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시들이 서울 교통 체계를 배운다
세계의 도시들이 서울 교통 체계를 배운다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푹푹 찌는 삼복더위 속의 손님은 전혀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의관도 제대로 갖춰야 하고 번거로운 일이 많으니 그렇지 싶다. 서울시 교통개선기획단 직원들은 올 여름 숱한 호랑이(?)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서울시 종합교통관리센터가 지난 7월 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종로 소방서 5층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골간을 이루는 준공영제, 무료 환승제도, 중앙버스전용차로, 스마트교통카드 등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개관 42일 만인 8월 17일 관람객이 1000명을 돌파했다. 대부분 국내외 전문가다. 특히 시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반드시 들러본다. 중국·일본·남아공·터키·태국·말레이시아 등 10여 개국의 공무원·기자·학자 등 139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8월 12일 종합교통관리센터를 찾은 말레이시아의 도시교통 담당 공무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운영 주체가 제각각인 버스와 지하철을 하나의 교통체계로 묶었고, 버스를 갈아탈 때 별도 요금을 내지 않으며, 신용카드로 교통비를 지급한다는 사실이 모두 신기했다. 어떻게 하면 서울시의 교통 시스템을 말레이시아에 도입할까 궁리하는 듯했다.
서울시 종합교통관리센터에 들어서면 시내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보여 주는 ‘서울TOPIS’(Transport Operation & Information Service) 시스템이 센터 정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나타난다. 서울 시내를 도는 69개 노선버스 회사 차량 8200여 대 모두의 운행 위치와 차량 간 거리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과 출발하는 시간도 확인된다.
당신이 출퇴근시 이용하는 버스 회사의 단추를 눌러 보라. 그 회사의 모든 차량 위치를 화면에서 확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배차 간격을 맞추지 못하는 차량에는 빨간색 점이 찍히며 각 구간은 버스 운행 속도에 따라 빨강·파랑 등의 색깔로 표시된다. 지능형 교통체계 기술(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의 합작품이다.
서울시 대중교통 개혁의 사업 주체 중 하나로 참여한 ‘한국스마트카드’사는 서울 시내 버스 8200여 대에 GPS 기능이 내장된 승하차 단말기 1만6400여 개를 장착했다. 버스 승하차 단말기에 GPS를 도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이 회사의 박영욱 교통기술연구소장은 강조했다. GPS 장착 승하차 단말기뿐 아니라 ‘서울TOPIS’로 관리 통제가 가능해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경찰청·한국도로공사·도시고속도로센터·교통방송 등 관련 기관과 버스종합사령실(BMS·Bus Management System), 교통카드시스템, 무인단속시스템 등으로 흩어져 있던 교통 정보들을 통합해 내는 기술과 능력이다.
서울시 인구는 1996년 1047만 명에서 2003년 1027만7000명으로 1.8% 감소했다. 그동안 자동차는 96년 216만8000대에서 2003년 277만7000대로 28.1% 늘어났다. 96년 30.1%로 1위를 달리던 버스의 승객 분담률은 2002년 26%로 지하철(34.6%)·승용차(26.9%)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게다가 서울시 도로 혼잡이 가중되면서 버스 운행 속도는 시간당 19㎞로 승용차 속도(20㎞/h)에도 못 미쳤다.
서울 시민의 발이던 버스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2002년 당선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음성직 교통정책보좌관을 발탁해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이 시장과 음 보좌관은 2004년 7월 1일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를 하나의 통합 교통수단으로 묶는 개편을 단행했다.
