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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4%씩 성장해 5년 후 매출 두배?

年 14%씩 성장해 5년 후 매출 두배?



내수 시장 포화… 해외시장 개척으로 극복 증권·보험… “규제 완화는 위기이자 기회” “성장 경영하려면 인내심 갖고 R&D 늘려야” “미래 수익사업을 찾아라.” 지금 기업들의 화두는 ‘5년,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이다. 시장은 포화되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가 국내 대표 기업들을 대상으로 ‘5∼10년 후’를 물었다. 편집자
1951년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 천재 과학자는 매 학기 똑같은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었다. ‘노벨상까지 받은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문제가 왜 그럴까’하고 의문을 품은 조교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교수님, 지난해에 이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문제를 내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어떻게 2년 연속으로 똑같은 문제를 내실 수 있습니까?” 천재 과학자의 대답이 걸작이다. “음…, 답이 달라졌으니까.” 물리학의 연구 성과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문제의 ‘해답’이 1년 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미래를 움직이는 경영전략』에서) 대기업의 CEO나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임원에게 “10년 뒤인 2016년 당신의 회사는 무엇을 먹고살 계획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대답이 아인슈타인과 비슷하지 않을까. “늘 연구(고민)하지만 해답은 늘 달라질 수밖에 없다.” 5년, 10년 후-. 생산하는 제품부터 유통·가격·마케팅 등이 완전히 변할지 모른다. 게다가 환율·원자재·유가 같은 외부 변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도 두려운데,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고, 게다가 1∼2년 만에 상품의 유행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 5∼10년 후를 전망한다는 것이 뜬구름 잡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문제는 아인슈타인의 물리학 시험 문안과 다를 것이 없다. 매순간 ‘해답’이 바뀐다고 해서 질문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2∼7일 우리나라 주요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회사의 ‘미래’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향후 5∼10년 후 매출 목표는 얼마이며, 주력 사업부문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설문에 응한 회사는 34곳으로 저조했다. 이마저 2010∼2016년 목표 매출을 제공한 회사는 15곳에 불과했다. <도표 참조>

대개 “증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밝힐 수 없다” “계획을 수립 중이다” “규제 산업이다 보니 목표 설정이 불가능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답변하지 않았다. 어쨌든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대외적으로’ 회사의 5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이 10분의 1이 조금 넘는 셈이다. 2010년 매출 목표를 보내온 곳은 삼성전자·삼성생명·KT·현대중공업·태평양 등 10개 회사다. 대개 한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5년 후 이들 기업의 매출 목표가 지금의 2배라는 점이다. 역산하면 연평균 14%씩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공격적인 목표치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도 성장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5년 내 2배 성장-. 어떻게 해서 가능한 얘기일까.

