해는 내실 경영보다 모든 제품을 브랜드화하는 도약의 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주류의 행보도 눈에 띄게 바빠졌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에서 잇따른 제품 리뉴얼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리뉴얼한 제품만 산소주 ·청하 ·설화 등 3종류. 모두 ‘부드럽고 먹기 편한 술’로 바꾸는 데 역점을 뒀다.
지난 2월부터 출시한 산소주 리뉴얼은 기존 22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21도로 낮췄다. 매출이 정체돼 있던 청하는 ‘경쟁력 있는 저도주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맛과 브랜드를 대폭 개선했다. ‘부드럽고 깨끗한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톱탤런트 송혜교를 기용한 TV 광고도 선보였다. 고급청주 설화는 기존 700㎖를 반으로 줄인 375㎖ 소용량 제품을 내놓았다. 한정식이나 고급 일식집 공략을 위해서다. 조 사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고도주에서 저도주로 갈아타는 추세”라며 “하반기에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저도주 바람과 함께 와인사업 역시 강화하고 있다. 와인 시장은 전반적인 주류 경기 불황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 현재 두산주류는 국내 와인 브랜드의 대명사인 마주앙을 비롯해 해외 11개국 45개 거래선으로부터 350종의 와인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두산은 물량기준으로 볼 때 국내 와인 시장 점유율 28%에 달하는 국내 최대 와인업체다. 올해는 33%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조 사장은 “국내 성인 1인당 와인 음용량은 200㎖ 미만이지만 가까운 일본의 와인 음용량은 2ℓ가 넘는다”며 “그만큼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조 사장은 지난 2월엔 와인팀을 와인사업부로 확대개편했다. 또 호텔 ·와인바 ·할인점 등에서 와인 전문인력을 확충해 와인 전담 인원을 50% 가량 늘렸다. 28년 역사의 마주앙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마주앙 사업팀’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조 사장은 “수입 브랜드가 국내 와인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브랜드인 마주앙의 점유율을 점차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조 사장의 최대 고민은 산소주다. 산은 2000년 한때 녹차 바람을 일으키며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후 계속 떨어져 지금은 8% 내외에서 주춤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진로 참이슬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길게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류 시장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라며 “제품 리뉴얼과 브랜드 강화를 통해 곧 15%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진로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진로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주류업계의 판도가 달라진다”라며 “두산기업의 모태가 주류산업인 만큼 진로를 인수해 국내 최대의 종합주류업체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산소주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자 조 사장이 눈을 돌린 곳은 일본 시장이다. 일본은 국내 소주업체들에겐 최대 수입국이다. 일본의 소주는 대개가 25도다. 알코올 함량이 높고 무취 무미한 소주를 소다수나 얼음과 함께 마시는 것이 일본인들의 주된 음주 습관. ‘한류 붐’을 타고 일본인들의 소주 소비량이 늘면서 위스키를 마시던 사람들도 소주로 발길을 옮기게 됐다. 얼음을 넣어 음미하는 음주법이 위스키와 비슷할 뿐 아니라, 위스키와 달리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마셔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두산은 현재 일본 시장에서 경월그린 소주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있고, 최근엔 산소주를 ‘설악산’이라는 브랜드로 소개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일본 시장에서 137만 상자의 소주를 팔아 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진로(125만 상자)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올해 450만 상자는 무난히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8년 일본 소주 시장 점유율 1위(364만 상자)에 올라섰던 진로는 2001년 465만 상자를 정점으로 2002년 452만 상자, 2003년 442만 상자 등으로 판매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두산의 경월그린 소주는 매년 20% 가까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경월그린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 3월엔 200여 명의 일본 취재진들이 경월소주를 생산하는 두산주류BG 강릉공장을 방문, 취재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진로가 도쿄(東京)에만 집중 공략한 것과 달리 두산은 일본 위스키업체 산토리의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한 게 주효했다”며 “강원도 설악산의 청정수로 만든다는 점을 집중 부각해 광고한 덕도 크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주류회사에 몸담은 조 사장의 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뜻밖에도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사이라고 말한다. 조 사장은 “술에는 장사가 없다”며 “기분 좋게 마시는 게 자신의 주량”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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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OB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일 때였다. 당시 맥주 업계에선 ‘조승길 시장 점유율’이라는 게 있었다. 이는 OB맥주 지역본부장이었던 조승길(56) 두산주류BG 사장이 영업소를 옮길 때마다 따라다니는 시장점유율을 말한다. OB맥주 관계자는 “조 사장은 업계에서 의리파로 통했다”며 “그가 영업 지역을 옮기면 5%포인트 정도의 시장점유율도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지금도 1주일에 2, 3번씩 지방 영업점을 찾아다니는 조 사장에겐 ‘30년 주류 영업통’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73년 동양맥주에 입사해 줄곧 주류 영업 한 우물을 팠기 때문이다. 이런 조 사장이 두산주류BG를 맡은 지 2년이 지났다. 현재 두산주류BG는 아이러니하게도 주류 가운데 맥주를 빼고 전부 갖춘 회사다.
