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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경영의 ‘전도사’

나눔경영의 ‘전도사’

기업 사회공헌 부문에서 삼성생명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규모도 크지만 그 노하우도 다른 기업들의 견인차 구실을 하기에 충분하다. 삼성생명의 사회공헌 활동은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객과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기순이익의 12% 사회환원, 연평균 임직원 ·컨설턴트 자원봉사 8만 시간, 사내 봉사 클럽 240개.’ 삼성생명이 사회공헌 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국내 기업들의 직접 기부금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다. 또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바람도 거세다. 하지만 이 분야만큼은 삼성생명의 활동이 독보적이다. 삼성생명 사회봉사단은 본사 5명에, 지역사업부 6개에 2명씩 총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작은 조직이지만 이들이 지난해 집행한 금액은 688억원에 이른다.

기부 규모만 큰 게 아니다. 삼성생명의 사회공헌 활동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1982년 업계 최초 공익재단 설립, 95년 국내 최초 기업 사회봉사단 발족, 국내 최초 사회공헌 전담 부서 설립 등. 국내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개척자 역할을 해온 셈이다. 삼성생명 사회봉사단의 김승구 부장은 “지금도 사회공헌팀을 만드는 회사의 실무자들에게 문의를 많이 받는다”며 “우리 홈페이지를 통째로 복사해 연구하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된 82년, 한국은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기부금 납부나 장학금 출연 등이 사회공헌의 전부였다. 그런 때 삼성생명 공익재단은 의료 ·아동보육 ·노인건강 ·여성지원 분야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김 부장은 “당기순이익의 12%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평균 2%, 국내 기업들이 1.8%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라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사회공헌 활동에는 원칙이 있다. 돈이나 물품을 주는 데만 그칠 게 아니라 임직원이나 보험 컨설턴트들의 자발적인 봉사 활동을 곁들이자는 것이다. 김 부장은 “돈만 주고 파트너라고 홍보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봉사하는 사람이나 혜택을 받는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5년 창단된 삼성생명 사회봉사단은 기업 사회공헌 흐름을 기부에서 임직원의 참여로 바꿔 놓은 계기가 됐다. 삼성생명 임직원의 자원봉사는 ‘1-2-3-4’로 요약된다. 전직원이 1년에 두 번 이상, 3명 이상이 모여 4시간 이상을 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2-3-4’ 자원봉사에는 95년 2만1,897명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총 35만8,421명, 연평균 3만5,800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올해 초 노인 대상 무료 급식소에 도우미로 봉사한 CS혁신팀의 권미화 과장은 “봉사 활동을 하면서 보람은 물론,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사회봉사는 여성 활동 지원에도 강점이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3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 보험 컨설턴트를 두고 있다. 그만큼 보육 문제 해결 없이 여성인력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갖고 있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전국 주요 대도시에 25개의 어린이집을 세워 지역밀착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해 왔다. 2001년부터는 ‘비추미 여성대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이 상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진과 여성문화 창달에 기여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회사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자 임직원과 컨설턴트도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직원들은 급여에서 매달 자율적으로 5,000∼5만원을 공제해 보육원 출신 대학 입학생의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와 컨설턴트들이 보험 한 건을 새로 계약할 때마다 200원씩 기금을 조성해 여성 창업지원 자금으로 쓰고 있다.
2002년에는 업계 최초로 공익사업과 연계한 보험상품을 선보였다.

공익연계 상품인 삼성리빙케어보험은 치명적 질병을 보장해주는 대표적인 건강보험상품. 2002년 6월 업계 최초로 판매된 이래 지난해까지 공익기금 56억원을 조성한 후 올해까지 총 100억원을 마련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부금은 치명적 질병과 관련된 예방과 진료연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총기금의 50%는 지정기탁방식으로 삼성생명과 기부 단체의 협의를 통해 연구과제를 선정, 운영해 향후 의료산업과 보험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자산규모 91조원, 수입보험료 연간 19조원의 초대형 보험사답게 국가가 나서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 유일하게 인명구조견을 양성해 보급해 왔다. 인명구조견 양성에는 최소 2~3년이 소요되며 무엇보다 전문관리인 양성이 힘들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외환위기로 된서리를 맞았을 때도 구조견 양성사업의 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생명존중을 실천하면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구조견은 현재 119구조대에 무상 분양돼 시민들의 ‘눈과 발’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일회성이나 이벤트 형식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양한다. 김 부장은 “위기 관리를 위해 단기적으로 사회공헌을 늘리는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헌혈 캠페인이나 자원봉사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96년부터 매년 펼치고 있는 ‘사랑의 헌혈 캠페인’에는 지금까지 총 1만5,700명이 참가했다. 임직원과 보험 컨설턴트가 본인 소득에서 일부를 약정하고, 회사가 같은 액수를 기부하는 ‘하트매칭펀드’는 지난 99년 이후 모두 50억원 이상을 적립했다.

배정충 사장은 ‘나눔경영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1999년 취임 직후 회사의 슬로건을 ‘가족사랑, 이웃사랑’으로 바꾸고 대대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직원들에게 틈만 나면 불우한 이웃을 찾아 나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기업이 국민의 도움으로 돈을 버는 만큼,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나눔경영은 배 사장의 평소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6월 사회공헌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배 사장은 “나눔경영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善)”이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의 행복을 책임지는 생명보험업의 성격과 ‘가족사랑 이웃사랑’의 기업정신을 살려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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