서울시 교통 개편의 핵은 준공영제 버스 운영체계와 무료 환승제도다. 이를 위해 버스 사업자들은 공동 운수 협정을 맺었다. 그에 따라 수입금 공동관리기구는 업체별 운행 거리에 따라 수입을 배분하고, 적자가 생기면 서울시는 고정비 대비 7.2%까지의 이윤을 버스회사에 보조해 준다. 과거처럼 수익·비수익 노선이 없어 특정 회사의 알짜배기 노선 독점이라는 구조에서 탈피하게 됐다. 그 결과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에서도 안정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공영제가 작동하려면 버스 회사별 운행 실적이 제대로 산출돼야 한다. 모든 버스 회사가 매일 가동한 차량 운행 거리를 누군가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노선 버스 운행에 관한 모든 통계를 관리하는 BMS와 ‘서울TOPIS’의 몫이다. 서울시는 또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버스 회사의 준법 운행 여부를 가리고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회사별 이익금 추가 배당을 산정할 때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준공영제는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과거에 시행했거나 시행 중인 제도다. 그러나 무료 환승제도는 서울시가 세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서울시가 채택한 버스요금체계는 처음 탈 때 교통카드로 기본 요금 800원을 내면 기본 거리 10㎞ 이내는 4회까지 무료 환승을 허용하고, 추가되는 5㎞마다 요금(100원)을 더 부과한다.
최종 부과액은 승객이 몇 번을 환승해도 목적지에 도달해 환승이 종료됐을 때의 거리에 따라 확정된다. 문제는 10㎞를 넘어서면 5㎞당 추가 운임을 부과해야 하므로 승객이 버스를 갈아탈 때 얼마를 달려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버스 승하차 단말기에 GPS를 장착했고, 승객이 소지한 카드는 환승할 때마다 이동한 거리를 단말기를 통해 읽어낸다.
현재 사용되는 교통카드는 80여 종으로 시중 신용카드회사에서 발급한 것부터 서울시에서 교통카드 사업을 발주받은 한국스마트카드가 발행하는 ‘T머니카드’ 등 종류가 다양하다. 따라서 서울 시내 노선버스 8200여 대의 단말기 1만6400여 개는 하루 평균 400만 명에 육박하는 카드 이용 버스 승객의 카드가 유효한지를 판독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대중교통 요금을 내려면 단말기가 카드의 신용도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스마트카드사는 노선 버스 전체 단말기에 입력돼 있는 카드 신용불량자 명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원격 교신을 통해 추가 입력해 준다. 현재 교통카드 기능을 하는 모든 신용카드에는 한국스마트카드가 제공하는 IC칩이 내장돼 있으며, 세계적으로 대중교통 요금 결제에 IC칩을 사용하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스마트카드가 서울 시민들의 신용·교통카드에서 하루 거둬들이는 대중교통 요금은 70억원 정도. 이 중 버스 단말기가 신용카드를 잘못 읽어 신용카드사에 요금 청구를 못하는 금액은 하루 3만8000원 안팎이라고 한다. 신용불량자 명단이 미처 단말기에 입력되기 전에 발생한 요금들이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어떤 나라도 신용카드로 대중교통 요금을 내는 나라는 없다”는 한국스마트카드 박 소장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 나온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지금까지 1400억원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했다. 버스회사는 물론 지하철의 요금 단말기까지 회사 돈으로 설치했다. 반대 급부는 서울시 전체 대중교통 요금의 1%. 하루 7000만원가량을 이 회사가 가져 간다. 1년이면 256억원이다. 게다가 이 회사가 만든 ‘T머니카드’는 물품을 구입할 때도 사용 가능하다. 이에 따르는 수수료 또한 짭짤한 수입원이다. 그러나 시행 후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단말기 오작동 등으로 이틀간의 무료 승차를 단행했던 경험은 악몽이었다. “시스템이 하루만 멈춰도 우리는 70억원을 변상해줘야 한다. 100일을 공짜로 일해 주는 셈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불법 주차가 교통 흐름에 중대한 장애를 주는 시내 83개 지점에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했다. ‘서울TOPIS’에서는 16명의 단속요원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교대로 83개 지점을 원격 단속한다.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려는 차량에 대해서는 인근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불법 주차라는 경고방송을 내보낸다.
또 이미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도 경고방송을 하고, 5분 이상 경과할 경우 무인 카메라는 차량 번호판 등 현장 사진을 자동으로 촬영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차상태가 지속돼 교통 정체가 심한 지역에는 ‘서울TOPIS’가 현장 인근의 단속요원에게 견인조치를 지시한다. 올 들어 8월 22일 현재 무인 카메라에 의한 불법 주차 단속 사례는 2만9798건으로 하루 평균 130건에 이른다.
