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vs 칸서스 2라운드 돌입
우리사주 vs 칸서스 2라운드 돌입
기자가 지난해 8월 ‘메디슨 회생 스토리’를 취재할 때까지만 해도 ‘칸서스’라는 사모펀드는 취재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시 메디슨 측도 칸서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당시 메디슨 직원들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6월 1일 메디슨은 성공적으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려는 순간 예기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어느새 22.15%나 지분을 확보한 칸서스였다. 법정관리 종결 효력이 발생하는 6월 3일 첫 이사회에서 칸서스는 자신들이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겠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메디슨 직원들은 이를 ‘적대적 M&A’로 간주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칸서스의 뜻대로 이사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메디슨과 칸서스 간 치열한 공방은 6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그러다 최근 방처주체가 비대위에서 우리사주조합으로 바뀌면서 메디슨 분쟁은 그라운드에 돌입했다. 국내 벤처 1호 메디슨. 21년 메디슨 역사는 한국 벤처의 흥망성쇠를 대변하는 듯하다. 신화에서 몰락, 이제 다시 부활을 꿈꾸는 메디슨은 어디로 가는가.
접근할 땐 ‘경영 불참’ 약속 지난해 10월 메디슨과 연관 있는 한 외부 인사가 메디슨을 접촉해 왔다. 그는 “국내 사모펀드 칸서스자산운용의 김영재 회장이 메디슨의 이승우 사장을 만나고 싶다며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장이 김 회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칸서스의 사모펀드 상품 ‘칸서스 PEF 3호’가 메디슨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해 10% 정도의 지분을 비공개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메디슨과 칸서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칸서스의 출현은 메디슨에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반가운 일이었다. 메디슨 직원들은 제3자 매각이 아닌 독자회생 방식으로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칸서스가 나타나기 전부터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독자회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메디슨은 졸업 후 경영권 안정화 차원에서 우호세력을 찾던 중이었다. 그러나 몇몇 사모펀드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하나같이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해 모두 결렬되고 말았다. 하지만 칸서스는 달랐다. 칸서스 측은 “경영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어 경영할 수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메디슨이 바라던 바다. 칸서스의 약속을 믿고 메디슨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 PEF 3호’ 간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칸서스 PEF 3호’는 칸서스가 지난해 9월 군인공제회·사학연금·하나은행·신한은행 등 9개 투자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사모펀드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결성된 ‘칸서스 사모펀드 1호’는 진로 인수에 참여했으나 실패하고 해산했다. 이후 결성된 칸서스 PEF 3호는 다른 투자 대상을 찾고 있던 지난해 6월 법정관리 중인 메디슨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메디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어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법정관리 직전 칸서스의 돌변 칸서스에 메디슨은 투자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자회견 당시 메디슨은 이미 채무변제 능력이 있음을 공개했다. 칸서스가 처음부터 메디슨을 노렸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되돌려받지 못하는 부실여신인 무수익여신(NPL) 투자 대상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메디슨에 대해 투자 가능성과 지분구조를 보고 지분 매입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메디슨은 여러 가지로 투자 매력이 있었다. 법정관리 종결이 곧 다가오는 데다 자력으로 채무변제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정관리 기업이어서 주가도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벤처 1호’라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도 칸서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는 이후 칸서스가 언론을 통해 계속 홍보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칸서스에 메디슨은 상징적 의미도 컸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이후에 다른 투자처를 찾을 때도 꽤 좋은 성공사례로 ‘칸서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칸서스가 처음부터 메디슨의 경영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 이후 메디슨의 잠재성을 차츰 알아가면서 욕심이 생기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처음 메디슨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 간의 기본 취지는 아주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법정관리 종결의 그림이 구체화되면서 서서히 ‘동지적’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법정관리를 코앞에 둔 5월 칸서스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칸서스 자금이 실질적으로 메디슨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칸서스 자금이 메디슨의 회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난해 9월 결성된 펀드가 이미 그 이전에 독자회생의 모든 준비를 마친 회사에 자금을 투자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었겠는가. 칸서스의 지분 참여가 메디슨에 도움을 주었다면 법정관리 종결 후 메디슨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법원의 걱정은 덜어준 것이 전부일 것이다. 6월 초 한 일간지에 ‘(메디슨이) 칸서스로부터 대규모 투자자금을 수혈받았고, 법정관리 기간을 10년에서 4년으로 단축시키며 정상경영 체제로 완전 복귀했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리자 메디슨 직원들은 일제히 댓글을 달았다. 댓글 중에는 “메디슨은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4년 만에 모든 부채를 갚고 정상화를 하려고 하는 찰나에 칸서스에서 메디슨을 적대적 M&A하려 메디슨의 주식을 긁어모았을 뿐이다. 칸서스는 메디슨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칸서스는 친구인가, 적인가
