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 꿈꿨던 청년이 음악 저작권 해결 플랫폼에 도전한 이유[이코노 인터뷰]
[창업도약패키지 선정 기업]⑤ 박영재 스텔라뮤직 대표
美 영화제작사 인턴 PD 때 음악 저작권 문제 알게 돼
글로벌 음반사와 미팅 예정…K-Pop 저작권 문제에도 도전
10회에 걸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한 스타트업 창업가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은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겪는 3~7년 사이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창업가의 생생한 이야기가 후배 창업가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00년대 후반 한국의 한 초등학생은 미국 아이비리그(미 북동부에 있는 8개 명문 대학을 말함) 투어에 참여했다. 특히 미 예일대 강의실 광경에 압도당했다. 투어 후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부모에게 이야기했다. 1개월 후 혈혈단신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더군다나 그 초등학생은 ‘영어를 배우려면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곳보다 한국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부모의 권유로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중학교에 입학했다. 흔히 말하는 ‘깡촌’이었다. 그 동네에서 유일한 아시아 학생이라는 큰 관심을 받으면서 공부했고, 대학은 도시에서 다니고 싶다는 생각에 뉴욕주립대 영화과에 입학했다. 영상에 관심이 많았고 “스토리텔러가 되는 게 꿈”이었기에 선택한 전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을 때 한국에 돌아와야만 했고, 2020년 12월 한국에서 음악 저작권을 해결해 주는 음악 플랫폼 스타트업 스텔라뮤직(Stela Music)을 창업했다. 스토리텔러를 꿈꿨던 그는 이제 스토리텔러가 겪는 음악 저작권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길로 나선 것이다.
한눈에 봐도 아직 대학생처럼 보이는 박영재 대표가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대학에 다닐 때 영화제작사에서 인턴으로 PD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광고나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의 저작권을 해결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코로나19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음악 저작권을 해결하는 데 도전하려고 창업했다”며 웃었다.
음악 저작권 관련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공통으로 “음악 저작권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없다”라고 말한다. 음원 하나에 가수와 작곡가 그리고 편곡자와 제작사 등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음원 하나를 영화나 광고에 사용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법적인 문제가 너무나 많다는 토로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박 대표도 미국 영화제작사에서 인턴 PD로 일할 때 이 같은 어려움을 경험했다. 그는 “저작권은 법적인 분쟁이 많다. 저작권 관련 인사들이 모두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저작권료를 내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며 창업 이유를 밝혔다.
20대 초반의 젊은 창업가는 우선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음악 저작권 플랫폼 개발에 들어갔다. 2년 정도 준비하면서 스텔라라는 음악 저작권 플랫폼 웹 서비스를 기획했다. 박 대표는 “스텔라라는 서비스를 설명할 때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 혹은 광고 등에 저작권이 해결된 음원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말한다”고 했다.
음악 저작권 3분 만에 해결하는 플랫폼 론칭 준비
음원 사용에 대한 법적인 절차를 마치려면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음원을 사용하려는 광고나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많은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아트리스트, 에피데믹사운드 같은 해외 서비스들이 5~6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비슷하다. 음원을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심지어 음악 저작권을 해결하기 힘드니 음악인들이 직접 음악을 만들고 이를 업로드하는 플랫폼을 만든 서비스도 있다. 이 음악이 광고나 영화 등에 사용되면 그 비용을 플랫폼과 나누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우리도 이런 방식의 서비스를 만들 수는 있지만, 단순한 BGM은 인공지능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대다”면서 “비즈니스의 지속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스텔라뮤직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우선 광고나 영화 등에 한번 사용된 음원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미 동영상이나 오디오 콘텐츠 등에 사용된 음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싱크권을 스텔라뮤직이 위임받는 것부터 시작했다”면서 “스텔라뮤직은 음원을 제작사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싱크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관계자를 직접 만나서 설득하고 계약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 후에 출장을 많이 다녀왔다”고 웃었다. 그렇게 싱크권부터 접근해서 음악 관련 네트워크를 하나하나씩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외 아티스트 700여명의 곡 저작권을 해결해서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렇게 곡을 모으기 시작했고, 스텔라뮤직은 음악 저작권 문제를 30일이 아닌 3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음원에 대한 전자계약 및 인증서류를 생성하고, 유튜브 및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채널과 연동도 바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특정 음원이 있으면 14일 이내로 권리자의 동의 및 계약 그리고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박 대표는 “이제 곧 웹 페이지를 오픈하는데 저작권 문제를 이미 해결한 곡이 내년이면 5만곡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글로벌 음반 제작사랑 미팅을 할 예정이고, K-Pop 음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어렵다고 한 일에 박 대표는 겁 없이 도전했고, 하나하나씩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매출은 적지만 이들의 도전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에 ‘시드팁스’ 기업으로 선정됐고, 한국콘텐츠진흥원 통합 데모데이에서 3위로 입상하기도 했다.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도약패키지로 선정됐고, IBK기업은행 창공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11월 중순에 6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투자금도 생겼다. 박 대표는 “초기에 인포뱅크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서 꾸준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다”면서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니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자신했다.
스텔라뮤직은 이제 8명밖에 되지 않는 조그마한 조직이다. 임직원 평균 나이가 30이 안 될 정도로 젊다는 것도 이들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내년 초에 선보일 음악 저작권 플랫폼의 파급력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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