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전문’연애소설의 여왕
‘대박 전문’연애소설의 여왕
연애소설 작가 노라 로버츠는 미국에서 소설을 가장 많이 쓰고 돈도 잘 버는 작가다. ‘노벨 매출상’이 있다면 떼어논 당상이라고나 할까.
소설가 노라 로버츠(Nora Roberts ·54)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벨 매출상’이 신설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량에서 로버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여 년간 소설 157권을 썼다. 이 가운데 116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해 로버츠의 소설은 5,000만 부가 팔렸다. 올해도 비슷하게 팔릴 듯싶다. 그녀는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과 다르다. 로버츠 역시 같은 생각이다. 골초인 그녀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글을 영감으로 쓰지 않는다”며 “나는 시와 음악의 여신 뮤즈가 아닌 엄격한 수녀들에게서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버츠가 갑부가 된 것은 바로 그 엄격함 덕분이다. 로버츠는 연간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 수입은 조앤 롤링(J.K. Rowling)의 1억4,700만 달러와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존 그리샴(John Grisham)이나 스티븐 킹(Stephen King) 같은 유명 작가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수준이다. 25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로버츠는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단순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치까지 누릴 정도”라고 표현했다.
로버츠가 처음부터 단순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치를 누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본명은 엘리너 마리 로버트슨(Eleanor Marie Robertson).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스에서 태어났다. 가족으로는 아일랜드계 부모와 5남매가 있고, 그 가운데 그녀는 막내다. 로버츠는 가톨릭계 고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가지 않고 17세에 결혼했다. 그 뒤 산악지방인 메릴랜드주 서부로 이사했다.
법률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임신 후 전업주부가 됐다. 1979년 눈보라가 몹시 몰아치던 어느 날, 로버츠는 어린 두 아들과 하루 종일 놀아준 뒤 펜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사랑의 멜로디> (Melodies of Love)를 썼다. 로버츠는 쓰레기 같은 이 작품에 대해 지금도 언급을 꺼린다. 이 작품을 비롯해 이후 잇따라 쓴 대여섯 편의 소설도 빛을 보지 못했다. 나서는 출판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로버츠는 계속 소설을 썼다.
시련은 81년에 끝났다. <아일랜드 서러브레드> (Irish Thoroughbred)가 로맨스 소설 전문 출판사 실루엣(Silhouette)에서 출간되면서였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에서 미국 메릴랜드주로 건너온 한 아가씨가 종마장 주인을 만나 모험을 거쳐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로버츠가 다양한 형태로 응용해 써먹는 일종의 공식이다. 한 소녀가 씩씩하지만 감상적인 소년과 만나 함께 모험을 겪다가 결국 결혼한다는 식이다.
로버츠 자신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녀는 83년 이혼했다. 그 뒤 주중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글만 썼다. 그로부터 2년 후 서가를 꾸며주려고 집에 온 목수 브루스 와일더(Bruce Wilder)와 결혼했다. 부부는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와일더는 근육질에 감성적인 면이 있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와일더는 로버츠의 140평짜리 저택에 방을 계속 새로 만들고 있다. 그는 집 근처 분스보로에서 턴 더 페이지(Turn the Page)라는 서점도 운영한다.
이후 80년대 남은 기간 동안 로버츠는 실루엣과 지금의 베텔스만(Bertelsmann) 출판사로 통합된 밴텀(Bantam)에서 로맨스 소설 수십 권을 발표했다. 그러던 중 92년 전기를 맞았다. 출판사 GP 퍼트넘스 선스(G.P. Putnam’s Sons)의 발행인 필리스 그랜(Phyllis Grann)과 편집자 레슬리 겔브먼(Leslie Gelbman)이 그녀를 주목한 것이다. 그랜은 “로버츠의 작품이 다른 페이퍼백 연애소설과 달리 구성이 훨씬 복잡하고 조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로버츠 소설의 주인공들은 종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생생했다. 겔브먼은 “그러나 로버츠의 작품 구성이 꽤 직선적이었다”며 “그런 스타일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고 들려줬다. 겔브먼은 현재 버클리 퍼블리싱 그룹(Berkley Publishing Group)의 사장 겸 발행인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퍼트넘(Putnum)과 마찬가지로 펭귄(Penguin) 출판사에 속해 있다.