칸서스가 메디슨을 적대적으로 M&A하려 했다는 ‘음모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칸서스는 현재 1대 주주를 제치고 22%의 주식으로 이사회 등 경영권 전반을 장악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법정관리 종결 직전 칸서스는 경영권 장악을 위한 사전조치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정리법원인 춘천지방법원과의 사전조율을 통한 입지를 넓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칸서스를 진두지휘하는 김영재 회장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런 심증도 확인해 볼 일이다. 김 회장은 1998년 금감원 부원장보·대변인을 지낸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정·재계는 물론 언론에까지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법정관리 종결 직전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1대 주주인 신용보증기금(25.74%), 2대 주주인 칸서스사모투자펀드(22.15%), 3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17.5%)의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메디슨의 법정관리인과 3대 주주인 우리사주는 논의에서 배제됐다. 법원은 칸서스와 단독면담 직후 이를 결정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그 결과 신용보증기금과 칸서스의 추천은 그대로 확정됐지만 우리사주조합의 추천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칸서스가 비밀리에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도모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외부 인사에 따르면 칸서스는 메디슨의 법정관리 종결 직전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물론 우리사주조합이 등기이사로 가져가고자 했던 핵심 임원인 CTO(최고기술책임자) 후보자까지 별도로 만나 의사를 타진해 보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사주조합 측과 그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CFO가 인사권까지 장악 메디슨 비대위와 칸서스의 입장을 담은 각자의 주장들을 보면, 공동경영에 대한 합의와 대표이사 추천권은 우리사주조합이 갖는 것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의 구도는 이들 간의 합의와 배치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사회 장악을 통한 칸서스의 적대적 M&A는 더욱 본격화한다. 사외이사인 손원길 칸서스파트너스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대표이사의 반대에도 CFO의 통상 역할(자금·경리)을 뛰어넘는 기획·전략·정보·인사 부문까지 총괄키로 이사회 결의를 강행했다. 법원 결정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CFO가 아닌 ‘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역할을 변경한 것이다. 현재 메디슨은 CEO의 CFO 견제수단인 인사권·업무지시권 등이 전무한 상태다. 칸서스가 확보한 지분 22.15%는 장외시장 구주 매입에 불과하다. 주주 간 계약(양해각서)을 통한 기존합의사항을 불이행한 대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임직원 중심의 회사 실현 약속을 위반했고, 우리사주조합이 갖기로 한 대표이사 추천권 불인정했다. 비대위를 해사(害社)행위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이사회를 통해 비대위 해산을 요구했다.
메디슨 지키는 ‘강원도의 힘’ 법정관리 종결 일주일 만에 메디슨 비상대책위원회는 6월 7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칸서스의 적대적M&A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천군과 메디슨의 협력업체 등은 같은 달 15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지역사회단체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메디슨 1계좌 갖기 운동’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주식 갖기 운동에 돌입했다. 또 홍천지역 기관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농협군지부 회의실에서 ‘범군민 메디슨 주식 갖기 운동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메디슨이 사모펀드에 적대적 인수합병이 되지 않도록 ‘메디슨 주식 갖기 추진위원회’(위원장 최재경)를 발족하고 도민들을 대상으로 메디슨 주식 1000만 주 갖기 운동에 착수했다. 현재 계좌 개설 속도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들 중에는 온 가족이 각각 한 계좌 이상씩 개설한 집도 부지기수다. 춘천상공회의소도 23일 홍천에서 노승철 홍천군수 당선자를 축하하는 환영 오찬 간담회를 열고 ‘향토기업 메디슨 주식 갖기 운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강원도민들이 자발적으로 메디슨을 지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홍천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은 메디슨은 강원도 ‘건강생명’ 산업의 중심인 의료기 산업의 주도기업이다. 강원도는 오래전부터 ‘청정’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건강(의료기)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이 전략은 원주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지만 원주에는 마땅한 리딩 스타기업이 없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천에 공장을 둔 메디슨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강원도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이미 강원도는 메디슨과 의료영상단지(MIV)를 계획·실행하고 있다. 지금은 이를 산·학 연계로 발전시켜 의료산업 클러스터로 만드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메디슨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의료산업의 확대가 강원도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강원도가 추진 중인 ‘메디컬 이미징 밸리’가 실현되면 ‘고용창출 1000명’ ‘경제 파급 효과 1조원’이라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경기도에 있는 메디슨의 협력업체들의 이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실제 그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진다.
