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바지도 벗긴 월드컵 마케팅”
“팬들 바지도 벗긴 월드컵 마케팅”
지난 6월 17일(한국시간) 지구촌의 눈길을 집중시키고 있는 독일 월드컵에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네덜란드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조별 리그 2차전 경기를 보러 온 네덜란드 팬 1000여 명이 바지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경기를 봐야 했던 것이다. 극성스러운 유럽 축구팬들의 ‘새롭고 흥미로운’ 응원 전략이었을까? 아니다. 세계축구연맹(FIFA)이 바지를 벗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FIFA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이들이 입고 있던 바지에 새겨진 네덜란드 맥주회사의 로고였다. 독일 월드컵 공식 후원 맥주회사는 버드 와이저를 생산하는 미국의 안호이저 부시다. FIFA의 경기장 입장 거부에 네덜란드 팬들은 바지를 벗고 관전하는 엽기 쇼를 펼쳐야 했다. 네덜란드 팬들의 바지에 인쇄된 네덜란드 맥주 상표가 혹시 TV에 잡힐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너무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게 다수 의견이다. 하지만 FIFA로서는 3500만 달러(약 335억원)씩을 낸 15개 월드컵 공식 파트너들의 권리를 지켜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공식 파트너 보호하는 FIFA 2006 독일 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세계인들의 눈과 귀도 여기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FIFA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월드컵을 돈 축제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거리응원에 대해서도 FIFA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2인 이상이 공개장소에 모여 TV로 경기를 보려면 FIFA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거리응원은 장외시청권(Public Viewing)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FIFA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경기와 결승전을 2명 이상이 공공장소에서 보려면 5000만원, 기타 경기는 2000만원을 FIFA로부터 월드컵 중계권을 사온 한국방송협회에 지급해야 한다. 한국민의 정서와는 배치되는 FIFA의 자기권리 찾기다. 그럼 FIFA는 왜 욕을 먹으면서도 스폰서를 보호하려고 할까. 이유는 물론 돈이다. FIFA는 스폰서에게 거액의 비용을 청구하려면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논리로 맞선다. 물론 장외시청권도 스폰서들이 주관하면 허용한다.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은 10억 명 이상이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주간의 월드컵 기간 중 누적 시청자 수는 400억 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2002 월드컵은 전 세계 213개국에서 누계 288억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이키, 코카 콜라, 삼성, 야후, 마스터 카드, 버드 와이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기꺼이 거액을 지급하는 이유다. 월드컵을 제외한다면 한꺼번에 전 지구촌에 브랜드 노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벤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용품 라이벌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월드컵 기간 중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마케팅과 광고를 위해 3억 달러(약 2870억원)란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하고 있다. 월드컵은 또 노쇠한 데이비드 베컴과 지네딘 지단 등 기존 스타들을 대처할 신예 스타들의 등극무대이기도 하다. 글로벌 브랜드 회사들이 새로운 광고모델을 월드컵에서 찾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보호하고 당당히 요구하자’가 바로 FIFA의 몸값 높이기 전략이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수십 명의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순수한 축구에 상업주의가 덧칠됐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축구의 상업주의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FIFA는 스폰서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제3세계 축구 발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유소년축구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며 돈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에 억울해 한다.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축구는 이제 돈(비즈니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800년대 말 영국에서 프로축구가 시작됐을 때 축구는 돈벌이와는 관련이 없었다. 돈벌이에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신사의 스포츠에 돈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였다. 당시 선수들의 임금은 일반 노동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당시 축구클럽의 유일한 수입원은 입장료 수입이었다. 그러나 TV중계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광고가 큰 수입원이 된 것이다. 여러 방송 채널들은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면서 경기중계권을 구입했다. 지금처럼 스타 선수들의 임금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것은 얼마 전부터다. 축구를 TV로 보는 팬들이 늘어남에 따라 FIFA는 중계권료를 대폭 올렸다. TV 중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이와 함께 1980년대 말 유료 TV 서비스의 등장과 맞물려 축구 중계가 늘어나면서 축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킬링(Killing) 프로그램으로 스포츠만한 것이 없었고 유럽에서는 축구가 바로 정답이었다. 