그랜과 겔브먼은 좀더 ‘수지가 맞는’ 책으로 톰 클랜시(Tom Clancy)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들은 파격적인 구성에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다. 심지어 로버츠의 로맨스 소설을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장르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로버츠로 하여금 6권의 책을 쓰도록 했다. 이를 하드커버 3권과 페이퍼백 3부작으로 출판했다. 더 복잡한 이야기를 담은 하드커버는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식이었다. 하드커버 책 값은 22달러가 넘었다. 페이퍼백이 7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표지도 새롭게 꾸몄다. 저급한 근육질 모델 대신 로버츠의 이름을 강조하고, 도시 풍경이나 장신구 사진 등 점잖은 이미지를 사용했다. 대졸 여성들에게 다가서고 그들이 서점에서 책을 살 때나 버스에서 책을 읽을 때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로맨스 소설가의 이미지를 재포장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95년 로버츠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3부작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드커버 판매부수는 10만 부가 안 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지 못했다. 그랜은 “로버츠에게 ‘계속 같이 일하자, 다음 하드커버는 히트할 것’이라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털어놓았다. 로버츠는 에이전트인 에이미 버코워(Amy Berkower)의 조언대로 작은 목장을 배경으로 한 하드커버 소설을 집필했다. 그랜은 소설에 <몬태나 스카이> (Montana Sky)라는 시원한 제목을 달고 96년 3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TV에 흔치 않은 책 광고를 내고 서점에서 전례 없는 판촉전도 펼쳤다. 로버츠의 100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출간 며칠 만에 200만 부나 팔렸다.
그즈음 로버츠와 함께 일하던 이들은 색다른 문제로 고민해야 했다. 로버츠가 쏟아내는 소설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였다. 로버츠는 연간 6권 분량에 해당하는 원고를 써냈다. 그랜은 “속도가 너무 빨라 출판사에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버코워가 다른 필명으로 전혀 다른 장르의 연애소설을 써보라고 제안한 것도 바로 그때다. 로버츠는 거절했다. 그러나 버코워는 그랜이 로버츠의 작품을 보통 콜라와 다이어트 콜라처럼 두 종류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버츠는 “전광석화처럼 ‘아,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들려줬다.
19권짜리 살인 미스터리물 <인 데스> (In Death) 시리즈는 이렇게 태어났다. 2059년의 뉴욕이 배경인 으스스한 작품으로 <네이키드 인 데스> (Naked in Death) · <포트레이트 인 데스> (Portrait in Death) 등이 바로 그것이다. 주인공인 형사 이브 댈러스와 과거가 베일에 싸인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로아크는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서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1,700만 부가 팔린 이 시리즈는 JD 롭(J.D. Robb)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됐다. J와 D는 로버츠의 두 아들 제이슨(Jason)과 댄(Dan)을 뜻한다.
독자들은 두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겔브먼과 그랜은 그 점을 이용해 판촉에 나섰다. 서점에 이런 문구의 포스터를 내걸었다. “JD 롭이 어떤 베스트셀러 연애소설을 썼을까. 서점에서 물어보세요.” 독자를 될 수 있으면 많이 확보하기 위해 책의 커버에 영화나 TV 프로그램 예고편처럼 다음 편을 발췌한 내용도 실었다. 퍼트넘은 서스펜스를 오래 끌었다. 이윽고 2001년 서점들에 JD 롭이 노라 로버츠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나붙었다. <인 데스> 시리즈가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뒤였다. 전체 시리즈를 영화화하는 판권은 배우 멜 깁슨의 제작사 아이콘(Icon)이 따냈다.
로버츠는 마케팅을 출판사에 일임하고 있다. 그녀는 비행기도, 여행도 싫어해 1년에 고작 한 번 소설을 홍보한다. 그러나 일단 홍보에 나서면 매우 적극적이다. 최근 발표한 로맨스 소설 <오로라> (Northern Lights)의 경우 지난 10월 3주 동안 10개 주 16개 도시를 돌며 홍보했다.
로버츠는 돌아다니기보다 인터넷을 활용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많은 장소를 온라인으로 찾아다닌다. 팬들과도 온라인으로 접촉한다. 그녀는 두 달에 한 번 5만여 명의 가입자에게 무료 e메일을 발송한다. 로버츠가 운영하는 웹 사이트에는 한 달 평균 11만 명이 방문해 책·담요 ·T셔츠 ·가방 따위를 구매한다.
