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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육아 부담… 30대 취업 뚝 떨어져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육아 부담… 30대 취업 뚝 떨어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에 이어 5·31 지방선거에서 여성 구청장이 등장했다. 여성 국회의원은 이미 2년 전 17대 총선에서 39명이 당선돼 여성의원 비율이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고시 3과의 수석은 내리 여성이요, 여성 합격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경제계에도 여성 파워가 대단하다. 벤처기업의 여성 대표나 대기업·금융회사의 여성 임원은 더 이상 화제가 아니다. 할인점과 백화점 매장은 주부 파트 타이머가 없으면 돌아가기 힘들다. 이제 여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안 된다. 이런 우리 사회의 모습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로 나타난다. 올 5월 중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1.1%. 15세 이상 1988만2000명 가운데 1016만6000명(취업자 989만6000명+실업자 27만 명)이 각종 경제활동에 참여한 결과다. 고용 동향은 계절에 따라 변화가 크므로 적어도 분기 또는 연평균 수치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1990년대 이후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0%대 중반에서 정체 상태를 보인 것과 달리 여성은 약진해 지난해(50.1%) 드디어 50%를 넘어섰다. 맞벌이 부부가 그전보다 많은 데다 남성 가장의 조기퇴직, 자녀 교육비 부담 등에 따라 집을 지키던 중년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여성 1968만 명 가운데 경제활동 인구가 986만 명(취업자 953만 명+실업자 33만 명)이고, 나머지 982만 명은 전업주부와 학생, 노인 등 비경제활동 인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3년 37%에서 출발해 10년 만인 73년 40%를 넘어섰고, 그로부터 다시 10%포인트 높이는 데 32년이 걸렸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04년 60.1%)보다는 아직 한참 낮다. 그래프에서 보듯 우리나라 여성의 취업률은 특이하다. 같은 땅에서 사는 남성이나 선진국 여성을 보면 한창 일할 연배이자 업무에도 익숙한 30, 40대에서 높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그린다. 그런데 한국 여성의 취업률은 30대, 그중에서도 30∼34세 부근에서 푹 꺼지는 ‘M자형 쌍봉(雙峰)구조’가 특징이다. 20대에서 64.4%로 꽤 높았던 경제활동 참가율이 30대에 54.6%로 갑자기 뚝 떨어진다. 무려 9.8%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그러다가 40대 들어 다시 높아진다. 전반적으로 미국이나 스웨덴보다 여성 취업률이 낮은 것은 물론 그 격차가 30대 초반에선 더욱 크게 벌어진다. 도대체 왜 그럴까? 바로 이 연령대 한국 여성들을 직장에서 내모는 특별한 이유-출산과 육아-때문이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7.7세(2004년 27.5세)였고 첫 아이 출산 연령은 29.2세, 둘째 아이 출산 연령은 31.1세로 각각 추정된다. 출산 연령은 아직 지난해 통계가 나오지 않았는데 99년부터 매해 평균 0.3세씩 늦어져 온 점과 2004년 통계(첫 아이 28.9세, 둘째 아이 30.8세)를 감안했다. 20대 여성의 취업률이 높은 편이지만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결혼해 아이를 가지면 출산과 육아 부담 때문에 직장에 사표를 내고 쉰다. 그 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일자리를 찾기 때문에 다시 취업률이 높아진다. 40대 초반, 교육비와 주거비 등 돈 들어간 곳은 많은데 10년 이상 집에서 쉬다가 직장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임금이 그전보다 못한 단순 노무직이나 서비스·생산·판매직에 만족해야 한다. 그나마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속 고령화가 특징인 대한민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은 남성보다 많은 여성, 특히 기혼여성의 힘에서 찾아야 한다. 때마침 6월 20일 첫 여성 총리를 공동 의장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협약이 체결됐다. 정부와 기업·노동·종교·여성계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해 전문과 4장으로 된 사회협약서를 만들었다. 이를 실천하는 첫걸음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줌으로써 M자형 취업률부터 바꾸자. 남성과 비슷하게, 나아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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