축구클럽들은 단결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시가총액 미국 프로야구단 능가 영국에서는 1992년 프리미어 리그가 탄생하면서 TV 중계권료가 대폭 상승, 구단들의 재정 안정에 이바지했다. 유니폼에 협찬회사의 로고를 새기는 일도 보편화됐다. 비근한 예로 삼성전자는 2005년 잉글랜드 부자구단인 첼시와 5년간 1000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첼시가 리그 2연패에 성공하면서 1년 만에 650억원의 광고효과를 거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계약이었다. 잘나가는 구단은 이렇게 방송 중계권료와 밀려드는 스폰서 계약 등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총알을 든든히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해 경기가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 스타 모시기가 타 스포츠에 비해 활발하다. 그러나 스타선수들의 연봉 상승은 구단의 재정압박으로 작용한다. 1950년대 축구클럽의 전체 수입 중 선수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였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이 비중은 80%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선수 연봉 때문에 파산할지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축구클럽의 주식시장 상장이었다. 91년 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주식공모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이어 영국의 여러 축구클럽이 95년에서부터 97년까지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83년 토트넘 홋스퍼(이영표 선수가 소속된 구단)가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시작된 영국 프로축구클럽의 기업화가 주식시장 상장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초창기 영국의 축구클럽을 이끌었던 영국 신사들이 알면 발끈하겠지만 축구클럽이 기업이란 점을 만천하에 알렸다. 기업공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주주로 참여하게 된 팬들이 구단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것이다. 2006년 4월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장 가치는 13억7300만 달러(약 1조3100억원)이고 운영 수입은 8250만 달러(약 789억원)에 달한다. 2위 레알 마드리드의 가치는 10억1200만 달러(약 9815억원)이고 운영 수입은 3000만 달러(약 287억원)다. 웬만한 대기업이 부럽지 않은 규모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사무국은 단순한 스포츠 클럽이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에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Man U’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적으로 키우고 이를 통해 이윤을 증대시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 활발한 아시아 투어를 통한 팬층을 두텁게 하고 최고의 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을 통한 스타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덕분에 맨유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구단이 됐다. 전 세계 맨유 팬은 53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맨유 상장폐지 등 부작용도 데로이트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의 조사를 보면 세계 랭킹 20위까지 프로축구클럽의 2004~2005시즌 수입 총액은 약 40억 달러(약 3조8000억원)이다. 이는 1996~ 97시즌의 15억 달러(약 1조4300억원)에 비하면 3배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한편 포브스가 밝힌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 1위 자리는 뉴욕 양키스가 차지하고 있는데 기업가치는 10억2600만 달러(약 9815억원)이고 운영 손실은 5000만 달러(약 478억원)다. 2위 보스턴 레드삭스는 6억1700만 달러(약 5900억원)의 가치가 있지만 운영 손실은 1850만 달러(약 177억원)에 이른다. 축구클럽이 프로야구 구단을 능가하는 기업가치와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의 기업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 런던주식시장(LSE)에서 상장폐지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는 2005년 5월 미국의 말콤 글레이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은행 대출로 구단을 인수한 말콤 글레이저는 상장폐지와 개인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부담을 팬들에게 전가할 것으로 알려져 반발을 사고 있다. 향후 5년간 티켓 가격을 54% 인상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프로축구도 빈익빈 부익부 특히 최근 들어 축구구단들은 인건비 부담에 쩔쩔매고 있다. 축구에서 스타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요즘 8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한 명의 우수한 골잡이를 보유한 클럽이 승승장구하는 예는 많다. 마라도나가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팀 창단 최초로 세리에 A 우승으로 이끌었던 일은 좋은 예다. 호나우지뉴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 리그 2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선사했다. 스타가 있어야 축구클럽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고 수입도 늘어나게 된다. 방송중계권료가 비싼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스타가 필요하고 스타는 돈이 있어야 데려올 수 있다. 돌고 도는 관계다. 기업과 핵심 인재의 함수와 같은 이치다. 