메디슨은 ‘강원도의 삼성’ 강원도는 매년 발표되는 수출 실적 부문에서 제주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게다가 강원도 1순위 수출 품목인 시멘트는 2차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져 2위인 의료기 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재 강원도 지역 수출의 20%(1위), 의료기 수출의 89% 이상을 차지하는 메디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재 증가 속도로 보면 2010년 메디슨은 8억 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리게 된다. 이는 현재 강원도 전체 수출 실적인 7억 달러보다도 크다. 메디슨은 ‘강원도의 삼성’과 같은 존재다. 지역 주민들 역시 메디슨에 애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디슨은 그동안 현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향토기업의 역할을 확대해 왔다. 산·학·연을 통한 의료산업 기술을 확대하기 위해 초음파 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강원도에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열어 주었다. ‘1사 1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부도가 난 2002년에도 양양지역 수재민을 위해 전 직원이 도시락을 싸들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해 복구작업을 했다. 평소에도 여직원들은 지역 독거노인·고아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통해 지역에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장학금 지원, ‘꿈나무’ 육성, 지역 체육 발전 후원 등을 통해 향토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디슨 어디로 가나 메디슨 주식 갖기 운동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강원도의 힘’이 메디슨에 돌파구를 가져다 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디슨과 칸서스의 분쟁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칸서스는 이사회를 통해 비대위 해산과 주동자 징계를 결정하고, 비대위 활동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메디슨 직원들도 전략을 모색 중이다. 칸서스의 적대적 M&A를 반대하는 활동을 비대위가 아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비대위 활동 직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서자 직원 보호 차원에서 비대위 활동을 중단하고 우리사주조합을 분쟁해결 주체로 변경한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칸서스와의 협약 당사자며 3대 주주, 임직원들의 집합체이자 향후 종업원 중심 회사 실현의 중심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칸서스에 이사회를 통한 회사 경영권 장악 및 적대적 M&A 시도를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을 분쟁 당사자인 칸서스 측이 아닌 대표이사나 중립적 인사로 교체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주주 간 협약의 기본 합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협상이 메디슨에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사회를 장악한 칸서스가 안에서는 계속 이사회와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CFO를 통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고 밖에서는 자금력으로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메디슨 직원들의 사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칸서스도 막무가내로 압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면 이는 칸서스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메디슨의 인력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칸서스파트너스의 대표가 메디슨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통상 대표이사가 권한인) 임직원의 징계까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용보증기금이 협상의 열쇠 금융계 일각에서는 칸서스의 내분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모펀드가 업무집행사원을 하나로 통합 운용하는 것과는 달리 ‘칸사스 PEF 3호’는 칸서스자산운용과 칸서스파트너스가 각각 업무집행사원을 따로 두고 있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혹시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금 조달을 책임져 왔던 김영재 회장이 속한 칸서스자산운용과 실제 메디슨 주식의 매입을 진행해 왔던 칸서스파트너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현재 지금의 메디슨 분쟁은 주식 조달을 맡아왔던 손원길 대표의 칸서스 파트너스가 주로 진행하고 있고 김 회장 쪽은 나름대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메디슨 분쟁의 해법은 없는 것인가.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진다면 해결책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메디슨의 최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이 열쇠를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사주조합은 그동안 신용보증기금에 중립적 위치를 견지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사실 신용보증기금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은 다분히 공공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용보증기금은 메디슨 투자를 통해 이미 상당한 이익을 본 상태다. 