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의 최근 안전도는 세계 10위권
국적 항공사의 최근 안전도는 세계 10위권
영국의 플라이트 세이프 컨설턴트와 뉴스위크 일본판이 매긴 284개 항공사 안전도 순위에서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희비는 엇갈렸다. 아시아나 항공이 18위로 비교적 상위권에 자리한 반면 대한항공은 중위권인 77위에 그쳤다. 하지만 순위 결정에 도입된 10개 안전 항목을 비교해 보면 양사 간에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양사는 모두 7개 항목(관제설비·공항·운항체제·관민비율·경영·제휴도·사력)에서 만점을 받았다. 기체 연령·기종 편성·안전관리 등 3개 항목에서만 만점을 얻지 못했다. 기체 연령의 경우 대한항공이 7.5점으로 아시아나항공(7.6점)에 0.1점 뒤졌다. 반면 기종 편성에서는 9.2점으로 8.8점에 그친 아시아나항공보다 0.4점 앞섰다. 안전관리는 국가에 부여하는 안전도 평가라는 성격이 강해 양사 다 같이 7.5점을 받았다. 10개 항목만을 놓고 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보다 더 우위였다. 기체 연령은 낮을수록 고득점을 받는다. 한국항공진흥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대한항공의 여객기·화물기 평균 기령은 6.84년, 아시아나 항공은 6.76년으로 엇비슷하다. 기종 편성은 기종이 단순할수록 승무원이나 정비사의 업무 순환이 원활해져 안전도가 높게 평가된다. 총 7종의 여객기 기종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보다 5종을 보유한 대한항공이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체 순위는 이들 10개 항목 합계 점수에 곱해지는 항공사별 안전지수로 판가름났다. 안전지수는 항공사별로 지난 12년간의 데이터를 기초로 비행 10만 편당 사고 건수를 산출해 평가했다. 2005년 기준으로 12년간 목포 항공기 추락 사건(1993년 7월) 외 큰 사고가 없었던 아시아나는 0.931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97년 괌 사고를 비롯해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1999년까지 이어진 대한항공은 안전지수가 0.833이다. 그러나 과거 ‘12년’동안의 사고 통계를 근거로 한 안전지수는 평균치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승객들이 현 시점의 항공사 안전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고 대한항공 측은 주장한다. 국내 학계에서도 플라이트 세이프 컨설턴트의 안전지수 산출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12년 동안의 안전사고 실적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룬다면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12년의 기간을 4분의 1씩 나눠 3년 단위로 가중치를 따로 주어야 타당하다. 최근 3년의 가중치를 가장 높게 산정해야 합리적”이라고 홍석진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따라서 뉴스위크 한국판은 최근 6년간(2000~2005년, 24~25쪽 참고)의 자료만을 토대로 안전도를 다시 산출해봤다. 항공사들의 최근 안전운항 실적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려는 취지였다. 그 결과 대한항공의 안전지수가 0.929점으로 훌쩍 뛰었다. 플라이트 세이프 컨설턴트와 뉴스위크 일본판이 12년 자료(1993~2005년)를 근거로 산출한 대한항공의 안전지수 0.833점보다 거의 1점이 높다. 93년 이후 대한항공이 낸 사고 6건은 모두 1999년 12월 이전에 발생했다. 최근 6년간 통계에서 이들 사고 내역이 빠지면서 안전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총점은 78.4점에서 87.5점으로, 항공사 순위도 77위에서 12위로 수직상승했다. 국내 취항 항공사 안전도 순위에서도 16위에서 7위로 뛰었다. 플라이트 세이프 컨설턴트는 국적 항공사의 최근 안전 실적이 훌륭하고 99년 이후 치명적인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이 회사의 대표 존 트레벳은 “대한항공은 자사의 최근 안전 실적이 좋다는 점을 지적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93년 목포 사고 이후 항공사고가 없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비교연도를 12년에서 6년으로 줄인다고 크게 덕을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시아나 항공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의 안전지수는 0.931점에서 0.925점으로, 총점도 87.4점에서 86.9점으로 하향 조정됐다. 2000년 이후만 따지면 94년부터 99년까지의 무사고 운항의 실적이 누락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항공 관련 통계는 10년 이상의 누적된 자료에 근거해 산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관례라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사 안전시스템 평가제도인 IOSA 인증자료도 10년을 단위로 하며, 보험사가 항공사 보험요율을 산정할 때도 10년 이상의 통계자료를 인용한다고 아시아나항공의 이상기 홍보부장은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플라이트 세이프 컨설턴트도 자신들은 안전도 평가를 6년 단위로는 산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레벳 대표는 “플라이트 세이프 점수는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 12년간의 여객기 운항 실적에 근거하며, 일단 발생한 사고는 만 12년이 지나야 점수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6년씩 끊어서 안전도를 산출하는 방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는 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외국의 주요 항공사들과 비교할 때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순위도 상승한다. 