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자연과 하나 되는 곳 몰디브
푸른 자연과 하나 되는 곳 몰디브
인도양에 펼쳐진 짙푸른 석호와 몰디브의 환상적인 자연. 우중충한 겨울 도시에서 벗어나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몰디브에 다녀오면 전에 보던 푸른색은 모두 빛이 바랜 듯하다. 인도 서남쪽에 있는 광활한 군도 몰디브의 하늘과 바다가 모든 것을 푸르게 물들여 놓고 있다. 바다는 감청색으로 유리처럼 맑다. 나는 라어톨(Raa Atoll)에서 바다거북의 일종인 대모(玳瑁)가 산호초 벽을 따라 께느른하게 20여m 내려가다 감청색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색채 전문가들은 푸른색이 정신 건강에 좋은 시각적 안정제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몰디브의 호화 리조트에서 한 달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선놀음을 즐겼으니 말이다.
몰디브가 별천지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랬을 듯싶다. 몰디브는 인도에서 최단 거리로 680km 떨어진 열대지역으로 최남단은 적도에 닿아 있다. 몰디브에는 섬도 많다. 정확히 1,190개 섬이 26개 환초(atoll ·몰디브어에서 파생한 것)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이들 섬 가운데 200개 정도에만 사람이 산다. 따라서 뭐 굳이 뺨을 맞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서로 어깨를 부딪칠 일은 없다.
무인도 가운데에서도 멋진 섬들은 솜씨 좋은 무대 미술감독의 손길을 기다리는 텅 빈 세트와 같다. 초호화 리조트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지난 몇 년간 이곳에 몰려들었다. 소네바 길리(Soneva Gili)부터 타지 이그조티카 리조트 앤 스파(Taj Exotica Resort & Spa), 두 선체를 나란히 연결한 호화 쌍동선(雙胴船) 포 시즌스 익스플로러(Four Seasons Explorer)도 운항하는 쿠다후라(Kuda Huraa)의 포 시즌스 리조트 몰디브(Four Seasons Resort Maldives)에 이르기까지 초호화 리조트들이 들어섰다. 리조트는 앞으로 더 들어설 예정이다. 2006년 봄에는 포 시즌스의 2차 리조트가 완공된다. 현재 리조트 가운데 추천할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소네바 길리, 노스메일어톨(North Male Atoll)
나는 이곳에 도착한 지 24시간이 지나도록 접수 창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손님들은 곧장 빌라로 안내된다. 나는 빌라로 들어서자마자 옷을 모두 벗어 던졌다. 소네바 길리가 약속대로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빌라 44채 모두 수상 가옥으로 설계돼 있다. 그 가운데 크루소 레지던스(Crusoe Residences)라고 불리는 7채는 석호(潟湖) 안에 있어서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다. 손님이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원하기 때문에 룸 서비스 요금 같은 것은 없다.
소네바 길리는 이튼 칼리지 출신인 인도의 갑부 소누 시브다사니(Sonu Shivdasani)와 스웨덴 출신으로 패션 모델이었던 부인 에바가 건설했다. 소네바는 부부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부부는 또 다른 리조트 소네바 푸시(Soneva Fushi)도 소유하고 있다. 두 리조트 모두 호화 리조트의 개념을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그들 부부는 물질세계가 아닌 감각적인 정신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노천 욕실, 낙숫물 소리, 여유 있는 개인 공간, 단순미의 극치가 돋보인다. 정신세계를 만끽할 수 있도록 손님들에게 보트에 오르기 전 신발은 벗으라고 권한다. 소네바가 추구하는 것은 ‘노 뉴스, 노 신발(No news, no shoes)’이다.
길리에 도착해서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건축 기법이다. 빌라는 바람이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다. 널찍한 욕실과 화장실 일부도 외부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지붕창 패널이 커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원통형 유리로 설계한 샤워실은 욕실과 연결되는 통로 끝자락에 마련돼 있다. 위층은 돛대 위의 망대인 셈이다. 짚으로 지붕을 얹은 간이 침대가 놓여 있어 일광욕에 적격이다. 몇 계단 내려가면 부교가 놓여 있고, 부교 위에 의자와 바닷물로 드리워진 사다리도 있다.