전 세계 도시의 교통 전문가들이 첨단 교통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서울시를 찾는다. 세계대중교통협회(UITP)는 지난 7월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에 대해 우수정책 인증서를 수여했다. 세계대중교통채널(PTI)은 영어·독일어·스페인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 등 6개 국어로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내용과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지난해 7월 이후 서울시를 방문한 외국의 교통 관련 학자·공무원·언론인은 16개국 241명이다. 대부분 서울시 대중교통체계의 기반이 되는 스마트카드 등 정보기술(IT) 성과에 감탄한다. 그러나 이들이 배우려는 분야는 자국 내 교통 현실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베이징과 남아공처럼 국제행사를 앞둔 도시들은 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 낸 비결과 성공한 정책으로서의 서울시 대중교통체계에 호감을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처럼 도시의 급성장과 교통 수요 확대를 앞둔 개도국 도시들은 압축 성장을 이룬 서울시 교통 정책의 장점을 배우려 한다. 런던·싱가포르·홍콩 같은 선진 도시들은 대중교통 통합체계와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조정과 통합을 이끌어 낸 지도력의 원천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서울시 같은 체계를 구축하려면 버스와 지하철 운영자, 이를 이용하는 시민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체계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월드컵을 각각 앞두고 있는 베이징과 남아공은 서울시 따라잡기에 가장 열성적이다. 최근 승용차 증가세가 전에 없이 빨라지는 베이징 당국은 가깝게는 올림픽 교통 수요, 멀게는 도시 대중교통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체계 확립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의 후원 아래 베이징 교통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베이징교통발전연구중심’이 작성한 ‘2004 베이징 교통발전 연도 보고’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동안 새로 추가된 자동차 수만 38만6000대로 2005년 6월 현재 전체 자동차 수가 240만 대에 이른다.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교통 수단은 자가용이다.
2003년 말 자가용 보유량은 전체 자동차의 65.4%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의 박진영 박사는 2020년 베이징의 인구는 5200만~5500만 명에 차량 대수는 약 500만 대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버스가 주도하는 도시 교통구조를 구축하려면 공공교통시스템을 강력히 건설해야 한다는 ‘베이징교통발전연구중심’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 국제포럼에서 베이징 교통위원회 자오원즈(趙文芝) 주임은 “대중교통 시스템 기초가 미약해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외면하며, 현재의 대중교통으로는 승용차 증가가 가져오는 강력한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은 3개 순환도로를 6개로 늘리는 등 도로망 확충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도로 건설만으로 급증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서울의 예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박진영 박사는 “베이징도 서울처럼 도로망과 지하철을 확충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버스 교통체계를 개선해 대중교통 수요를 흡수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 29일 서울시와 교통 분야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베이징 교통위원회 공무원들은 6월 서울시를 찾아 교통 정책, 신 교통카드 시스템, 대중교통 우선 시스템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등 서울시 배우기에 열심이다. 서울시도 9월 베이징 시장 또는 부시장의 서울 방문에서 양 도시 간 교류와 협력의 수준이 결정되리라고 판단해 서울시 교통 시스템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이 서울시 교통체계를 본떠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그럴 경우 사업 규모를 작게 잡아도 약 1000억원에 이른다”고 서울시 산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박사는 예상했다. 김 박사는 지난해 11월과 올 4월 베이징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성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베이징 당국은 교통체계 개편 노하우 전수를 위해 김 박사를 1년간 서울시로부터 임대키로 했다. 김 박사는 오는 10월부터 베이징 교통위원회에 파견 근무한다.
2010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남아공 역시 대중교통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서울의 교통시스템을 둘러본 남아공의 키비 마부제 교통국장은 자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서울시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해 남아공의 대중교통체계 개혁에 필요한 기술을 적극 지원받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나아가 올 10월이나 11월 초 남아공에서 열리는 대중교통 개혁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 서울시를 초청하기로 했다. 남아공 교통국의 이브라힘 시다트는 뉴스위크 한국판에 보내온 e-메일에서 남아공 도시들이 안고 있는 대중교통 문제와 서울시와의 협력 방안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남아공의 6개 주요 도시는 소득 불균형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중교통 과제도 이원화되고 있다. 도시 외곽지역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90% 이상이 승용차를 사용하므로 승용차 수요 조절 문제가 우선 시급하다. 또 도시 주민의 51%가 이용하는 버스 등 대중교통을 서울시처럼 통합 대중교통망으로 개발하는 문제도 있다.