신용보증기금은 출자전환을 통한 주식을 확보했다. 주당 2000원에 출자전환한 주식 거래 가격은 현재 3000원을 웃돌아 주당 1000원 상당의 이익을 확보한 상태다. 적극적인 투자자가 아닌 수동적 지분 보유자로서는 적지 않은 수익인 셈이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은 메디슨 같은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에 직접 관여해 본 경험이 없다. 혹시라도 신용보증기금이 칸서스 쪽에 기울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질 수 있다. 메디슨 직원들은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영재 회장의 넓은 인맥이 신용보증기금에도 작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현재의 중립적 입장을 유지만 해도 우리사주조합에는 더없이 훌륭한 우군이 될 것이다. 결국 메디슨의 미래는 신용보증기금의 중립적 판단과 올바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2, 3대 주주를 견제하고 메디슨에는 건전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칸서스와 메디슨 근간인 임직원 간의 분쟁은 양자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면서, 메디슨의 사업 내용을 꿰뚫고 있는 외부인사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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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할 땐 ‘경영 불참’ 약속 지난해 10월 메디슨과 연관 있는 한 외부 인사가 메디슨을 접촉해 왔다. 그는 “국내 사모펀드 칸서스자산운용의 김영재 회장이 메디슨의 이승우 사장을 만나고 싶다며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장이 김 회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칸서스의 사모펀드 상품 ‘칸서스 PEF 3호’가 메디슨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해 10% 정도의 지분을 비공개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메디슨과 칸서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칸서스의 출현은 메디슨에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반가운 일이었다. 메디슨 직원들은 제3자 매각이 아닌 독자회생 방식으로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칸서스가 나타나기 전부터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독자회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메디슨은 졸업 후 경영권 안정화 차원에서 우호세력을 찾던 중이었다. 그러나 몇몇 사모펀드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하나같이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해 모두 결렬되고 말았다. 하지만 칸서스는 달랐다. 칸서스 측은 “경영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어 경영할 수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메디슨이 바라던 바다. 칸서스의 약속을 믿고 메디슨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 PEF 3호’ 간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칸서스 PEF 3호’는 칸서스가 지난해 9월 군인공제회·사학연금·하나은행·신한은행 등 9개 투자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사모펀드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결성된 ‘칸서스 사모펀드 1호’는 진로 인수에 참여했으나 실패하고 해산했다. 이후 결성된 칸서스 PEF 3호는 다른 투자 대상을 찾고 있던 지난해 6월 법정관리 중인 메디슨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메디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어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법정관리 직전 칸서스의 돌변 칸서스에 메디슨은 투자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자회견 당시 메디슨은 이미 채무변제 능력이 있음을 공개했다. 칸서스가 처음부터 메디슨을 노렸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되돌려받지 못하는 부실여신인 무수익여신(NPL) 투자 대상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메디슨에 대해 투자 가능성과 지분구조를 보고 지분 매입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메디슨은 여러 가지로 투자 매력이 있었다. 법정관리 종결이 곧 다가오는 데다 자력으로 채무변제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정관리 기업이어서 주가도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벤처 1호’라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도 칸서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는 이후 칸서스가 언론을 통해 계속 홍보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칸서스에 메디슨은 상징적 의미도 컸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이후에 다른 투자처를 찾을 때도 꽤 좋은 성공사례로 ‘칸서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칸서스가 처음부터 메디슨의 경영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접근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 이후 메디슨의 잠재성을 차츰 알아가면서 욕심이 생기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처음 메디슨 우리사주조합과 칸서스 간의 기본 취지는 아주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법정관리 종결의 그림이 구체화되면서 서서히 ‘동지적’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법정관리를 코앞에 둔 5월 칸서스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칸서스 자금이 실질적으로 메디슨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칸서스 자금이 메디슨의 회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난해 9월 결성된 펀드가 이미 그 이전에 독자회생의 모든 준비를 마친 회사에 자금을 투자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었겠는가. 