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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 전무송·이호재 한 무대에 선다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 전무송·이호재 한 무대에 선다

이호재(오른쪽)는 ‘이완의 배우’, 전무송(왼쪽)은 ‘긴장의 배우’로 불린다.
스타에 열광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배우 전무송과 이호재는 백지상태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얼굴로 확인해야 “알 듯하다”는 반응 정도가 나올까. 장강의 앞물이 뒷물에 밀리듯, 세월처럼 덧없는 게 스타다. 하지만 세태가 그렇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게 역사다. 두 사람은 한국 연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스타 중의 스타였고, 지금도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무대를 휘젓는 연기파 배우다. 둘은 40년 친구. 정확히 말하면 1962년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현 서울예대) 입학 동기로 만나, 43년을 연극 공간에서 동고동락한 전우다. 둘의 관계는 거문고에 얽힌 백아와 종자기의 중국 고사를 연상시킨다. 백아와 종자기가 거문고 소리로 통했다면 두 사람은 연기의 호흡과 눈길, 스치는 기운 하나로 상대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둘이 있어 하나가 상실되는 가치가 아니라, 둘이 있어야 둘이 더욱 빛나는 일심동체의 경지. 그렇게 두 사람은 우정을 키워왔다. 이런 어울림은 서로 ‘다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흔히 둘의 연기를 비교할 때 단골처럼 하는 표현이 있다. ‘이호재는 이완의 배우, 전무송은 긴장의 배우’라는 것. 연극은 긴장과 이완이 황금분할을 이룰 때 한껏 보는 맛을 불러일으키는데, 둘의 비빔밥이라면 그 연극의 성공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둘이 여태껏 호흡을 맞춘 작품이 대개 그랬다. 1960~70년대 둘의 조화미를 뽐낸 ‘태’ ‘초분’ ‘생일파티’ ‘하멸태자’, 그리고 최근 콤비 연기의 절정이었던 ‘천년의 수인’(벌써 7년 전이다)까지. 전무송이 TV에 자주 출연하고, 이호재가 홀로 떠다니는 기질로 무대에 소홀했던 90년 전후의 시기를 제외하면 두 사람이 있어 연극계는 훨씬 풍요로웠다. 이런 둘의 역사를 잠시 반추한 것은, 이들의 연기를 다시 볼 천금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극단 컬티즌이 제작한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다. 3월 24일부터 4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있는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이호재·전무송은 각각 ‘기사 1, 2’로 등장한다. 이 연극은 일본 중견 극작가 베쓰야쿠 미노루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 무대다. 87년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이다. ‘기사’하면 얼른 떠오르는 작품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다. ‘두 기사 이야기’는 ‘돈키호테’와 ‘고도를 기다리며’를 교차시켜 현대 일본인들의 행동을 블랙 코미디 스타일로 풍자한다. 중세의 기사에겐 명예와 예의, 겸양을 갖춘 이른바 도(道)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판 ‘두 기사 이야기’에는 일말의 도덕심조차 없어 보인다. 작품의 배경인 황야의 이동식 숙박업소에는 오직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 살의만이 번득인다.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 두 기사의 생존법칙 1장 1조는 이렇다. 목적이 같다고 해서 철학과 성격이 같은 것은 아니다. 두 기사의 상반된 해프닝 속에서 이호재·전무송 연기의 차이가 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연출은 일본에서 공부한 신예 송선호가 맡는다. 지난해 역시 일본 작품 ‘바다와 양산’을 선보여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 3’로 뽑히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바다와 양산’이 섬세한 여성연극이었다면 ‘두 기사 이야기’는 약육강식의 남성 원리에 기댄 작품이다. 전무송·이호재 외에 오길주·정동환·정규수 등 중량급 연기자들이 가세한다.

장소 :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일시 : 3월 24일~4월 10일


입장료 : 일반 3만원, 학생 2만원


문의 : 765-5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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