자재는 나무와 짚이다. 반짝이는 것이라고는 싱크대 위의 돋을새김한 백랍 그릇뿐이다. 인테리어 모두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꾸며졌다. 대나무 사다리 같은 것이 수건걸이고, 계단 난간에는 아직 나무껍질이 남아 있다. 지붕 들보는 색칠도 하지 않았다. 천장의 팬은 약간 녹슬어 오래된 듯한 느낌을 준다.
객실 안은 딴판이다. 6개국에서 들여온 와인 16병이 놓인 저장고, 4종의 생수, 원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퓨어 오스트레일리안 레인 워터(Pure Australian Rain Water) 등 7가지의 다른 생수 ·커피 메이커 ·TV ·DVD 플레이어 ·있다. 자전거 페달은 천으로 감싸져 있어 손님들의 발바닥을 보호한다. 리조트 바에서는 15가지 몰트 위스키와 6가지 디저트 와인을 잔으로 제공한다. 식당에서는 16가지 주스를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매우 합리적인 가격인 355달러에 1924년산 샤토 몽브리송(Cha∧teau Monbrison) 등 각종 와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신발만 벗었다 뿐이지 호화판이다.
외부와 단절된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이곳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하루면 족하다. ‘핫라인’으로 요리사 리오넬과 직접 통화할 수 있다. 첫날 나는 카약으로 산호초를 둘러봤다. 주변은 물 반 고기 반이었다. 해변에서 45m 정도 떨어진 수상 해먹에 누워보기도 했다. 이어 독서와 낮잠을 즐기다 오후에 안초(岸礁)가 있는 곳으로 산책했다. 밤에는 별들이 영롱한 하늘을 바라보고, 아침이면 석호 바닥에 드리운 햇살을 세어 보기도 했다. 그야말로 ‘노 뉴스’였다.
포 시즌스 익스플로러로 환초들을 돌아보다
바어톨(Baa Atoll) 북쪽 끝의 켄드후(Kendhoo)에 주민 1,000여 명이 사는 섬 하나가 있다. 많은 주민이 항구에 나와 우리를 마중했다. 돌담 뒤에서 소녀들이 키득거리며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전통 의상 차림의 노인들이 우리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신바람난 소년들은 우리 주변을 내달리며 영어로 몇 마디 건넸다. 나는 우리만 그들을 신기하게 여긴 게 아니라 그들도 우리를 신기하게 여겼다는 걸 알게 됐다. 이곳 주민들에게 우리는 새로운 볼거리였던 것이다.
우리 일행 6명은 전장 40m짜리 쌍동선 포 시즌스 익스플로러에서 내려 항구에 들렀다. 익스플로러는 쿠다후라에 있는 포 시즌스 리조트 몰디브가 소유하고 있는 배다. 익스플로러는 북쪽과 남쪽 환초들 사이를 오간다. 일정은 3 ·4 ·7일 세 가지가 있다. 북쪽 환초에 가면 관광은 물론 다이빙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남쪽 코스는 거의 다이빙으로 짜여 있지만 경관이 그만이다.
켄드후 사내들이 우리에게 빌레 두피(Bile Duffi)라는 춤을 선보였다. 그들은 종이 방울이 달린 빨강 ·녹색 줄무늬 봉을 들고 두 줄로 섰다. 막간에 두 줄이 네 줄로 바뀌더니 전투라도 하듯 봉을 휘둘렀다. 누가 봐도 몇몇은 서툴렀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성의에 감사했다. 춤의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을 축제용임은 분명했다. 켄드후의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이어 바어톨에 들러 툴하두(Thulhadhoo)를 방문했다. 툴하두의 산업은 칠기(漆器) 제조다. 라비야니(Lhaviyani)와 노스메일어톨 사이의 바다 한가운데 점처럼 외롭게 떠 있는 조그만 섬 카시두(Kasshidhoo)에서는 불교 유적을 둘러봤다. 그리고 무인도 바바루(Vaavaru)에서 달빛과 촛불 아래 바닷가재를 구워 먹었다.
