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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절상, 그리고 우리는… 중국산 농산물 가격 오를 가능성도

中 위안화절상, 그리고 우리는… 중국산 농산물 가격 오를 가능성도

중국 위안화가 7월 21일 평가절상됐다. 금융·외환시장이 한때 적잖은 요동을 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반인들도 덩달아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정말 큰일이 생긴 것일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어떨지, 당장 오늘 시장에 나가야 하는 주부에게는 도대체 위안화 절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미국에 유학 간 아들에게 송금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에 따라 본지는 위안화 절상이 실제로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편집자> 혹시 물가도 오르나요?”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김용자씨는 심각하다. 1만원으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수산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위안화 절상이다. 많은 사람이 웰빙을 추구하며 유기농을 찾고 있지만 대다수 주부들은 ‘더 싸게, 더 많이’를 외치며 장바구니를 채워왔다.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준 것은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이다. 김씨는 최근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은행 물가통계과 윤재흥 과장은 위안화 절상이 농수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배추·생선 등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의 가격 상승이 예측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시 사용되는 주거래 통화인 달러화는 계속 약세를 보여왔다. 또 한국은 달러 대비 원화 상승에 대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이번 위안화 절상에 대해 특별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위안화 절상에 대해서는 윤 과장도 경계했다. “수차례에 걸쳐 위안화가 절상되면 농수산물뿐 아니라 수입 원자재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해 우리 물가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중국 유학 간 아이 학비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인 회사원 김민철씨는 가슴이 덜컹했다. 위안화 절상으로 한때 세계 외환시장이 크게 술렁였기 때문이다. 그간 간신히 유학비용을 마련해 오던 김씨는 환율에 변화가 생겨 유학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의 우려와 달리 원-달러 환율은 21일 1035.50원에서 22일 현재 102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한현우 외환은행 PB팀장은 “위안화 강세가 미국 달러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분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씨처럼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낸 경우 서둘러 학비를 송금할 필요가 없다고 한 팀장은 충고한다.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낮은 비용으로 유학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 어려움은 없나 위안화 절상은 중국 여행이나 중국으로의 송금에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1원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쳐 절상 이전과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이전인 21일 종가 기준으로 원-위안화 환율은 133.86위안이었고 절상이 이뤄진 22일은 134.90위안을 기록했다. 이 경우 100만원을 중국 위안화로 환전할 경우 절상 전에는 7470위안을 받았지만 절상 후에는 7412위안밖에 받을 수 없다. 100만원당 58위안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1만 위안을 원화로 바꿀 경우 전에는 133만8600원을 받았지만 절상 후에는 134만9천원을 받게 된다.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이전보다 오히려 1만 위안당 1만4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권성호 외환은행 팀장은 “지금 당장은 환율 변동이 크지 않아 고객들에게 별 영향이 없다”며 “하지만 향후 위안화의 추가 절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지역 여행뿐 아니라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여행하더라도 환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휴대전화 부품 생산업체에 근무하는 나성철씨의 얼굴에는 최근 굵은 주름살이 생겼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나씨의 회사는 지난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부품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나씨는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의 단가가 올라가지 않을까,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돼 휴대전화 수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가 감원으로 이를 해결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박한진 코트라 상하이 무역본부 차장은 당장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박 차장은 “위안화 절상 폭이 미미해 수출 기업과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특정 업종의 경우 오히려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대중국 수출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세계 수출에는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컴퓨터·통신기기·의류 등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업종들은 위안화 절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겨 제3국 수출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가 10% 절상될 경우 제3국 수출이 증가해 총 24억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교보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중국에 진출해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LG·포스코 등에 대해 “중국의 물가 상승으로 인한 수출 가격 상승으로 부담은 있지만 중국의 국가 구매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철강·석유화학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수출과 내수 모두 둔화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시장 변화는…


“수출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가 위안화 변화에 따라 빠르게 동반 절상되고 있다. 수출주에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이로 인해 한국증시의 삼성전자와 현대차, 일본증시의 도요타·소니 등 아시아의 주요 수출주들은 위안화 절상 발표 직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수출 관련주들이 우호적인 환율 변화(달러 강세)를 등에 업고 적지 않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수출 관련주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다소 긴 호흡에서 보면 위안화 절상이 결코 악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극심한 대외 불균형(천문학적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국제적 공조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출 부문의 마이너스 요인을 내수진작을 통해 상쇄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 또 위안화 절상은 그동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유도하기 위해 강화됐던 다른 아시아권 통화에 대한 미국의 절상 압박이 완화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수출에 나쁜 변화들이라고 볼 수 없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권 통화 절상 압박은 상당 수준 진행돼 왔고 이는 수출주들의 상승 모멘텀을 약화시켰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은 이제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다소의 조정이 있더라도 수출 관련주, 특히 중국의 내수 소비시장 성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출 관련주들에 대해서는 보유의 입장에서 감내해야 한다. 또 현금 보유자의 경우에는 이번 위안화 절상 국면을 수출 관련주들을 좋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hkkim@goo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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