“늘 고민하지만 해답은 늘 다르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기업들의 1차 전략은 적극적인 세계 시장 공략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미 삼성·LG·현대차 등이 아시아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고 SK와 삼성생명·태평양 등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농심·롯데제과 등 식품업체와 포스코와 한전 등도 해외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 최태원 SK㈜ 회장은 임직원들 앞에서 “중국은 제2의 내수시장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 추진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 전략적 과제”라는 말을 자주 한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SK㈜,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 정보기술(IT) 서비스 수출을 추진 중이다. 태평양의 미래 전략은 ‘5’와 ‘10’으로 요약된다. 이 회사는 2015년까지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10개의 메가 브랜드를 키워내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도약하고, 5개의 헬스 브랜드를 통해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철강 기업인 포스코는 100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에 연산 1200만t급 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현재 오리사주 파라딥항 인근에 부지 매입에 나선 상태. 굴뚝 기업인 한국전력도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해 2015년까지 5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5조원을 조금 웃돌았다. 업종 장벽을 뛰어넘는 기업들의 공격 경영도 주목해볼 이슈다. 최근 기업 경쟁의 가장 큰 특징은 업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통신과 방송의 결합, 통신과 금융의 결합은 기존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2010년까지 17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KT의 차세대 먹거리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IP-TV 등 신사업이다. 여기에 더해 이상훈 KT 부사장은 “통신설비뿐만 아니라 IT설비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이렇게 되면 조만간 KT의 경쟁자는 IBM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방영민 삼성증권 상무 역시 “자산관리 부문에서 하나은행과 고객층이 겹친다”고 말하고 있다. ‘든든한 자산 관리’를 원하는 부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보유 자산을 제대로 지켜주고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지 은행이냐, 증권사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선 “규제 개혁은 성장 경영의 기회”라는 판세 분석이 대세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발표되면서 “2015년까지 회사를 다섯 배로 키우겠다”며 중장기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2008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이 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에 호재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대우증권 기획실의 김홍욱 파트장은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원대로 늘리면 부동산·채권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간 10조원대 매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3월 결산법인인 대우증권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1조8000억원이다. 대우증권은 올해 중반기 안에 자기자본 2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파트장은 “이 정도만 되면 현재 수준의 증권사 영업을 하면서 부동산·주식·채권 등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역시 현재 100조원 수준의 자산을 2010년까지 150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매출(영업수익)을 30조원으로 늘려 아시아 3대 보험사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같은 굴뚝 기업들은 본업에 충실하면서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붓는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우조선은 “2015년 20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공법을 도입해 연 10척가량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육상건조공법은 육상에서 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는 공법이다. 이 회사 해양사업본부의 김승기 이사는 “1월 말 현재 3년6개월치의 수주가 돼 있다. 추가 수주 및 건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육상건조공법을 통해 2~3배의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와 GS칼텍스 등 정유회사는 기존의 석유·석유화학 사업에 추가해 유전 개발과 연료전지·LNG·재생 에너지 등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GS퓨어셀이라는 자회사를 설립, 연료전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효성·코오롱 등 섬유 회사들은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거나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정보통신소재 산업을 강화하는 등 미래 수익사업 개발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거대 프로젝트에 사활을 건 회사도 있다. 유통업체가 그렇다. 롯데는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각각 부산 센텀시티, 아산신도시 복합 쇼핑몰 개발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태안 기업도시 조성에 관여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레저 부문에 새로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해 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전문경영인이 경질됐다. 이 회사가 10년 후의 ‘캐시카우’로 연구개발 중인 신사업 부문이 부진하자 오너 회장이 해고한 것이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5∼10년 후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하는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CEO로서는 ‘미래’문제가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넘어 당장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주요 그룹의 오너 경영인들은 미래 수익사업 찾기에 혈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전략 넘어 당장 생존의 문제
성균관대 김정구 교수(미래경영)는 “무엇보다 미래의 기회 점유율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미래의 시장 기회를 파악하는 것이 미래 경영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은 회사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70년대 중반 PC시장의 성장을 예견한 빌 게이츠는 PC 운영체제를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 최고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MS-DOS를 시장에 파는 데는 6년이 걸렸으며, 왕좌에 앉는 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그래서 김 교수는 “미래 경영의 관건은 5∼10년 후 시장의 변화를 읽는 탁월한 식견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매출 기준으로 1965년 100대 기업 가운데 지난해까지 100대 기업에 남아 있는 경우는 16개에 불과하다. <도표 참조> 그나마 인수합병·워크아웃 등으로 주인이 바뀐 것을 빼면 이 숫자는 9개로 줄어든다. 대마(大馬)가 대마로 40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10%인 셈이다. 미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도태할 확률이 90%라는 얘기도 된다. 대내외적인 위험요소는 더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시장경쟁·환율·인수합병 등 4대 경영 리스크를 견뎌내지 못해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탈락했고 중소기업은 3분의 2 이상이 도태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도 문제다. 과학기술평가기획원이 발표한 2004년 국내 제조업체들의 평균 연구개발(R&D) 비용은 매출 대비 1.76%에 불과했다. “사상 최고치”라고 했지만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이 매출 대비 2~3%를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CEO의 화두는…

미래 경영 어디에 주목할 것인가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의 경영자는 회사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그렇지 못한 기업은 회사를 턴어라운드시키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 개발에 혈안이다. 그러면 어떤 사업이 기업의 5∼10년 후를 먹여살릴 미래의 아이템일까.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신천지 사업’이어야 하나. 얼마 전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은 서병문 문화컨텐츠진흥원장을 만나 흥미로운 얘기를 나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조원대 매출을 올렸는데 그중에 문자메시지나 게임 등 콘텐츠 매출 비중이 15%나 됐다. 조만간 30%로 늘어날 것이다”고 하자 서 원장은 “더 이상 SK텔레콤은 통신회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부지런히 콘텐츠 업체를 사들이거나 제휴하는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네트워크 위에 흘러다니는 콘텐츠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조되는 사례도 있다. LG전자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이희국 사장은 인도네시아 VCR 공장 때문에 고민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과거 기술’ 제품인 VCR은 이미 DVD로 대체됐는데, 이상하게도 이 공장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동남아 시장에서 ‘과거 기술’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효용과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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