로버츠의 작품은 꾸준한 인기는 없다. 댄 브라운(Dan Brown)의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가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82주 동안 머문 반면 그녀의 작품은 모두 합해봐야 연애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79주 머물렀다. 로버츠 사단은 이에 대응해 새로운 판촉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450쪽에 이르는 16달러짜리 <노라 로버츠 공식 가이드> (The Official Nora Roberts Companion)이다.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는 <노라 로버츠 공식 가이드> 는 해마다 개정되고 있다. 해외 판촉은 또 하나의 방법이다. 로버츠의 작품은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에스토니아어 등 25개 언어로 번역됐다. 기존 작품을 다시 찍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판촉활동은 로버츠가 해마다 페이퍼백 세 권과 하드커버 세 권씩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30만 단어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대다수 미국인이 1년 동안 접하는 단어 수보다 많을 듯싶다. 노라> 노라> 다빈치> 오로라> 인> 포트레이트> 네이키드> 인> 몬태나> 아일랜드>사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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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노라 로버츠(Nora Roberts ·54)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벨 매출상’이 신설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량에서 로버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여 년간 소설 157권을 썼다. 이 가운데 116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해 로버츠의 소설은 5,000만 부가 팔렸다. 올해도 비슷하게 팔릴 듯싶다. 그녀는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과 다르다. 로버츠 역시 같은 생각이다. 골초인 그녀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글을 영감으로 쓰지 않는다”며 “나는 시와 음악의 여신 뮤즈가 아닌 엄격한 수녀들에게서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버츠가 갑부가 된 것은 바로 그 엄격함 덕분이다. 로버츠는 연간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 수입은 조앤 롤링(J.K. Rowling)의 1억4,700만 달러와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존 그리샴(John Grisham)이나 스티븐 킹(Stephen King) 같은 유명 작가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수준이다. 25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로버츠는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단순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치까지 누릴 정도”라고 표현했다.
로버츠가 처음부터 단순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치를 누렸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본명은 엘리너 마리 로버트슨(Eleanor Marie Robertson).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스에서 태어났다. 가족으로는 아일랜드계 부모와 5남매가 있고, 그 가운데 그녀는 막내다. 로버츠는 가톨릭계 고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가지 않고 17세에 결혼했다. 그 뒤 산악지방인 메릴랜드주 서부로 이사했다.
법률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임신 후 전업주부가 됐다. 1979년 눈보라가 몹시 몰아치던 어느 날, 로버츠는 어린 두 아들과 하루 종일 놀아준 뒤 펜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사랑의 멜로디> (Melodies of Love)를 썼다. 로버츠는 쓰레기 같은 이 작품에 대해 지금도 언급을 꺼린다. 이 작품을 비롯해 이후 잇따라 쓴 대여섯 편의 소설도 빛을 보지 못했다. 나서는 출판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로버츠는 계속 소설을 썼다.
시련은 81년에 끝났다. <아일랜드 서러브레드> (Irish Thoroughbred)가 로맨스 소설 전문 출판사 실루엣(Silhouette)에서 출간되면서였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에서 미국 메릴랜드주로 건너온 한 아가씨가 종마장 주인을 만나 모험을 거쳐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로버츠가 다양한 형태로 응용해 써먹는 일종의 공식이다. 한 소녀가 씩씩하지만 감상적인 소년과 만나 함께 모험을 겪다가 결국 결혼한다는 식이다.
로버츠 자신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녀는 83년 이혼했다. 그 뒤 주중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글만 썼다. 그로부터 2년 후 서가를 꾸며주려고 집에 온 목수 브루스 와일더(Bruce Wilder)와 결혼했다. 부부는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와일더는 근육질에 감성적인 면이 있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와일더는 로버츠의 140평짜리 저택에 방을 계속 새로 만들고 있다. 그는 집 근처 분스보로에서 턴 더 페이지(Turn the Page)라는 서점도 운영한다.
이후 80년대 남은 기간 동안 로버츠는 실루엣과 지금의 베텔스만(Bertelsmann) 출판사로 통합된 밴텀(Bantam)에서 로맨스 소설 수십 권을 발표했다. 그러던 중 92년 전기를 맞았다. 출판사 GP 퍼트넘스 선스(G.P. Putnam’s Sons)의 발행인 필리스 그랜(Phyllis Grann)과 편집자 레슬리 겔브먼(Leslie Gelbman)이 그녀를 주목한 것이다. 그랜은 “로버츠의 작품이 다른 페이퍼백 연애소설과 달리 구성이 훨씬 복잡하고 조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로버츠 소설의 주인공들은 종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생생했다. 겔브먼은 “그러나 로버츠의 작품 구성이 꽤 직선적이었다”며 “그런 스타일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고 들려줬다. 겔브먼은 현재 버클리 퍼블리싱 그룹(Berkley Publishing Group)의 사장 겸 발행인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퍼트넘(Putnum)과 마찬가지로 펭귄(Penguin) 출판사에 속해 있다.
