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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김우중 ‘1.3평’의 후폭풍

돌아온 김우중 ‘1.3평’의 후폭풍

지난 14일 새벽 인천공항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나타나자 취재진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을 이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왜 돌아왔나. 지난 5년8개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냈나. 대우그룹 해체를 앞둔 6년 전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내보낸 자는 누구인가. 대우 해체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로비를 벌였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지난 6월 14일 귀국한 김우중 전 회장의 검찰 진술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김 전 회장은 어디까지 털어놓을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새로운 의혹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김우중을 둘러싼 의혹은 무엇이며, 진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까. <편집자> ‘1.3평’. 어느 날 느닷없이 돌아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독방의 크기다. 세상이 비좁다 할 정도로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경영’을 호령하던 그가 머물기엔 너무나 협소한 방이다. 이곳에서 고희를 눈앞에 둔 자칭 타칭의 늙은 ‘김기즈칸(김우중 회장의 애칭)’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까. 각국 수뇌부까지 개별초청했던 방배동 자택 시절, 펄펄 날던 ‘그때’ 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맏아들 선재의 죽음 때 흘린 자신의 첫 눈물일까. 아니다. 그건 그때 이미 잊었다. 6년 전 출국 이후 한동안 요양차 머물던 프랑스 니스의 광활한 풍경- 그것도 아니다. 3년 전 장협착증으로 재수술한 몸을 이끌고 베트남과 태국을 오가며 키웠음직한 ‘재기의 꿈’이 그보다 먼저 오버랩될 수도 있다. 5년8개월 만의 귀국. 그가 돌아오자마자 국내는 돌연 시끌벅적해졌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그간 베일에 싸였던 ‘김우중 미스터리’의 실체가 하나 둘씩 밝혀질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와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이다.

“왜 지금인가” 왜 이 시기에 돌연 귀국했는지부터, 아직도 의혹투성이인 해외 도피 과정, 전경련 회장 재직 시 벌어진 대우그룹 붕괴 안팎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등… 그 하나하나가 몰고올 파장과 후폭풍의 크기를 현재로선 가늠키 힘든 상황이다. 우선 검찰의 표정이 묘하다. “죗값을 당당히 받겠다”는 본인의 말대로 ‘김우중 죄’를 밝히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덩이처럼 커져 있는 세간의 온갖 의혹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세간의 의혹대로라면 수사의 끝이 어디까지 될지, 과연 ‘김우중 상자’ 속을 있는 그대로 원하는 만큼 다 꺼내 볼 수는 있을지, 자칫 욕심내다가 ‘잘해야 본전장사’가 되지나 않을지 내심 걱정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왜 이 시점에 귀국했을까. 김우중 귀국을 바라보는 세간의 의혹 1번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그간 두세 차례 귀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DJ 정권 말기에 김 전 회장은 귀국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으나 당시 여권 실세 중 한 인사가 ‘다음 정권 때 들어오시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김우중 전 회장은 정권이 바뀐 후 귀국한 셈이다. 그러나 왜 정권교체 후 3년이나 지난 지금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아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냥 “지치고 병들고 피곤하니까” “수구초심 아니냐” 등의 귀국 변도 ‘왜 지금’을 설명하기엔 어쩐지 2%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경계를 넘나든 돈의 행방 명쾌함이 없으면 온갖 설은 난무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정치권과의 사전교감설이니, 이른바 ‘기획귀국’이니 하는 억측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막 검찰수사가 시작된 만큼 아직 소문의 진상까지 죄다 밝혀질 순 없겠지만 실제 그의 귀국 언저리엔 뭔가 ‘조율된 흔적’이 남아 있다. 한달 전, 김우중 전 회장의 귀국설이 나돌기 시작한 그때 전후로 여당 의원이 베트남 현지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식의 우연일 수는 있지만 그의 귀국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전후해 ‘386 출신’의 대우맨들이 본격적으로 내건 ‘김우중 재평가 작업’도 그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돈’ 문제 역시 초미의 관심거리다. 그중에서도 외화 불법 유출과 41조라는 천문학적 수치의 분식회계 실체는 김우중 귀국과 거의 동시에 착착 밝혀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검찰도 BFC(대우그룹의 런던 재무센터)와 그룹 본사와의 불법 외화거래 내역을 동전 한푼까지 이미 소상하게 파악하고 관련 자료와 증거들을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사전 준비라도 해 둔 듯 일의 솜씨가 일사천리로 거침이 없다. 검찰 측은 ‘김우중의 죄’를 입증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도 이 대목과 관련해서는 속시원한 대답과 함께 정중하게 사과까지 했다.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긴급동원했을 법한 로비자금의 규모와 실체 여부도 관심사항 중 하나. 당시 국내 그룹들의 경우 평소 ‘생명보험금’ 이라는 이름으로 정·관계 인사를 관리하는 것이 관행이기도 했고, 여기에 ‘대우사태’라는 비상 상황을 고려할 때 긴급자금을 동원했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물론 그 돈의 실체는 속성상 ‘김우중 상자’ 맨 밑에 있음직하지만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벌써부터 잘 포장된 ‘김우중 리스트’는 정치권 주변에서 소곤대는 소리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김우중-조풍언 미스터리도 풀어야 할 숙제거리.

꿈과 희망은 가둬둘 수 없다 김우중 전 회장의 고교후배인 재미사업가 조풍언씨는 DJ 정권과 김우중의 물밑 대화를 중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우 워크아웃 이전에 ‘알짜’를 싼값에 사들이려고 발 빠르게 움직였던 그는 김우중 전 회장 가족 재산으로 남아 있는 김 전 회장 부인 정희자씨 소유인 아도니스 골프장도 ‘입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풍언씨는 이것 저것 입질하다가 끝내 대우정보통신이라는 한 회사를 건져올렸다. 이 회사 인수자금을 둘러싼 실제 돈 주인들의 실체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열정을 사업 밑천 삼아 맨손으로 시작해 거대 왕국의 성을 쌓았던 김우중 전 회장. 그는 이제 성주도 아니고 왕도 아니다. 빈털터리다. 물론 아직 상당 규모의 가족재산은 남아 있지만 법적으로 본인 명의의 재산은 없다. 무일푼이다. 청춘도 건강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꿈까지 사라진 것일까. 1.3평짜리 독방. 비좁은 공간에서 바깥세상으로 몰아칠 김우중 후폭풍이 어디까지 갈지, 그 크기가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끝에서 김우중의 꿈은 다시 되살아 날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간에-. 아무리 비좁고 갇혀진 공간이라 해도 그의 마지막 꿈과 정열까지 가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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