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컴투스 사장… 모바일 게임의 여걸
박지영 컴투스 사장… 모바일 게임의 여걸
박지영(31) 컴투스 사장은 1999년 8월 LG텔레콤에 국내 첫 모바일 게임(왑게임)인 ‘개구리 점프’걾?맑?찾기’걾?脚?전쟁’ 등을 서비스했다. 모바일 게임을 만들겠다는 회사가 전혀 없던 시절이었던 까닭에 박 사장의 도전은 무리수로 여겨졌다. 당시에는 흑백 휴대전화가 주류였던 데다 텍스트 서비스 중심이었고, ‘휴대전화로 무슨 게임이냐’는 인식도 강했다.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딴판이었다. 98년 창업 이후 손을 대는 사업마다 신통치 않아 고민하던 박 사장이 99년 초부터 부랴부랴 준비해 띄운 승부수는 그대로 적중했다. 벨 소리·캐리턱와 더불어 3대 모바일 킬러 콘텐트로 꼽히는 국내 모바일 게임산업의 ‘아침’을 활짝 연 박 사장의 행보는 2000년 들어 더욱 빨라졌다. 특히 하반기에는 LG텔레콤을 통해 국내 첫 자바 플랫폼 기반의 VM(Virtual Machine) 게임을 선보였다.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브라우징 방식으로 즐기는 기존 왑게임은 통신료 부담으로 보급이 더뎠다. 반면 VM게임은 정보 이용료와 패킷 요금만 내고 게임을 내려받아 영구적으로 즐길 수 있다. 박 사장의 이런 노력 등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시장은 2000년 이후 돈 되는 시장으로 달라졌다. 모바일 게임이란 새로운 서비스를 안착시키기 위해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컴투스도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4년 120억원의 매출에 이어 2005년 15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컴투스의 출발은 보잘 것 없었다. 98년 대학교 4학년 때 남편인 이영일 이사 등 3명과 각자 부모님에게 500만원씩 빌려 회사를 차렸다. 서울 보문동에 옥탑방을 얻어 사무실을 내고 MP3 음악파일 내려받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저작권 등 골치 아픈 문제가 많아 포기했다. 이어 PC통신 검색엔진 사업에 뛰어들어 하이텔과 천리안 등 모든 PC통신을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는 통합 검색엔진을 개발했지만, 경쟁사의 정보까지 검색해줄 수 없다는 PC통신회사들의 반대로 빚만 잔뜩 진 채 접어야 했다. 그러던 99년 초, 병역특례로 모 회사에 다니던 이영일 이사가 회사에서 강연을 듣고 모바일 게임 사업을 제안했다. 박 사장은 “애초 모바일 게임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여러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잡고 출발했다”며 “서비스가 성공해 투자까지 받은 뒤 다른 사업은 모두 접고 모바일 게임에 집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사장은 낯선 모바일 게임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사업 초기에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테트리스 등의 라이선스 게임과 카드 등 대중적인 게임 보급에 주력했다. 그 뒤 모바일 게임이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판단한 그는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순수 창작게임 개발에 매달렸다. 공전의 히트작인 ‘붕어빵 타이쿤’ 시리즈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 시리즈는 200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50만 이상 내려받으면 대성공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10·20대 남자가 대부분인 모바일 게임 이용자를 늘리는 게 숙제”라고 말하는 박 사장은 2005년 들어 마니아층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컴투스 삼국지’로 대표되는 재미있고 조작이 간편하며 쉬운 게임으로 다시 한 번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시장은 1,600억원 규모로 작은데 모바일 게임회사는 500여 개로 난립하고 있어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시장 정체를 ‘성장통’으로 규정하는 그는 국내 저변 확대와 더불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인 보다폰에 게임을 공급한 그는 2005년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싱귤러와도 모바일 게임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02년 영국, 2003년 중국에 이어 2005년 미국에도 현지법인을 세운 그는 2005년 8월에 투자받은 800만 달러를 실탄 삼아 해외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그는 또 북미·유럽·중국·일본 등 40여 개 국에 자체 게임과 함께 다른 회사의 게임을 팔아주는 통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업체인 EA와 견줄 수 있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 겸 퍼블리셔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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