칸서스의 지분 참여가 메디슨에 도움을 주었다면 법정관리 종결 후 메디슨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법원의 걱정은 덜어준 것이 전부일 것이다. 6월 초 한 일간지에 ‘(메디슨이) 칸서스로부터 대규모 투자자금을 수혈받았고, 법정관리 기간을 10년에서 4년으로 단축시키며 정상경영 체제로 완전 복귀했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리자 메디슨 직원들은 일제히 댓글을 달았다. 댓글 중에는 “메디슨은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4년 만에 모든 부채를 갚고 정상화를 하려고 하는 찰나에 칸서스에서 메디슨을 적대적 M&A하려 메디슨의 주식을 긁어모았을 뿐이다. 칸서스는 메디슨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칸서스는 친구인가,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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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가 인사권까지 장악 메디슨 비대위와 칸서스의 입장을 담은 각자의 주장들을 보면, 공동경영에 대한 합의와 대표이사 추천권은 우리사주조합이 갖는 것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의 구도는 이들 간의 합의와 배치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사회 장악을 통한 칸서스의 적대적 M&A는 더욱 본격화한다. 사외이사인 손원길 칸서스파트너스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대표이사의 반대에도 CFO의 통상 역할(자금·경리)을 뛰어넘는 기획·전략·정보·인사 부문까지 총괄키로 이사회 결의를 강행했다. 법원 결정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CFO가 아닌 ‘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역할을 변경한 것이다. 현재 메디슨은 CEO의 CFO 견제수단인 인사권·업무지시권 등이 전무한 상태다. 칸서스가 확보한 지분 22.15%는 장외시장 구주 매입에 불과하다. 주주 간 계약(양해각서)을 통한 기존합의사항을 불이행한 대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임직원 중심의 회사 실현 약속을 위반했고, 우리사주조합이 갖기로 한 대표이사 추천권 불인정했다. 비대위를 해사(害社)행위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이사회를 통해 비대위 해산을 요구했다.
메디슨 지키는 ‘강원도의 힘’ 법정관리 종결 일주일 만에 메디슨 비상대책위원회는 6월 7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칸서스의 적대적M&A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천군과 메디슨의 협력업체 등은 같은 달 15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지역사회단체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메디슨 1계좌 갖기 운동’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주식 갖기 운동에 돌입했다. 또 홍천지역 기관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농협군지부 회의실에서 ‘범군민 메디슨 주식 갖기 운동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메디슨이 사모펀드에 적대적 인수합병이 되지 않도록 ‘메디슨 주식 갖기 추진위원회’(위원장 최재경)를 발족하고 도민들을 대상으로 메디슨 주식 1000만 주 갖기 운동에 착수했다. 현재 계좌 개설 속도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들 중에는 온 가족이 각각 한 계좌 이상씩 개설한 집도 부지기수다. 춘천상공회의소도 23일 홍천에서 노승철 홍천군수 당선자를 축하하는 환영 오찬 간담회를 열고 ‘향토기업 메디슨 주식 갖기 운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강원도민들이 자발적으로 메디슨을 지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홍천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은 메디슨은 강원도 ‘건강생명’ 산업의 중심인 의료기 산업의 주도기업이다. 강원도는 오래전부터 ‘청정’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건강(의료기)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이 전략은 원주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지만 원주에는 마땅한 리딩 스타기업이 없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천에 공장을 둔 메디슨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강원도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이미 강원도는 메디슨과 의료영상단지(MIV)를 계획·실행하고 있다. 지금은 이를 산·학 연계로 발전시켜 의료산업 클러스터로 만드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메디슨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의료산업의 확대가 강원도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강원도가 추진 중인 ‘메디컬 이미징 밸리’가 실현되면 ‘고용창출 1000명’ ‘경제 파급 효과 1조원’이라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경기도에 있는 메디슨의 협력업체들의 이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실제 그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진다.