바다 여행의 백미는 십야드(Shipyard)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다. 십야드는 상선 스킵잭 II(Skipjack II)가 산호초에 선미를 얹어 놓은 채 침몰한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이물(船首)은 물 위로 6m 솟아 있다. 수면 밑 선체는 거대한 물고기 집으로 변했다. 노란 네줄물퉁돔떼가 유유히 노닐고, 나비고기류(Chaetodon collare)가 층을 이뤄 춤춘다. 두 마리의 양쥐돔류(Acanthurus leucosternon)가 구애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았다. 해양생물학자 앨릭스가 칠흑 같은 선체 안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잔뜩 흥분돼 돌아왔다. 커다란 비상쏠배감펭과 맞닥뜨렸던 것이다. 앨릭스는 비상쏠배감펭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독이 들어 있는 녀석의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기라도 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익스플로러에는 특실이 10개 있다. 6평 정도로 소파, 책상, 대형 침대, 출입문이 따로 달린 서재, 욕조가 갖춰져 있다. 13평짜리 펜트하우스도 하나 있다. 특실은 존 롭쇼(John Robshaw) 직물, 이탈리아산 침실 조명, 흰색 주름 블라인드, DVD 플레이어 등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다. 선상 서비스는 이름 있는 호텔급이다. 자리에 앉으면 웨이터가 물을 따라주고 스노클링에서 돌아오면 향기나는 차가운 수건이 제공된다. 오후 4시30분 라운지로 들어서면 전채가 나온다. 요리사는 재료만 있으면 언제든 주문대로 요리해준다. 객실 청소부들은 아침 식사가 끝나기 전 방을 정돈해 놓는다. 인마샛 플리트 77(Inmarsat Fleet 77) 네트워크와 선상의 무선 초고속 인터넷 덕에 익스플로러에서 제공하는 노트북으로 어디서든 그 지긋지긋한 e메일을 점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몰디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선교(船橋)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호주 출신으로 무표정한 얼굴의 크리스 엘리스 선장은 “많은 섬이 동서로 향해 있어 사실상 나침반이나 마찬가지”라고 알려줬다. 우기(5~10월)에 서남남풍, 건기에 동북북풍이 주로 불기 때문이다.
산호초로 덮여 있는 환초 주변에 강한 해류가 흐른다. 깊은 바닷물이 많은 섬들 사이로 흐르다 얕은 연안 해저까지 흘러들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해도를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 섬들에 관한 자료는 대부분 19세기에 작성된 것이다. 그는 “부정확한 자료가 많다”고 들려줬다. 익스플로러처럼 위성의 도움으로 항해하는 선박이 대부분인 요즘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바다’가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나는 해도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이국적인 몰디브 섬들의 이름 가운데서 ‘조사 부족’이라는 메모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지 이그조티카, 사우스메일어톨(South Male Atoll)
타지는 대리석과 고급 천으로 꾸며져 있다. 건축 ·인테리어 전문잡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Architectural Digest)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프런트 데스크가 놓인 로비와 객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저녁식사 때 입는 정장은 맵시 있는 캐주얼이다. 사실 몰디브에 온 이래 정장이라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이곳은 캐주얼한 분위기가 어울린다. 내가 방문한 장소 가운데 뷔페식이 없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정말 잘한 일이다. 뷔페식이 없는 것은 손님에게 깨끗한 그릇에 신선한 음식을 서비스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하고 서비스는 일품이다. 가끔 감탄을 자아낼 때도 있다. 폭우로 섬이 떠내려 갈 듯하던 어느 날 한 웨이터가 대담하게도 내 빌라에 들러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이곳에는 국제식과 지중해식 레스토랑이 있다. 두 레스토랑 모두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타지의 정신이 배어 있다. 음식에는 중용의 맛이 담겨 있다. 화려함과 거리가 멀고 어설픈 퓨전 스타일도 아니지만 맛이 있는 데다 한결같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타지섬은 몰디브에서도 큰 환초에 속한다. 이곳 환초는 고요하고 수심이 얕다. 동쪽 해변에서 400m 정도 떨어진 곳의 깊이가 겨우 무릎 정도다. 이곳에 수상 객실 라군 빌라(Lagoon Villas)가 있다. 빌라는 코브라의 머리처럼 배열된 데다 썰물 때면 물이 발목밖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산호초 건너편은 수심이 수십m로 옛날 화산의 사면이었다. 다시 말해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형이다.
