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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에 도전한 롤스로이스

컨버터블에 도전한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가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팬텀 컨버터블
중후함의 상징이던 롤스로이스가 경쾌한 컨버터블차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항공기용 제트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 plc’와 분리돼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인 BMW의 손에 넘어간 영국의 수제 명품 자동차 제조업체 ‘롤스로이스 자동차(Motor Cars)’는 기존의 초호화 모델인 팬텀의 컨버터블 버전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얼마 전 탄생 100주년 기념 모터쇼를 열면서 ‘100EX’라는 컨셉트카 모델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이 모델이 컨버터블형이었다. 왜 컨버터블이 화제가 되는가? 롤스로이스는 지금까지 한번도 컨버터블형 자동차 모델을 내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암호명이 RR02로 붙여진 이 차는 4인승으로 투 도어형이다. 팬텀의 6,750cc V12엔진을 장착하는데, 디자인은 100EX와 일맥상통한다. 가격은 팬텀의 25만 파운드(약 5억5,000만원)보다 조금 더 높게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대부분 부호인 롤스로이스의 고객들은 가격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 회사는 자사 최초의 컨버터블 모델인 RR02에 일반의 생각보다 훨씬 비싼 값을 매길 수도 있을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수제로 자동차를 만들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컨버터블형 새 모델을 낸다고 해도 별도의 공장을 차릴 필요가 없다. 500여명의 숙련공이 일하는 영국 서섹스주 굿우드 공장에 관련 공작소만 하나 더 추가하면 된다.그러나 문제와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컨버터블의 기계적 바탕인 팬텀이 그리 잘 팔리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 팔리기는커녕 ‘최고경영자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전임 카를하인츠 칼프펠 대표가 불과 다섯 달 만에 이탈리아의 피아트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전임자인 토니 고트도 다섯 달 만에 자리에서 밀려났다. BMW의 헬무트 판케 회장은 롤스로이스 자동차의 재무담당 이사인 슈테판 크라우제를 대표에 앉혔다. 크라우제의 전임자 두 명은 각각 다른 자리로 옮기기 위해, 또는 경영개선 방향에 대한 본사와의 견해 차이 등으로 대표 자리를 내놓은 것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롤스로이스의 경영사정, 특히 팬텀의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데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팬텀은 출시 이후 지난 20개월 동안 900대를 팔았을 뿐이다. 올해도 목표인 1,000대에 훨씬 못 미치는 556대를 팔았을 뿐이다. 롤스로이스 모델당 평균 수명을 10년으로 잡고 모델당 매년 1,000대씩 파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영업 하나만 달랑 떼서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롤스로이스 자동차 자체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올해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흑자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매출이 1억5,000만 파운드에 육박한다. 이 회사에 1억500만 파운드를 투자한 BMW로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BMW는 이 중 4,000만 파운드를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 이름과 스피리트 오브 엑스터시라는 마스코트에 대한 권리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으며, 나머지 6,500만 파운드는 굿우드 공장에 투자했다. 그런 회사가 지금 영업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이익을 내는 롤스로이스 자동차인 것이다. BMW로선 남는 투자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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