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폭발에 ‘벼락부자’ 속출
소비 폭발에 ‘벼락부자’ 속출
중국의 소비자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들의 기호에 발 빠르게 부응하는 기업인들은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많은 세탁기 앞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상하이(上海)의 금융인 존 장이 140달러짜리 샤프(Sharp) 모델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험 삼아 한 번 돌려보기라도 할 태세다. 장은 궈메이전기(國美電器)에 대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궈메이는 중국 전역에 체인을 두고 있는 가전 매장이다. 매장 1층은 각 브랜드를 진열한 임시 부스들이 들어서 있어 마치 재래시장 같다. 고객만족을 내세운 ‘레인보우 서비스’의 상징인 하늘색 유니폼 차림인 판매원들이 에너지 등급과 회전력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궈메이의 황광위(黃光裕 ·2위) 사장 같은 기업인들은 이 와중에 한몫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장처럼 30대 ‘갑부 세대’에 속하는 부유층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9%에 이르는 중국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속도도 여러 모로 빨라지고 있다. 올해 중국의 소매 매출 증가율은 13%를 기록할 전망이다. 발 빠른 민간기업이 고객의 변덕스러운 취향에 적응하는 능력이 국유기업보다 훨씬 낫다. 민간기업은 소매, 미디어, 심지어 금융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100대 부자’리스트에서 원조격인 인물들이 많이 탈락했다. 3위 안에 오른 인물들 가운데 두 명은 최근까지만 해도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100여 개 궈메이 매장을 거느린 황과 짭짤한 온라인 게임 업계의 개척자 천톈차오(陳天橋 ·3위)가 바로 그들이다. 온라인 게임은 중국 청년문화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웹 컨설턴트 제이 첸(Jay Chen)은 “미국의 경우 수십 년 전 TV가 일으켰던 붐을 중국에서는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천의 성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盛大交互娛樂有限公司)의 시가 총액은 20억 달러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자부하고 있지만 중국의 20대 갑부 가운데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온라인 게임 매출의 순이익 증가율은 50% 정도로 한자리 수 증가율을 보이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보다 훨씬 높다. 투자은행 메릴린치 임원 출신으로 현재 상하이의 벤처캐피털 업체 고비 파트너스(戈壁投資基金)에 있는 차오자타이(曹嘉泰)는 이렇게 분석했다. “급성장 중인 상당수 중국 업체의 뒤에는 소비자가 있다. 제조업체 가운데 많은 수가 수익성이 좋지 않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盛大交互娛樂有限公司) 인터넷 산업이 어떤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매우 색다른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리스트보다 더 포괄적인 ‘중국의 200대 부자’ 순위가 올해 포브스 중국어판인 포브스 차이나에 게재됐다. 100위 커트라인은 지난해 1억 달러에서 올해 1억4,100만 달러로 높아졌다. 중국 100대 부자가 보유한 재산 총액도 지난해 220억 달러에서 올해 290억 달러로 늘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재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메릴린치와 금융 컨설팅 업체 캡 제미니(Cap Gemini)는 지난해 100만 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중국인 수가 12% 늘어 23만6,000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부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낳은 결과다. 중국은 지난 10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9.3%로 상향조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은 소비자뿐이 아니다. 투자가 경제성장에 더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거시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투자가 ‘경기과열’의 주범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금융 긴축에 나서는 바람에 투자는 다소 유동적인 상황이다.
지난 12개월은 소비자 지향적인 업체들에 안정적인 기간이었다. 베이징(北京)에 있는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닷컴(Baidu.com)의 공동 창업자 리옌흥(李彦宏 ·162위)은 “주변에서 ‘대출 규제로 영향받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한다”고 전했다. 바이두닷컴은 세계에서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10대 웹 사이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구매력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홍콩지점에서 중국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천창화(陳昌華)는 “소비재 ·서비스 산업이 다른 국가에 비해 충분한 성장 여력을 갖고 있다”며 “게다가 수익성도 중국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궈메이의 황은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제개혁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던 1987년 직업학교 졸업과 함께 궈메이를 설립했다. 지금처럼 중국산과 수입품을 함께 판매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내세운 몇몇 공약을 지키기 위해 올해 소매부문 투자제한을 완화했다. 황은 외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외국인이 목 좋은 부지를 낚아채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황은 “중국인 기호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는 듯하다. 영국의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 테스코(Tesco)가 중국에서 한 저가 슈퍼마켓 체인 지분 50%를 현재 순이익의 50배에 인수하자 중국 내 소매업체들 가치는 급등했다.