환초는 수영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다이빙 강습소에서 일하는 한 독일 청년은 스노클링이 따분하다고 말했다. 이곳 환초의 매력은 남쪽 칸두마 해협(Kandooma Channel)에서 찾을 수 있다. 칸두마 해협은 몰디브 최고의 다이빙 장소다. 마지막 날 나는 그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맨 처음 들른 곳이 빌리바루섬(Villivaru Island)이다. 섬 연안에서 각종 나비고기류가 헤엄치고 있었다. 약 30분간 긴코나비고기 ·줄나비고기 ·가시나비고기 등을 실컷 관찰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노란 꼬리를 가진 바슬렛(Pseudanthias evansi)과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조그만 줄무늬 물고기떼도 만날 수 있었다. 뚱뚱한 파랑비늘돔류(Callyodon fasciatus)가 3m쯤 떨어진 곳에서 산호의 머리를 씹어먹고 있었다. 내 귀에는 누군가 과자를 씹어먹는 소리처럼 들렸다.
우리는 대왕쥐가오리를 구경하기 위해 깊은 바다로 향했다. 대왕쥐가오리는 5~11월 이곳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샛노랗고 짙푸른 한 줄기 빛과 머리 위 6m 높이에서 떼지어 다니는 황등어도 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대왕쥐가오리들이 나타났다. 늠름한 날개에 세 개의 하얀 흡입구가 스텔스 폭격기를 연상케 한다. 호기심 많은 대왕쥐가오리들이 다가온 덕에 초콜릿 색의 녀석들 등을 두 번이나 만져볼 수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듯한 기분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대왕쥐가오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몰디브에서 만물이 결국 향하는 푸른색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아키텍처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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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에 다녀오면 전에 보던 푸른색은 모두 빛이 바랜 듯하다. 인도 서남쪽에 있는 광활한 군도 몰디브의 하늘과 바다가 모든 것을 푸르게 물들여 놓고 있다. 바다는 감청색으로 유리처럼 맑다. 나는 라어톨(Raa Atoll)에서 바다거북의 일종인 대모(玳瑁)가 산호초 벽을 따라 께느른하게 20여m 내려가다 감청색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색채 전문가들은 푸른색이 정신 건강에 좋은 시각적 안정제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몰디브의 호화 리조트에서 한 달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선놀음을 즐겼으니 말이다.
몰디브가 별천지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랬을 듯싶다. 몰디브는 인도에서 최단 거리로 680km 떨어진 열대지역으로 최남단은 적도에 닿아 있다. 몰디브에는 섬도 많다. 정확히 1,190개 섬이 26개 환초(atoll ·몰디브어에서 파생한 것)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이들 섬 가운데 200개 정도에만 사람이 산다. 따라서 뭐 굳이 뺨을 맞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서로 어깨를 부딪칠 일은 없다.
무인도 가운데에서도 멋진 섬들은 솜씨 좋은 무대 미술감독의 손길을 기다리는 텅 빈 세트와 같다. 초호화 리조트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지난 몇 년간 이곳에 몰려들었다. 소네바 길리(Soneva Gili)부터 타지 이그조티카 리조트 앤 스파(Taj Exotica Resort & Spa), 두 선체를 나란히 연결한 호화 쌍동선(雙胴船) 포 시즌스 익스플로러(Four Seasons Explorer)도 운항하는 쿠다후라(Kuda Huraa)의 포 시즌스 리조트 몰디브(Four Seasons Resort Maldives)에 이르기까지 초호화 리조트들이 들어섰다. 리조트는 앞으로 더 들어설 예정이다. 2006년 봄에는 포 시즌스의 2차 리조트가 완공된다. 현재 리조트 가운데 추천할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소네바 길리, 노스메일어톨(North Male Atoll)
나는 이곳에 도착한 지 24시간이 지나도록 접수 창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손님들은 곧장 빌라로 안내된다. 나는 빌라로 들어서자마자 옷을 모두 벗어 던졌다. 소네바 길리가 약속대로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빌라 44채 모두 수상 가옥으로 설계돼 있다. 그 가운데 크루소 레지던스(Crusoe Residences)라고 불리는 7채는 석호(潟湖) 안에 있어서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다. 손님이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원하기 때문에 룸 서비스 요금 같은 것은 없다.
