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6일 일요일 아침 남아시아 해안을 덮친 지진해일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더니 1월 4일에는 청와대에서 발표한 개각에 따른 인사해일이 전국을 덮쳐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를 57시간만에 끌어내린 인사해일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진앙지인 청와대를 거꾸로 덮쳐 강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사과를 해야만 했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면 ‘인사는 망사(亡事)’라는 말도 있다. 인사를 잘 하면 모든 일이 형통하지만 잘못하면 일을 망친다는 뜻으로 인사의 중요성을 이르는 경구(警句)다.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인사파문은 후자에 해당된다. 이부총리의 임명이 어떤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정실’인사의 느낌이 짙다. 이기준씨 개인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지난 DJ정권 시절 그가 서울대 총장을 지낼 때 일으킨 각종 파문으로 이미 내려져 있었다.
장남의 병역의혹·사외이사문제·판공비 변칙 지출문제 등은 이미 그 때 불거져 나왔었다. 장남의 석연찮은 대학 입학과정, 부동산 증여의혹, 국적포기 등은 이번에 추가된 것이다. 모든 비리의 백화점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그는 한 나라의 교육정책 수장인 교육부총리에 임명될 수 있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거나 시스템 자체에 큰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이참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개각 파문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구치 핸드백 향응 물의는 또 무엇인가. MBC 언론개혁 간판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취재기자가 개혁대상인 비리의 장본인이 되었으니 우리 사회 도덕 불감증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신강균의 사실은…’ 프로그램은 언론의 어두운 구석을 사정없이 파헤치고 두들긴 언론비평으로 주목받아 왔다. 프로그램은 도중하차해 막을 내렸지만 비평의 비수를 자신의 양심에 겨누어야 했으니 소도 웃을 일이 돼버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도 어려울 전망이다. 4대 개혁입법의 난제를 오는 2월 임시국회로 넘긴 정치권은 그 후유증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여소야대(與小野大)를 여대야소(與大野小)로 탈바꿈시킨 17대 국회의 첫해는 막가파식 대결과 갈등만을 보여줘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회는 토론과 타협의 광장이 아니라 오기와 대결의 농성장으로 전락했다. 대학교수들이 고른 2004년 4자성어인 당동벌이(黨同伐異·무리지어 상대를 공격한다) 그대로였다. 연말에 보여준 여야 4자회담이 그나마 희망의 싹을 틔웠으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강경파의 뭇매를 맞고 침몰해 버렸다.
경제쪽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1월 4일 조사한 ‘2004년 12월 기업경기 조사’결과 제조업 업황 BSI(경기실사지수)와 업황 전망 BSI가 계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지난해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도 호조를 보여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수출마저도 미국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우리의 앞날이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하더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경제올인’을 선언하기도 했다. 언론계와는 ‘건강한 긴장관계’뿐만 아니라 ‘건강한 협력관계’의 구축을 약속했다. 이같은 노대통령의 ‘말’을 언제까지, 얼마나 믿을 수 있을는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노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4차례 해외순방 이후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는 것이 그를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동안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었던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행태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발붙이기 힘들게 되었다. 시민운동권도 권력 편향성을 버리지 않으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더 밝은 소식으로는 지난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개가로 국가의 위상을 높인 과학기술계가 올해도 계속 히트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1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국제 가전전시회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혁신상을 휩쓰는가 하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지능을 갖춰 주인을 알아보는 인간형 로봇(NBH-1)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말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아직 어려운 시기이지만 을유년 새해를 맞아 지난 날의 어둠을 걷어내고 희망을 노래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충만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면 ‘인사는 망사(亡事)’라는 말도 있다. 인사를 잘 하면 모든 일이 형통하지만 잘못하면 일을 망친다는 뜻으로 인사의 중요성을 이르는 경구(警句)다.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인사파문은 후자에 해당된다. 이부총리의 임명이 어떤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정실’인사의 느낌이 짙다. 이기준씨 개인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지난 DJ정권 시절 그가 서울대 총장을 지낼 때 일으킨 각종 파문으로 이미 내려져 있었다.
장남의 병역의혹·사외이사문제·판공비 변칙 지출문제 등은 이미 그 때 불거져 나왔었다. 장남의 석연찮은 대학 입학과정, 부동산 증여의혹, 국적포기 등은 이번에 추가된 것이다. 모든 비리의 백화점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그는 한 나라의 교육정책 수장인 교육부총리에 임명될 수 있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거나 시스템 자체에 큰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이참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개각 파문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구치 핸드백 향응 물의는 또 무엇인가. MBC 언론개혁 간판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취재기자가 개혁대상인 비리의 장본인이 되었으니 우리 사회 도덕 불감증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신강균의 사실은…’ 프로그램은 언론의 어두운 구석을 사정없이 파헤치고 두들긴 언론비평으로 주목받아 왔다. 프로그램은 도중하차해 막을 내렸지만 비평의 비수를 자신의 양심에 겨누어야 했으니 소도 웃을 일이 돼버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도 어려울 전망이다. 4대 개혁입법의 난제를 오는 2월 임시국회로 넘긴 정치권은 그 후유증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여소야대(與小野大)를 여대야소(與大野小)로 탈바꿈시킨 17대 국회의 첫해는 막가파식 대결과 갈등만을 보여줘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회는 토론과 타협의 광장이 아니라 오기와 대결의 농성장으로 전락했다. 대학교수들이 고른 2004년 4자성어인 당동벌이(黨同伐異·무리지어 상대를 공격한다) 그대로였다. 연말에 보여준 여야 4자회담이 그나마 희망의 싹을 틔웠으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강경파의 뭇매를 맞고 침몰해 버렸다.
경제쪽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1월 4일 조사한 ‘2004년 12월 기업경기 조사’결과 제조업 업황 BSI(경기실사지수)와 업황 전망 BSI가 계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지난해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도 호조를 보여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수출마저도 미국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우리의 앞날이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하더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경제올인’을 선언하기도 했다. 언론계와는 ‘건강한 긴장관계’뿐만 아니라 ‘건강한 협력관계’의 구축을 약속했다. 이같은 노대통령의 ‘말’을 언제까지, 얼마나 믿을 수 있을는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노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4차례 해외순방 이후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는 것이 그를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동안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었던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행태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발붙이기 힘들게 되었다. 시민운동권도 권력 편향성을 버리지 않으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더 밝은 소식으로는 지난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개가로 국가의 위상을 높인 과학기술계가 올해도 계속 히트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1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국제 가전전시회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혁신상을 휩쓰는가 하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지능을 갖춰 주인을 알아보는 인간형 로봇(NBH-1)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말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아직 어려운 시기이지만 을유년 새해를 맞아 지난 날의 어둠을 걷어내고 희망을 노래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충만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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