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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활동 인구 급증 예상… “저출산 후유증 2020년에 본격화”

비경제활동 인구 급증 예상… “저출산 후유증 2020년에 본격화”

지난해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는 아이를 둘 이상 낳은 고객에게 출산 상품을 대폭 할인해주는 출산 장려 마케팅을 펼쳤다. 저출산으로 아동용품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외로운 농촌 들녘. 전남 고흥군 두원면 예동마을 송대순 할머니가 힘겹게 수확한 마늘을 들고 작은 삽을 지팡이 삼아 집으로 향하고 있다.
30년 만에 바뀐 포스터. 지난 70년대에 등장한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포스터(왼쪽)와 2004년에 등장한 산아장려 포스터가 대조적이다.


김광수의 한국 경제 진단④ 인구 구조와 성장의 함수 한국 사회는 2, 3년 전부터 고령화와 저출산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문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참여정부 내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의 재정사업 동원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각종 연구결과와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참여정부는 ‘양극화’를 한국 경제의 구조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의 해소를 위해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출산율 높인다고 문제 해결 안 돼 이런 경제·사회적 문제의 밑바탕에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깔려 있다. 한국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동반 성장을 위한 사회 기반을 강화하는 실용적인 정책 대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주택 문제와 빈곤 문제,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 등 모두가 인구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강구할 수가 없다. 인구 문제는 경제·사회·정치·환경·생태 변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근본적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구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모르는 사이에 정치·경제·사회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흔히 저출산은 인구 감소를 초래하고 인구감소는 다시 경제 성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여야 하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기반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인구 문제를 단순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단순한 생각이다. 무작정 출산율을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출산율의 증가는 인구 과잉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의 현재 인구 수 4,700만 명은 적정한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일 현재 인구 수가 부족하다면 출산율을 높여야 하고 반대로 과잉이라면 출산율을 낮춰야 한다. 적정 인구 추산은 적어도 10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검토해야 하는 거대하고도 복잡한 문제다. 우선 무엇을 기준으로 인구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가부터가 문제다. 적정 인구 수를 추산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 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경기에도 순환주기가 있듯이 인구 변동에도 그 순환주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구 변동의 순환주기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동인은 경제 전체의 생산력(인구 부양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인구 문제에 관해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는데 특히 인구 변동 주기론의 모델에 대한 가설적 검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여기서는 경제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가설적 연구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이니 관심 있게 읽어보기 바란다.

2015년부터 인구 감소 먼저 한국의 인구 증가 추이와 전망을 살펴보면 <도표1> 과 같다. 우리 연구소가 한두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추정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전체 인구 수는 2015년 4,738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이웃 일본의 전체 인구 수는 2000년 1억2,67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로 미뤄 볼 때 한국의 인구 변화는 대략 15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인구 증가 둔화 현상은 이미 90년대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증감(5년 단위) 면에서 보면, 70~80년대의 300만 명 증가에서 90년대에는 100만 명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이런 현상은 지속돼 2010년대에는 감소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를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사회적 부양인구와 경제활동인구로 나눠 살펴보면 <도표2> 와 같다. 먼저 사회적 부양인구인 0∼14세와 65세 이상의 인구 수를 살펴보면 0∼14세 인구 수는 1970년 1,324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에는 75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수는 1970년 100만 명에서 2020년 65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저출산의 영향으로 0∼14세 인구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고령화가 심화될 것이다. 사회적 부양인구 전체 합계 면에서 보면 2000년까지는 고령화 속도보다 저출산 속도가 더 빨라 부양 인구가 1,300만 명 수준까지 감소세를 보였으나 2005년부터 고령화가 가속화돼 2020년에는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경제활동인구인 15∼65세 미만 인구는 2000년부터 정체를 보인 뒤 2010년 3,380만 명에 도달한 뒤 감소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한국보다 약 15년 정도 앞서 가고 있는 일본의 인구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도표3> 과 같다. 일본의 경제활동인구는 이미 지난 95년 8,716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부양인구 수는 고령 인구의 본격적인 증가로 인해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2000년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시사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부양인구(실업자 포함)를 취업자 수로 나눈 한·일 양국의 부양 인구 비율을 구해보면 <도표4> 와 같다. 이 도표에서 한국의 부양인구 비율은 66년 95%에 달하였으나 2000년에는 4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 곡선은 2015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반전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양인구 비율이란 경제 전체적으로 취업자 1명이 부양하는 부양인구 수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2000년을 기준으로 보면 취업자 1명당 0.45명 정도를 부양하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부양인구 비율이 높으면 취업자 1인당 부양해야 할 부양인구 부담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보다는 분배 부담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인구 감소가 가져올 문제들 이웃 일본은 지난 45년 부양인구 비율이 거의 80%에 달했으나 90년에는 약 45%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반전되고 있다. 2000년 현재 일본의 부양인구 비율은 약 53%이며 2020년에는 75%까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와중에 경제활동인구도 95년 8,716만 명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2010년 경제활동인구가 정점에 도달한 뒤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2020년 이후에는 부양인구 비율이 일본처럼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인구 구조 변화와 부양인구 비율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상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가설적 관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하자. 살펴본 바와 같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에도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 적정 인구 수를 유지하려는 경제의 균형회복 현상이 그것이다. 파괴된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복원을 시도하는 것처럼 저출산도 일종의 적정 인구수를 회복하려는 경제적 균형이라는 힘이 작용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60∼70년대 베이비붐 시기에는 높은 출산으로 인해 부양인구 비율이 90%를 상회했다. 이런 높은 비율은 당시 한국 경제의 생산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런 비율을 낮추려는 균형 작용이 저출산일 수 있다. 또 90년대부터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부양인구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저출산이라는 균형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80년대부터 고령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출산율도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부양인구 비율이 50% 수준에서 안정됐는데 이 또한 경제적 균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5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감소해 이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인구 감소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금·건강보험·고령자 취업·출산 촉진 사회기반시설 정비 등 각종 경제적·사회복지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15년 앞 내다봐야” 이런 비율 곡선이 다시 낮아지려면 하락세를 보이는 경제활동인구가 저점에 도달하는 동시에 증가세를 지속하는 고령인구가 고점에 도달, 곡선이 감소세로 반전하기 시작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 20~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만일 출산 장려책과 같은 정책적 수단을 통해 경제활동인구 증가를 꾀한다고 해도 적어도 최소한 15년 이상은 출산 증가로 인해 부양인구비율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 등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력 증대를 달성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세기 산업사회를 돌이켜 보면, 인구 증가의 원동력인 베이비붐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는 주로 전쟁이나 장기 호황이 지속될 때였다. 예컨대 2차대전 직후 약 10년 간 미국과 일본에서 베이비붐이 발생했고 한국전쟁 직후부터 60년대에 걸쳐 한국에서도 베이비붐이 발생했다. 또 7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2차 베이비붐이나 9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베이비붐은 모두 장기 호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일본과 달리 아직은 경제활동인구 감소나 부양인구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10년 정도의 시간적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위기 발생 전의 고요함과 같은 것이며 결코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다. 특히 방향성 없는 정책 슬로건이나 맹목적인 예산 투입만을 남발할 때가 아니다. 이보다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양극화를 극복하고 동반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종합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김광수 소장은… 1959년 生. 서울대 경영학 석사.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수료. 2000년 5월 ‘김광수경제연구소’ 설립. 각종 정책평가와 기업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다. 2주마다 발행하는 보고서는 관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분석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저서로는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Ⅰ·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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