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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 軍産 합동작전으로 카스피海 점령

[미국의 전략] 軍産 합동작전으로 카스피海 점령

1997년 9월 15일 오전. 미군 제82공정사단 소속 500여 명의 공수부대 병력이 카자흐스탄 남부 톈샨(天山)산맥 일대로 침투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군과 연결해 지역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배반 세력’과 가상 전투에 참가하는 것. 미 캐롤라이나주 북부 포트브래그 기지에서 카자흐스탄 남부 슘캔트까지 7700마일을 비행한 역사상 최장거리 공수훈련은 그 이상의 아무런 정보도 노출하지 않고 끝났다. 왜 미군은 그 먼 거리를 날아와 이런 작전을 폈을까? 같은 해 7월 21일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연설한 미 국무부 탤벗 차관의 말을 들어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00억 배럴 이상의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는 지역에 미 석유회사들이 진출하지 못한다면 미국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그로부터 열흘 후인 8월 1일 당시 미 대통령이던 클린턴은 게이다르 알리예프 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을 했다. 물론 주제는 에너지였다. 미국의 카스피해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역사가 깊고, 강도가 높다. 지구 반 바퀴를 날아가 공수작전을 할 정도다. 카스피해를 보는 미국의 시각을 알 수 있다. 왜 미국은 이처럼 카스피해에 집착할까? 미국의 에너지 위기는 석유의 대외(특히 중동) 의존도 증가와 고유가 상황의 장기화에서 비롯됐다. 2004년에 미국은 하루 국내 석유소비량 약 2000만 배럴 중에 60% 이상인 1300만 배럴을 캐나다·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수입해 왔다. 반면 미국 석유 생산량은 85년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미국 내 주요 석유매장지는 10년 뒤면 고갈될 전망이다. 알래스카 지역에 있는 신규 매장지도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로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석유수입지역인 캐나다·멕시코·북해지역 내 유전들도 향후 10년 내외에 고갈 사태를 맞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65%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지역은 앞으로 92년간은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결과로 미국의 석유 대외의존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석유수입량도 계속 증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99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고유가 현상 장기화는 세계 제1위의 소비국이며, 수입국인 미국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부시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위기를 국가안보 위기로 규정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2001년 5월 ‘에너지정책보고서(National Energy Policy)’와 2005년 8월 ‘에너지법(Energy Policy Act of 2005)’을 채택함으로써 에너지 안보 문제를 국가 외교·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결정했다. 미국은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기존 석유·가스 매장지역의 안정 유지, 중동지역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매장지 개발과 확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의 미국 패권 확보 및 유지 등이 미국 에너지 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에너지 위기=안보 위기

▶지난 5월 바쿠 남쪽 샹가찰 원유터미널에서 BTC라인 개통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아메트 세제르 터키 대통령,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 새뮤얼 보르먼 미국 에너지 장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새 수도인 아스타나에 짓고 있는 미 대사관 모습.


▶미국계 석유회사인 세브론과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가 합작해 만든 텡기즈셰브오일. 이 합작 법인은 현재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생산업체이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새로운 에너지 공급지로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 서아프리카, 러시아 등을 선정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러시아 에너지 정책은 뭘까. 바로 러시아 내에서 미국 기업의 투자 기회 및 이익 보장을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서아프리카를 포함한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여타 국가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패권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은 ‘제2의 북해유전’으로 여겨질 만큼 유럽과 미국의 미래에 중요한 석유·가스 공급원이며, 또한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체 공급지역 중 하나다. 지리적으로 중동지역보다 가깝기 때문에 수송 비용도 적게 들고, 무엇보다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침투하지 않고 있는 비교적 안정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91년 옛 소련 치하였던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 내 국가들은 독립과 함께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과 탈러시아 과정을 겪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미국·유럽의 정부와 기업들은 이때를 기해 이 지역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매개로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풍부한 석유·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은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미국 정부와 외교·경제·에너지 부문의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또한 카스피해 지역 내 석유·가스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 엑손모빌·셰브론텍사코·필립스코노코 등과 같은 미국계 메이저 석유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과로 현재 미국 기업들은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내 유망한 주요 매장지 대부분을 개발하고 있으며, 또한 여기서 생산된 원유를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최대 투자국이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은 민간기업으로 최대 석유·가스 생산기업으로 돼 있다. 90년대 미국 정부의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에 대한 전략적 목표는 ▶석유·가스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미국 기업에 의한 개발 ▶세계 경제체제로의 신속한 편입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통한 사회·정치적 불안정 해소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축소를 위한 양자 간, 다자 간 외교관계 개설 및 확대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침투 차단 등이었다.