메디슨은 ‘강원도의 삼성’ 강원도는 매년 발표되는 수출 실적 부문에서 제주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게다가 강원도 1순위 수출 품목인 시멘트는 2차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져 2위인 의료기 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재 강원도 지역 수출의 20%(1위), 의료기 수출의 89% 이상을 차지하는 메디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재 증가 속도로 보면 2010년 메디슨은 8억 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리게 된다. 이는 현재 강원도 전체 수출 실적인 7억 달러보다도 크다. 메디슨은 ‘강원도의 삼성’과 같은 존재다. 지역 주민들 역시 메디슨에 애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디슨은 그동안 현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향토기업의 역할을 확대해 왔다. 산·학·연을 통한 의료산업 기술을 확대하기 위해 초음파 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강원도에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열어 주었다. ‘1사 1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부도가 난 2002년에도 양양지역 수재민을 위해 전 직원이 도시락을 싸들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해 복구작업을 했다. 평소에도 여직원들은 지역 독거노인·고아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통해 지역에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장학금 지원, ‘꿈나무’ 육성, 지역 체육 발전 후원 등을 통해 향토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디슨 어디로 가나 메디슨 주식 갖기 운동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강원도의 힘’이 메디슨에 돌파구를 가져다 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디슨과 칸서스의 분쟁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칸서스는 이사회를 통해 비대위 해산과 주동자 징계를 결정하고, 비대위 활동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메디슨 직원들도 전략을 모색 중이다. 칸서스의 적대적 M&A를 반대하는 활동을 비대위가 아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비대위 활동 직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서자 직원 보호 차원에서 비대위 활동을 중단하고 우리사주조합을 분쟁해결 주체로 변경한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칸서스와의 협약 당사자며 3대 주주, 임직원들의 집합체이자 향후 종업원 중심 회사 실현의 중심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칸서스에 이사회를 통한 회사 경영권 장악 및 적대적 M&A 시도를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을 분쟁 당사자인 칸서스 측이 아닌 대표이사나 중립적 인사로 교체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주주 간 협약의 기본 합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협상이 메디슨에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사회를 장악한 칸서스가 안에서는 계속 이사회와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CFO를 통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고 밖에서는 자금력으로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메디슨 직원들의 사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칸서스도 막무가내로 압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면 이는 칸서스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메디슨의 인력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칸서스파트너스의 대표가 메디슨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통상 대표이사가 권한인) 임직원의 징계까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용보증기금이 협상의 열쇠 금융계 일각에서는 칸서스의 내분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모펀드가 업무집행사원을 하나로 통합 운용하는 것과는 달리 ‘칸사스 PEF 3호’는 칸서스자산운용과 칸서스파트너스가 각각 업무집행사원을 따로 두고 있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혹시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금 조달을 책임져 왔던 김영재 회장이 속한 칸서스자산운용과 실제 메디슨 주식의 매입을 진행해 왔던 칸서스파트너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현재 지금의 메디슨 분쟁은 주식 조달을 맡아왔던 손원길 대표의 칸서스 파트너스가 주로 진행하고 있고 김 회장 쪽은 나름대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메디슨 분쟁의 해법은 없는 것인가.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진다면 해결책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메디슨의 최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이 열쇠를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사주조합은 그동안 신용보증기금에 중립적 위치를 견지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사실 신용보증기금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은 다분히 공공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용보증기금은 메디슨 투자를 통해 이미 상당한 이익을 본 상태다. 신용보증기금은 출자전환을 통한 주식을 확보했다. 주당 2000원에 출자전환한 주식 거래 가격은 현재 3000원을 웃돌아 주당 1000원 상당의 이익을 확보한 상태다. 적극적인 투자자가 아닌 수동적 지분 보유자로서는 적지 않은 수익인 셈이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은 메디슨 같은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에 직접 관여해 본 경험이 없다. 혹시라도 신용보증기금이 칸서스 쪽에 기울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질 수 있다. 메디슨 직원들은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영재 회장의 넓은 인맥이 신용보증기금에도 작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현재의 중립적 입장을 유지만 해도 우리사주조합에는 더없이 훌륭한 우군이 될 것이다. 결국 메디슨의 미래는 신용보증기금의 중립적 판단과 올바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2, 3대 주주를 견제하고 메디슨에는 건전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칸서스와 메디슨 근간인 임직원 간의 분쟁은 양자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면서, 메디슨의 사업 내용을 꿰뚫고 있는 외부인사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메디슨 회생의 비결은 ‘직원의 힘’ |
