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에서 봉사로 얻는 재미
낯선 곳 에서 봉사로 얻는 재미
Having Fun Doing Good
젠과 이언 클로즈 부부는 이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 출신인 이들은 가족 방문을 위해 독일과 영국엔 가봤지만 그 외엔 별로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케냐의 사파리로 갔다가 탄자니아의 아루샤에서 2주 간의 자원봉사로 아프리카 여행을 끝냈다. 아루샤에서 그들은 현지 10대들에게 에이즈 예방법을 가르쳤다. 젠은 “케냐는 멋진 곳이긴 했지만 현지 주민을 직접 만나거나 그들을 이해할 기회는 별로 갖지 못했다”며 “우린 그저 여행객 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탄자니아에선 달랐다. 그 커플은 그곳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고양시키는 훈련을 받았다. 에이즈로 인한 사회적 오명을 씻어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글로벌 서비스사(본부는 샌프란시스코)로부터다. 그들은 현지의 한 가족과 생활하며 예배도 함께 보러 갔다. 그러나 현지의 어려운 현실은 고향 밴쿠버에선 즐거운 추억이 되지 못한다. “어린 아이들이 쓰레기를 뒤지던 모습도 함께 갖고 가게 된다”고 젠은 말했다. 귀국 후 그녀는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특권을 부여받았는지 알게 됐다.
클로즈 커플처럼 휴가를 선행으로 보내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지진해일이 강타한 스리랑카에서 집을 짓건, 태국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건 사회적 책임감을 수반하는 여행이 느는 추세다. 여행자 스스로도 봉사활동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자원자들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하마 군도에서 돌고래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말을 타고 히말라야 지역에서 구호 물자를 실어 나르기도 한다.
관광버스 창문을 통해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길 원치 않거나, 특급 호텔방을 기꺼이 포기하고 한 오지 마을의 집 바닥에서 잠자겠다는 여행객들이 택하는 양심적 여행이다. 현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크나 큰 만족감과 함께 여행에서 돌아올 수 있다. 하이킹이나 일광욕을 아무리 많이 해도 얻을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사회적 책임감을 중시하는 여행객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클로즈 커플을 탄자니아로 보낸 글로벌 서비스사의 창립자 릭 래스롭은 승려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농촌 보건소에서 일손을 돕기 위해 태국으로 가는 여행 프로그램에 자원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30%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현재 미국인 다수가 느끼는 위기감을 지적한다. “9·11 사태를 계기로 좋든 싫든 우리도 더 큰 가족의 일원임을 깨닫게 됐다.
세계 평화를 바라면서도 정작 평화봉사단에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많다.” 그와 함께 일하는 에이미 워런은 1960년대의 가치로 되돌아가는 세대적 변화를 느낀다. 그녀는 “오직 나만을 위한 물질적 만족만 찾다가 이젠 ‘그게 그렇게 만족스런 생활은 아냐. 내 인생엔 정신적 요소가 빠져 있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관심은 국경도 뛰어넘는다. 양심적인 여행은 북미뿐 아니라 서유럽·호주·폴란드·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보내는 휴가가 온천에서 보내는 휴가보다 힘든 것은 당연하다. 참가자를 모집하는 단체들은 여행·건강 보험과 응급상황에 대비한 보험 가입까지 의무화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원봉사단체로 18∼38세 성인을 벨리즈나 보르네오로 보내 자연보호활동에 참가케 하는 ‘트렉포스 탐험’은 정글 훈련부터 시킨다. 전문가들은 참가자들에게 “모든 종류의 뱀과 맹수·벌레·곤충 등을 숙지시킨다”고 그 단체의 롭 머레이는 말했다.
참가자들이 피해야 할 곤충을 숙지하고 나면 방문 센터 짓기, 길 정비, 나무 심기 등 구체적 활동에 들어간다.
