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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보다는 우리 생명이 더 소중하다

배아보다는 우리 생명이 더 소중하다

나처럼 큰 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 2006년 7월 19일은 암울한 날로 기억된다. 부시 대통령은 불임 클리닉에서 사용하고 남아 쓰레기통에 버려질 여분의 배아를 과학적 연구에 사용토록 하자는 약소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실수가 아니다. 환자 친구나 친척을 갖고 있는 사람들, 달리 말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추상적 개념 그 이상이다. 그 결정으로 몇 가지 중병의 치료법 개발이 늦춰져 수천 명이 일찍 죽게 될지 모른다. ‘생명 중시’ 사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우선 정치적 측면부터 보자. 거부권 행사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실패하면서 공화당의 많은 컨설턴트가 공개적으로 인정했듯 민주당이 큰소리를 치게 됐다. 법안에 반대한 하원의원 193명과 상원의원 37명(거의 공화당) 가운데 일부가 이 문제로 이번 11월 선거는 아니더라도 2008년이나 2010년 의석을 잃을지 모른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찬성’ 운동의 의미가 명확해지고 일반의 인식이 확산되면 유권자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일에 단호히 반대하기 어려워진다. 더 시급한 사태는 줄기세포 연구 문제를 놓고 공화당이 동강난다는 점이다. 낙태에 반대하는 많은 당내 인사(존 매케인·오린 해치·빌 프리스트 상원의원 등)가 줄기세포 연구에는 찬성하기 때문이다. 부시로선 이번이 첫 거부권 행사(그것만 해도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이다)인지라 모든 사람이 품는 의문을 짐짓 모르는 체할 수는 없었다. 만일 배아를 훼손하는 일이 부시의 대변인이 전하는 그의 주장대로 ‘살인’이라면, 어떻게 잉여 배아 수천 개를 수시로 버리는 불임 클리닉의 존재를 지지할 수 있는가? 부시의 답이 지난주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에 나왔다. 그 배아들에게서 ‘입양된’ 귀여운 아기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이었다. 그렇게 ‘눈송이’처럼 작은 배아에서 입양된 아기가 과연 몇 명이나 되나?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과 집중적 봉사 활동에도 불구하고 냉동배아 40만 개 중에서 오직 128개(0.32%)만이 입양됐다고 앨런 스펙터 상원의원은 말했다. 불임 클리닉을 이용하는 부부들은 압도적 다수가 잉여 배아를 과학 연구에 기증하고자 한다. 한편 입양을 고려하는 부부들은 이미 세상에 태어나 가정을 필요로 하는 아기를 선호한다. 수적으로 많은, 몹시 곤궁한 이 어린이들이 부시 때문에 찬밥 신세가 된 듯하다. ‘치료 반대’ 운동가들이 연방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근거로 내세우던 주장은 이제 두 가지로 줄었다. 첫째는 민간 분야와 주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족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04년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찬성한 30억 달러는 소송에 묶였다. 지금까지 지출된 돈은 1210만 달러에 불과하다. 더 많은 돈을 푼다 해도 상당액이 똑같은 연구소를 다시 짓는 일에 낭비될 수밖에 없다. 규정상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소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인줄기세포 연구의 전망이 워낙 밝기 때문에 굳이 배아에 손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어떤 것이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 방법은 모두 택한다는 과학적 원칙에 위배된다. 반대파는 또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만들려 했다. 2004년에는 그렇게 했다. 정치인들은 ‘줄기세포 연구’를 찬성한다고 말하면서도 대다수 질병의 치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아 부분에는 반대한다는 사실을 피해 갈 수 있었다. 불행히도 민주당도 국민의 생명을 놓고 정치놀음을 해왔다. 반대 세력이 사안을 흐리지 못하게 막으려는 취지로 전망 밝은 새 성인줄기세포 연구의 지지를 뒤늦게 표명하는 일이 잦았다.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공화당)은 지난주 의회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독수리 알 파괴에 비유하는 어처구니없는 연설을 했다. 그런 그에게도 공로는 있다. 지난해 상원이 부시의 지지를 얻어 탯줄혈액은행을 지원하는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을 때 브라운백은 일등 공신이었다. 백혈병과 림프종 등의 질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을 위한 수혈의 안전성과 효능을 높이는 획기적 돌파구였다. 마이크 엔지 상원의원을 비롯한 핵심적 의원들이 지원을 가속화하면 탯줄혈액은행은 6~7년이 아니라 2~3년 뒤 수요를 맞추면서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성인줄기세포 치료법의 임상시험은 1000건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제 적어도 2년반 동안은 물건너 갔으며 대안을 좀 더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시가 기존 줄기세포주 60개의 연구 지원을 허용한 2001년 8월의 ‘타협’으로부터 근 5년이 지났다. 그 세포주 대다수가 사용할 수 없거나 인간의 질병 치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혀지자 부시는 그 뒤의 새로운 사실들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에서 무엇이 잘못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왕고집, 보수 기반의 지나친 의식, 신앙적 오만, 과학계 여론의 경멸 등이다. 무엇보다 지난주의 결단은 신성한 생명 운운하던 그의 평소 소신이 거짓임을 보여줬다. 모든 도덕적 문제가 다 그렇듯 여기서도 관건은 누구의 생명이 더 소중한가 하는 점이다. 난 이 문장 끝의 마침표보다 작은 원형질의 생명보다는 당신과 나의 생명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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