산(소주) ·청하(과실주) ·설중매(매실주) ·군주(전통주) ·마주앙(와인) ·피어스클럽(위스키) ·설화(청주) ·리믹스(혼합주) ·청주 한큰술(요리주) 등. 조 사장은 “과거 맥주 영업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의 욕구와 유통채널이 다양해졌다”며 “친분을 강조해 ‘팔아달라’던 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욕구를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 자료로 브랜드마다 타깃층과 마케팅을 달리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며 “올해는 내실 경영보다 모든 제품을 브랜드화하는 도약의 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주류의 행보도 눈에 띄게 바빠졌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에서 잇따른 제품 리뉴얼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리뉴얼한 제품만 산소주 ·청하 ·설화 등 3종류. 모두 ‘부드럽고 먹기 편한 술’로 바꾸는 데 역점을 뒀다.
지난 2월부터 출시한 산소주 리뉴얼은 기존 22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21도로 낮췄다. 매출이 정체돼 있던 청하는 ‘경쟁력 있는 저도주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맛과 브랜드를 대폭 개선했다. ‘부드럽고 깨끗한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톱탤런트 송혜교를 기용한 TV 광고도 선보였다. 고급청주 설화는 기존 700㎖를 반으로 줄인 375㎖ 소용량 제품을 내놓았다. 한정식이나 고급 일식집 공략을 위해서다. 조 사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고도주에서 저도주로 갈아타는 추세”라며 “하반기에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저도주 바람과 함께 와인사업 역시 강화하고 있다. 와인 시장은 전반적인 주류 경기 불황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 현재 두산주류는 국내 와인 브랜드의 대명사인 마주앙을 비롯해 해외 11개국 45개 거래선으로부터 350종의 와인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두산은 물량기준으로 볼 때 국내 와인 시장 점유율 28%에 달하는 국내 최대 와인업체다. 올해는 33%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조 사장은 “국내 성인 1인당 와인 음용량은 200㎖ 미만이지만 가까운 일본의 와인 음용량은 2ℓ가 넘는다”며 “그만큼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조 사장은 지난 2월엔 와인팀을 와인사업부로 확대개편했다. 또 호텔 ·와인바 ·할인점 등에서 와인 전문인력을 확충해 와인 전담 인원을 50% 가량 늘렸다. 28년 역사의 마주앙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마주앙 사업팀’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조 사장은 “수입 브랜드가 국내 와인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브랜드인 마주앙의 점유율을 점차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조 사장의 최대 고민은 산소주다. 산은 2000년 한때 녹차 바람을 일으키며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후 계속 떨어져 지금은 8% 내외에서 주춤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진로 참이슬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길게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류 시장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라며 “제품 리뉴얼과 브랜드 강화를 통해 곧 15%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진로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진로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주류업계의 판도가 달라진다”라며 “두산기업의 모태가 주류산업인 만큼 진로를 인수해 국내 최대의 종합주류업체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산소주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자 조 사장이 눈을 돌린 곳은 일본 시장이다. 일본은 국내 소주업체들에겐 최대 수입국이다. 일본의 소주는 대개가 25도다. 알코올 함량이 높고 무취 무미한 소주를 소다수나 얼음과 함께 마시는 것이 일본인들의 주된 음주 습관. ‘한류 붐’을 타고 일본인들의 소주 소비량이 늘면서 위스키를 마시던 사람들도 소주로 발길을 옮기게 됐다. 얼음을 넣어 음미하는 음주법이 위스키와 비슷할 뿐 아니라, 위스키와 달리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마셔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두산은 현재 일본 시장에서 경월그린 소주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있고, 최근엔 산소주를 ‘설악산’이라는 브랜드로 소개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일본 시장에서 137만 상자의 소주를 팔아 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진로(125만 상자)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올해 450만 상자는 무난히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8년 일본 소주 시장 점유율 1위(364만 상자)에 올라섰던 진로는 2001년 465만 상자를 정점으로 2002년 452만 상자, 2003년 442만 상자 등으로 판매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두산의 경월그린 소주는 매년 20% 가까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경월그린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 3월엔 200여 명의 일본 취재진들이 경월소주를 생산하는 두산주류BG 강릉공장을 방문, 취재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진로가 도쿄(東京)에만 집중 공략한 것과 달리 두산은 일본 위스키업체 산토리의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한 게 주효했다”며 “강원도 설악산의 청정수로 만든다는 점을 집중 부각해 광고한 덕도 크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주류회사에 몸담은 조 사장의 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뜻밖에도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사이라고 말한다. 조 사장은 “술에는 장사가 없다”며 “기분 좋게 마시는 게 자신의 주량”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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