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노 대통령, 한광옥씨 등 만나는 사람마다 ‘강권’… 흡연 정치인 저격수 박재갑 원장

노 대통령, 한광옥씨 등 만나는 사람마다 ‘강권’… 흡연 정치인 저격수 박재갑 원장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
김진 중앙일보 정치전문기자.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선거에 출마해 얼굴이 널리 알려지고 수많은 유권자가 직접 뽑으니 어느 공인보다 공공성(公共性)이 더 하다. 그래서 정치인의 언행과 습벽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공익운동에 정치인의 이런 급소를 활용하는 이가 있다.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이다. 박 원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금연운동가인데 특히 정치인·고위 관료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그들이 담배를 피우면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도 출세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한국의 애연가 정치인·고위 관료에게 박 원장은 저격수인 셈이다. 박 원장이 가장 최근 타깃으로 삼았던 이는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다. 그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 이래 재야운동에 몸담으면서 술과 담배를 가장 가까운 친구처럼 좋아했다. 술을 입에서 떼지 않았고 담배도 많게는 하루에 세 갑을 피웠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생전 처음으로 국립암센터에서 암 검사라는 걸 받아 봤다. 결과는 깨끗했다. 그러나 그는 박 원장에게서 점잖은 충고를 들었다. “대통령 참모는 중요한 나랏일을 한다. 나라를 위해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박 원장은 미소를 곁들였지만 이 수석은 쉽게 대꾸하지 못했다. 결국 “노력하겠다”고 답해야 했다. 그의 그물에 걸렸던 월척은 많다. 2001년 9월 광주행 비행기에서 박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두고 야심을 다질 때였다. 박 원장은 20분간 설득하면서 “큰일 하려면 담배를 끊으라”고 압박했다. 노 대통령은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잠 좀 자겠다”고 해 대화가 끊겼다. 3주 후 어느 모임에서 노 대통령은 박 원장에게 “자존심 상해서 끊었다”며 왼쪽 팔을 걷고 금연용 패치를 보여 주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2002년 대선 때 엄청난 스트레스에 눌려 다시 담배를 물었다. 그는 취임 후 지금까지 담배를 많이 줄였는데 완전 금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위에서 피우면 대통령이 흔들릴까봐 부인 권양숙 여사가 신경을 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박 원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실에서 한광옥 실장을 만난 적이 있다. 박 원장은 즉석에서 금연을 권했다. 그리고 청와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 실장은 이를 검토하기 위해 청와대 직원들의 흡연 실태를 조사했는데 흡연자가 50여%나 됐다. 한 실장은 지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자신은 박 원장을 만난 지 세 시간 후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청와대 건물은 지금은 금연 구역이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알려지면서 애연가 정치인·관료에게 박 원장은 기피 인물이 됐다. 부총리를 지낸 J씨는 요새도 멀리서 박 원장을 보기만 하면 바로 담배를 끈다. 박 원장은 10년 후부터 담배의 제조·판매를 금지하자는 법안을 청원 중이다. 현재까지 국회의원 163명의 서명을 모았다. 의원들을 만나면서 박 원장은 업무일지에 애연가 이름과 담배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을 모두 적어 놓았다. 그는 금연박물관이 지어지면 일지를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그물을 던질 중량급을 탐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각에선 L씨, 여당에선 Y의원, 야당에선 K의원이다. 대학 때 기숙사에 같이 있었던 K장관도 대상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여중·여고' 사라진다...저출생 여파에 남녀공학 전환 속도

2LG전자, 3분기 영업이익 7519억원...분기 비교 역대 네 번째

3손병두 前 한국거래소 이사장, 토스인사이트 신임 대표 선임

4이재명 妻 김혜경, '법카 유용' 벌금 300만원 재구형

5유일 '통신 3사' 우승 반지 보유…허도환, LG 떠난다

6"참사 반복해선 안돼" 경찰, 핼러윈 대비 안전인원 집중 배치

7SM그룹 경남기업, ‘광주태전 경남아너스빌 리미티드 공급

8엔젤로보틱스,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 위한 웨어러블 로봇 공개

9KB금융, ‘국제수영연맹 경영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참여

실시간 뉴스

1'여중·여고' 사라진다...저출생 여파에 남녀공학 전환 속도

2LG전자, 3분기 영업이익 7519억원...분기 비교 역대 네 번째

3손병두 前 한국거래소 이사장, 토스인사이트 신임 대표 선임

4이재명 妻 김혜경, '법카 유용' 벌금 300만원 재구형

5유일 '통신 3사' 우승 반지 보유…허도환, LG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