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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 거품 논쟁] ‘토지 公有’로 불로소득 환수하자

[아파트 값 거품 논쟁] ‘토지 公有’로 불로소득 환수하자



저서는 성경 버금가는 베스트셀러 영향 받은 톨스토이 자기땅 포기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 1897)는 19세기 미국의 지공주의자다. 지공주의란 간단하게 토지 공유사상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거의 못 받았으나 자신의 절망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빈곤의 원인을 탐구하고 제거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의 수많은 저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879년에 펴낸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이다. 당시 성경을 제외하고는 논픽션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의 장례식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조문한 것을 보더라도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헨리 조지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이면서 철저한 시장경제론자다. 생산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하고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생산자에게 모두 귀속시키려 했다. 같은 이유로 인간의 생산적 노력과 무관하게 천부된 토지(자연 전체 포함)는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헨리 조지의 토지 공유사상은 국유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해도 생활과 생산을 위해서는 토지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사회가 환수함으로써 실질적인 공유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토지를 단독 사용하는 대가를 환수하면 정부가 다른 세금을 감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조세로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회는 유기체이므로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해야 발전이 된다고 하면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에 반대했다. 헨리 조지의 관점에서 보면 토지 사유를 인정하는 현재의 사유재산제는 불완전한 사유재산제다. 토지 불로소득을 방치하면서 경제에 해로운 세금을 징수하는 현재의 시장경제는 불완전한 시장경제라는 지적이다. 『진보와 빈곤』의 내용을 간추리면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리고 주기적으로 경제 불황이 닥치는 이유는 토지사유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대가 지주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속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토지가치세제(Land Value Taxation)를 실시해 토지의 임대 가치 즉 지대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지가치세제는 지대조세제(地代租稅制)라고도 부른다. 지대조세제는 토지 소유자에게서 임대 가치 즉 지대를 징수해 가장 우선적인 정부의 수입으로 삼는 제도다. 토지 소유자는 사용이나 거래를 현재처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토지 가치에 관한 한 마치 정부로부터 토지를 빌려 쓰는 것처럼 임대 가치를 납부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와는 서로 이론 비판 지대조세제는 이상적인 토지제도이자 이상적인 조세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토지제도로서의 효과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토지 투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토지 투기라는 병원균은 불로소득을 먹고 사는데 토지의 소유만으로는 아무런 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토지 사용도가 적정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토지 사용도와 무관하게 같은 금액의 지대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토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사람이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토지 소유자와 실수요자가 거의 일치함으로써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저절로 실현된다. 또 지대조세제는 이상적인 조세제도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생산적 노력에 대한 벌금 성격이다. 이 때문에 정의롭지 못하다. 근로의욕을 줄이고 상품 가격을 올림으로써 경제를 해친다. 그러나 지대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정의롭다. 토지의 공급·사용·거래를 위축시키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부담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대세 덕에 토지 투기가 사라진다. 자금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토지 사용도가 적정 수준으로 높아져 경제에 도움이 된다.
자유주의자며 시장경제론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보유세 강화를 통해 투기억제를 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토지의 매매 가격 즉 지가가 거의 0으로 하락한다. 이 때문에 지대조세제를 도입하는 데는 두 가지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대조세제를 목표로 하더라도 단기간에 도입할 수는 없다. 현재의 경제 질서는 지가가 상당액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해 형성돼 있다. 따라서 갑자기 지가가 0이 되면 담보대출의 회수가 어려워지는 등 큰 혼란이 생긴다. 그러므로 지대조세제는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 한 방법으로 지대세율을 조금씩 높여가면 된다. 궁극적으로는 세율을 100%에 가깝게 가져가는 방법이다. 지대세 수입이 늘어나면 물론 다른 세금은 감면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패키지형 세제 개혁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지가가 0이 된다면 사유재산 침해가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다. 상당수 국민이 상속 또는 무상 불하 등의 방식을 통해 토지를 취득했던 헨리 조지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토지 소유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 세제를 개편해 결과적으로 지가가 서서히 하락하는 것을 사유재산 침해라고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필자는 사유재산 침해라고 보지 않는다. 지대를 모두 징수하자고 한 헨리 조지의 방식을 수정해 매입 지가와 그 이자를 비용으로 공제하고 그 나머지만 환수하면 뜨거운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또 비용을 공제하더라도 지대가 상승하면 지대 환수율이 꾸준히 높아져서 결국 지대조세제를 도입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수단을 국토보유세라고 한다. 징수액은 매년 연간 지대에서 매입 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금액이다. 이 금액을 징수하면 지대는 변화해도 지가는 변동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제3의 이데올로기로 평가받아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은 서양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 『진보와 빈곤』이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헨리 조지의 강렬한 문제의식과 열렬한 이상주의가 진보적 양심세력에 자극을 줬다. 당시 힘을 잃고 있던 유럽의 사회주의를 부활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 그러나 헨리 조지는 마르크스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현실 자본주의의 병폐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빈곤 타파를 일생의 과업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21세 연상이었던 마르크스와 공통된다. 하지만 원인 진단과 처방에서는 아주 달랐다. 헨리 조지는 마르크스를 “피상적인 사상가이며 부정확하고 악의에 찬 용어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헨리 조지가 매우 독특한 가치로 중시했던 ‘지대’를 마르크스는 다른 생산요소의 대가와 구분하지 않고 ‘잉여가치’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마르크스도 “헨리 조지는 잉여가치의 본질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헨리 조지식의 토지 개혁 운동을 “자본주의자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조소했다. 톨스토이는 헨리 조지의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자신의 토지를 포기했다. 이뿐 아니라 노년기의 대표작인 『부활』에서 주인공 네플류도프가 헨리 조지의 사상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또 쑨원(孫文)은 삼민주의 가운데 민생주의에 헨리 조지의 토지 개혁 방법을 도입했다. 이 영향은 오늘날 대만의 토지제도에 깊이 남아 있다. 중국이 경제 개혁 과정에서 토지임대제를 도입하는 데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밖에도 미국, 호주, 덴마크 등지에 헨리 조지의 영향이 깊이 남아 있다.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는 통일 한국의 체제를 설계하는 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본과 토지의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두 생산요소의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를 각각 정(正)과 반(反)이라고 한다면 지공주의는 자본사유(資本私有), 토지 공유(土地公有)의 제3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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