그처럼 힘든 경험을 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4주 간의 ‘트렉포스 탐험’ 여행엔 약 1800파운드(약 340만 원)가, 5개월 간의 여행엔 무려 3900파운드(약 750만 원)가 든다(항공료 별도). 그러나 여행객들은 출신국별로 여행비의 상당 부분에 대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트렉포스’가 자선단체이다 보니 참가자가 친구나 동료들로부터 여행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머레이는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물질만능주의적 삶에서 벗어나 좋은 쪽으로 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감춰진 보너스도 있다. 자선행사를 열어 수천 달러를 모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휴가 중 정글을 누비며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 일은 이력서 기재용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 같은 여행은 도미노 효과가 있는 듯하다. 자원자들은 현지의 호스트 가족을 미국이나 유럽으로 초청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해왔다. 싱가포르에서 사는 영국인 존 클라크는 몇 달 전 ‘핸즈 온 타일랜드’란 프로그램을 통해 지진해일 피해 지역에서 청소작업을 돕기로 했다. 그는 11, 9, 8세 짜리 3자녀까지 그곳에 데려가 쓰레기 청소를 돕게 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이 이뤄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린 지나치게 이기적인 경향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클라크는 첫 방문 당시의 경험이 너무도 생생해 얼마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동료 수십 명과 함께 태국을 다시 방문했다. 그는 뉴스위크와의 전화 인터뷰를 위해 진흙투성이의 손을 닦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그가 머물고 있는 방타오 해변은 푸껫에서도 가장 피해가 극심한 곳 중 하나다. 클라크는 “모두가 일류 비즈니스맨 출신임에도 여기선 망치를 든 아무개, 삽을 든 아무개로 통한다”며 “담장 벽돌을 쌓지 않을 때는 자신이 가진 돈을 최대한 쓴다.
그래야 태국의 관광 산업이 다시 일어설 테니까”라고 말했다. 집단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원정에 나서게 하는 회사도 많다고 트렉포스의 머레이는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종의 야외활동 프로그램이다. 머레이는 “직장에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휴가를 보내면 현지인 못지 않게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득이 된다. 킴벌리 헤일리-콜먼은 4년 전 댈러스에 본부를 둔 ‘글로브 어웨어’를 설립했다.
1970년대 미국이 라오스·캄보디아에서 자행한 폭탄 투하에 대해 보상하기 위해서다. 자원봉사자들은 재활용품을 모아 불구자용 휠체어를 조립 중이다. “라오스는 역사상 가장 많은 폭탄이 투하된 나라다. 모두 우리가 저지른 일”이라고 헤일리-콜먼은 말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회원 수가 4배 늘어난 ‘글로브 어웨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재미있는 과제를 던져줌으로써 현지 사회에 보다 밀착할 것을 독려한다.
예컨대 한 마을로 가서 “스님들은 채식주의자입니까?”라고 물어보게 한다. 헤일리-콜먼은 이렇게 말했다. “스님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들은 구호품이 지급되는 대로 먹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묻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사실이다. 현지인들은 얘기하길 좋아한다. 우린 사람들이 단순히 관광객으로 보고 듣는 것 이상을 얻어가길 바랄 뿐이다.”
