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의 눈물 누가 닦아주나
얼마 전 모 TV 방송의 ‘여성시대’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들의 눈물 젖은 사연을 듣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방송에 소개된 내용들은 우리의 생활 현장 곳곳에서 나온 생생하고 진솔한 목소리였다.
남편이 2년째 실직 중인데 지갑에 4천원뿐이어서 아기 돌잔치를 과자 한봉지와 맘모스빵 하나에 촛불 한개 켜놓고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어느 주부의 사연, 밤 9시가 넘어도 손님이 한 테이블에도 없어 죽을 지경이라는 어느 식당 주인의 하소연, 옛날엔 매일매일 일거리가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어쩌다 일주일에 한번 걸릴까 말까 한다는 건설 현장 일용노동자의 이야기 등등 가슴을 찡하게 하는 사연들이 쏟아졌다.
이 방송이 있기 며칠 전에는 여의도에서 이색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모인 식당주인 3만여명이 식당에서 가지고 나온 솥단지를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리고 “먹고 살게 해달라”고 외쳤다. 더 이상 ‘음식점 못해 먹겠다’는 뜻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또 얼마 전에는 성매매금지법으로 생계 수단을 상실한 집창촌 여성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대책’을 호소하는 침묵의 집단시위를 벌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길거리로 나온 이들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누구인가.
못살겠으니 살길을 마련해 달라는 이들의 울부짖음에 이젠 참여정부가 답할 차례다. 이들이 누구인가.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개혁에 박수를 보내고 기득권층 공격에 환호했던 지지자들이 아닌가. 그리고 하루하루 고단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 나라 서민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문제는 정권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의 코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데 있다. 우선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고위층이 참석했던 11월 7일의 당·정·청 경제 워크숍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한 발언을 옮겨 보자.
“올해 수출이 2천4백억달러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2백50억달러에 달하는 것은 경이로운 수치다. 증시는 참여정부 출범 때보다 주가지수가 1백50포인트 오른 8백50대이고 주택시장도 침체라는 말이 있지만 안정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 한국적 뉴딜정책이 추진되면 2006년이나 2007년에는 경기가 비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현재 한국 경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모든 경제수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고 미래는 파란불이다. 과연 그럴까.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1997년 4분기 IMF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 전망을 포기한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못지 않은 불확실성 속에 빠졌다고 KDI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우리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부·여당이 개혁정책으로 추진하는 4대 입법 중 하나인 사립학교법 개정 작업은 태풍의 눈이다. 사립학교 재단들은 사유재산을 뺏는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천7백38개의 사립대학·중·고교를 폐쇄하겠다고 결의하고 나섰다. 만약이지만 이들의 결의대로 학교 폐쇄가 이뤄지면 사회 문제뿐 아니라 그 파장은 경제에까지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사학법 개정문제뿐만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 진상 규명 관련 법안, 언론개혁 관련 법안 등 하나같이 우리사회를 뒤흔들어 놓을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사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장기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신설 문제도 경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재산세 대폭 인상과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은지 오래다. 더욱이 종합부동산세는 기존의 재산세와 함께 이중과세의 위헌 요소가 지적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처럼 산적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직무유기 상태에 빠져 있다.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인한 국회 공전 상태가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총리의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면 풀릴 문제가 오기와 정략에 묶여 17대 국회 최초의 파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옛날 국회 못지 않은 싸움판의 구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민생은 관심 밖이다. 과연 못살겠다고 살려달라는 서민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남편이 2년째 실직 중인데 지갑에 4천원뿐이어서 아기 돌잔치를 과자 한봉지와 맘모스빵 하나에 촛불 한개 켜놓고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어느 주부의 사연, 밤 9시가 넘어도 손님이 한 테이블에도 없어 죽을 지경이라는 어느 식당 주인의 하소연, 옛날엔 매일매일 일거리가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어쩌다 일주일에 한번 걸릴까 말까 한다는 건설 현장 일용노동자의 이야기 등등 가슴을 찡하게 하는 사연들이 쏟아졌다.
이 방송이 있기 며칠 전에는 여의도에서 이색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모인 식당주인 3만여명이 식당에서 가지고 나온 솥단지를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리고 “먹고 살게 해달라”고 외쳤다. 더 이상 ‘음식점 못해 먹겠다’는 뜻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또 얼마 전에는 성매매금지법으로 생계 수단을 상실한 집창촌 여성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대책’을 호소하는 침묵의 집단시위를 벌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길거리로 나온 이들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누구인가.
못살겠으니 살길을 마련해 달라는 이들의 울부짖음에 이젠 참여정부가 답할 차례다. 이들이 누구인가.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개혁에 박수를 보내고 기득권층 공격에 환호했던 지지자들이 아닌가. 그리고 하루하루 고단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 나라 서민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문제는 정권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의 코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데 있다. 우선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고위층이 참석했던 11월 7일의 당·정·청 경제 워크숍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한 발언을 옮겨 보자.
“올해 수출이 2천4백억달러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2백50억달러에 달하는 것은 경이로운 수치다. 증시는 참여정부 출범 때보다 주가지수가 1백50포인트 오른 8백50대이고 주택시장도 침체라는 말이 있지만 안정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 한국적 뉴딜정책이 추진되면 2006년이나 2007년에는 경기가 비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현재 한국 경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모든 경제수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고 미래는 파란불이다. 과연 그럴까.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1997년 4분기 IMF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 전망을 포기한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못지 않은 불확실성 속에 빠졌다고 KDI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우리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부·여당이 개혁정책으로 추진하는 4대 입법 중 하나인 사립학교법 개정 작업은 태풍의 눈이다. 사립학교 재단들은 사유재산을 뺏는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천7백38개의 사립대학·중·고교를 폐쇄하겠다고 결의하고 나섰다. 만약이지만 이들의 결의대로 학교 폐쇄가 이뤄지면 사회 문제뿐 아니라 그 파장은 경제에까지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사학법 개정문제뿐만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 진상 규명 관련 법안, 언론개혁 관련 법안 등 하나같이 우리사회를 뒤흔들어 놓을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사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장기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신설 문제도 경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재산세 대폭 인상과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은지 오래다. 더욱이 종합부동산세는 기존의 재산세와 함께 이중과세의 위헌 요소가 지적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처럼 산적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직무유기 상태에 빠져 있다.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인한 국회 공전 상태가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총리의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면 풀릴 문제가 오기와 정략에 묶여 17대 국회 최초의 파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옛날 국회 못지 않은 싸움판의 구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민생은 관심 밖이다. 과연 못살겠다고 살려달라는 서민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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