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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도 라틴 아메리카 경제 호조

달러 약세에도 라틴 아메리카 경제 호조


The Dollar Deluge

중·남미의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띠고 있다.
달러는 언제나 라틴 아메리카에 재앙이자 축복이었다. 달러값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수입품을 마구 사들이고 파리나 디즈니월드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 무역수지 적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연히 미국을 가장 큰 고객으로 갖고 있는 수출업자들은 불황에 빠져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 반대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부터 멕시코시티에 이르기까지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커피·철광석·원유·구리 등 1차 상품들이 높은 값을 받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2004년 무역흑자는 3백30억달러로 예상되며 아르헨티나의 올해 수출량은 국민총생산(GNP)의 10%에 달한다.

무역의 호조로 미주 지역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카리브해 및 라틴 아메리카 34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약 4.7%에 달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보고한다. 가격이 주로 달러화로 표시되는 지역에는 인플레 억제효과도 기대된다. “달러 약세로 경쟁력이 없어졌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독일계 은행 웨스트LB의 라틴 아메리카 분석가 리카르도 아모림은 말한다.

오랜 세월 라틴 아메리카의 매력은 손쉬운 돈벌이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달러·유로·엔화가 봇물처럼 밀려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됐고 정부는 종종 비현실적인 환율로 자국 통화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쇠약해진 라틴 아메리카 경제는 하나둘씩 무너졌고 통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했다. 국제 차관기관의 긴급융자가 없었다면 브라질과 멕시코의 붕괴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남미는 다시 일어섰고 번영이 찾아오고 있다. 수출이 급증하는 데다, 달러 약세는 채무 상환에 호재가 되고 있다. 외채의 절반 이상이 달러이거나 혹은 달러 연동금리로 움직이는 아르헨티나·콜롬비아·우루과이 같은 나라들엔 거의 횡재나 다름없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 2년 전 2천5백억달러에 달했던 외채 중 40%가 달러와 관련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외채는 여전히 2천1백2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이런 현상은 끝없이 변하는 세계경제에 화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폭락이 신흥시장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고 라틴 아메리카에도 재앙이 될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아모림은 “달러가 더 떨어지면 라틴 아메리카엔 심각한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이 신속하게 금리를 올리고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떠나면 중·남미로의 자본유입이 크게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라틴 아메리카 경제가 경기하강에 대해 적응력이 어느 때보다도 양호해 보인다는 점이다. 중·남미의 외채 규모는 아직 상당하지만 국제 차관금리가 싸고 지출확대를 지향할 듯한 좌파 정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증가하지 않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가 드디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뉴욕 컨설팅회사 아이디어글로벌의 신흥시장 분석가 알베르토 베르날은 말한다. 달러 비축량보다 소비량이 항상 앞서는 나라들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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