남아공 공무원들은 서울시가 지하철 확장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대신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스마트카드를 이용하는 통합 시스템 개발, 무료 환승에 우선 순위를 주기로 한 사실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현지의 정책 담당자 대부분은 승용차를 위한 고속도로 건설이나 요하네스버그와 수도 프리토리아 간 60㎞를 연결하는 고비용의 고속철도 건설 등 교통망 확충에만 몰두했을 뿐 기존의 대중교통 수단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일에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교통국은 서울시의 스마트카드 시스템 도입을 이미 건의했다고 한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도 서울시 교통 개혁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월 서울시 관계자들을 방콕으로 초청,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경과를 청취한 세계은행은 자신들이 발행하는 워킹페이퍼 같은 간행물에 서울시 교통 행정을 소개하기로 했다. 9월 초안 작업을 거쳐 12월께 최종안이 만들어진다. 세계은행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개발도상국 도시들에 대중교통 수단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들 도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지 대기오염은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승용차 증가로 도심 기능이 저하되는 등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성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도시 교통의 새로운 모델을 서울시에서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개발은행도 마찬가지다. 내년 4월 서울에서 아시아개발은행 대중교통 세미나를 개최하자고 제안해 왔다.
시행 초기 잡음이 크게 일었던 서울시의 신 대중교통체계는 세계의 뉴스로 등장하는 등 착근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제도 시행 초기에 냉담하던 국내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가 제공하는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해 시민의 75% 정도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 처장은 “재정 보조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면 제도 시행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1130억원의 재정 보조금을 버스업체에 지원한 사실을 이르는 말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음성직 서울시 교통정책보좌관은 “대중교통 이용객 9.1% 증가, 무료 환승 혜택 등을 감안하면 그만한 수익은 서울 시민에게 돌아갔다고 본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서울시 대중교통체계를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경순 전국민주버스노동조합 사무차장은 “준공영제 시행 당시 버스업체의 구미에 맞게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제기된 운송 원가를 재검토하면 재정 보조 규모 삭감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성현 p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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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합교통관리센터가 지난 7월 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종로 소방서 5층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골간을 이루는 준공영제, 무료 환승제도, 중앙버스전용차로, 스마트교통카드 등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개관 42일 만인 8월 17일 관람객이 1000명을 돌파했다. 대부분 국내외 전문가다. 특히 시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반드시 들러본다. 중국·일본·남아공·터키·태국·말레이시아 등 10여 개국의 공무원·기자·학자 등 139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8월 12일 종합교통관리센터를 찾은 말레이시아의 도시교통 담당 공무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운영 주체가 제각각인 버스와 지하철을 하나의 교통체계로 묶었고, 버스를 갈아탈 때 별도 요금을 내지 않으며, 신용카드로 교통비를 지급한다는 사실이 모두 신기했다. 어떻게 하면 서울시의 교통 시스템을 말레이시아에 도입할까 궁리하는 듯했다.
서울시 종합교통관리센터에 들어서면 시내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보여 주는 ‘서울TOPIS’(Transport Operation & Information Service) 시스템이 센터 정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나타난다. 서울 시내를 도는 69개 노선버스 회사 차량 8200여 대 모두의 운행 위치와 차량 간 거리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과 출발하는 시간도 확인된다.
당신이 출퇴근시 이용하는 버스 회사의 단추를 눌러 보라. 그 회사의 모든 차량 위치를 화면에서 확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배차 간격을 맞추지 못하는 차량에는 빨간색 점이 찍히며 각 구간은 버스 운행 속도에 따라 빨강·파랑 등의 색깔로 표시된다. 지능형 교통체계 기술(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의 합작품이다.
