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게임업체서 美 나스닥에 ‘로그인’
청계천 게임업체서 美 나스닥에 ‘로그인’
그라비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회사다. 매일 전세계 40여 개 국에서 3,000만 명이 이 회사의 온라인게임에 ‘로그인’한다. 게임업계에서도 유례없는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엔 미국 나스닥에 이름을 올렸다. 그라비티의 성공에는 오너이자 CEO인 김정률 회장이 있다.
요즘 김정률(52) 회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난 2월 8일 그라비티가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기업공개를 거치지 않고 나스닥에 직행한 기업은 두루넷에 이어 두 번째로, 게임회사로선 처음이다. 그는 “그라비티는 해외 매출 비중이 커 코스닥보다는 나스닥이 매력적이었다”며 “상장하자마자 해외 업체들의 제휴 문의가 쇄도했다”고 밝혔다.
나스닥에 상장된 후 회사로 들어온 투자금액은 1억 달러가 넘는다. 대주주인 김 회장은 순식간에 1,000억원대 갑부로 올라섰다. 김 회장은 “사업가로서 첫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기업 상장이 꿈이었다”며 “한국이 아닌 미국에 상장했으니 축구로 치면 시원한 중거리 슛을 날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후속인 ‘로즈 온라인’을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에 PC 게임 ‘라그나로크 배틀’은 출시 3일 만에 태국겴琯뎨謬첸틸?각각 수출했다.
김 회장을 돈방석에 올려놓은 그라비티는 지난해 매출 664억원에 영업이익 382억원을 올렸다. 1만원어치를 팔아 5,750원을 남긴 셈. 게임 회사지만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다.
이 회사의 효자 상품인 라그나로크는 전세계 23개국에 수출된다. 매달 20여 개 국에서 그라비티에 꼬박꼬박 수십억 원의 현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전체 500여 명의 사원 가운데 해외기술지원팀만 100여 명에 달한다. 김 회장은 “우리 회사가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게임 산업이 가진 특성이기도 하지만 수출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며 “좀 과장해서 말하면 온라인게임 수출에는 CD 제작 비용 외에는 현지에서 돈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는 피가 튀고 칼부림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게임이 아니다. 원작 만화가 이명진 씨가 직접 그린 파스텔톤의 깜찍한 캐릭터와 장신구 등은 일본 순정 만화를 연상시킨다. 폭력성과 사행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게임 사용자 간 커뮤니티를 강조한다. 남성들은 여자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어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김 회장은 “한국과 달리 사행성이나 폭력성을 즐기지 않는 일본 ·대만 ·동남아의 게임 사용자들이 라그나로크에 열광한다”고 밝혔다.
라그나로크는 아시아 국가에서 ‘국민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 ·대만 ·일본 등지의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태국에선 시장점유율이 80%가 넘는다. 김 회장은 “처음 태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PC방에 가보고 ‘이게 꿈인가’ 했다”며 “대부분 손님이 우리 게임을 하기에 라그나로크 전용 PC방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게임 동시접속자 수만 35만 명에 이른다. 현지에서 게임의 인기만큼이나 김 회장에 대한 예우도 국빈 차원이라고 한다. 그는 “동남아에 가면 공항에서부터 경찰이 마중나와 호텔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며 “프리패스로 입국심사대를 거치는 기분을 (기자가) 알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라그나로크를 처음 수출한 나라. 수출 당시만 해도 게임 본고장인 일본에서 과연 통할까 하는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그는 “귀여운 캐릭터와 팬터지성 게임이 일본에서도 통한다고 믿었다”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을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파트너로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라그나로크는 현재 일본에서 <겨울연가> 와 함께 한류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불린다.
동시접속자 수 10만여 명으로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만 매월 15억원가량의 현금이 그라비티로 들어오고 있다. 라그나로크를 수입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일본 업체가 얼마 전 자스닥(JASDAQ) 상장에 성공할 정도. 그는 “과거 일본 게임업체들로부터 아케이드 게임기(일명 오락실 게임)를 수입하면서 ‘게임 약소국’으로서 말 못할 수모와 고된 시집살이를 겪었다”며 “요즘 일본의 세계적인 게임 회사들이 먼저 찾아와 제휴를 맺자고 할 때 남모를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회사 오너들이 대부분 30대인 데 반해 김 회장은 50대다. ‘출신 성분’도 다르다. NHN겳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게임업체 오너들이 대부분 명문대에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김 회장은 청계천에서 오랫동안 관록을 쌓은 ‘게임쟁이’이다. 그는 “외모와 나이 때문인지 ‘건설회사 사장 아니냐’, ‘회사를 얼마에 인수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게임업에만 25년 이상 몸담은 게임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청계천에서 2명의 직원으로 게임기판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홍콩과 중국 등 30여 개 국에 게임기판을 수출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외환위기에 부도를 맞았다. 일본에서 게임기를 수입하던 그가 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반주 음악 게임기를 내놓아 다시 일어섰다. 2000년 4월엔 아케이드 게임 회사를 완전히 접고 그라비티를 세워 온라인게임에 진출했다.
