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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만으로 매출 100억

“아웃소싱만으로 매출 100억

한국이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분야에도 새로운 젖줄을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 없는 반도체 회사’인 팹리스(Fabless) 업체가 뜨고 있다. 국내 비메모리 팹리스 업계에서도 한 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기업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매출 1000억원 클럽’이 탄생하고 있는 것. 팹리스 업체란 일반적으로 생산라인을 갖지 않고 100% 아웃 소싱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을 말한다. 종전에 알고 있던 아웃 소싱이 일부 부품이나 인력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이었다면 팹리스 업체들은 아예 처음부터 공장을 세우지 않거나 있던 공장을 없애고 각 회사에 맞는 독특한 외주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아웃 소싱의 개념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팹리스 업체들은 하청생산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서 설계와 마케팅에 집중한다. 자본집약적인 생산과정을 하청생산 업체에 위탁하게 되면서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어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에 적당한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사업은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 공룡기업들이 거의 독식해 왔다. 하지만 하청생산 업체를 거느린 팹리스 업체가 등장하면서 기술력 중심의 벤처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게 됐다. 이처럼 팹리스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휴대전화 산업과 디스플레이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세한 수준을 면치 못했던 국내 중소형 비메모리 팹리스 업체들은 최근 핸드셋 등 다양한 디지털 전자기기의 성장세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및 그동안 축적돼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모바일 바람도 PC 중심의 성장세를 구가했던 반도체 산업에 또 다른 활력소로 작용했다. 모바일 제품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작고 가벼운 디스플레이와 고(高)집적 저장장치를 필요로 하게 되고 이로 인해 LCD와 플래시 메모리도 동반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팹리스 회사들의 매출 규모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14%를 차지했다. 하지만 퀄컴과 ATI,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외국의 유명 반도체 회사들이 상위 그룹을 형성했을 뿐 국내 기업들은 100위권 안에 한개 업체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엠텍비젼이 카메라폰에 내장되는 부품인 ‘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CCP)’를 독자 개발, 17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면서 ‘매출 1000억원 클럽’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뒤를 이어 카메라폰용 IC 업체인 코아로직도 1332억원의 매출을 올려 ‘10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엠텍비젼의 이성민 사장은 “올해 27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내년에는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코아로직의 황기수 사장 역시 “지난해 설립한 중국 지사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굳힐 것”이라며 “올해에는 중국 이외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코아로직은 올해 2300억원의 매출목표를 잡고 모바일용 IC 선도업체로서 지위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의 계획대로 매출을 올릴 경우 올해에는 세계 팹리스 업체 중 20위권 내외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발업체들의 선전도 눈부시다.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엠엘에스아이(EMLSI)는 지난해 8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에는 매출 1500억원대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본사를 제주도로 옮겨 화제가 되기도 한 이엠엘에스아이는 매출액의 90%를 인텔과 샤프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거둬 들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토마토LSI와 픽셀플러스 등의 업체들이 올해 속속 ‘매출 1000억원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하지만 팹리스 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100% 아웃 소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팹 선정과 그 팹에 맞는 최적화된 제품설계 및 공정설계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품질 높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팹리스 바람 이어가려면


“휴대전화·영상 분야에 집중 투자” 국내 주문형 반도체(ASIC) 관련 기업은 2004년 8월 기준으로 270여개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매출 100억원을 넘는 업체는 10여개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아직까지 질적인 면에서는 해외 유수 기업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ASIC산업은 디지털 전자산업이라는 탄탄한 내수기반이 있어서 그 전망이 밝은 것도 사실이지만 발전을 할수록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 역시 점점 더 치열해질 것 또한 자명하다. 따라서 각 업체는 현재의 작은 성공사례에 만족하지 말고 급격히 늘어난 수익과 증자자금 등을 재투자해 기술 및 제품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용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과 영상 관련 분야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인터넷(Wibro) 등 통신분야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Chip)에 대한 기술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관련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및 세제혜택 등으로 업계의 발전을 도와주는 동시에 주요 IP의 공동개발이나 기술확보 그리고 상대적으로 국내 기반이 매우 취약한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의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 1, 2위 업체를 가진 반도체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상대적인 약세로 절름발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매그나칩반도체 등 종합반도체 업체들이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중소 ASIC 업체들의 눈부신 발전으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중소형 ASIC 업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hsmoon@imerit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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