서울시 대중교통 개혁의 사업 주체 중 하나로 참여한 ‘한국스마트카드’사는 서울 시내 버스 8200여 대에 GPS 기능이 내장된 승하차 단말기 1만6400여 개를 장착했다. 버스 승하차 단말기에 GPS를 도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이 회사의 박영욱 교통기술연구소장은 강조했다. GPS 장착 승하차 단말기뿐 아니라 ‘서울TOPIS’로 관리 통제가 가능해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경찰청·한국도로공사·도시고속도로센터·교통방송 등 관련 기관과 버스종합사령실(BMS·Bus Management System), 교통카드시스템, 무인단속시스템 등으로 흩어져 있던 교통 정보들을 통합해 내는 기술과 능력이다.
서울시 인구는 1996년 1047만 명에서 2003년 1027만7000명으로 1.8% 감소했다. 그동안 자동차는 96년 216만8000대에서 2003년 277만7000대로 28.1% 늘어났다. 96년 30.1%로 1위를 달리던 버스의 승객 분담률은 2002년 26%로 지하철(34.6%)·승용차(26.9%)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게다가 서울시 도로 혼잡이 가중되면서 버스 운행 속도는 시간당 19㎞로 승용차 속도(20㎞/h)에도 못 미쳤다.
서울 시민의 발이던 버스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2002년 당선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음성직 교통정책보좌관을 발탁해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이 시장과 음 보좌관은 2004년 7월 1일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를 하나의 통합 교통수단으로 묶는 개편을 단행했다.
서울시 교통 개편의 핵은 준공영제 버스 운영체계와 무료 환승제도다. 이를 위해 버스 사업자들은 공동 운수 협정을 맺었다. 그에 따라 수입금 공동관리기구는 업체별 운행 거리에 따라 수입을 배분하고, 적자가 생기면 서울시는 고정비 대비 7.2%까지의 이윤을 버스회사에 보조해 준다. 과거처럼 수익·비수익 노선이 없어 특정 회사의 알짜배기 노선 독점이라는 구조에서 탈피하게 됐다. 그 결과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에서도 안정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공영제가 작동하려면 버스 회사별 운행 실적이 제대로 산출돼야 한다. 모든 버스 회사가 매일 가동한 차량 운행 거리를 누군가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노선 버스 운행에 관한 모든 통계를 관리하는 BMS와 ‘서울TOPIS’의 몫이다. 서울시는 또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버스 회사의 준법 운행 여부를 가리고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회사별 이익금 추가 배당을 산정할 때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준공영제는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과거에 시행했거나 시행 중인 제도다. 그러나 무료 환승제도는 서울시가 세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서울시가 채택한 버스요금체계는 처음 탈 때 교통카드로 기본 요금 800원을 내면 기본 거리 10㎞ 이내는 4회까지 무료 환승을 허용하고, 추가되는 5㎞마다 요금(100원)을 더 부과한다.
최종 부과액은 승객이 몇 번을 환승해도 목적지에 도달해 환승이 종료됐을 때의 거리에 따라 확정된다. 문제는 10㎞를 넘어서면 5㎞당 추가 운임을 부과해야 하므로 승객이 버스를 갈아탈 때 얼마를 달려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버스 승하차 단말기에 GPS를 장착했고, 승객이 소지한 카드는 환승할 때마다 이동한 거리를 단말기를 통해 읽어낸다.
