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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하마스가 이겼지만 …

총선에서 하마스가 이겼지만 …

Extreme Victory 총선이 끝나자마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차기 내무장관감으로 적갈색 수염의 무하마드 아부 티르(55)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아부 티르 역시 동예루살렘 자택에서 “나는 그 일에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총선에서 승리한 이슬람주의 정치단체 하마스의 득표율 2위 후보이자, 한때 하마스 산하 무장조직의 책임자였다. 아부 티르는 법집행과 관련된 경험이 풍부하다. 성인기의 대부분을 이스라엘 감옥에서 보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 도중 좀 더 숙고하는 듯하더니 새 정부에서 “눈에 띄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하마스가 사람들을 감옥에 잡아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덜 좋아지는 듯했다. 마침내 그는 “우리는 경찰처럼 행동하지는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세계 모두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법과 질서가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 법질서를 회복할 능력이 없는 사람과 평화를 논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팔레스타인의 무법 상태는 하마스 지지자들과, 선거에서 패배한 집권 파타당 당원들 사이의 총격전에서 비롯됐다. PA는 국가 형성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범죄와 부패로 곪아가는 광대한 빈민촌처럼 변했다. 하마스가 이번 선거에서 의회 총 의석수 132석 중 74석을 얻는 압도적 승리를 거둔 요인도 바로 그것이었다(파타당은 45석). 선거 전날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하마스의 공동 창립자 마무드 자하르는 “PA는 다른 범죄는 고사하고 마약 중독자마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허약하고 무능한 정부인 데다 썩을 대로 썩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이 넌더리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숭고한 목적을 내세웠음에도 하마스의 총선 압승은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겨준다. 가장 낙관적인 입장 표명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정직한 정부를 요구한다. 그들은 정부의 서비스를 원한다. 제대로 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경에서 자녀들을 키우고 싶어한다. 그런 만큼 팔레스타인의 옛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눈을 떠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대한 점이다. 민주주의는 사회의 실상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하마스의 정치강령은 이스라엘 파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며, 미 정부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는 한 기자의 끈덕진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그 점은 이미 명확히 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파괴를 명문화한 정당을 상대하지 않겠다.” 이제 하마스 지도자들의 첫 번째 과제는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삶을 더 힘들게 하지 않는 일이다. 그들은 외부의 지원을 받아 야세르 아라파트와 그의 파타당으로부터 물려받은 부패의 일부라도 척결할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도움을 받지는 못할 듯하다. 팔레스타인 접경지역 대부분을 통제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자폭테러 등의 공격을 받던 시절을 쉽게 잊지는 못하리라. PA는 다른 해외 강국들이 제공하는 자금으로 연명해나간다. 미국과 유럽이 주축으로 한 달에 3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추정된다. 이런 지원이 없다면 PA가 현재 제공하는 초라한 공공 서비스조차 불가능하다. 미국은 2006 회계연도의 지원금으로 1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유엔을 통해 추가로 84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국제개발청(USAID)의 물 처리 시설과 같은 지속적인 사업은 적어도 신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 당국자들은 테러 조직이 이끄는 정부의 법적인 문제점들을 파악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또 수혜자는 ‘테러 반대 인증서’에 서명하도록 규정한 미국 법 아래서 하마스 주도의 PA에 지원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부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받아들이고 테러리즘을 배격하지 않는다면 원조는 없다고 천명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겠다. 종합 지원책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그는 경고했다. “우리의 우방이자 친구를 파멸시키려는 정부에 도움을 주지는 않겠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이 이란 같은 미국의 적들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주말 뉴스위크는 살람 파예드 전 PA 재무장관을 만나 팔레스타인의 임박한 예산 위기에 관해 물었다(그는 총리직을 맡으라는 제안이 있었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미국에서 유학했던 파예드는 한때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으며 국제사회의 신망이 높은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PA는 매달 약 2000만 달러를 빌려 약 1억5000만 달러의 월 지출과 급여를 충당하는데 보태왔다. 그는 1억5000만 달러도 “넉넉하지 않다. 아주 빠듯한 살림살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가 빌릴 수 있는 최대 한도에 도달했다. 은행들이 더 이상 융자를 안 해주려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무원 약 3만 명을 감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마스의 가장 큰 경제적 고민은 바로 이웃에 있다. 이스라엘은 원하기만 하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영업차량의 통행이 막히고 이스라엘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의 통근이 불가능해진다. ‘정상시’에도 팔레스타인 영토 내의 실업률은 약 20% 정도, 1인당 연간소득은 1100달러 수준이다. 파예드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영토 내의 모든 관세 수납업무도 관할한다. 