김 회장의 궁극적인 포부는 그라비티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우뚝 세우는 것이다. 그는 “라그나로크는 올해 안에 북미와 유럽 등 6, 7개 국가에 더 진출할 계획”이라며 “나스닥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라그나로크 외에도 해외 시장에 통할 만한 게임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외 마케팅 인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 캐릭터 상품 판매 등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2000년부터 한국게임제작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게임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한국 게임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사행성과 폭력성을 지양하고 하루빨리 수출 시장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세에 전라남도 해남에서 무작정 혈혈단신 상경해 오늘에 이른 그는 부에 대한 기준만큼은 확고하다. 그는 “그동안 돈을 모으면서 항상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며 “올해 안에 장학재단을 세워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겨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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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정률(52) 회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난 2월 8일 그라비티가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기업공개를 거치지 않고 나스닥에 직행한 기업은 두루넷에 이어 두 번째로, 게임회사로선 처음이다. 그는 “그라비티는 해외 매출 비중이 커 코스닥보다는 나스닥이 매력적이었다”며 “상장하자마자 해외 업체들의 제휴 문의가 쇄도했다”고 밝혔다.
나스닥에 상장된 후 회사로 들어온 투자금액은 1억 달러가 넘는다. 대주주인 김 회장은 순식간에 1,000억원대 갑부로 올라섰다. 김 회장은 “사업가로서 첫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기업 상장이 꿈이었다”며 “한국이 아닌 미국에 상장했으니 축구로 치면 시원한 중거리 슛을 날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후속인 ‘로즈 온라인’을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에 PC 게임 ‘라그나로크 배틀’은 출시 3일 만에 태국겴琯뎨謬첸틸?각각 수출했다.
김 회장을 돈방석에 올려놓은 그라비티는 지난해 매출 664억원에 영업이익 382억원을 올렸다. 1만원어치를 팔아 5,750원을 남긴 셈. 게임 회사지만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다.
이 회사의 효자 상품인 라그나로크는 전세계 23개국에 수출된다. 매달 20여 개 국에서 그라비티에 꼬박꼬박 수십억 원의 현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전체 500여 명의 사원 가운데 해외기술지원팀만 100여 명에 달한다. 김 회장은 “우리 회사가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게임 산업이 가진 특성이기도 하지만 수출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며 “좀 과장해서 말하면 온라인게임 수출에는 CD 제작 비용 외에는 현지에서 돈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는 피가 튀고 칼부림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게임이 아니다. 원작 만화가 이명진 씨가 직접 그린 파스텔톤의 깜찍한 캐릭터와 장신구 등은 일본 순정 만화를 연상시킨다. 폭력성과 사행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게임 사용자 간 커뮤니티를 강조한다. 남성들은 여자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어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김 회장은 “한국과 달리 사행성이나 폭력성을 즐기지 않는 일본 ·대만 ·동남아의 게임 사용자들이 라그나로크에 열광한다”고 밝혔다.
라그나로크는 아시아 국가에서 ‘국민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 ·대만 ·일본 등지의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태국에선 시장점유율이 80%가 넘는다. 김 회장은 “처음 태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 PC방에 가보고 ‘이게 꿈인가’ 했다”며 “대부분 손님이 우리 게임을 하기에 라그나로크 전용 PC방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게임 동시접속자 수만 35만 명에 이른다. 현지에서 게임의 인기만큼이나 김 회장에 대한 예우도 국빈 차원이라고 한다. 그는 “동남아에 가면 공항에서부터 경찰이 마중나와 호텔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며 “프리패스로 입국심사대를 거치는 기분을 (기자가) 알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라그나로크를 처음 수출한 나라. 수출 당시만 해도 게임 본고장인 일본에서 과연 통할까 하는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그는 “귀여운 캐릭터와 팬터지성 게임이 일본에서도 통한다고 믿었다”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을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파트너로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라그나로크는 현재 일본에서 <겨울연가> 와 함께 한류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불린다.
동시접속자 수 10만여 명으로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만 매월 15억원가량의 현금이 그라비티로 들어오고 있다. 라그나로크를 수입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일본 업체가 얼마 전 자스닥(JASDAQ) 상장에 성공할 정도. 그는 “과거 일본 게임업체들로부터 아케이드 게임기(일명 오락실 게임)를 수입하면서 ‘게임 약소국’으로서 말 못할 수모와 고된 시집살이를 겪었다”며 “요즘 일본의 세계적인 게임 회사들이 먼저 찾아와 제휴를 맺자고 할 때 남모를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회사 오너들이 대부분 30대인 데 반해 김 회장은 50대다. ‘출신 성분’도 다르다. NHN겳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게임업체 오너들이 대부분 명문대에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김 회장은 청계천에서 오랫동안 관록을 쌓은 ‘게임쟁이’이다. 그는 “외모와 나이 때문인지 ‘건설회사 사장 아니냐’, ‘회사를 얼마에 인수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게임업에만 25년 이상 몸담은 게임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청계천에서 2명의 직원으로 게임기판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홍콩과 중국 등 30여 개 국에 게임기판을 수출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외환위기에 부도를 맞았다. 일본에서 게임기를 수입하던 그가 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반주 음악 게임기를 내놓아 다시 일어섰다. 2000년 4월엔 아케이드 게임 회사를 완전히 접고 그라비티를 세워 온라인게임에 진출했다.
김 회장의 궁극적인 포부는 그라비티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우뚝 세우는 것이다. 그는 “라그나로크는 올해 안에 북미와 유럽 등 6, 7개 국가에 더 진출할 계획”이라며 “나스닥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라그나로크 외에도 해외 시장에 통할 만한 게임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외 마케팅 인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 캐릭터 상품 판매 등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2000년부터 한국게임제작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게임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한국 게임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사행성과 폭력성을 지양하고 하루빨리 수출 시장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세에 전라남도 해남에서 무작정 혈혈단신 상경해 오늘에 이른 그는 부에 대한 기준만큼은 확고하다. 그는 “그동안 돈을 모으면서 항상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며 “올해 안에 장학재단을 세워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겨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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