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현대차·현대중·두산·롯데 “임원급 여성 한 명도 없어요”

현대차·현대중·두산·롯데 “임원급 여성 한 명도 없어요”

국내 10대 그룹(시가총액 기준)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임원 현황을 물었다. “저희는 여성 임원이 아직 한 분도 안 계십니다.” 이렇게 대답한 곳이 절반인 무려 5곳에 이른다. 10대 그룹 총 임원은 3875명.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총 24명으로 0.6%다. 커리어우먼들이 아직도 1% 벽을 못 깨고 있는 실정이다. LG그룹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그룹은 8명, SK는 2명, 한진과 금호아시아나, 한화가 각각 1명씩이다. 이 외에 오너 일가 여성 임원으로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차녀 이서현(33) 제일모직 상무보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딸인 신영자 부사장, 신 부사장의 딸인 장선윤(35) 롯데쇼핑 해외명품팀장 등이 있다. 이번 조사에 이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너 일가를 포함시켜도 여성 임원 비율은 0.7%에 그친다. 특이한 점은 24명의 여성 임원들은 대부분 2000년 이후 승진자들이다. 연령대로는 50대 2명(LG인화원의 윤여순 상무·대한생명의 이승섭 상무)에 30대 1명(SKT 윤송이 상무)이고 나머지 21명은 40대로 젊은 편이다. 외부 영입이나 발탁 인사가 많다는 걸 입증하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신입사원 8300명 중 2490여 명을 여성으로 채용했다. 여성 신입사원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1996년부터 신규 채용할 때 여성 인력을 30% 이상씩 뽑고 있는 것을 내규로 정했다. 이에 반해 삼성의 여성 임원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LG와 SK, 롯데와 두산의 여성 신입사원 비율도 최근 5년간 20~25%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0~1%대 수준이다. 지난해 채용 포털 인쿠르트가 국내 1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직원이 임원이 될 가능성은 고작 0.05%’라고 응답했고, 조사대상 기업의 84%는 여성 임원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10대 그룹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그룹이 많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최근 여성 신입사원을 20~30% 안팎으로 뽑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대졸 신입사원으로 11명의 여성 인력을 뽑았다. 미래에 여성 임원이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현대자동차 홍보실의 황관식 과장은 “기계 산업이 주종이다 보니 여성 인력 양성에 힘든 부분이 많다”며 “최근엔 연구소, 디자인 부분에 여성 인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수년 후엔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 있는 간부급 여성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영업이나 선박에서 일하던 직원이 10, 20년이 지난 뒤 중역이 되기 때문에 외부 영입이 아니면 여성이 임원으로 나오기 힘든 구조”라며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사정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정보개발 부문에 외부에서 영입된 여성 부장이 한 명 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두산그룹 역시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승무원 3800명 중 여성이 86%를 차지하지만, 이 중 여성 임원은 객실 승무원 사무장으로 있는 예경희 상무 한 명뿐이다. 79년 롯데쇼핑이 생긴 이래 여성 채용을 대폭 늘린 롯데그룹의 경우도 신영자 부사장과 장선윤 이사를 제외하곤 그룹 내에서 입지전적으로 임원이 된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외부 영입 인사가 절반 대기업 중 의욕적으로 여성 임원의 수를 늘리고 있는 곳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올해 여성 임원을 2명 더 배출해 그룹 내 여성 임원이 총 11명으로 늘어났다. 유럽형 3세대 휴대전화 개발 주역인 조은숙 연구위원과 차기 신약 후보인 서방형 인간성장 호르몬 프로젝트의 주역 중 한 명인 지희정 연구위원이 올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기존 여성 임원으로는 김진 상무가 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원(부장급) 진급 이후 1년 만인 2001년 임원으로 승진해 화제가 됐다. 김 상무는 그동안 LG전자 디자인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이숙영 상무는 89년 LG CNS에 입사, 빠른 속도로 승진해 12년 만인 2001년 상무가 됐다. 93년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 시스템통합 사업이었던 국세통합전산망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프로젝트 성공을 주도했다. 행정자치부 재난관리시스템 개발 등 크고 어려운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미국 여성 임원들의 성공 비결 계속해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 달성(69%) 부하 직원들 성공적 관리(49%) 남성 위주 문화에 맞는 스타일 개발(47%) 특정분야에 있어서 뛰어난 지식 소유(46%) 출처: catalyst, Women in US. corporate Leadership. 2003 / LG경제연구소‘여성 리더십’자료(2005년) 참조.
