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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염순(주)카네기연구소 소장…흉년에는 남의 땅 사지 마라

최염순(주)카네기연구소 소장…흉년에는 남의 땅 사지 마라

최염순 (주)카네기연구소 소장.
명함에 ‘장(長)’이라는 글자가 있거나 ‘CEO’라고 적혀 있는 분들에게 수시로 묻는 게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번 해봅시다. 일과 사람 가운데 어느 것이 어렵습니까?” 질문을 받은 이들은 “일도 사람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도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 그들은 일을 즐긴다. 그리고 높은 수입을 얻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일은 리더들이 한다. 리더는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 바람직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적인 매력과 행동을 바탕으로 추종자를 만들어낸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관련 책들을 보면 리더십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다. 더구나 ‘인간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내 몸이 건강했더라면 지금의 마쓰시타전기는 없었을 것이다. 병든 몸이었기에 직원들을 위해 열심히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결국 회사를 크게 만들었다.” 마쓰시타는 무학에 가까웠고 병을 앓고 있으면서 맨주먹으로 창업했다. 그는 그가 고용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임무’라고 마음에 새기곤 했다. 오늘날의 세계적인 마쓰시타 그룹은 바로 이렇게 시작했다. 거대 그룹 마쓰시타의 오늘은 성과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던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자세를 밑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인간은 감동에 의해 움직인다. 인간은 돈보다 감동에 의해 맹렬하게 움직이고 행동한다. 그러면 무엇이 감동을 주는가? 그것은 인간적인 사랑과 신뢰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인간은 감동하게 된다. 내가 가진 돈, 지식, 사랑, 시간은 누구 것인가.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 한다. ‘어떤 마음’으로 해서도 안 된다.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면 할수록 내가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고 부유해진다. 이런 진리를 빨리 깨닫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리더다. 데일 카네기는 “돈을 버는 사람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즐기는 사람은 소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CEO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 번 더 생각해 볼까요.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행복해지는지 피곤해지는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로마 천 년을 지탱해 준 철학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이는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이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시오노의 주장이다. 조선시대에 경주 최부잣집이 400년 동안 시행해왔다는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등의 가훈은 우리나라식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할 수 있겠다.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다, 그리고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다’는 말이 있다. 자신을 위해, 가족과 타인을 위해 돈과 지식을 써야 한다. 그리고 헌신해야 한다. 그러면 더 부유하고 행복하며 건강하고 의미 있는 멋진 인생을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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