칸서스 투자 전 이미 자력 회생 메디슨이 칸서스의 자금 수혈을 받아 법정관리를 탈출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을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2004년 메디슨의 초음파진단기 시장점유율은 세계 7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부도가 난 2002년 1000억원대의 적자폭을 2003년 16억원대까지 줄였고, 2004년엔 453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칸서스가 주식을 사들인 것은 2005년 9월 이후다. 메디슨은 사업 초기부터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영업을 해왔다. 이 점은 직원들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너럴 일렉트릭(GE)·지멘스·필립스·도시바 같은 다국적 공룡기업들과 경쟁하며 의료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 5위의 경쟁력을 확보한 신화의 주역임에 틀림없다. 저가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큐빅스(Accuvix) XQ’와 같은 고가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매출의 약 70%가 미주와 유럽에 몰려 있는 것을 보면 메디슨의 가치와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2010년에는 GE, 지멘스, 필립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4’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 부도 3년 만에 450억원대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한 비결은 “끝장을 보겠다”며 자리를 지킨 임직원들의 노력에 있다. 2002년 1월 부도를 낼 당시 메디슨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1조원대 기업 가치를 자랑하던 공룡 벤처가 부도를 내자 주위에선 “올 것이 왔다”고 입을 모았다. 벤처가 대기업을 흉내내며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 애써 이룩한 벤처 신화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메디슨의 명성은 벤처 거품과 함께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듯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메디슨은 다시 살아났다. 2004년 매출 1542억원에 453억원의 순익을 내며 대반전을 시작했다.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세계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실지를 회복하더니 선두그룹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도 직후 메디슨은 ‘빚잔치’를 하고도 3500억원의 부채가 남았다. 법원에선 제3자 매각을 추진했다. 경쟁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지멘스를 비롯해 몇 군데에서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터무니없는 헐값을 제시했다. 메디슨의 임직원들에게는 파산 처리나 다름없는 굴욕적인 조건이었다. 지난해 취재당시 ‘메디슨 회생 스토리’ 취재 당시 한 직원은 “당시 회사가 인수됐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 직원이 몇이나 됐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실 직원들이 동요해 이탈하는 것은 모두에게 치명적이었다. 초음파 진단기는 고난도 기술과 판로 개척의 어려움 때문에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과 마케팅 모두 대체인력으로는 곤란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메디슨 본사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자력 회생을 희망했고, 마침내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메디슨의 구조조정은 칼같이 진행됐지만 직원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부도 이후 회사를 떠난 직원의 수는 손꼽을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법정관리 중인 메디슨을 방문한 외부 인사들이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한다. 부도가 난 회사의 직원들이 다들 웃고 다니는 데다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자신감에 차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디슨 직원들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끝내 회사가 망한다 해도 내 눈으로 망하는 꼴을 보고 싶다” “여기서 쏟아부은 청춘이 아까워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엔지니어들 중에는 “회사가 어딘가에 인수된다면 우리끼리 나가 창업을 하겠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대기업도 엄두내지 못한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하고 세계 시장을 뚫었다는 자부심은 부도 이후에도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었다. 한 영업부 직원은 “가장 힘든 것은 회사의 부도가 아니라 부도 직후 한두 달간 야근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회사는 망했지만 직원들의 벤처정신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공장은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연구소의 불도 꺼지지 않았으며 영업전선에서는 활기가 넘쳤다. 회사 측도 급여에 손을 대지 않는 등 직원들의 기를 더욱 살려줬다. 경영진은 직원 급여를 오히려 물가상승률만큼 올려주었다. 심지어 실적이 좋은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법정관리 중에도 파격적인 대우가 가능했던 것은 부채 분할상환을 하고도 남는 수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인사정책은 직원들의 동요를 막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직원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들은 끝내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어떤 직원들은 거꾸로 외부에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 회사를 구경시키고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메디슨의 회계감사법인 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비주력 사업 부문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핵심부문인 초음파 영상진단기 사업에 집중, 현금을 확보해 나갔다”고 밝혔다. 한양증권 김희성 의료기기 담당 애널리스트는 “메디슨의 실적이 개선되고 재무상태가 호전된 것은 핵심 사업에 집중한 결과”라고 평했다. 부도 후에도 메디슨의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됐다. 부도 전 1년 한 건 정도씩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부도 후엔 연간 3, 4건이 동시에 이뤄졌다. 중저가 제품을 강화하는 쪽으로 판로도 정비했다. 회사 관계자는 “부도 이후 메디슨은 고·중·저가 시장을 명확히 구분하고 균형있는 판로를 뚫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위로는 제품력으로, 아래로는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이상적 판로 구조를 만든 것이다. 결국 브랜드 강화와 현금 확보를 모두 만족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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