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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회 탓만 말고 공급을 늘려라”

“부녀회 탓만 말고 공급을 늘려라”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패장이라며 인터뷰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고 있다 하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어려운 시기에 그를 찾은 이유는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아파트 부녀회의 담합을 조사한 것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유일하게 질문을 던진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감 녹취록을 읽어주자 그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부녀회도 잘못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보자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 국감에서 공정위의 강남 아파트 가격 담합 조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상식적으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파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합니다. 인지상정이지요. 부동산 중개인에게 이를 요청하는 것을 법으로 금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뿐입니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자뿐만 아니라 아파트 부녀회에서 적극적으로 매매가격에 영향을 주려한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었습니다. 사업자도 아닌 이들에게 공정거래법을 들이대는 것이 과연 단속대상이 될 수 있는가 물었던 것이지요.” 박 전 의원은 특히 당시 공정위에서 아파트 부녀회 등의 단체나 조직이 이익을 남길 목적으로 매매에 참여하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개념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국가기관이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을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녀회의 활동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저는 부녀회 활동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그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파트 부녀회의 가격 담합은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비롯됐습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급등이 이를 부추긴 영향도 있지요. 그러나 핵심은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봅니다. 정부는 그동안 재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급격하게 늘렸습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다수의 보통사람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보유세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이를 팔고 싶지만 세금이 높아 가만히 눈치만 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주택이나 아파트를 처음 구입하기 위해 은행 융자를 받는 과정도 더 어렵게 바뀌었다. 융자 액수는 물론 자격도 더 강화된 것이다. 집을 사기도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거래는 자연히 줄어들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있는 사람들의 문제다. 가장 큰 피해는 서민이 받고 있다. 전셋값이 크게 올라 집없는 서민조차 갈 곳이 줄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답답합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나마 스스로 살길 찾아 나선 이들에 대한 또 다른 규제 정책입니다. 근본을 보고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일단 공급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갈 곳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소형 아파트는 시장에 충분히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곳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영세 임대 아파트의 건설도 꾸준히 진행돼야 하지만 일단은 중대형 아파트 보급을 늘리고 부동산 세금을 내려 시장에서 거래가 일어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박 전 의원은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요에 대한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작은 문제들은 작은 규제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시장에 부동자금이 434조원이라고 합니다. 이 중 상당수는 투자할 곳을 찾지못해 떠돌고 있는 자금이라 생각합니다. 수도권 규제를 풀고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부동자금은 언제든지 투기성 자금으로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녀회 잡을 생각만 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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