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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취임 100일 맞은 윤증현 금감위원장… “두 마리 토끼잡기, 뭐가 어렵다고…”

심층취재 : 취임 100일 맞은 윤증현 금감위원장… “두 마리 토끼잡기, 뭐가 어렵다고…”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취임 100일’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불확실성과 내부 갈등을 줄이고 있다.
윤증현 위원장은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등 혁신적인 방법을 잇달아 내 놓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를 지키기 위해 법과 원칙에 충실한 금융감독이 중요하다.”지난 8월4일 신임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말이다. 당시 취임식에서 그는 “금융회사의 규모나 지배구조와 상관없이 일관된 감독 강도를 유지해 ‘대마불사’나 ‘너무 커서 규율을 잡지 못했던’ 관행을 뿌리뽑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의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예고한 취임사였다. 금융기관들의 주시 속에 등장했던 윤위원장이 11월11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윤위원장은 이 기간 중 하나도 잡기 어려운 ‘시장 자율’과 ‘법과 원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갈등 구조 크게 줄어들어 이런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윤위원장은 내부 단속부터 나섰다. 금감위와 금감원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금융감독체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위원회 의안 상정권이 금감위 사무국으로 집중된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정책적 판단은 금감위가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금감원은 일상적 검사와 감사, 제재를 전담하게 됨으로써 카드대란과 같은 사태가 나와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게 됐다. 그만큼 금감위는 책임 있는 공권력을 행사하게 됐고, 금감원은 전문분야인 검사와 감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금감위와 금감원이 중복된 업무 권한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는 일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금감원이 금감위의 지휘를 받게 된 것처럼 보이는 구조와 관련해서는 금감원 구성원들이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지만 현 체제를 유지하는 구도에서는 가장 실리적인 타협점을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 탄탄한 금융감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말에는 조직개편도 있을 예정이다. 조직진단을 통해 기능별·직무별 조직으로 바꿔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임금피크제와 보직해임제를 도입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조직 혁신도 함께 추진한다. 이 방안을 토대로 거시경제팀이 신설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조사연구국에는 거시경제 전문인력이 2명에 불과해 급변하는 국제경제환경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없다. 유가와 환율 등 거시경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연한 움직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철밥통’으로 부르던 별칭도 어느 정도 약화될 전망이다. 금감위원장에 부임하기 직전 근무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오랫동안 익히고 경험한 선진금융 시스템의 장점들을 하나둘씩 국내 금융시장에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윤위원장은 “감독 방식을 사후적인 감사와 제재에서 선제적 리스크 예방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강조해 왔다. 외환위기는 물론 카드사태나 가계부실처럼 문제가 터진 뒤 사후대책에 나서는 방식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찾아내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선진형 금융감독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법률개정 요구권 등 재정경제부의 금융감독정책 상당 부분을 넘겨받아 감독기구의 위상이 격상된 것도 윤위원장 취임 이후 이뤄진 성과다.금융 관련 규제와 환경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정태 연임에도 제동 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사건으로 김정태 전 행장의 연임에 제동을 건 것은 법과 원칙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회계가 투명하지 않으면 외국인들에게 신뢰받을 수 없고, 결국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관치금융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이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2차 방카슈랑스(은행에서의 보험 판매)에도 철저한 대비가 뒤따르고 있다. 윤위원장은 지난달 4일부터 방카슈랑스를 판매하고 있는 은행에 대해 불법 실태 조사를 지시하고 2차 방카슈랑스의 문제점도 분석토록 했다.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군소 보험사들의 경영은 물론이고 수만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금융시장이 받을 직접적인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지난해 9월 저축성 보험 판매부터 시작한 1차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은행들의 보험 꺾기(대출해 주는 대신 보험에 가입)가 성행하자 적극적인 금융감독권을 발동한 것이다. 1차 방카슈랑스는 저축성보험에 대해 은행의 판매를 허용했지만 2차 방카슈랑스는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을 포함한다. 자동차보험이나 보장성보험은 신규 수요보다 대체 수요에 따라 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사활을 걸고 지키고 싶어하는 부문이다. 윤위원장은 “금융산업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치우치지 않고 은행·증권사·보험사·자산운용사 등으로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보험사의 영역이 위축되는 것은 금융산업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의 시행령 손질을 통해 2차 방카슈랑스 시행 시기의 연기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있으며, 연기가 불가능하다면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율을 현행 49%에서 33%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비율을 낮추면 중소형 보험사의 판매량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의 급속한 판매 저하 현상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월 문을 닫은 자산 1조원 규모의 부산 한마음저축은행은 부실자산이 크게 늘어나자 전격적으로 폐쇄했다. 저금리 추세에 따라 은행보다 1%포인트 가량 더 많은 이자를 주면서 은행과 경쟁해 온 저축은행들은 그만큼 높은 투자수단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적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쏟아붓는 등 자산건전성에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사를 통해 사전에 이상징후를 발견해 부실화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사태는 2금융권 건전성 강화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가가 추진되고 있는 LG카드도 카드업계가 여전히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드러낸 증거다.

가계대출은 지속적 관찰대상 성매매 특별법으로 집창촌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향락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금융감독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외환위기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모텔과 여관 등 숙박업소에 수천억원의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채권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향락산업 종사자와 주변 상권의 소득 감소로 은행과 카드사의 연체율에도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회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권은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 이전이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충청권으로 쏠렸던 부동산 담보 대출의 부실화도 금융감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금융감독은 이제 경기 동향은 물론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예전보다 크게 중요해졌다. 그만큼 윤위원장에게는 그동안 해결한 과제보다는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 무엇보다 실물경기가 나빠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실물경기가 계속 악화됨에 따라 금융부실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면서 가계대출은 지속적인 관찰 대상이다. 은행의 연체율도 10월에는 다시 증가했다. 금융시장의 안정이 금융당국의 궁극적 책무라는 점에서 윤위원장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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