시민혁명 직·간접적으로 지원 한편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해 패권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반테러·비확산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이 지역을 포함해 유라시아 서남부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 국가와 새로운 외교·군사적 동맹관계를 맺거나 미군을 주둔시키기 시작했다. 즉 미국은 서·남아프리카-중동-카스피해·중앙아시아-동남아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이들 지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전략적 벨트를 구축했다. 이러한 전략적 벨트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 지역 내에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2가 매장돼 있는 석유자원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재 미국이 이들 지역을 미국의 신질서 속에 포함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장기 독재 체제와 인권탄압이다.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 내 8개 국가 중 대부분이 91년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독재정권 체제하에 있다. 2003년 그루지야를 필두로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장기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시민혁명이 자발적으로 발생했다. 이 중 그루지야와 키르기스스탄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로 돼 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우즈베키스탄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독재정권의 무력진압에 의해 실패로 끝났고, 카자흐스탄 독재정권은 반정부 운동을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들 정부를 민주화되고, 친미적인 정권으로 유도하는 것이 이 지역을 계속 미국의 신질서 속에 편입·유지시키는 데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에 대한 패권 유지를 위해 이 지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이 지역을 중요한 전략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 전략과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전략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미국은 90년대 러시아가 이 지역에 소홀한 틈을 타서 주요 매장지의 석유·가스 자원을 대부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어서 미국 정부는 여기서 생산된 석유를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지 않고 끌어올 수 있도록 자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를 경유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을 구상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및 유럽계 석유기업에 제안을 했다(일명 BTC 노선). 그러나 이들 민간 석유기업들은 거리도 짧고, 건설비도 적게 드는 러시아를 경유하는 송유관 건설을 더 선호했다. 순수하게 경제성만을 가지고 결정한다면 당연히 러시아 경유 송유관 건설이 더 타당하겠지만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패권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선 터키 경유 노선이 더 필요했다. 미국 정부는 외교적 방법과 경제적 지원을 약속해서 송유관이 지나가는 터키·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지지를 얻어내고, 또한 송유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민간기업들의 협력을 이끌어 냈다. 미국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슐라 해슬린은 “카스피해에서의 미국 정책의 목적은 이 지역 석유수송 통제에 대한 러시아의 독점권을 깨는 것”이라고 미 상원 조사위원회에서 말했을 정도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노력의 결과로 2005년 5월에 드디어 BTC 전 노선이 완공됐다. 일단 아제르바이잔에서 생산된 석유가 BTC 송유관을 통해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될 것이며, 이후 점차적으로 카자흐스탄 석유도 이 라인을 이용해 수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BTC 송유관의 원유수송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를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BTC 송유관 완공은 카스피해·중앙아시아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기득권을 크게 약화하고, 지역 내에 임시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장기 주둔에 확실한 명분을 제공했다. 향후에도 미국은 석유·가스 자원과 수송 노선을 자신의 통제하에 둠으로써 장차 미국의 잠재적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수월하게 견제하려고 할 것이다.
■ 미국의 전략은… -러시아의 석유수송 독점권 해체 -경제원조를 통한 석유자원 확보 -친미 정권 유도 -지역 내 미국 패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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