현재 사용되는 교통카드는 80여 종으로 시중 신용카드회사에서 발급한 것부터 서울시에서 교통카드 사업을 발주받은 한국스마트카드가 발행하는 ‘T머니카드’ 등 종류가 다양하다. 따라서 서울 시내 노선버스 8200여 대의 단말기 1만6400여 개는 하루 평균 400만 명에 육박하는 카드 이용 버스 승객의 카드가 유효한지를 판독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대중교통 요금을 내려면 단말기가 카드의 신용도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스마트카드사는 노선 버스 전체 단말기에 입력돼 있는 카드 신용불량자 명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원격 교신을 통해 추가 입력해 준다. 현재 교통카드 기능을 하는 모든 신용카드에는 한국스마트카드가 제공하는 IC칩이 내장돼 있으며, 세계적으로 대중교통 요금 결제에 IC칩을 사용하는 도시는 서울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스마트카드가 서울 시민들의 신용·교통카드에서 하루 거둬들이는 대중교통 요금은 70억원 정도. 이 중 버스 단말기가 신용카드를 잘못 읽어 신용카드사에 요금 청구를 못하는 금액은 하루 3만8000원 안팎이라고 한다. 신용불량자 명단이 미처 단말기에 입력되기 전에 발생한 요금들이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어떤 나라도 신용카드로 대중교통 요금을 내는 나라는 없다”는 한국스마트카드 박 소장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 나온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지금까지 1400억원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했다. 버스회사는 물론 지하철의 요금 단말기까지 회사 돈으로 설치했다. 반대 급부는 서울시 전체 대중교통 요금의 1%. 하루 7000만원가량을 이 회사가 가져 간다. 1년이면 256억원이다. 게다가 이 회사가 만든 ‘T머니카드’는 물품을 구입할 때도 사용 가능하다. 이에 따르는 수수료 또한 짭짤한 수입원이다. 그러나 시행 후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단말기 오작동 등으로 이틀간의 무료 승차를 단행했던 경험은 악몽이었다. “시스템이 하루만 멈춰도 우리는 70억원을 변상해줘야 한다. 100일을 공짜로 일해 주는 셈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불법 주차가 교통 흐름에 중대한 장애를 주는 시내 83개 지점에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했다. ‘서울TOPIS’에서는 16명의 단속요원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교대로 83개 지점을 원격 단속한다.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려는 차량에 대해서는 인근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불법 주차라는 경고방송을 내보낸다.
또 이미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도 경고방송을 하고, 5분 이상 경과할 경우 무인 카메라는 차량 번호판 등 현장 사진을 자동으로 촬영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차상태가 지속돼 교통 정체가 심한 지역에는 ‘서울TOPIS’가 현장 인근의 단속요원에게 견인조치를 지시한다. 올 들어 8월 22일 현재 무인 카메라에 의한 불법 주차 단속 사례는 2만9798건으로 하루 평균 130건에 이른다.
전 세계 도시의 교통 전문가들이 첨단 교통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서울시를 찾는다. 세계대중교통협회(UITP)는 지난 7월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에 대해 우수정책 인증서를 수여했다. 세계대중교통채널(PTI)은 영어·독일어·스페인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 등 6개 국어로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내용과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지난해 7월 이후 서울시를 방문한 외국의 교통 관련 학자·공무원·언론인은 16개국 241명이다. 대부분 서울시 대중교통체계의 기반이 되는 스마트카드 등 정보기술(IT) 성과에 감탄한다. 그러나 이들이 배우려는 분야는 자국 내 교통 현실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베이징과 남아공처럼 국제행사를 앞둔 도시들은 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 낸 비결과 성공한 정책으로서의 서울시 대중교통체계에 호감을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처럼 도시의 급성장과 교통 수요 확대를 앞둔 개도국 도시들은 압축 성장을 이룬 서울시 교통 정책의 장점을 배우려 한다. 런던·싱가포르·홍콩 같은 선진 도시들은 대중교통 통합체계와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조정과 통합을 이끌어 낸 지도력의 원천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서울시 같은 체계를 구축하려면 버스와 지하철 운영자, 이를 이용하는 시민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체계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월드컵을 각각 앞두고 있는 베이징과 남아공은 서울시 따라잡기에 가장 열성적이다. 최근 승용차 증가세가 전에 없이 빨라지는 베이징 당국은 가깝게는 올림픽 교통 수요, 멀게는 도시 대중교통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체계 확립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의 후원 아래 베이징 교통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베이징교통발전연구중심’이 작성한 ‘2004 베이징 교통발전 연도 보고’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동안 새로 추가된 자동차 수만 38만6000대로 2005년 6월 현재 전체 자동차 수가 240만 대에 이른다.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교통 수단은 자가용이다.
