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로 회사를 바꿨다”
“‘월요편지’로 회사를 바꿨다”
회사에서는 ‘CEO의 월요편지’가 한 주를 시작하는 ‘모닝커피’로 부른다면서요. “직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겠지요. 월요편지를 보낸 것도 우선은 직원들과 가까워지자는 뜻에서였습니다. SDS는 임직원이 7,000명이나 되는 큰 조직인데, 시스템통합(SI) 업종 특성상 390개 ‘직장’으로 쪼개져서 근무하고 있어요. 어떻게 애사심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SDS맨이라는 동질성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회사 정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애사심도, 생산성도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김사장이 생각한 방법이 이메일이다. ‘클릭’ 하나로 7,000명과 교류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2003년 1월27일부터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 경영’을 시작했다. 이젠 팬들도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많을 때는 답장을 30통이나 받으니까 인기가 괜찮지요. 2년 가까이 CEO로부터 편지를 받다 보니 SDS맨들에게 월요편지는 ‘생활’이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월요편지를 보고 자녀들에게 30분씩 책을 읽어주겠다, 걷기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직원도 생겼어요.” 편지에는 어떤 내용을 담습니까? 왜 그렇게 인기가 좋습니까? “조직 개편이나 경영계획 같은 회사 얘기도 하지만 생활 얘기도 많지요. 「총각네 야채가게」처럼 흥미롭게 읽은 책도 소개하고, 이제는 제대했지만 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던 아들 얘기도 했습니다. 인기 비결이요? 무엇보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통로여서가 아닐까 싶네요. 처음에는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중간에 스크린을 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런 것은 절대 없습니다. 100% 제가 직접 쓰고, 제가 직접 답장을 해줍니다.” 삼성 비서실 인사팀장으로 있다가 삼성SDI·호텔신라를 거친 김사장이 삼성SDS로 온 것은 2003년 1월이다.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SDS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다.“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강하게 키웠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IMF 사태는 위기이자 기회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SDS에는 구조조정이 없었어요. IMF 직후 IT 기반의 벤처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다 보니 구조조정이라는 화두에서 비껴나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제대로 리스트럭처링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또 저가 수주로 인한 수익률 악화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쌓여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1원 수주’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잖아요.” 김사장이 월요편지에서 가장 먼저 띄운 경영 메시지는 ‘원가의식’이다. 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차라리 수주를 포기하자’는 편지를 쓰면서 “품질은 곧 비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으레 원가의식 하면, 경비를 줄이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더 중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입니다. 품질비용을 최초에 올바르게 하지 못해 발생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IT 서비스는 수주부터 운영·유지까지 ‘관행’을 깨뜨리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이제 저가 수주가 완전히 없어졌나요? “사업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 볼 것을 알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SDS는 손해 볼 것을 알면서 가격을 적게 적어내지는 않습니다.” 취임한 지 3년째에 접어드는데 경영 상태는 어떻습니까? “2002년 1조5,000억원 매출에 순이익이 100억원이었는데, 취임하고 나서 순이익이 800억원(2003년), 1,300억원(2004년)으로 늘었습니다. 2004년 매출은 1조8,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새 순익이 10배 늘었군요. “아직은 더 해야지요. 이익률을 10%로 높이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올해가 SDS가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인데 우연하게 경영목표에도 ‘2’라는 숫자에 많아요. 매출 2조원에 순익 2,000억원 돌파가 목표입니다.” 그런 만큼 월요편지가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김사장은 “지난해 5월 초 임원회의를 하고 나서 보낸 월요편지에서 ‘혁신 350’운동을 제안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소개했다. ‘350’은 당시부터 창립 20주년 기념일까지는 350일 남았다는 의미다. “월요편지를 통해 공유의 문화가 퍼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뭐 한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관심이 없었어요. 이제는 다릅니다. 사원들이 나서서 먼저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토크광장’에서 의견을 교환합니다. 이렇게 공유를 통한 ‘열린 문화’가 정착되고 있어 만족합니다.” 열린 경영이 열린 문화를 만든 셈인데, 다음 과제는 무엇입니까? “공유와 동참을 근성과 끈기로 바꿔야지요. 100번째 편지에서 강조한 것도 ‘열정’입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원고를 80번이나 수정했다. 베토벤은 한 곡을 쓰고 난 뒤 무려 12번을 고쳤다. 세상에 열정 없이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프랑스 철학자 뷔퐁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80번이 아니라 800번도 바꿀 수 있는 ‘열정맨’이 만드는 ‘열정 컴퍼니’를 기대한다는 뜻에서입니다.” 김 인 사장 1949년 경남 창녕 生 대구고·고려대 경영학과 卒 74년 삼성물산 89∼93년 삼성 회장비서실 94년 삼성 회장비서실 인사팀장 95∼2002년 삼성SDI 상무·전무·부사장 2002∼2003년 호텔신라 부사장 2003년∼現 삼성SDS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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