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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기념 특별 기고] 프리섹스 문화 ‘가정 지키기’에서 나와
- [800호 기념 특별 기고] 프리섹스 문화 ‘가정 지키기’에서 나와
혼전 성경험 원류 스칸디나비아 1970년대 구미 대학 캠퍼스는 ‘함께 살기(living together)’라는 동거 문화가 성행했다. 성적 필요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부담 없이 결합했다가 학위 취득과 더불어 헤어지는 것이 이들 대학촌의 새로운 풍속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동거 기간에 서로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져 결혼으로 골인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반대로 되는 대로 동거 상대를 바꾸는 자유분방한 여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식의 프리섹스 생활방식은 물론 유럽에서 유입된 것이지만,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시발점은 덴마크·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이다. 외국의 관계 문헌들을 보면 그곳 결혼 적령기 미혼 여성 가운데 순결을 간직하고 있는 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좀 과장된 표현일지 몰라도 섹스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형성되었을 만큼 모두 상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내막을 파고들면 처녀들이 자기 의사에 따라 스스로 처녀성을 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다양한 파트너와 섹스를 경험해보지 않고 결혼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고 믿고 섹스의 수련 과정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즉 남성 편력의 경험을 어느 정도 쌓아야만 신랑될 인물의 참된 남자다움, 이를테면 강한 의지, 일에 대한 열정, 가족에 대한 책임감, 심지어 평생 함께 누릴 섹스 면에서의 능력 등을 꼼꼼히 살필 수 있다고 믿고 계산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드미스로 사회적 커리어 우먼이 되려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결혼해 평범한 주부가 되겠다는 처녀들은 가능하면 빨리 처녀성을 버리기로 작정한다. 그런 생각은 남성들 역시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들 또한 여성들이 가능한 한 많은 남자들과 깊은 관계를 갖고 남자에 대해 충분히 훈련을 쌓아 단것이든 쓴것이든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다음 자신과 결혼해줄 것을 원한다. 즉 처녀 여부보다 잘 길들인 유경험자 쪽이 백년해로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통해 남자 보는 눈을 뜨게 되는 것을 전적으로 거부하는 우리나라 남성들하고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그런 바람 속에는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잠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고대인의 터부가 작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여자가 자기와 다른 남성의 성생활까지도 저울질하여 혹시 다른 남성을 그리워하는 불행이 닥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남성에게 이미 오손된 여성이라는 딱지에 신경 쓰이는 남성도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모든 남성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이런 결벽증이 유독 스칸디나비아 남성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소망이 어찌 그 나라 남성들에게만 없겠는가.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것을 원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십중팔구 총각 귀신을 못 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그것을 입 밖으로 발설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는 것이다. 처녀의 성이 무너지는 데는 덴마크의 특이한 사회제도가 관련이 없지 않다. 이 나라에서는 빠르면 16세, 늦어도 18세까지는 부모 품을 떠나 아파트 같은 것을 임차하여 독립된 생활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남녀 교제를 즐긴다. 그 결과 18세가 되면 이미 10∼15명 정도의 남자를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각각의 남자들이 갖는 정신적 애정과 육체적 사랑을 확인한다. 이처럼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면서 한 사람을 배필로 점찍는 것이 그들의 실수 없는 결혼방식이다. 비중이 커지는 섹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방종한 성생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남녀 교제 체험을 통해 정신적·육체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대를 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1년 이상 동거했어도 도저히 정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그 남자와 결별을 선언한다. 그만큼 철저한 현실주의에 푹 젖어 있는 것이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생활하므로 결혼할 때까지 처녀로 남아있는 아가씨가 별로 없다. 꼭 비좁고 옹색한 새집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게 아니며, 생활에 편리하고 근린시설만 훌륭하면 헌 집이라도 괜찮다는 식의 발상을 독자들이 읽었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피임술의 발달과 남자가 여자의 처녀성 여부를 가리지 못한다는 약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유교적 모럴 아래 극도로 보수적이던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들의 프리섹스가 슬금슬금 확산하고 있다. 발밑 담뱃불에 임야가 불타듯이 번지는 양상이다. 독신 때 실험적으로 성생활을 체험해보는 것이 유익하면 유익했지 불리할 게 없다는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의 생각에 한국 여성들도 공감하는 모양이다. 또 현실 생활에서 돈 못지않게 섹스도 중요하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결혼 1년 안에 성적 불만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우리 같은 의사들은 섹스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차츰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아그라가 팔리는 이유 이처럼 정절을 고수하기보다 실질적인 성생활 내용에 좀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풍조와 여자의 정절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혼기의 남자들 생각 등이 엮어내는 새로운 섹스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재혼의 경우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더불어 섹스가 빼놓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클로즈업되는 것을 본다. 그 재혼 조건을 지키려고 생리적 조건을 초월하는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던 노인의 죽음을 필자는 봤다. 섹스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죽음까지도 무릅써야 했던가를 되씹어보고는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성 풍습은 매우 완고해 미혼 상태에서의 섹스는 전면 금지라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 엄청난 자물쇠가 어느 날 서구문물의 큰 물결에 밀려 일시에 깨져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젊은이들의 머릿속에 섹스는 그렇게까지 결사적 방어의 대상이 아니라 숙련을 필요로 하는 테크닉이라는 쪽으로 현재 궤도를 수정하는 중이거나 이미 그렇게 수정되었다. 요즘은 사회지도층 인사의 가문이라 해도 남녀가 약혼을 했으면 성교를 해도 무방하다는 식으로 완화되어가고 있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애정을 느끼면 남녀 사이에 섹스를 해도 무방하다는 관념이 사회 저변에 널리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위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급변한 성에 대한 인식은 간편해진 피임법과 낙태술이 강심제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대비책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처럼 섹스가 자유로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교가 사회도덕의 근간을 이루는 동안 바늘구멍만 한 빈틈도 보여주지 않았던 성도덕이 최근 들어 이렇듯 변하고 있다. 여과 없이 쏟아지는 서구인의 연애 이야기나 에로틱한 영상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을 통해 여성들은 정절을 지킨다는 것이 도리어 바보의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정절 수호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많은 여성들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만세를 부르게 됐다. 재혼 남녀의 ‘관대한’속궁합 맞추기 임상을 통해 자주 경험하는 사실인데 재혼을 하는 경우에는 실험적 섹스가 예사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인 예일지 몰라도 한 60대 남성이 상배 후 재혼을 추진하면서 상대방 여성에게 외부로 드러난 궁합뿐 아니라 속으로 감춰진 궁합까지도 맞춰보자고 했더니 대부분의 여성이 이 제의에 기꺼이 응해주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새로운 섹스 패턴은 말하자면 유럽에서 유행하는 실험결혼의 축소판인 셈인데 그만큼 섹스에 대한 중년층의 생각이 예전보다 무척 관대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자유분방한 생활태도는 간혹 도덕적 해이라는 지탄을 받을지 몰라도 앞으로 실생활에서 당장 중요한 문제로 클로즈업되는 섹스가 사전에 점검받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토머스 모어가 지적한 섹스의 중요성을 간단히 소개하고 끝을 맺으려 한다. ‘작은 오두막집을 구입할 때도 자질구레한 부분까지 면밀하게 살피는데 하물며 일생의 행·불행이 걸려 있는 아내를 선택함에 있어 손바닥 한 개로 가릴 수 있는 얼굴만 보고 고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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