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회현동 등 남산 북쪽 기슭… 북향 건물이 더 좋은 곳도 있다
서울 회현동 등 남산 북쪽 기슭… 북향 건물이 더 좋은 곳도 있다
| 주택이나 빌딩은 산세의 흐름에 맞춰 건물의 앞을 정하는 것이 좋다. |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움에 부딪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직원이나 동업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자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성품을 보는 관점에는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기초하는 것이 실패가 적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과 투쟁을 전제로 누가 이기느냐 지느냐의 처절한 싸움터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이를 추진하다 배신당하게 되면 사업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세상을 비관하고 심한 좌절감에 빠질 우려가 있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대개 인간관계에 대한 무수한 경험과 관상학이 그 기준이 된다. 이에 비해 풍수에서는 대지와 건물의 관계를 보고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을 예단한다. 그중에서도 건물은 대지를 형성하고 있는 지기(地氣)의 흐름, 곧 산세의 방향대로 향(건물의 앞)을 정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도로 사정이나 주변 건물로 인해 이와는 거꾸로 건물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서울 사대문 안을 살펴보면, 경복궁이나 창덕궁 일대의 남향 건물은 청계천으로 내려오는 북악산의 지세에 맞춰 제대로 앉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산세를 무시하고 북쪽으로 건물의 앞을 택했다면 이런 건물은 기운을 역으로 받는 셈이다. 또 남산 기슭의 회현동이나 묵정동 일대의 건물이 시내를 내려다보는 북향 건물이라면 이는 지기의 흐름을 따른 것이지만, 만약 반대로 남향을 선호해 남산을 바라보고 있다면 지기를 역으로 받게 된다. 지세의 흐름과 반대로 건물이 앉는 경우에는 이른바 하극상(下剋上), 부하가 상사를 고발하거나 종업원이 회사 경영상의 비밀을 누설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불신에 앞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 지기의 작용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건물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평지와 같은 지세에서는 어떻게 기가 흐르는 방향을 알아낼까?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변 도로나 작은 언덕, 그리고 물의 흐름을 살피면 된다.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원리다. 여기서 산은 높은 산은 물론 작은 언덕까지 포함한다. 또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그 물이 흘러가는 방향이 기가 흐르는 방향이다. 일반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사무실용 빌딩도 이런 지기의 흐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덧붙인다면, 자식들이 부모의 말을 잘 안 듣고 고집이 세다면 집의 방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도 역시 지기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지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배산임수의 원칙에서 방향에 따라 지기가 지닌 특성과는 별개로 하극상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만을 설명한 것이다. 산이 동쪽에 있으면 서향, 서쪽에 있으면 동향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작은 언덕 중앙에 자리해 사방으로 물이 흘러가는 위치는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아예 건조물을 짓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왜냐하면 그런 곳은 용척(龍脊)이라고 해서 기가 머물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기가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자리는 요동이 무척 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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