중국인이 성능 좋은 세탁기에만 지출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지난 6월 4,000만 달러에 중국에서 이름난 한 약국 체인의 ‘일부’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약국 체인은 올해 리스트에 오른 장쓰민(張思民 ·74위)이 소유한 것으로 그의 제약업을 보완하기 위한 사업이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건강 관련 지출을 늘리고 정부는 제약업체에 대한 소유 지분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미디어도 광고시장을 겨냥한 민간기업들에 의해 개방되고 있다. 2년 전 타깃 미디어(Target Media)의 창업자 겸 CEO 위펑(虞鋒 ·180위)은 광고주들이 고소득층에 다가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중국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의 경우 고층 빌딩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타깃 미디어는 집 밖에 나와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날마다 2,000만 명이 엘리베이터나 공항에서 타깃 미디어가 내보내는 광고를 본다. 위는 지난 9월 사모펀드업체 칼라일(Carlyle)을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칼라일이 타깃 미디어에 투자한 돈은 1,500만 달러다.
금융 서비스 부문 역시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민간기업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올해 리스트에 오른 인물 가운데 몇몇은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형 보험업체 핑안(平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민간은행인 중국민생은행(中國民生銀行)도 이런 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민생은행의 류융하오(劉永好) 부회장은 “금융 서비스업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했다. 민생은행은 조만간 홍콩에서 기업공개를 단행할 계획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중국의 독(毒)’으로 취급당했던 기업인들은오늘날 일자리 창출에 애쓰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올 상반기에 헌법을 개정했다. 민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재계 고위 인사들이 국가 자문기관에 참여하는 것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리판그룹(力帆集團)의 인밍산(尹明善 ·118위) 회장이다. 민영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인은 지난해 한 국영 공장 지분 60%를 인수했다. 올해 인수한 땅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기 위해 국가로부터 도움도 받고 있다.
올해 리스트에서도 정보기술(IT) 업계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볼 수 있다. 지난해 1위로 등극했던 넷이즈(NetEase)의 창업자 딩레이(丁磊 ·6위)는 수익 ·제품 ·통신정책을 둘러싼 우려 속에 재산의 40%가줄어들었다. 소후(搜狐)의 장차오양(張朝陽 ·83위)에게도 평탄치 못한 한 해였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UT스타콤(UTStarcom)의 우잉(吳鷹 ·162위)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내년 차세대 휴대전화 서비스가 선보이면 UT스타콤이 한물간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신흥 갑부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취업 포털 서비스 51잡(51Job)이 지난 10월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 주가가 크게 오른 덕에 공동 창업자 펑레이(鳳雷)는 이번 리스트에서 193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가 늘고 경제적 여건도 나아지면서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 같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올해 여름 8,700만 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게임업체 더9(The9)의 창업자 주쥔(朱駿 ·112위)은 “중국의 고유 문화가 어마어마한 인터넷 ·무선 시장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민간부문에서 스캔들이 계속 이어지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화상가스(華燃氣)는 별 해명 없이 거래를 중단시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겨줬다. 화상가스는 지난해 리스트에서 92위를 차지했던 선자상(沈家)이 설립한 기업이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복합기업 더룽(德隆)의 탕완리(唐万里) ·탕완신(唐万新) 형제도 올해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몇몇 상장 주가의 하락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금 새 중국에서는 활력이 넘치는 가운데 부가 창출 ·축적되고 있다. 올해 1위에 등극한 기업인은 룽즈젠(榮智健)이다. 그가 홍콩에서 운영하는 중신타이푸(中信泰富)는 중국의 전력 ·수송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계속 번창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은 세탁기 앞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상하이(上海)의 금융인 존 장이 140달러짜리 샤프(Sharp) 모델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험 삼아 한 번 돌려보기라도 할 태세다. 장은 궈메이전기(國美電器)에 대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궈메이는 중국 전역에 체인을 두고 있는 가전 매장이다. 매장 1층은 각 브랜드를 진열한 임시 부스들이 들어서 있어 마치 재래시장 같다. 고객만족을 내세운 ‘레인보우 서비스’의 상징인 하늘색 유니폼 차림인 판매원들이 에너지 등급과 회전력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궈메이의 황광위(黃光裕 ·2위) 사장 같은 기업인들은 이 와중에 한몫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장처럼 30대 ‘갑부 세대’에 속하는 부유층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9%에 이르는 중국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속도도 여러 모로 빨라지고 있다. 올해 중국의 소매 매출 증가율은 13%를 기록할 전망이다. 발 빠른 민간기업이 고객의 변덕스러운 취향에 적응하는 능력이 국유기업보다 훨씬 낫다. 민간기업은 소매, 미디어, 심지어 금융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100대 부자’리스트에서 원조격인 인물들이 많이 탈락했다. 3위 안에 오른 인물들 가운데 두 명은 최근까지만 해도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섰다. 100여 개 궈메이 매장을 거느린 황과 짭짤한 온라인 게임 업계의 개척자 천톈차오(陳天橋 ·3위)가 바로 그들이다. 온라인 게임은 중국 청년문화의 판을 새로 짜고 있다. 