2003년 말 자가용 보유량은 전체 자동차의 65.4%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의 박진영 박사는 2020년 베이징의 인구는 5200만~5500만 명에 차량 대수는 약 500만 대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버스가 주도하는 도시 교통구조를 구축하려면 공공교통시스템을 강력히 건설해야 한다는 ‘베이징교통발전연구중심’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 국제포럼에서 베이징 교통위원회 자오원즈(趙文芝) 주임은 “대중교통 시스템 기초가 미약해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외면하며, 현재의 대중교통으로는 승용차 증가가 가져오는 강력한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은 3개 순환도로를 6개로 늘리는 등 도로망 확충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도로 건설만으로 급증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서울의 예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박진영 박사는 “베이징도 서울처럼 도로망과 지하철을 확충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버스 교통체계를 개선해 대중교통 수요를 흡수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 29일 서울시와 교통 분야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베이징 교통위원회 공무원들은 6월 서울시를 찾아 교통 정책, 신 교통카드 시스템, 대중교통 우선 시스템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등 서울시 배우기에 열심이다. 서울시도 9월 베이징 시장 또는 부시장의 서울 방문에서 양 도시 간 교류와 협력의 수준이 결정되리라고 판단해 서울시 교통 시스템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이 서울시 교통체계를 본떠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그럴 경우 사업 규모를 작게 잡아도 약 1000억원에 이른다”고 서울시 산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박사는 예상했다. 김 박사는 지난해 11월과 올 4월 베이징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성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베이징 당국은 교통체계 개편 노하우 전수를 위해 김 박사를 1년간 서울시로부터 임대키로 했다. 김 박사는 오는 10월부터 베이징 교통위원회에 파견 근무한다.
2010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남아공 역시 대중교통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서울의 교통시스템을 둘러본 남아공의 키비 마부제 교통국장은 자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서울시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해 남아공의 대중교통체계 개혁에 필요한 기술을 적극 지원받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나아가 올 10월이나 11월 초 남아공에서 열리는 대중교통 개혁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 서울시를 초청하기로 했다. 남아공 교통국의 이브라힘 시다트는 뉴스위크 한국판에 보내온 e-메일에서 남아공 도시들이 안고 있는 대중교통 문제와 서울시와의 협력 방안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남아공의 6개 주요 도시는 소득 불균형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중교통 과제도 이원화되고 있다. 도시 외곽지역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90% 이상이 승용차를 사용하므로 승용차 수요 조절 문제가 우선 시급하다. 또 도시 주민의 51%가 이용하는 버스 등 대중교통을 서울시처럼 통합 대중교통망으로 개발하는 문제도 있다.
남아공 공무원들은 서울시가 지하철 확장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대신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스마트카드를 이용하는 통합 시스템 개발, 무료 환승에 우선 순위를 주기로 한 사실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현지의 정책 담당자 대부분은 승용차를 위한 고속도로 건설이나 요하네스버그와 수도 프리토리아 간 60㎞를 연결하는 고비용의 고속철도 건설 등 교통망 확충에만 몰두했을 뿐 기존의 대중교통 수단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일에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교통국은 서울시의 스마트카드 시스템 도입을 이미 건의했다고 한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도 서울시 교통 개혁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월 서울시 관계자들을 방콕으로 초청,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경과를 청취한 세계은행은 자신들이 발행하는 워킹페이퍼 같은 간행물에 서울시 교통 행정을 소개하기로 했다. 9월 초안 작업을 거쳐 12월께 최종안이 만들어진다. 세계은행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개발도상국 도시들에 대중교통 수단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들 도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지 대기오염은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승용차 증가로 도심 기능이 저하되는 등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성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도시 교통의 새로운 모델을 서울시에서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개발은행도 마찬가지다. 내년 4월 서울에서 아시아개발은행 대중교통 세미나를 개최하자고 제안해 왔다.
시행 초기 잡음이 크게 일었던 서울시의 신 대중교통체계는 세계의 뉴스로 등장하는 등 착근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제도 시행 초기에 냉담하던 국내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가 제공하는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해 시민의 75% 정도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 처장은 “재정 보조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면 제도 시행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1130억원의 재정 보조금을 버스업체에 지원한 사실을 이르는 말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음성직 서울시 교통정책보좌관은 “대중교통 이용객 9.1% 증가, 무료 환승 혜택 등을 감안하면 그만한 수익은 서울 시민에게 돌아갔다고 본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서울시 대중교통체계를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경순 전국민주버스노동조합 사무차장은 “준공영제 시행 당시 버스업체의 구미에 맞게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제기된 운송 원가를 재검토하면 재정 보조 규모 삭감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성현 p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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