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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검사로 미래 예측한다?

DNA 검사로 미래 예측한다?

머리카락 하나로 병에 걸릴 사람인지, 사업에 성공할 사람인지를 알 수 있을까. 유전자 검사를 보험사나 결혼정보회사에서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유전자 컨설팅회사 보아필로스DNA의 보아(37) 대표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성향을 가진 여성이다. 그의 생일 무렵에는 파티가 1주일 내내 계속된다. 오늘은 한정식집에서, 내일은 레스토랑으로 날마다 장소도 바뀐다. 축하객이 많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취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는 취향이나 적성의 차이가 유전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믿는다.

보아필로스DNA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상담해주는 회사다. 고객의 모근(머리카락 뿌리)을 채취해 디엔에이앤테크(DNA&TECH)란 유전자 검사전문업체로 보내면 그곳에서 DNA 정보를 분석해 결과를 다시 보내준다. 보아필로스가 컨설팅에 활용하는 유전자는 체력관리 ·비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탐구성 ·중독성 ·알코올분해 ·고지혈증 ·골다공증 ·천식 ·강직성 척추염 ·고혈압 ·당뇨 ·우울증 관련 유전자 등 모두 14가지나 된다. 물론 심리검사도 병행한다.

이 두 가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체질 ·적성 ·질병 가능성 등을 상담해주는 것이다.
가령 어떤 고객의 체력관련 유전자 검사 결과가 ‘Ⅱ’ 타입으로 나왔다고 하자. 1998년 스콧 몽고메리 등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해발 7,000m 이상을 등반한 산악인들의 유전자 검사에서 Ⅱ 타입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런 타입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지구력과 심폐기능이 뛰어나다는 것.

또 비만 관련 유전자 검사에서 ‘Trp/Trp, GG’ 타입으로 나왔다면, 비만이 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본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유전자 타입이 ‘E3E4’로 나온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탐구성 관련 유전자가 ‘2R4R, C/C’ 타입이면 강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다. 중독성 부문에서 ‘A1A1, B1B2’ 타입의 유전자는 충동적이며 무절제한 성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아 대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평가해 잠재된 자질을 개발하고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유전자 검사는 친자확인이나 범죄수사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돼 왔다. 최근엔 이 분야에서도 보다 정밀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유전자 검사업체인 DNA프린트 지노믹스는 DNA를 검사해 가계(家系)를 밝혀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오십 평생을 흑인인 줄로만 알고 살아온 한 미국인이 흑인(아프리카계) 피가 한 방울도 안 섞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하지만 이런 조사들은 사람의 ‘과거’를 보여줄 뿐이다.
이른바 지놈 프로젝트는 유전자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자를 비롯, 1,000가지가 넘는 질병 유전자는 물론이고 아주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에 관여하는 각종 유전자들의 정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만 간주돼 왔던 많은 것들이 상당 부분 정해진 유전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가능케 한다.

이제 유전자 검사는 사람의 ‘미래’를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유전자 검사는 체력 측정이나 건강검진 ·적성검사 등에서 얻을 수 없는 잠재적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등 생명공학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DNA 컨설턴트’로 불리는 유전자 상담사들이 병원 ·연구서 등에서 잠복 중인 질병 인자들을 찾아내 미래의 환자들을 컨설팅하고 있다. 국내 일부 종합병원들은 고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유전자 검사 코스를 포함시키고 있다.

현재 차병원 ·송도병원 ·매트로병원 등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유전자 검사를 도입했다. 서울 강남보건소는 노인성 치매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유전자 검사업체인 디엔에이앤테크는 유전자 검사를 받은 고객을 계속 상담해주는 케어센터도 운영 중이다. 가격은 업체마다 다양하지만 10가지 유전자를 검사할 경우 상담료를 포함해 50만원 정도다. 장상근 건국대 의대 교수는 “특히 암이나 치매 등을 유발하는 유전자 정보를 미리 발견한다면, 발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가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는 교육시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들의 적성을 결정짓는 유전자와 학습 유전자를 검사해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국 곳곳에 대리점을 모집해 자녀의 적성을 미리 알아보려는 부모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결혼정보회사들도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성격이나 취향을 결정짓는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잘 어울리는 사람끼리 커플로 이어준다면, 고객으로부터 훨씬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이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회사도 가입자의 유전자를 검사해 활용할 수 있다. 질병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거나 사고발생 위험이 많은 유전자가 있는 사람을 가입시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이 유전자를 검사해 신용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유전자를 평가해 대출을 한다면 돈을 떼일 확률을 줄일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로 사람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면 기업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 유전자 검사만으로 적성검사 ·면접에 의해 뽑는 것보다 원하는 사람을 더 잘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각 부서에 배치할 때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성공한 CEO들은 어떤 타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 몇몇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탐색추구 성향이 강하며 심폐기능 ·지구력이 강하면서 중독성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CEO들이 기업 경영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현재 이뤄지는 유전자 검사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디엔에이앤테크의 김정태 이사는 “유전자 검사는 환경적 변수를 고려한 심리테스트와 병행, 종합적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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