대한항공은 77위에서 12위로, 아시아나항공은 18위에서 14위로 올랐다. 2000년 이후 두 항공사가 사고 방지와 안전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항공기 기령 단축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안전을 중시하는 경영층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윤병인 부사장은 “자체 안전경영시스템 운영과 IATA의 항공사 안전시스템 평가제도인 IOSA 인증을 획득하는 등 안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 결과를 반겼다. 대한항공 역시 안전 강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2000년 들어 안전 담당 책임 임원을 외국인으로 교체했다. USA 에어웨이 항공의 안전 담당 임원을 5년간 역임한 조지 슈나이더를 안전보안 담당 전무로, 델타항공에서 운항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안전-운항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특히 슈나이더는 75년부터 20년간 여객기 조종을 해 온 베테랑 기장 출신인 데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USC)에서 항공안전 관리 자격증을 취득한 항공 안전 전문가다. 안전 운항을 회사의 핵심 운영 과제로 선정한 대한항공의 안전관리를 총괄한다. 이뿐 아니라 대한항공은 사내에서 실시해 오던 조종사 교육 훈련을 98년 8월 이후 미국 FSB(Flight Safety Boeing)사에 의뢰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조종사 시뮬레이터 훈련과 심사는 국제 표준에 걸맞은 외국 기관에 발주, 조종사 기량 증진을 꾀했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비행 영상시스템을 안전교육에 도입했다. 비행시간 동안 조종사의 모습을 3차원 영상에 담아 비뚤어진 자세와 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데 활용한다. 또 착륙할 때 신체의 흔들림은 없는지, 중앙선을 이탈하지 않는지 포착해 교육에 반영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 항공 월간지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로부터 가장 성공적인 변신을 이룩한 항공사에 수여하는 ‘피닉스 상’을 받았다. 대한항공 보안안전실장 이영덕 상무는 “2000년 이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안전 업무 개선 노력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안전도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서 대한항공은 2000년 이후 6년간 무사고로 운항 중이다. 지난해 IOSA 인증과정에서는 단 한 건의 지적사항도 없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미국 정부에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사를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미국 국방부의 안전 감사에서도 합격했다. 미국의 민간단체와 정부기관 모두로부터 안전성을 인증받은 셈이다. 대한항공은 2010년까지 ‘글로벌 톱10’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p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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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의 항변 |
몽골 항공의 안전도 284개 회사 중 281위 미아트 몽골항공은 뉴스위크 일본판 안전도 조사에서 284개 회사 중 281위를 차지했다. 국내 취항 항공사 51개 중 꼴찌다. 몽골항공 측은 뉴스위크 일본판의 분석을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지만 대외 입장 표명에는 신중하다. 몽골항공은 몽골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회사다. 몽골항공 서울지점의 빈데리아 부장은 “본사에서 뭐라고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할 말이 많다는 표정들이다. 지금은 퇴역시키고 없는 옛날 기종을 통계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안전도가 낮아졌다는 불만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비공식 의견임을 전제로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안전도 순위 같다.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뉴스위크 한국판이 작성한 최근 6년간의 통계만을 놓고 보면 몽골항공의 순위는 국내 취항 항공사 순위 41위로 10단계 상승한다. 2000년 들어 항공기 안전 운항 교육과 관리 체계를 강화한 결과다. 매년 90명 안팎의 국제선 조종사가 한국에 와 대한항공으로부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연수를 받는다. 항공기 정비 요원 역시 미국에서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과거 미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 항공기 정비를 맡기던 몽골이 이제는 웬만한 정비는 자국에서 자체 기술로 해결한다. 빈데리아 부장은 “몽골항공에도 2000년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몽골항공은 한국에서 부정기 운항을 시작한 1994년 1038명의 승객을 운송했다가 이듬해 운송 인원이 9361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착실한 성장을 거듭해 2003년 4만5600명, 2004년에는 5만212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국제선 승객의 0.2%인 6만2500여 명이 몽골항공을 이용했다. 지난해 국제선 승객 83만7215명을 실어나른 타이항공 역시 조사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타이항공은 안전도 순위 104위를 차지했다. 타이항공의 한 직원은 “안전검사는 미국 이상으로 강화하면서 안전하기로 정평이 난 타이항공이 100위권 밖이라는 사실은 뜻밖”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2000년 들어서는 무사고 운항 기록을 쌓아간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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