따라서 1년에 약 7억 달러에 달하는 PA의 주요 수입원을 봉쇄할 수 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선거 전 하마스 방해 공작 시도를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이 요르단강 서안을 휩쓸며 아부 티르를 비롯한 하마스의 고위 정치인 다수를 체포했다. 아부 티르는 하루 뒤 풀려났지만 다른 하마스 선거운동원들은 석방되지 않았다. 민감한 업무의 성격상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보계의 한 고위 소식통은 하마스 후보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략가들은 반발이 있으리라는 점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전략가들의 예상이 옳았다. 지난주 서안 아부 디스 마을 유세 현장에서 한 선거운동원은 휴대전화로 지난해 가을부터 감옥에 있는 하마스 지도자 이브라힘 아부 살렘(58)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부 살렘이 받자 그 운동원은 휴대전화를 마이크에 가져다 댔다. 아부 살렘의 목소리는 감옥으로부터 곧바로 유세장에 모인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전달됐다. 군중은 흥분해 날뛰었다. 이스라엘 보안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책 입안가들은 선거 연기 강행 문제를 두고 의견이 극명히 갈렸다. 일부는 선거를 연기하면 그로 인해 야기될지도 모를 하마스의 분열을, 팔레스타인의 라이벌 후보들과 서방 외교관들이 활용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일부는 선거 연기가 하마스 지지를 강화시키리라 생각했다. 당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었던 실반 샬롬은 샤론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다음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직무대행에게 선거를 막으라고 경고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올메르트는 별말이 없었다고 한다. 샬롬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시키려고 올메르트를 압박했다. 샬롬은 “올메르트는 [총리 직무상] 첫 결정에서 미국 정부와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그래서 그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불쾌했던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하마스 지도자들은 앞으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죽이기 강령을 완화할지도 모른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물론 상응하는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1년 휴전 기간을 존중했고, 하마스 고위 간부들은 휴전 기간이 무한정 연장될지도 모른다고 시사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심지어 하마스에 투표한 이들 중 일부마저도) 끝없는 분쟁이 아닌 품위있는 평화 협정을 원한다. 이스라엘과의 향후 평화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하마스 공동 창립자 자하르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먼젓번 협상은 실패였다. 하나도 이득이 없었다. 그러나 한 번 더 협상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성공한다면 모든 이들이 지금의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디오트 아로노트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48%의 이스라엘인이 하마스와의 대화에 찬성한다. 급진세력인 하마스는 현재 메시지를 완곡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배우는 중이다. 요르단강 서안의 비르제이트대학 나샤트 아크타시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현대정치학의 어법에 관해 하마스 측 후보자들을 가르쳐왔다. 그는 부시의 홍보 보좌관들에게서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민감한 표현을 온건하고 정중한 동의어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다. ‘점령을 종식’시키기만 하면 된다. 사실상 똑같은 내용이지만 말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정치선전은 오락가락 흔들리는 유권자의 마음을 다잡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후보는 득표율도 높다. 만약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지 말라. 그냥 행동으로 옮긴 후 미안하다고 말하면 된다.” 이스라엘이 총선을 치르는 3월 28일까지 감히 하마스와의 회담 얘기를 꺼낼 정치인은 이스라엘에 거의 없다. 샤론이 창당한 온건파 정당 카디마의 당원들에게 하마스의 부활은, 협상은 소용없으며 일방적 철수가 이스라엘의 유일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따름이다. 하지만 다른 정파들의 시각은 다르다. “지금 우리가 비워주는 땅이 나중에는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사용되리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생각을 바꾼다”고 리쿠드당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는 지난 주말 뉴스위크 기자에게 말했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을 통치하게 됐다는 현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한 대니얼 커처는 하마스에 자꾸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제 공은 팔레스타인에 넘겨졌다. 그들이 알아서 대처해 나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커처는 말했다. 몇몇 팔레스타인인들은 진정으로 그러한 도전을 고대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권유할 수는 있지만 구미에 맞는 결과까지 맞춘 듯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지아드 아부 아므르는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지역구로 하는 무소속 정치인으로 파타당과 하마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곤 했다. “유권자들이 지금은 이슬람주의자들을 선출하더라도 4년 후에는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뭐는 되고 뭐는 안 되는지 배우게 된다.” 앞으로도 어지럽고 힘든 지루한 과정이 한참 남아 있다는 사실에 모두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하마스 지도자들이 뭔가 동의하는 바가 있다면, 뭐니뭐니해도 민주주의만 한 제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With DAN EPHRON and JOANNA CHEN in Jerusalem and MICHAEL HIRSH and RICHARD WOLFFE in Washington 장병걸·차진우 cbg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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