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되살린 솜씨 보여준다”…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의 과제
“서울은행 되살린 솜씨 보여준다”…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의 과제
| 강정원 국민은행장. | 금융당국과의 마찰로 김정태 행장의 연임이 좌절되면서 금융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국민은행장 후보에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선정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8일 이사회를 열고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강 전 행장을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키로 의결했다. 행추위는 그동안 20여명을 대상으로 국민은행의 조직통합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적합한 후보를 물색해 왔다. 강후보는 행추위 발표 직후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8월 금감위 감독규정 위반으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뒤 2개월만에 국내 최대 은행장 문제가 일단락됐다. 국민은행은 14일 이사회에 이어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강행장을 행장으로 승인할 방침이다. 행장 선임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강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차기 국민은행장이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가계대출·카드채권 부실 등으로 크게 떨어진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합병 3년이 지나도록 갈라져 있는 내부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구조조정을 통해 합병시너지를 내야 한다. 정동수 은행장추천위원장도 지난 9월30일 국민은행이 당면한 과제로 ▶경영성과의 획기적 개선 ▶세계 30대 국제은행으로 도약 ▶실질적인 은행 통합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에 따라 차기 행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 ▶주주가치 극대화를 향한 신념과 실행 의지 ▶단일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능력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합병했던 지난 2001년 약1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다음해인 2002년에도 1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카드 부실 등이 불거진 2003년에는 7,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민은행은 자산 200조원이 넘는 거대 규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이처럼 악화되면서 리딩뱅크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만 올 들어서는 흑자기조를 회복한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규모에 걸맞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한때 6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4만원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강후보가 말한 대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면 덩치는 물론 수익면에서도 리딩뱅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합병 3년이 되도록 융합이 되지 않고 있는 내부 조직을 실질적으로 통합시켜야 한다. 합병 당시 주택은행장이었던 김정태 행장이 통합은행장에 선출되면서 옛 국민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 통합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옛 주택은행의 시스템으로 선정함으로써 옛 국민은행 출신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김행장 임기 내내 통합 국민은행은 삐걱대는 소리를 냈다. 청와대나 감사원에 김행장에 대한 투서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옛 국민은행 노조는 ‘김행장의 연임 저지’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를 위원장에 선출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특히 이 같은 내부 불협화음은 은행 영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국민은행 내에는 아직도 옛 국민은행·주택은행·국민카드 지부 등 3개 노조가 혼재해 있다. 하지만 김정태 행장은 3년 재임 동안 이들 노조를 통합시키지 못할 만큼 지금까지 조직문화가 융화되지 못한 상태다. 차기 국민은행장은 분열된 은행 내부를 조속히 통합해 더 이상 내부 분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실적개선, 내부통합과 함께 구조조정도 차기 행장의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합병 이후 비용시너지보다 수익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 하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2기 경영진은 상당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운 행장이 선임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은행 안팎에 파다한 상황이다. 강후보는 서울은행장 시절에도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마무리해 이런 예측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옛 서울은행 관계자는 “강행장 후보는 국내 은행 최초로 일선 업무와 후선 업무를 구분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과감한 씨티은행식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영업력 강화에 기여한 분”이라며 “조직의 혁신이나 분위기 쇄신 측면에서 국민은행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후보 취임 이후 국민은행의 앞날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강후보가 서울은행장으로 재직할 때는 과감한 조직 슬림화를 위해 외국계 출신들이 각광을 받았었다”면서 “하지만 국민은행은 서울은행과 규모도 다르고 상황도 달라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벌써부터 노조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는… 국제감각 탁월, 합리적 경영스타일 국민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된 강정원(54) 전 서울은행장은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을 두루 섭렵한 금융인이다. 강후보는 지난 1979년 씨티은행 뉴욕본사에 입사한 이후 뱅크스트러스트 그룹 한국대표를 거쳐 도이체방크 한국대표와 서울은행장을 지냈다. 그는 초등학교는 일본에서, 중학교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는 홍콩에서, 대학과 대학원은 미국에서 각각 졸업한 ‘국제적’ 이력을 갖고 있다. 강후보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20여년간 일한 경력이 있는 데다 국내 은행인 서울은행장까지 역임해 외국인 주주가 80%에 육박하고 3개 노조의 통합문제가 걸려 있는 국민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부터 2년6개월 동안 적자에 시달리던 서울은행장을 맡아 1,0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 조정을 통해 서울은행을 흑자로 돌려놓은 뒤 하나은행으로의 매각을 성사시켰다. 강후보는 서울은행장 취임 직후 곧바로 수행비서와 간부식당 등 불필요한 요소를 폐지하고 동아건설을 퇴출 처리하는 등 부실기업 정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서울은행 투자가치를 상승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업무처리가 치밀하고 공사가 분명하다는 평. 또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다만 강 전 행장은 지금까지 맡아왔던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산규모가 크고 직원 수가 많은 초대형 은행인 국민은행을 이끌기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 약력>강정원> 1950년 서울 生 홍콩 인터내셔널 고등학교·미국 다트머스대학· 미국 플랫처대학원 卒 79년 미국 씨티은행 입행 96년 뱅크스트러스트 한국대표 99년 도이체방크 한국대표 2000년 서울은행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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