최근 들어 프로축구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수의 축구클럽이 우수 선수와 돈을 쥐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1등이 모든 것을 가지는 구조다. 엄청난 투자자를 만나면 첼시처럼 우수선수를 영입하고 우승컵도 들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축구를 순수하게 즐기겠다고 다짐한 초창기 축구 구단을 이끌었던 영국 신사들에게 요즘 FIFA와 부자 구단들의 모습은 생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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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파트너 보호하는 FIFA 2006 독일 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세계인들의 눈과 귀도 여기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FIFA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월드컵을 돈 축제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거리응원에 대해서도 FIFA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2인 이상이 공개장소에 모여 TV로 경기를 보려면 FIFA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거리응원은 장외시청권(Public Viewing)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FIFA의 주장대로라면 한국 경기와 결승전을 2명 이상이 공공장소에서 보려면 5000만원, 기타 경기는 2000만원을 FIFA로부터 월드컵 중계권을 사온 한국방송협회에 지급해야 한다. 한국민의 정서와는 배치되는 FIFA의 자기권리 찾기다. 그럼 FIFA는 왜 욕을 먹으면서도 스폰서를 보호하려고 할까. 이유는 물론 돈이다. FIFA는 스폰서에게 거액의 비용을 청구하려면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논리로 맞선다. 물론 장외시청권도 스폰서들이 주관하면 허용한다.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은 10억 명 이상이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주간의 월드컵 기간 중 누적 시청자 수는 400억 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2002 월드컵은 전 세계 213개국에서 누계 288억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이키, 코카 콜라, 삼성, 야후, 마스터 카드, 버드 와이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기꺼이 거액을 지급하는 이유다. 월드컵을 제외한다면 한꺼번에 전 지구촌에 브랜드 노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벤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용품 라이벌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월드컵 기간 중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마케팅과 광고를 위해 3억 달러(약 2870억원)란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하고 있다. 월드컵은 또 노쇠한 데이비드 베컴과 지네딘 지단 등 기존 스타들을 대처할 신예 스타들의 등극무대이기도 하다. 글로벌 브랜드 회사들이 새로운 광고모델을 월드컵에서 찾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보호하고 당당히 요구하자’가 바로 FIFA의 몸값 높이기 전략이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수십 명의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순수한 축구에 상업주의가 덧칠됐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축구의 상업주의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FIFA는 스폰서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제3세계 축구 발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유소년축구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며 돈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에 억울해 한다.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축구는 이제 돈(비즈니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800년대 말 영국에서 프로축구가 시작됐을 때 축구는 돈벌이와는 관련이 없었다. 돈벌이에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신사의 스포츠에 돈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였다. 당시 선수들의 임금은 일반 노동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당시 축구클럽의 유일한 수입원은 입장료 수입이었다. 그러나 TV중계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광고가 큰 수입원이 된 것이다. 여러 방송 채널들은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면서 경기중계권을 구입했다. 지금처럼 스타 선수들의 임금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것은 얼마 전부터다. 축구를 TV로 보는 팬들이 늘어남에 따라 FIFA는 중계권료를 대폭 올렸다. TV 중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이와 함께 1980년대 말 유료 TV 서비스의 등장과 맞물려 축구 중계가 늘어나면서 축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킬링(Killing) 프로그램으로 스포츠만한 것이 없었고 유럽에서는 축구가 바로 정답이었다. 축구클럽들은 단결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시가총액 미국 프로야구단 능가 영국에서는 1992년 프리미어 리그가 탄생하면서 TV 중계권료가 대폭 상승, 구단들의 재정 안정에 이바지했다. 유니폼에 협찬회사의 로고를 새기는 일도 보편화됐다. 비근한 예로 삼성전자는 2005년 잉글랜드 부자구단인 첼시와 5년간 1000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첼시가 리그 2연패에 성공하면서 1년 만에 650억원의 광고효과를 거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계약이었다. 