LG CNS의 설금희 상무는 2002년 기업용 IT 솔루션과 BPO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e-솔루션 사업부장을 맡아 ‘SI업계 최초로 영업조직을 갖춘 사업부의 수장을 맡은 여성’의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2004년 상무로 선임됐고 지난해부터는 솔루션 컨설팅과 통합운영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통합서비스부문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그룹 내에서 10~20년 장기 근속을 하며 유리천장을 뚫었다. 지희정 상무를 포함해 류혜정·임수경·김영순·윤여순·송영희·김애리 상무 등 7명은 모두 외부 스카우트 인력이다. 여성 임원 비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그룹도 전체 임원 비중에 비하면 1.8%에 그친다. 삼성그룹은 제일기획의 최인아(46) 상무가 2000년 이사로 승진하며 첫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의 테이프를 끊었다. SDI의 김유미(47) 상무, SDS의 윤심 상무, 화재의 박현정 상무가 10년 넘게 삼성그룹에서 장기 근속을 했고 전자의 이현정 상무, 증권의 이정숙 상무, 카드의 김은미 상무는 외부 영입 인사들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일한 여성 임원인 김미형(42) 부사장도 외부 영입 인사다.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부사장은 89년 스탠퍼드대에서 법무박사 학위를 받은 뒤 졸업과 동시에 워런 크리스토퍼 전 미 국무장관이 파트너로 활동하던 법률사무소에 발탁돼 금융 및 재정 전문 변호사로 근무했다. 92년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에 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영입됐다. 이후 그룹의 법률 관계를 총괄하고 있다. 대기업의 역사는 50년. 그런데 여성 고용의 역사는 20년이 채 안 된다. 92년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대졸 여성을 공채로 뽑기 시작했다.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임원이 되려면 통상 20년 이상의 근속 연수를 필요로 한다. 현재의 여성 임원들은 여성 고용 역사가 짧은 만큼 대부분 외부 전문가를 발탁해 쓰고 있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말이다.
여성 고용 역사가 짧아서? 이 주장에 반문할 자료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2년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직급별 여성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장급은 2.6%, 부장급은 1.1%, 임원급은 1.9%에 그쳤다. 저조한 임원급 비율은 여성 고용의 짧은 역사를 핑계 삼을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의 여성 과장급 비율로 볼 때 10년 후 여성 임원 비율에 거는 기대도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발표한 LG경제연구소의‘여성 리더십’ 자료에 따르면 기업 경영자들이 고위 여성 관리직 승진 인력이 드문 이유로 핵심 부서에서의 근무 경험 부족(시스템)과 개인의 리더십 부족을 꼽았다. 여성들이 입사해도 주력 부서에 배치되지 않고 주변만 맴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승진 기회를 놓치고 도태된다는 것이다. 기업 내에 보이지 않는 성 차별의 벽을 깰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성 스스로의 굴레도 여성 임원 배출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취업 포털 잡링크의 한현숙 대표는 “요즘도 수백 대 1의 경쟁력을 뚫고 어렵게 회사에 입사한 대기업의 여성 인재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아나 결혼으로 중도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원의 덕목인 실력과 책임감, 리더십은 장기간 트레이닝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여성들은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조직 생활을 견뎌야 최고책임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임원 선발이 더 이상 프로젝트 완성에 의한 포상 개념이나 화젯거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노동부는 오는 3월 1일부터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를 실시한다. 이 조치에 따르면 공기업 및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은 직종별 여성 근로자 비율이 산업별·규모별로 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를 시행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성 고용률 확대에 병행해야 할 것이 질적 변화다.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 기준으로 10대 그룹에 입사한 여성 신입사원은 3000명(전체 채용자 1만5000여 명의 평균 25%)을 훌쩍 넘었다. 10년, 20년 후 국내 경제를 이끌 10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은 얼마나 올라갈까? 참고로 2002년 포춘지가 밝힌 미국의 500대 기업 임원 총 1만3673명 중 여성 임원은 2140명(15.7%)에 달했다.
10대 그룹 여성 임원은 이것뿐

<오너 일가 여성 임원은 제외함>

* 조인스 인물정보에 없는 경우 사진이 없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피임 잘해야겠다…" 이선옥 작가, 문가비 정우성에 일침?

2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 쏠리는 눈…오후 개회 예정

3저축銀 3분기 누적 순손실 3636억…전년比 2090억↑

4나만의 롤스로이스 만드는 ‘프라이빗 오피스’, 전 세계 네 번째로 서울에 문 연다

5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글로벌 160여개국 서비스 시작

6엔씨소프트, ‘독립 개발 스튜디오’ 체제 출범…4개 자회사 설립 확정

7DL이앤씨, ‘아크로 리츠카운티‘ 분양 예정

8프리드라이프, AI 자서전 무료 제작 이벤트 진행

9이복현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 하방 위험…대내외 리스크 관리 총력”

실시간 뉴스

1"피임 잘해야겠다…" 이선옥 작가, 문가비 정우성에 일침?

2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 쏠리는 눈…오후 개회 예정

3저축銀 3분기 누적 순손실 3636억…전년比 2090억↑

4나만의 롤스로이스 만드는 ‘프라이빗 오피스’, 전 세계 네 번째로 서울에 문 연다

5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글로벌 160여개국 서비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