소네바 길리는 이튼 칼리지 출신인 인도의 갑부 소누 시브다사니(Sonu Shivdasani)와 스웨덴 출신으로 패션 모델이었던 부인 에바가 건설했다. 소네바는 부부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부부는 또 다른 리조트 소네바 푸시(Soneva Fushi)도 소유하고 있다. 두 리조트 모두 호화 리조트의 개념을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그들 부부는 물질세계가 아닌 감각적인 정신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노천 욕실, 낙숫물 소리, 여유 있는 개인 공간, 단순미의 극치가 돋보인다. 정신세계를 만끽할 수 있도록 손님들에게 보트에 오르기 전 신발은 벗으라고 권한다. 소네바가 추구하는 것은 ‘노 뉴스, 노 신발(No news, no shoes)’이다.
길리에 도착해서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건축 기법이다. 빌라는 바람이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다. 널찍한 욕실과 화장실 일부도 외부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지붕창 패널이 커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원통형 유리로 설계한 샤워실은 욕실과 연결되는 통로 끝자락에 마련돼 있다. 위층은 돛대 위의 망대인 셈이다. 짚으로 지붕을 얹은 간이 침대가 놓여 있어 일광욕에 적격이다. 몇 계단 내려가면 부교가 놓여 있고, 부교 위에 의자와 바닷물로 드리워진 사다리도 있다.
자재는 나무와 짚이다. 반짝이는 것이라고는 싱크대 위의 돋을새김한 백랍 그릇뿐이다. 인테리어 모두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꾸며졌다. 대나무 사다리 같은 것이 수건걸이고, 계단 난간에는 아직 나무껍질이 남아 있다. 지붕 들보는 색칠도 하지 않았다. 천장의 팬은 약간 녹슬어 오래된 듯한 느낌을 준다.
객실 안은 딴판이다. 6개국에서 들여온 와인 16병이 놓인 저장고, 4종의 생수, 원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퓨어 오스트레일리안 레인 워터(Pure Australian Rain Water) 등 7가지의 다른 생수 ·커피 메이커 ·TV ·DVD 플레이어 ·있다. 자전거 페달은 천으로 감싸져 있어 손님들의 발바닥을 보호한다. 리조트 바에서는 15가지 몰트 위스키와 6가지 디저트 와인을 잔으로 제공한다. 식당에서는 16가지 주스를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매우 합리적인 가격인 355달러에 1924년산 샤토 몽브리송(Cha∧teau Monbrison) 등 각종 와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신발만 벗었다 뿐이지 호화판이다.
외부와 단절된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이곳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하루면 족하다. ‘핫라인’으로 요리사 리오넬과 직접 통화할 수 있다. 첫날 나는 카약으로 산호초를 둘러봤다. 주변은 물 반 고기 반이었다. 해변에서 45m 정도 떨어진 수상 해먹에 누워보기도 했다. 이어 독서와 낮잠을 즐기다 오후에 안초(岸礁)가 있는 곳으로 산책했다. 밤에는 별들이 영롱한 하늘을 바라보고, 아침이면 석호 바닥에 드리운 햇살을 세어 보기도 했다. 그야말로 ‘노 뉴스’였다.