젊고 원기왕성한 사람들만 이런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사는 인류학자 지아나 호크스타인(78)은 2003년 탄자니아로 가 에이즈와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했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그런 일에 나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험가이지만 선행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현지 가정에 머물면서 탄자니아인들은 거의 강박적으로 문을 잠근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관절염을 앓는 그녀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것들을 배웠다. 예컨대 탄자니아인들의 집을 겉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겉으로만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집 내부는 매우 훌륭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머물던 집의 13세 짜리 딸아이는 치맛자락이 무릎 위로 올라갔다고 학교에서 꾸중을 들었다. 호크스타인은 “단지 성장이 빨랐을 뿐이다. 탄자니아인들은 매우 정숙하다는 사실도 배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에이즈 교육을 더 많이 해주고 싶어한다. 엄밀히 말해 그 여행은 꼭 일만 하는 여행은 아니다. 스스로도 즐겁고 남도 도울 수 있다면 그저 재미를 좇는 것보다 훨씬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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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과 이언 클로즈 부부는 이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 출신인 이들은 가족 방문을 위해 독일과 영국엔 가봤지만 그 외엔 별로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케냐의 사파리로 갔다가 탄자니아의 아루샤에서 2주 간의 자원봉사로 아프리카 여행을 끝냈다. 아루샤에서 그들은 현지 10대들에게 에이즈 예방법을 가르쳤다. 젠은 “케냐는 멋진 곳이긴 했지만 현지 주민을 직접 만나거나 그들을 이해할 기회는 별로 갖지 못했다”며 “우린 그저 여행객 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탄자니아에선 달랐다. 그 커플은 그곳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고양시키는 훈련을 받았다. 에이즈로 인한 사회적 오명을 씻어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글로벌 서비스사(본부는 샌프란시스코)로부터다. 그들은 현지의 한 가족과 생활하며 예배도 함께 보러 갔다. 그러나 현지의 어려운 현실은 고향 밴쿠버에선 즐거운 추억이 되지 못한다. “어린 아이들이 쓰레기를 뒤지던 모습도 함께 갖고 가게 된다”고 젠은 말했다. 귀국 후 그녀는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특권을 부여받았는지 알게 됐다.
클로즈 커플처럼 휴가를 선행으로 보내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지진해일이 강타한 스리랑카에서 집을 짓건, 태국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건 사회적 책임감을 수반하는 여행이 느는 추세다. 여행자 스스로도 봉사활동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자원자들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하마 군도에서 돌고래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말을 타고 히말라야 지역에서 구호 물자를 실어 나르기도 한다.
관광버스 창문을 통해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길 원치 않거나, 특급 호텔방을 기꺼이 포기하고 한 오지 마을의 집 바닥에서 잠자겠다는 여행객들이 택하는 양심적 여행이다. 현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크나 큰 만족감과 함께 여행에서 돌아올 수 있다. 하이킹이나 일광욕을 아무리 많이 해도 얻을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사회적 책임감을 중시하는 여행객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클로즈 커플을 탄자니아로 보낸 글로벌 서비스사의 창립자 릭 래스롭은 승려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농촌 보건소에서 일손을 돕기 위해 태국으로 가는 여행 프로그램에 자원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30%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현재 미국인 다수가 느끼는 위기감을 지적한다. “9·11 사태를 계기로 좋든 싫든 우리도 더 큰 가족의 일원임을 깨닫게 됐다.
세계 평화를 바라면서도 정작 평화봉사단에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많다.” 그와 함께 일하는 에이미 워런은 1960년대의 가치로 되돌아가는 세대적 변화를 느낀다. 그녀는 “오직 나만을 위한 물질적 만족만 찾다가 이젠 ‘그게 그렇게 만족스런 생활은 아냐. 내 인생엔 정신적 요소가 빠져 있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관심은 국경도 뛰어넘는다. 양심적인 여행은 북미뿐 아니라 서유럽·호주·폴란드·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보내는 휴가가 온천에서 보내는 휴가보다 힘든 것은 당연하다. 참가자를 모집하는 단체들은 여행·건강 보험과 응급상황에 대비한 보험 가입까지 의무화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원봉사단체로 18∼38세 성인을 벨리즈나 보르네오로 보내 자연보호활동에 참가케 하는 ‘트렉포스 탐험’은 정글 훈련부터 시킨다. 전문가들은 참가자들에게 “모든 종류의 뱀과 맹수·벌레·곤충 등을 숙지시킨다”고 그 단체의 롭 머레이는 말했다.
참가자들이 피해야 할 곤충을 숙지하고 나면 방문 센터 짓기, 길 정비, 나무 심기 등 구체적 활동에 들어간다.