웹 컨설턴트 제이 첸(Jay Chen)은 “미국의 경우 수십 년 전 TV가 일으켰던 붐을 중국에서는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천의 성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盛大交互娛樂有限公司)의 시가 총액은 20억 달러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자부하고 있지만 중국의 20대 갑부 가운데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온라인 게임 매출의 순이익 증가율은 50% 정도로 한자리 수 증가율을 보이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보다 훨씬 높다. 투자은행 메릴린치 임원 출신으로 현재 상하이의 벤처캐피털 업체 고비 파트너스(戈壁投資基金)에 있는 차오자타이(曹嘉泰)는 이렇게 분석했다. “급성장 중인 상당수 중국 업체의 뒤에는 소비자가 있다. 제조업체 가운데 많은 수가 수익성이 좋지 않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盛大交互娛樂有限公司) 인터넷 산업이 어떤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매우 색다른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리스트보다 더 포괄적인 ‘중국의 200대 부자’ 순위가 올해 포브스 중국어판인 포브스 차이나에 게재됐다. 100위 커트라인은 지난해 1억 달러에서 올해 1억4,100만 달러로 높아졌다. 중국 100대 부자가 보유한 재산 총액도 지난해 220억 달러에서 올해 290억 달러로 늘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재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메릴린치와 금융 컨설팅 업체 캡 제미니(Cap Gemini)는 지난해 100만 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중국인 수가 12% 늘어 23만6,000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부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낳은 결과다. 중국은 지난 10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9.3%로 상향조정했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은 소비자뿐이 아니다. 투자가 경제성장에 더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거시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투자가 ‘경기과열’의 주범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금융 긴축에 나서는 바람에 투자는 다소 유동적인 상황이다.
지난 12개월은 소비자 지향적인 업체들에 안정적인 기간이었다. 베이징(北京)에 있는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닷컴(Baidu.com)의 공동 창업자 리옌흥(李彦宏 ·162위)은 “주변에서 ‘대출 규제로 영향받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한다”고 전했다. 바이두닷컴은 세계에서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10대 웹 사이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은 구매력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홍콩지점에서 중국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천창화(陳昌華)는 “소비재 ·서비스 산업이 다른 국가에 비해 충분한 성장 여력을 갖고 있다”며 “게다가 수익성도 중국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궈메이의 황은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제개혁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던 1987년 직업학교 졸업과 함께 궈메이를 설립했다. 지금처럼 중국산과 수입품을 함께 판매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내세운 몇몇 공약을 지키기 위해 올해 소매부문 투자제한을 완화했다. 황은 외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외국인이 목 좋은 부지를 낚아채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황은 “중국인 기호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는 듯하다. 영국의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 테스코(Tesco)가 중국에서 한 저가 슈퍼마켓 체인 지분 50%를 현재 순이익의 50배에 인수하자 중국 내 소매업체들 가치는 급등했다.
중국인이 성능 좋은 세탁기에만 지출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지난 6월 4,000만 달러에 중국에서 이름난 한 약국 체인의 ‘일부’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약국 체인은 올해 리스트에 오른 장쓰민(張思民 ·74위)이 소유한 것으로 그의 제약업을 보완하기 위한 사업이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건강 관련 지출을 늘리고 정부는 제약업체에 대한 소유 지분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미디어도 광고시장을 겨냥한 민간기업들에 의해 개방되고 있다. 2년 전 타깃 미디어(Target Media)의 창업자 겸 CEO 위펑(虞鋒 ·180위)은 광고주들이 고소득층에 다가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중국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의 경우 고층 빌딩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타깃 미디어는 집 밖에 나와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날마다 2,000만 명이 엘리베이터나 공항에서 타깃 미디어가 내보내는 광고를 본다. 위는 지난 9월 사모펀드업체 칼라일(Carlyle)을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칼라일이 타깃 미디어에 투자한 돈은 1,500만 달러다.
금융 서비스 부문 역시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민간기업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올해 리스트에 오른 인물 가운데 몇몇은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형 보험업체 핑안(平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민간은행인 중국민생은행(中國民生銀行)도 이런 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민생은행의 류융하오(劉永好) 부회장은 “금융 서비스업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했다. 민생은행은 조만간 홍콩에서 기업공개를 단행할 계획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중국의 독(毒)’으로 취급당했던 기업인들은오늘날 일자리 창출에 애쓰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올 상반기에 헌법을 개정했다. 민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재계 고위 인사들이 국가 자문기관에 참여하는 것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리판그룹(力帆集團)의 인밍산(尹明善 ·118위) 회장이다. 민영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인은 지난해 한 국영 공장 지분 60%를 인수했다. 올해 인수한 땅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기 위해 국가로부터 도움도 받고 있다.