포 시즌스 익스플로러로 환초들을 돌아보다
바어톨(Baa Atoll) 북쪽 끝의 켄드후(Kendhoo)에 주민 1,000여 명이 사는 섬 하나가 있다. 많은 주민이 항구에 나와 우리를 마중했다. 돌담 뒤에서 소녀들이 키득거리며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전통 의상 차림의 노인들이 우리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신바람난 소년들은 우리 주변을 내달리며 영어로 몇 마디 건넸다. 나는 우리만 그들을 신기하게 여긴 게 아니라 그들도 우리를 신기하게 여겼다는 걸 알게 됐다. 이곳 주민들에게 우리는 새로운 볼거리였던 것이다.
우리 일행 6명은 전장 40m짜리 쌍동선 포 시즌스 익스플로러에서 내려 항구에 들렀다. 익스플로러는 쿠다후라에 있는 포 시즌스 리조트 몰디브가 소유하고 있는 배다. 익스플로러는 북쪽과 남쪽 환초들 사이를 오간다. 일정은 3 ·4 ·7일 세 가지가 있다. 북쪽 환초에 가면 관광은 물론 다이빙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남쪽 코스는 거의 다이빙으로 짜여 있지만 경관이 그만이다.
켄드후 사내들이 우리에게 빌레 두피(Bile Duffi)라는 춤을 선보였다. 그들은 종이 방울이 달린 빨강 ·녹색 줄무늬 봉을 들고 두 줄로 섰다. 막간에 두 줄이 네 줄로 바뀌더니 전투라도 하듯 봉을 휘둘렀다. 누가 봐도 몇몇은 서툴렀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성의에 감사했다. 춤의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을 축제용임은 분명했다. 켄드후의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이어 바어톨에 들러 툴하두(Thulhadhoo)를 방문했다. 툴하두의 산업은 칠기(漆器) 제조다. 라비야니(Lhaviyani)와 노스메일어톨 사이의 바다 한가운데 점처럼 외롭게 떠 있는 조그만 섬 카시두(Kasshidhoo)에서는 불교 유적을 둘러봤다. 그리고 무인도 바바루(Vaavaru)에서 달빛과 촛불 아래 바닷가재를 구워 먹었다.
바다 여행의 백미는 십야드(Shipyard)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다. 십야드는 상선 스킵잭 II(Skipjack II)가 산호초에 선미를 얹어 놓은 채 침몰한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이물(船首)은 물 위로 6m 솟아 있다. 수면 밑 선체는 거대한 물고기 집으로 변했다. 노란 네줄물퉁돔떼가 유유히 노닐고, 나비고기류(Chaetodon collare)가 층을 이뤄 춤춘다. 두 마리의 양쥐돔류(Acanthurus leucosternon)가 구애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았다. 해양생물학자 앨릭스가 칠흑 같은 선체 안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잔뜩 흥분돼 돌아왔다. 커다란 비상쏠배감펭과 맞닥뜨렸던 것이다. 앨릭스는 비상쏠배감펭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독이 들어 있는 녀석의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기라도 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익스플로러에는 특실이 10개 있다. 6평 정도로 소파, 책상, 대형 침대, 출입문이 따로 달린 서재, 욕조가 갖춰져 있다. 13평짜리 펜트하우스도 하나 있다. 특실은 존 롭쇼(John Robshaw) 직물, 이탈리아산 침실 조명, 흰색 주름 블라인드, DVD 플레이어 등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다. 선상 서비스는 이름 있는 호텔급이다. 자리에 앉으면 웨이터가 물을 따라주고 스노클링에서 돌아오면 향기나는 차가운 수건이 제공된다. 오후 4시30분 라운지로 들어서면 전채가 나온다. 요리사는 재료만 있으면 언제든 주문대로 요리해준다. 객실 청소부들은 아침 식사가 끝나기 전 방을 정돈해 놓는다. 인마샛 플리트 77(Inmarsat Fleet 77) 네트워크와 선상의 무선 초고속 인터넷 덕에 익스플로러에서 제공하는 노트북으로 어디서든 그 지긋지긋한 e메일을 점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몰디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선교(船橋)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호주 출신으로 무표정한 얼굴의 크리스 엘리스 선장은 “많은 섬이 동서로 향해 있어 사실상 나침반이나 마찬가지”라고 알려줬다. 우기(5~10월)에 서남남풍, 건기에 동북북풍이 주로 불기 때문이다.