잘나가는 구단은 이렇게 방송 중계권료와 밀려드는 스폰서 계약 등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총알을 든든히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해 경기가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 스타 모시기가 타 스포츠에 비해 활발하다. 그러나 스타선수들의 연봉 상승은 구단의 재정압박으로 작용한다. 1950년대 축구클럽의 전체 수입 중 선수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였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이 비중은 80%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선수 연봉 때문에 파산할지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축구클럽의 주식시장 상장이었다. 91년 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주식공모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이어 영국의 여러 축구클럽이 95년에서부터 97년까지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83년 토트넘 홋스퍼(이영표 선수가 소속된 구단)가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시작된 영국 프로축구클럽의 기업화가 주식시장 상장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초창기 영국의 축구클럽을 이끌었던 영국 신사들이 알면 발끈하겠지만 축구클럽이 기업이란 점을 만천하에 알렸다. 기업공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주주로 참여하게 된 팬들이 구단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것이다. 2006년 4월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장 가치는 13억7300만 달러(약 1조3100억원)이고 운영 수입은 8250만 달러(약 789억원)에 달한다. 2위 레알 마드리드의 가치는 10억1200만 달러(약 9815억원)이고 운영 수입은 3000만 달러(약 287억원)다. 웬만한 대기업이 부럽지 않은 규모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사무국은 단순한 스포츠 클럽이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에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Man U’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적으로 키우고 이를 통해 이윤을 증대시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 활발한 아시아 투어를 통한 팬층을 두텁게 하고 최고의 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을 통한 스타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덕분에 맨유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구단이 됐다. 전 세계 맨유 팬은 53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맨유 상장폐지 등 부작용도 데로이트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의 조사를 보면 세계 랭킹 20위까지 프로축구클럽의 2004~2005시즌 수입 총액은 약 40억 달러(약 3조8000억원)이다. 이는 1996~ 97시즌의 15억 달러(약 1조4300억원)에 비하면 3배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한편 포브스가 밝힌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 1위 자리는 뉴욕 양키스가 차지하고 있는데 기업가치는 10억2600만 달러(약 9815억원)이고 운영 손실은 5000만 달러(약 478억원)다. 2위 보스턴 레드삭스는 6억1700만 달러(약 5900억원)의 가치가 있지만 운영 손실은 1850만 달러(약 177억원)에 이른다. 축구클럽이 프로야구 구단을 능가하는 기업가치와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의 기업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 런던주식시장(LSE)에서 상장폐지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는 2005년 5월 미국의 말콤 글레이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은행 대출로 구단을 인수한 말콤 글레이저는 상장폐지와 개인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부담을 팬들에게 전가할 것으로 알려져 반발을 사고 있다. 향후 5년간 티켓 가격을 54% 인상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프로축구도 빈익빈 부익부 특히 최근 들어 축구구단들은 인건비 부담에 쩔쩔매고 있다. 축구에서 스타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요즘 8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한 명의 우수한 골잡이를 보유한 클럽이 승승장구하는 예는 많다. 마라도나가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팀 창단 최초로 세리에 A 우승으로 이끌었던 일은 좋은 예다. 호나우지뉴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 리그 2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선사했다. 스타가 있어야 축구클럽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고 수입도 늘어나게 된다. 방송중계권료가 비싼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스타가 필요하고 스타는 돈이 있어야 데려올 수 있다. 돌고 도는 관계다. 기업과 핵심 인재의 함수와 같은 이치다. 최근 들어 프로축구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수의 축구클럽이 우수 선수와 돈을 쥐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1등이 모든 것을 가지는 구조다. 엄청난 투자자를 만나면 첼시처럼 우수선수를 영입하고 우승컵도 들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축구를 순수하게 즐기겠다고 다짐한 초창기 축구 구단을 이끌었던 영국 신사들에게 요즘 FIFA와 부자 구단들의 모습은 생경할 것이다.
영국 증시에 상장된 축구클럽 애스턴 빌라, 버밍엄 시티, 셀틱, 하츠, 찰턴 애슬레틱, 밀월, 뉴캐슬 유나이티드, 프레스턴 노스앤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사우샘프턴, 토트넘 홋스퍼, 왓퍼드(1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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