올해 리스트에서도 정보기술(IT) 업계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볼 수 있다. 지난해 1위로 등극했던 넷이즈(NetEase)의 창업자 딩레이(丁磊 ·6위)는 수익 ·제품 ·통신정책을 둘러싼 우려 속에 재산의 40%가줄어들었다. 소후(搜狐)의 장차오양(張朝陽 ·83위)에게도 평탄치 못한 한 해였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UT스타콤(UTStarcom)의 우잉(吳鷹 ·162위)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내년 차세대 휴대전화 서비스가 선보이면 UT스타콤이 한물간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신흥 갑부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취업 포털 서비스 51잡(51Job)이 지난 10월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 주가가 크게 오른 덕에 공동 창업자 펑레이(鳳雷)는 이번 리스트에서 193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가 늘고 경제적 여건도 나아지면서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 같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올해 여름 8,700만 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게임업체 더9(The9)의 창업자 주쥔(朱駿 ·112위)은 “중국의 고유 문화가 어마어마한 인터넷 ·무선 시장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민간부문에서 스캔들이 계속 이어지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화상가스(華燃氣)는 별 해명 없이 거래를 중단시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겨줬다. 화상가스는 지난해 리스트에서 92위를 차지했던 선자상(沈家)이 설립한 기업이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복합기업 더룽(德隆)의 탕완리(唐万里) ·탕완신(唐万新) 형제도 올해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몇몇 상장 주가의 하락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금 새 중국에서는 활력이 넘치는 가운데 부가 창출 ·축적되고 있다. 올해 1위에 등극한 기업인은 룽즈젠(榮智健)이다. 그가 홍콩에서 운영하는 중신타이푸(中信泰富)는 중국의 전력 ·수송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계속 번창하고 있다.
중국에 부동산 열기 ‘후끈’ |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문을 할 때 중국을 약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모건의 간판급 중국 전략가 셰궈중(謝國忠 ·Andy Xie)은 부동산 거품에 대한 글을 자주 쓴다. 그러나 정작 모건은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모건은 지난 1월 상하이 소재 푸싱그룹(復星集團)과 합작회사를 만든 후 부동산이나 토지담보가 딸린 부실 여신을 7억 달러어치나 사들였다.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의 100대 부자’ 리스트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여전히 재산을 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싱그룹의 궈광창(郭廣昌 ·14위)은 “부동산 수요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포르테(Forte)는 상하이에서 손꼽히는 업체다. 그는 한 가지 변하는 게 있다면 개발업자들의 자금조달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중국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의 고정 자산에 대한 총투자 중 33%를 기록했을 정도다. CSFB에 따르면 여신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과열 조짐이 보이자 지난 10월 금리인상에 나섰다. 관치 금융체제에서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많은 민간기업에 타격이 된다. 민간업자들은 지금까지 자기 돈이나 은행 대출로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저우칭치(周慶治 ·43위)는 올해 초여름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소비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리라는 생각에 매입하지 않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탄력을 받은 것이다. 정부의 고민은 신규 프로젝트의 속도를 늦추려다 공급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가격폭등 현상은 사무실 건물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국제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스 랑 라살(Jones Lang LaSalle)은 상하이의 경우 올해 임대 사무실 공실률이 10년 중 최저치인 7%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인기 있는 푸시(浦西)지구의 1 ·2등급 빌딩 임대료가 18% 올랐다. 내년 공실률은 9.5%로 높아질 전망이지만 임대료는 11% 더 상승할 듯하다. 상업 중심지인 상하이의 수요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수요증가와 자본소득에 대한 희망으로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을 찾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식적인 부동산투자신탁(REITs) 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돼 왔다. 현재로서는 모건 같은 외국 업체를 프로젝트별로 끌어들이는 방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로써 중국 업체들은 부동산을 국제 수준에 맞게 관리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투기를 우려하는 중국 정부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현상으로 증시 상장 열기를 꼽을 수 있다. 포르테는 홍콩 증시에 이미 상장됐고, 톈진(天津)의 순코 차이나(順馳中國公司)가 올해 안에 상장할 계획이다. 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퇴색하면 부동산 가격은 내릴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개발업자들은 낙관적이다. 스마오 그룹(世茂集團)은 대형 체인 간판들을 내걸 특급 호텔을 짓고 있다. 해외의 판매 파트너를 통해 중국 내 매출 신장도 꾀하고 있다. 스마오 그룹 회장 쉬룽마오(許榮茂 ·4위)의 아들로 판매 책임자이기도 한 쉬스탄(許世壇)은 “격변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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