그랜과 겔브먼은 좀더 ‘수지가 맞는’ 책으로 톰 클랜시(Tom Clancy)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들은 파격적인 구성에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다. 심지어 로버츠의 로맨스 소설을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장르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로버츠로 하여금 6권의 책을 쓰도록 했다. 이를 하드커버 3권과 페이퍼백 3부작으로 출판했다. 더 복잡한 이야기를 담은 하드커버는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식이었다. 하드커버 책 값은 22달러가 넘었다. 페이퍼백이 7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표지도 새롭게 꾸몄다. 저급한 근육질 모델 대신 로버츠의 이름을 강조하고, 도시 풍경이나 장신구 사진 등 점잖은 이미지를 사용했다. 대졸 여성들에게 다가서고 그들이 서점에서 책을 살 때나 버스에서 책을 읽을 때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로맨스 소설가의 이미지를 재포장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95년 로버츠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3부작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드커버 판매부수는 10만 부가 안 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지 못했다. 그랜은 “로버츠에게 ‘계속 같이 일하자, 다음 하드커버는 히트할 것’이라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털어놓았다. 로버츠는 에이전트인 에이미 버코워(Amy Berkower)의 조언대로 작은 목장을 배경으로 한 하드커버 소설을 집필했다. 그랜은 소설에 <몬태나 스카이> (Montana Sky)라는 시원한 제목을 달고 96년 3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TV에 흔치 않은 책 광고를 내고 서점에서 전례 없는 판촉전도 펼쳤다. 로버츠의 100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출간 며칠 만에 200만 부나 팔렸다.
그즈음 로버츠와 함께 일하던 이들은 색다른 문제로 고민해야 했다. 로버츠가 쏟아내는 소설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였다. 로버츠는 연간 6권 분량에 해당하는 원고를 써냈다. 그랜은 “속도가 너무 빨라 출판사에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버코워가 다른 필명으로 전혀 다른 장르의 연애소설을 써보라고 제안한 것도 바로 그때다. 로버츠는 거절했다. 그러나 버코워는 그랜이 로버츠의 작품을 보통 콜라와 다이어트 콜라처럼 두 종류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버츠는 “전광석화처럼 ‘아,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들려줬다.
19권짜리 살인 미스터리물 <인 데스> (In Death) 시리즈는 이렇게 태어났다. 2059년의 뉴욕이 배경인 으스스한 작품으로 <네이키드 인 데스> (Naked in Death) · <포트레이트 인 데스> (Portrait in Death) 등이 바로 그것이다. 주인공인 형사 이브 댈러스와 과거가 베일에 싸인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로아크는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서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1,700만 부가 팔린 이 시리즈는 JD 롭(J.D. Robb)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됐다. J와 D는 로버츠의 두 아들 제이슨(Jason)과 댄(Dan)을 뜻한다.
독자들은 두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겔브먼과 그랜은 그 점을 이용해 판촉에 나섰다. 서점에 이런 문구의 포스터를 내걸었다. “JD 롭이 어떤 베스트셀러 연애소설을 썼을까. 서점에서 물어보세요.” 독자를 될 수 있으면 많이 확보하기 위해 책의 커버에 영화나 TV 프로그램 예고편처럼 다음 편을 발췌한 내용도 실었다. 퍼트넘은 서스펜스를 오래 끌었다. 이윽고 2001년 서점들에 JD 롭이 노라 로버츠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나붙었다. <인 데스> 시리즈가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뒤였다. 전체 시리즈를 영화화하는 판권은 배우 멜 깁슨의 제작사 아이콘(Icon)이 따냈다.
로버츠는 마케팅을 출판사에 일임하고 있다. 그녀는 비행기도, 여행도 싫어해 1년에 고작 한 번 소설을 홍보한다. 그러나 일단 홍보에 나서면 매우 적극적이다. 최근 발표한 로맨스 소설 <오로라> (Northern Lights)의 경우 지난 10월 3주 동안 10개 주 16개 도시를 돌며 홍보했다.
로버츠는 돌아다니기보다 인터넷을 활용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많은 장소를 온라인으로 찾아다닌다. 팬들과도 온라인으로 접촉한다. 그녀는 두 달에 한 번 5만여 명의 가입자에게 무료 e메일을 발송한다. 로버츠가 운영하는 웹 사이트에는 한 달 평균 11만 명이 방문해 책·담요 ·T셔츠 ·가방 따위를 구매한다.
로버츠의 작품은 꾸준한 인기는 없다. 댄 브라운(Dan Brown)의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가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82주 동안 머문 반면 그녀의 작품은 모두 합해봐야 연애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79주 머물렀다. 로버츠 사단은 이에 대응해 새로운 판촉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450쪽에 이르는 16달러짜리 <노라 로버츠 공식 가이드> (The Official Nora Roberts Companion)이다.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는 <노라 로버츠 공식 가이드> 는 해마다 개정되고 있다. 해외 판촉은 또 하나의 방법이다. 로버츠의 작품은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에스토니아어 등 25개 언어로 번역됐다. 기존 작품을 다시 찍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판촉활동은 로버츠가 해마다 페이퍼백 세 권과 하드커버 세 권씩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30만 단어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대다수 미국인이 1년 동안 접하는 단어 수보다 많을 듯싶다. 노라> 노라> 다빈치> 오로라> 인> 포트레이트> 네이키드> 인> 몬태나> 아일랜드>사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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