산호초로 덮여 있는 환초 주변에 강한 해류가 흐른다. 깊은 바닷물이 많은 섬들 사이로 흐르다 얕은 연안 해저까지 흘러들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해도를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 섬들에 관한 자료는 대부분 19세기에 작성된 것이다. 그는 “부정확한 자료가 많다”고 들려줬다. 익스플로러처럼 위성의 도움으로 항해하는 선박이 대부분인 요즘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바다’가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나는 해도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이국적인 몰디브 섬들의 이름 가운데서 ‘조사 부족’이라는 메모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지 이그조티카, 사우스메일어톨(South Male Atoll)
타지는 대리석과 고급 천으로 꾸며져 있다. 건축 ·인테리어 전문잡지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 (Architectural Digest)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프런트 데스크가 놓인 로비와 객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저녁식사 때 입는 정장은 맵시 있는 캐주얼이다. 사실 몰디브에 온 이래 정장이라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이곳은 캐주얼한 분위기가 어울린다. 내가 방문한 장소 가운데 뷔페식이 없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정말 잘한 일이다. 뷔페식이 없는 것은 손님에게 깨끗한 그릇에 신선한 음식을 서비스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하고 서비스는 일품이다. 가끔 감탄을 자아낼 때도 있다. 폭우로 섬이 떠내려 갈 듯하던 어느 날 한 웨이터가 대담하게도 내 빌라에 들러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이곳에는 국제식과 지중해식 레스토랑이 있다. 두 레스토랑 모두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타지의 정신이 배어 있다. 음식에는 중용의 맛이 담겨 있다. 화려함과 거리가 멀고 어설픈 퓨전 스타일도 아니지만 맛이 있는 데다 한결같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타지섬은 몰디브에서도 큰 환초에 속한다. 이곳 환초는 고요하고 수심이 얕다. 동쪽 해변에서 400m 정도 떨어진 곳의 깊이가 겨우 무릎 정도다. 이곳에 수상 객실 라군 빌라(Lagoon Villas)가 있다. 빌라는 코브라의 머리처럼 배열된 데다 썰물 때면 물이 발목밖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산호초 건너편은 수심이 수십m로 옛날 화산의 사면이었다. 다시 말해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형이다.
환초는 수영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다이빙 강습소에서 일하는 한 독일 청년은 스노클링이 따분하다고 말했다. 이곳 환초의 매력은 남쪽 칸두마 해협(Kandooma Channel)에서 찾을 수 있다. 칸두마 해협은 몰디브 최고의 다이빙 장소다. 마지막 날 나는 그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맨 처음 들른 곳이 빌리바루섬(Villivaru Island)이다. 섬 연안에서 각종 나비고기류가 헤엄치고 있었다. 약 30분간 긴코나비고기 ·줄나비고기 ·가시나비고기 등을 실컷 관찰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노란 꼬리를 가진 바슬렛(Pseudanthias evansi)과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조그만 줄무늬 물고기떼도 만날 수 있었다. 뚱뚱한 파랑비늘돔류(Callyodon fasciatus)가 3m쯤 떨어진 곳에서 산호의 머리를 씹어먹고 있었다. 내 귀에는 누군가 과자를 씹어먹는 소리처럼 들렸다.
우리는 대왕쥐가오리를 구경하기 위해 깊은 바다로 향했다. 대왕쥐가오리는 5~11월 이곳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샛노랗고 짙푸른 한 줄기 빛과 머리 위 6m 높이에서 떼지어 다니는 황등어도 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대왕쥐가오리들이 나타났다. 늠름한 날개에 세 개의 하얀 흡입구가 스텔스 폭격기를 연상케 한다. 호기심 많은 대왕쥐가오리들이 다가온 덕에 초콜릿 색의 녀석들 등을 두 번이나 만져볼 수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듯한 기분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대왕쥐가오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몰디브에서 만물이 결국 향하는 푸른색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아키텍처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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