그처럼 힘든 경험을 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4주 간의 ‘트렉포스 탐험’ 여행엔 약 1800파운드(약 340만 원)가, 5개월 간의 여행엔 무려 3900파운드(약 750만 원)가 든다(항공료 별도). 그러나 여행객들은 출신국별로 여행비의 상당 부분에 대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트렉포스’가 자선단체이다 보니 참가자가 친구나 동료들로부터 여행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머레이는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물질만능주의적 삶에서 벗어나 좋은 쪽으로 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감춰진 보너스도 있다. 자선행사를 열어 수천 달러를 모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휴가 중 정글을 누비며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 일은 이력서 기재용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 같은 여행은 도미노 효과가 있는 듯하다. 자원자들은 현지의 호스트 가족을 미국이나 유럽으로 초청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해왔다. 싱가포르에서 사는 영국인 존 클라크는 몇 달 전 ‘핸즈 온 타일랜드’란 프로그램을 통해 지진해일 피해 지역에서 청소작업을 돕기로 했다. 그는 11, 9, 8세 짜리 3자녀까지 그곳에 데려가 쓰레기 청소를 돕게 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이 이뤄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린 지나치게 이기적인 경향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클라크는 첫 방문 당시의 경험이 너무도 생생해 얼마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동료 수십 명과 함께 태국을 다시 방문했다. 그는 뉴스위크와의 전화 인터뷰를 위해 진흙투성이의 손을 닦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그가 머물고 있는 방타오 해변은 푸껫에서도 가장 피해가 극심한 곳 중 하나다. 클라크는 “모두가 일류 비즈니스맨 출신임에도 여기선 망치를 든 아무개, 삽을 든 아무개로 통한다”며 “담장 벽돌을 쌓지 않을 때는 자신이 가진 돈을 최대한 쓴다.
그래야 태국의 관광 산업이 다시 일어설 테니까”라고 말했다. 집단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원정에 나서게 하는 회사도 많다고 트렉포스의 머레이는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종의 야외활동 프로그램이다. 머레이는 “직장에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휴가를 보내면 현지인 못지 않게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득이 된다. 킴벌리 헤일리-콜먼은 4년 전 댈러스에 본부를 둔 ‘글로브 어웨어’를 설립했다.
1970년대 미국이 라오스·캄보디아에서 자행한 폭탄 투하에 대해 보상하기 위해서다. 자원봉사자들은 재활용품을 모아 불구자용 휠체어를 조립 중이다. “라오스는 역사상 가장 많은 폭탄이 투하된 나라다. 모두 우리가 저지른 일”이라고 헤일리-콜먼은 말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회원 수가 4배 늘어난 ‘글로브 어웨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재미있는 과제를 던져줌으로써 현지 사회에 보다 밀착할 것을 독려한다.
예컨대 한 마을로 가서 “스님들은 채식주의자입니까?”라고 물어보게 한다. 헤일리-콜먼은 이렇게 말했다. “스님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들은 구호품이 지급되는 대로 먹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묻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사실이다. 현지인들은 얘기하길 좋아한다. 우린 사람들이 단순히 관광객으로 보고 듣는 것 이상을 얻어가길 바랄 뿐이다.”
젊고 원기왕성한 사람들만 이런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사는 인류학자 지아나 호크스타인(78)은 2003년 탄자니아로 가 에이즈와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했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그런 일에 나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험가이지만 선행에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현지 가정에 머물면서 탄자니아인들은 거의 강박적으로 문을 잠근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관절염을 앓는 그녀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것들을 배웠다. 예컨대 탄자니아인들의 집을 겉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겉으로만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집 내부는 매우 훌륭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머물던 집의 13세 짜리 딸아이는 치맛자락이 무릎 위로 올라갔다고 학교에서 꾸중을 들었다. 호크스타인은 “단지 성장이 빨랐을 뿐이다. 탄자니아인들은 매우 정숙하다는 사실도 배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에이즈 교육을 더 많이 해주고 싶어한다. 엄밀히 말해 그 여행은 꼭 일만 하는 여행은 아니다. 스스로도 즐겁고 남도 도울 수 있다면 그저 재미를 좇는 것보다 훨씬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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